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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 군주론에 관한 새로운 이해

옳은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고, 이긴 자가 옳은 대한민국 우리 모두 잘나도록 북돋는 능력이 필요한 세상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통해 알려주고 싶었던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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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군주론』은 군주 개인의 승리와 권력 강화를 위한 이기적인 저술로 읽혀왔다. 하지만 필자는 지금까지 읽혀온 것과는 다르게 『군주론』을 독해하고자 하였다. 그것은 혼자 이기는 것이 아니라 같이 이길 수 있는, 그리고 그것이 진정 강한 나라를 만드는 리더십이라는 것을 『군주론』이 담고 있다는 것이다. 『군주론』의 키워드는 독존(獨存)이 아니라 공존(共存)이라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다시 읽히고 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신자유주의의 영향이고, 다른 하나는 리더십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는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선 단어가 아니다. 신자유주의의 만개 속에서 시장 속의 무한 경쟁으로 끝없이 내몰리고 있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자는 상층으로, 뒤처진 다수는 하층으로 내몰리게 된다. 빈부 격차의 심화와 중산층의 약화 등은 이제 우리에게도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연일 신문을 뒤덮는 각종 흉악 범죄와 민생 범죄에 대한 기사는 대한민국이 처한 심각한 계층 간의 격차 문제와 그 속에서 나타나는 소외와 불만, 그리고 좌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계층 간 격차가 커지면 커질수록 시민들 간의 신뢰와 연대는 사라지게 된다. 최근 일고 있는 복지에 대한 강조는 덜 가진 자들을 지원하고 사회 안전망을 갖춤으로써 시민들 간의 연대를 복원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경쟁의 논리는 사회 전반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약육강식의 시장논리뿐만 아니라, 비좁은 대학입시 관문을 뚫어야 하는 경쟁의 논리는 싸움에서 이겨야만 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서 핵심은 이기는 자가 옳다는 것이다. 옳은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고, 이긴 자가 옳은 것이다. 승리를 위한 냉혹한 처세술을 가르쳐주는 책이 바로 『군주론』이다.

지도자를 뽑기에 앞서 지도자의 자격과 능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경제 위기, 사회의 수많은 갈등, 동북아시아의 험난한 정세 등을 풀어나가야 할 지도자를 뽑아야 할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무엇보다도 지도자의 리더십에 대한 논의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난국을 타개해야 할 지도자의 리더십에 대해 『군주론』만큼 다룬 저서도 드물 것이다.

『군주론』은 이기기 위한 처세술과 혼란을 극복하고 강한 나라를 만드는 리더십을 제시하는 저서로 인식되어왔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고전(古典)은 하나의 답만을 제시하지 않고, 읽고자 하는 사람이 보고자 하는 것을 제시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군주론』은 군주 개인의 승리와 권력 강화를 위한 이기적인 저술로 읽혀왔다. 하지만 필자는 지금까지 읽혀온 것과는 다르게 『군주론』을 독해하고자 하였다. 그것은 혼자 이기는 것이 아니라 같이 이길 수 있는, 그리고 그것이 진정 강한 나라를 만드는 리더십이라는 것을 『군주론』이 담고 있다는 것이다. 『군주론』의 키워드는 독존(獨存)이 아니라 공존(共存)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1장과 2장으로 구성된 첫 번째 부분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공존이라는 키워드로 분석한 논문들로 이루어져 있다. 기존에 발표한 논문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필요한 부분들은 일부 새로 집필되었다. 두 번째 부분은 3장과 4장이다. 3장은 앞의 분석에 근거해 『군주론』 전체를 한 장 한 장 설명해나가고 있다. 이 부분은 이 책을 위해 새로 집필되었다. 좀 더 쉽게 『군주론』을 접하고 싶은 독자들은 제3장 ?공존의 정치서로서 『군주론』 읽기?를 먼저 읽고 나서 역으로 첫 번째 부분을 읽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결론인 4장은 현재 우리의 상황에 『군주론』의 이해를 적용해본 것이다. 시론적 성격의 글이기에 많이 부족하고, 또 계속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공존’이라는 말은 『군주론』에 대한 전통적인 이해와는 상반되는 말이다. 군주의 권력 획득과 유지를 위해 필요할 때에는 권모술수도 사용해야 한다는 『군주론』의 일반적인 해석들은 주로 군주 ‘개인의 승리’에 초점을 맞추어왔다. 하지만 필자는 군주국에 초점을 맞출 때 『군주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군주국이 강해야 군주도 그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 군주의 권력이 강하다고 반드시 군주국이 강한 것은 아니다. 군주는 강하지만, 군주국은 약할 때도 있다. 하지만 군주국이 강할 때, 군주가 약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군주국을 강하게 하는 것은 군주의 능력 여하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의를 전개하기 위해 군주 개인의 역량과 군주 권력의 토대를 구분하여 살펴보았다. 이제까지 『군주론』의 핵심 주제 중 하나인 역량(virtu)에 대한 이해는 주로 군주의 개인적 역량과 그의 권력을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해왔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군주의 역량과 군주의 권력은 다른 것임을 주장한다. 우리는 주변에서 개인은 잘났지만 그가 가진 권력은 보잘것없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개인의 뛰어남과 그의 권력은 다른 것이다. 전자는 개인의 몸에 소유하고 있는 것이지만, 후자는 그를 둘러싼 사람들과 자원들 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권력은 가문이나 운을 통해 우연히, 그리고 쉽게 주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지키는 것은 개인의 능력 여하에 따른다. 행운보다는 역량에 의존해서 권력을 배양해야 하는 것이다.

개인의 역량은 기본적으로 독존적인 반면, 권력은 관계적이다. 권력은 타인들의 지지와 호의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군주의 뛰어난 역량은 이러한 관계적인 권력을 구성해낼 수 있는 능력을 일컫는다. 이렇게 볼 때 군주의 권력은 본인 스스로에게서가 아니라 타인들, 혹은 『군주론』의 표현을 빌리면 인민들에게서 오는 것이다.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관계를 어떻게 잘 구성해내는가에 따라 군주의 권력이 강화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곧 국가의 힘을 배가시킬 수 있는 것이다. 군주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기반인 인민에 의지해야 한다. 홀로 서고 홀로 사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의지해 그들과 같이 살아나가야 하는 것이다. 군주가 자신의 재주만 믿고 관계를 소홀히 할 때, 그는 자신의 권력을 잃게 된다. 자신의 재주가 타인을 통해 더 드러나고 그 속에서 자신의 권력이 배가된다는 것을 알 때, 그 자신과 더불어 국가공동체의 힘은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군주나 리더는 잘난 사람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였고, 오만하였으며, 혼자서 무슨 일이든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함정이다. 혼자만의 잘남은 자신을 멸망시키는 첩경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통해 군주 혹은 한 나라의 리더에게 주고 싶었던 지혜였던 것이다. 나만이 잘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잘나도록 북돋는 능력이 바로 마키아벨리가 바라는 참다운 군주 혹은 리더의 능력인 것이다.

『군주론』에 대한 책을 쓰려고 마음을 먹는 것 자체가 무척 힘이 들었다. 독일 유학시절부터 지금까지 16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접하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아직도 잘 모르겠다. 마키아벨리는 헌정사에서 자신의 현실 경험과 고대사의 공부가 결합되어 『군주론』이 탄생되었다고 적고 있다. 살아가면서 나의 경험과 공부의 양이 조금씩 늘면서 『군주론』에 대한 이해도 계속 달라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군주론』에 대한 책을 써보겠다는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강학술총서의 지원을 받으면서 부득불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면서 이렇게 용기를 내게 되었다. 필연(necessity)에 몰려 조금의 역량을 발휘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부족한 필자를 도와준 서강학술총서 관계자 분들과 서강대학교 실무진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아울러 좋은 평가와 새겨들어야 할 심사를 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하지만 이 책은 아직 미완성이다. 그것은 지금까지 공부했던 연구 과정의 중간 보고일 뿐이기 때문이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예전에 선생님들께서 공부는 중간의 매듭을 하나씩 잘 짓고 그것을 잘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신 것이 기억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업은 이제껏 조금 공부해온 것을 매듭짓는 역할로 만족하고자 한다. 앞으로 계속 좋은 매듭을 짓기 위해서는 첫 번째 매듭을 짓는 것이 필요하기에 부족하지만 그것을 수행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이 책은 나의 연구가 지속되는 한 증보판이 계속해서 나올 것이다.

많이 부족한 필자이기에 많은 분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오늘의 이 책도 없었을 것이다. 필자에게 정치학을 가르쳐주신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의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아울러 깊은 토론들을 통해 가르침과 자극을 주신 선배님들과 후배님들께도 감사드린다. 수업시간에 총명한 눈으로 필자를 자극했던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항상 완벽한 매니저의 역할을 해주고 있는 아내와 사랑의 샘물인 딸에게도 고마울 뿐이다. 끝없는 관심과 애정을 베풀어주시는 부모님께는 죄송함과 감사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부족한 책이 조그마한 기쁨을 드린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만추의 연구실에서
김경희


마키아벨리(1469~1527)
르네상스 말기 이탈리아의 사상가. 피렌체 공화정부의 서기관으로 재직 중, 외교ㆍ군사면에서 활약, 동시에 정치ㆍ군사ㆍ문학ㆍ역사 등 각 방면에 이르는 많은 저작을 펴냈다. 인간은 사회적ㆍ정치적 존재이며, 모든 정치는 힘의 관계(力關係)에서 비롯된다는 통찰과, 현재의 여러 조건 하에서 인간은 악(惡)으로 기울어지는 경향을 피할 수 없다는 통찰이 그의 사상적 기반을 이루고 있다.
당시 많은 소(小)국가로 난립해 있던 이탈리아의 발전을 위해서는 강대한 권력을 가진 군주에 의한 통일국가의 수립이 불가결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위해서는 도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순수하게 정치의 기술적 합리성에 철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그 후 일면적으로 과장되어, 마키아벨리즘이라는 이름 하에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는 권모술수를 말하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것은 반드시 그의 본 뜻에 합치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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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의 정치 김경희 저 | 서강대학교출판부
필자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군주론을 독해하고자 하였다. 혼자 이기는 것이 아니라 같이 이길 수 있는, 그것이 진정 강한 나라를 만드는 리더십이라는 것을 군주론은 담고 있다는 것이다. 1,2 장은 군주론을 공존이라는 키워드로 분석한 논문들이며, 3,4 장은 앞의 분석에 근거해 군주론 전체를 한장한장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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