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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우리를 오해하지 말아줘” - 샤이니, 정란, 김경호

강력하고 견고한 ‘일관성’의 힘! - 샤이니(SHINee) 아름답고 심오한 그녀의 방황 - 정란 ‘Rock is everything to me’ - 김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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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엠 엔터테인먼트에서 특별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샤이니, 그들이 「Dream girl」이라는 노래를 들고 컴백했습니다. 소녀팬들의 함성소리가 듣지 않고도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 하네요. 자유로운 음악적 세계를 들려주는 정란의 앨범과 제3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김경호의 신보도 함께 소개합니다.

에스엠 엔터테인먼트에서 특별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샤이니, 그들이 「Dream girl」이라는 노래를 들고 컴백했습니다. 소녀팬들의 함성소리가 듣지 않고도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 하네요. 자유로운 음악적 세계를 들려주는 정란의 앨범과 제3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김경호의 신보도 함께 소개합니다.


샤이니(SHINee) < The Misconceptions of You >

더 이상 우리를 오해하지 말아줘

「Sherlock」의 음악적 성과는 뚜렷했다. 가요계의 질을 저하시키는 주범 소리를 듣던 게 엊그제 같던 SM이 ‘너무 세련된 반면 대중성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지 누가 알았겠는가. 그만큼 회사는 지난 몇 년간 자본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일관성 있는 음악을 바탕으로 한 팀컬러 제작에 주력해왔고, 그렇게 샤이니(SHINee)와 에프엑스(f(x))가 탄생했다. < Electric Shock >(2012)와 < Sherlock >(2012)은 한 우물 파기에 대한 소기의 성과였고, 그렇게 확립된 음악적 정체성은 퍼포먼스와 캐릭터로 확장되며 타 그룹들 간의 교집합을 착실히 없애나갔다. 누구도 발 들일 수 없는 자신들만의 영역이 어느 정도 만들어진 셈이다.

이러한 결과물 속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그간 유럽의 작곡가들을 꾸준히 섭외해 현지화 시켜온 기획사의 행보다. 외국 트렌드에 밝은 국내 뮤지션에 머물지 않고, 외국 뮤지션들과 접촉해 그들의 곡을 가져와 발표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인재의 풀(Pool)을 해외로 넓힌 뒤 케이팝 시장에 적합하도록 역(逆)로컬라이징의 시행착오를 거친다. 이와 함께 그러한 스타일에 최적화된 팀을 만든다. 아마 이쯤이 샤이니의 초기 기획안이 아니었나 싶다.

이는 「Sherlock」 뿐 아니라 활동 초반 이들이 발표한 싱글들이 국내 감성과 약간 엇나간 듯 하다는 반응과도 연결된다. 신작은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EP의 뼈대는 유지한 채 좀 더 흡수가 쉬운 소재로 대체했고, 이를 그룹의 캐릭터 안에서 겉돌지 않게 잘 녹여냈다. 이러한 성공적인 변화는 ‘샤이니라는 이름 안에서라면 충분히 팝과 케이팝, 그리고 대중간의 거리를 조절할 수 있다’라는 통제력과 자신감이 어느 정도 갖추어졌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나 싶다.

타이틀인 「Dream girl」을 들으면 보다 그러한 점이 명확해진다. 리듬의 박력, 그루브한 베이스라인과 펑키한 기타가 양쪽 스피커를 교차하는 와중에 터져 나오는 후렴구는 확실히 가요에 근접해 있다. 그렇게 농도가 짙진 않아도 전처럼 부담스럽지 않아 반복청취가 가능한 딱 그 정도라고 할까. 1980년대 아메리칸 팝(구체적으로 마이클 잭슨)의 기조를 따른다는 명제는 동일하면서도 보컬에 힘을 빼고 선율의 고저를 줄임으로서 ‘프로모션 곡’이라는 역할을 확실히 상기시켰다. 코러스 라인과 애드리브를 순차적으로 추가함으로서 동반되는 극적인 구성 역시 쉼 없이 달리기만 했던 「Sherlock」과 달리 듣는 이에게 어느 정도의 여유를 제공한다.

이어지는 「Hitchhiking」까지가 핵심을 이룬다. 전자사운드의 고공폭격이라 할 정도로 빽빽이 밀집된 소스들이 사람들의 혼을 빼놓고, 메인 멜로디에서는 코드를 한번 꼬아놓음으로서 익숙함에서 느껴지는 지루함을 상쇄시키고자 했다. 그렇게 올라간 텐션은 「Punch drunk love」에서 잠시 이성을 찾는다. 정박으로 떨어지는 복고적인 느낌의 키보드와 디스토션 루프에 멤버간의 개성이 녹아든 애교스런 팝튠은 아이돌만이 할 수 있는 것에도 능함을 보여주며 자연스레 후반부로 흐름을 이어간다.

지난 앨범과 가장 다르다고 할 만한 점은 역시 끊김이 없는 유기적인 러닝타임이다. 물론 템포변화나 노랫말 같은 소주제들은 쉴새없이 변화하지만, 이들이 발하는 질감과 색감은 일정 범위를 넘어서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킬링 트랙’의 부재를 논할 이들도 있겠지만, 감상이 반복되다 보면 수록곡 전체가 고르게 좋다는 느낌이 강해진다. 긴장감을 상승시켰다가 이내 기분 좋게 이완시킨 후, 잠시 차분하게 숨 돌릴 기회를 준 다음 다시 한 번 몰아붙이는 이러한 포물선 식의 구성은 굳이 중간에 스톱 버튼을 누를 필요가 없게 만든다. 밝고 가벼운 느낌의 「Girls, girls, girls」와 멤버들의 감정처리와 곡의 분위기가 가장 큰 일체화를 보이는 미디엄 템포의 「방백(Aside)」 등 각 트랙의 존재감이 확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샤이니라는 브랜드가 음악으로도 통용될 수 있음을 명확히 선포한 작품이다. 단순히 노래를 잘하고 춤을 잘 추고를 떠나, 일반 아이돌 가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새로운 텍스쳐로 스타일리시한 결과물을 만들어 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일관성’의 힘은 이토록 견고하고 강력하다. 굳이 「Dream girl」 대신 다른 제목을 앨범에 걸어놓은 것은, ‘양산되는 아이돌 그룹 중 하나’라는 오해를 풀고 싶었던 그룹의 의지가 반영되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는 결과물로 하여금 충분한 설득력을 갖추었다. 팬덤과 대중의 밸런스라는 면에서 봤을 때 지금 당장 SM을 이끄는 것은 소녀시대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샤이니가 될 것이다. 이것은 짐작이 아닌, 확신이자 예언이다.

글/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정란 < Nomadism >

앨범 제목은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하다. < Nomadism >의 수록곡들은 음악 양식의 광활한 토지를 옮겨 다니며 유목한다. 클래식과 아트 록, 포크, 드림 팝, 재즈, 라틴음악, 때로는 한국 전통음악적 요소 등을 선보이며 분주하게 거처를 이동한다. 심히 자유롭고 대범하게 떠돈다.

「관람」은 한국 전통음악의 정서와 아메리칸 스탠더드의 느낌을 함께 보유하면서도 보컬의 과감한 변신으로 아트 록의 면모를 드러내며, 「실명」은 웅장하고 세련된 편곡과 몽롱한 분위기를 내는 녹음으로 바로크 팝, 드림 팝 형태를 갖추고, 「수중고백」은 단조로운 구조에서 연주의 변화를 통해 팝과 재즈를 오고간다. 포크곡 「You and me」와 「착시」 등은 이전의 화려함과는 대비되는 수더분함을 낸다. 또한, 「사자를 두려워하는 그대에게」에서는 라 벤타나(La Ventana) 보컬리스트 출신이라는 정란의 이력을 확인할 수 있게끔 라틴음악을 흡수한다. 경계와 틀에 얽매이지 않는 스타일의 종횡무진과 각기 다른 장르의 합산이 시종 이어진다.

노랫말은 음악의 유목민적인 성격을 보조한다. 수록곡들의 가사는 대체로 무소유에서 기인한 불안함, 확실한 적(籍)을 두지 못한 데에서 발생하는 우울함을 표현한다. 「Coffee or tea」는 여느 노래와 달리 가장 밝은 기운을 띠긴 하나 확답이 없는 사람의 마음을 갈구하며 걱정스러운 상태를 드러낸다. 어딘가에, 누군가에 정착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이의 헤맴을 노랫말로도 반영하고 있다.

쓸쓸함이 앨범의 큰 면적을 지배하지만 「You and me」, 「Coffee or tea」, 「Surf」는 높은 채도로 전체적인 유기성을 헤뜨려 놓는 듯해 아쉽다. 이것이 정란이 설정한 어떠한 흐름일지 몰라도 이야기의 자연스러운 전개로 느껴지기는 어렵다. 게다가 곡의 기묘한 생김새를 형성하는 중에 정란의 독창성보다는 케이트 부시(Kate Bush)나 비요크(Bjork) 같은 뮤지션의 향이 강하게 감지되는 것도 애석한 부분이다.

단점은 소량에 불과하다. 방대한 잡식성은 신선미를 담보하며 첫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싱어송라이터의 치열한 실험성을 서술해 준다. 인간이라면 마땅히 마주하고 행하는 방랑을 다채로운 장르와 관념적인 언어를 빌려 예술적으로 승화한 사항은 최고의 결실이다. 방황도 충분히 아름답고 심오하게 느껴질 수 있다.

글/ 한동윤(bionicsoul@naver.com)


김경호 < 共存 Part 01 - Sunset >

그를 수식하는 단어는 ‘국민 로커’다. 즉 마니아들만을 위한 록 음악을 하는 가수는 아니라는 것이다. 헤비메탈에 보컬의 뿌리를 두고는 있지만, 지금껏 그의 행보는 언제나 대중과의 호흡을 우선으로 하고 있었다. 그의 대부분의 앨범에 골수 메탈 넘버와 발라드 넘버가 항상 함께 해 왔던 것은 이런 이유다.

이번 앨범 역시 기존의 노선을 비슷하게 잇고 있다. 그러나 사운드의 스펙트럼은 좀 더 넓어졌다. 싱글로 커트 된 「사랑이 들린다면」과 앨범 내 점층적 진행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노을」은 기존 그의 노래들 중 단연 가장 부드럽게 와 닿는 팝 발라드다.

여성적 느낌이 지배하는 발라드의 향연이 지나고 나면 가장 김경호다운 노래인 「달의 눈물」이 기다리고 있다. 비감 짙은 마이너한 진행과 파워 있게 몰아치는 샤우팅은 1990년대 록발라드 팬들의 열광을 이끌어낼 만하다. ‘Rock is everything to me’라 포효하며 억눌렀던 록에 대한 열정을 모두 소진시키는 마지막 트랙 「Get on your feet」은 그의 한풀이와도 같다.

여성성(국민언니)과 남성성(상남자)의 공존, 혹은 발라드와 록의 공존, 과거와 현재의 공존 등등 어떤 것으로 해석해도 좋다. 어찌됐든 < 共存 >은 제3의 전성기를 맞은 그의 현재를 명확하게 포착해낸 앨범이다. 국민언니든 상남자든, 그는 여전히 국민 로커 김경호다. 전자의 측면이 더 강조된 측면은 있지만, 후자를 더 느끼고 싶다면 후일 발표 예정인 < 共存 Part 02 - Sunrise >를 기대해보도록 하자. 정보에 따르면 속도감과 청량감에 초점을 더 맞춘 앨범이 될 것이라고 한다.

글/ 여인협(lunariani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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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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