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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평점 9.25 <터치 오브 라이트> 천재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황유시앙’

시각장애인 타이완 영화배우, 그리고 음악가 황유시앙 자전적 영화 <터치 오브 라이트>로 희망을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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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보통사람들에게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핸디캡은 상상하기 힘든 시련에 속한다. 그러나 황유시앙은 그런 시련을 극복하고 자기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하며 놀라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의 자전적 영화인 <터치 오브 라이트>가 드디어 한국 관객들에게 선 보인다.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황유시앙과의 특별한 만남.

<터치 오브 라이트>는 제 63회 베를린 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분 경쟁작으로 선정된 작품. 한국에서는 제 17회 부산국제 영화제 관객상으로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제 25회 도쿄 영화제 공식 초정작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1월 국내 정식 개봉을 앞두고 실시한 모니터 시사에서는 9.25점의 놀라운 평점을 기록하며 이미 입소문이 자자한 상황이다. 이렇듯 황유시앙의 자전적 스토리가 녹아든 <터치 오브 라이트>는 세계 각국의 영화평론가들에게 찬사를 받는 한편, 시련을 경험한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영화로 만난 또 다른 세상

3박 4일의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황유시앙은 매서운 꽃샘추위가 익숙지 않은 듯 “타이완에 비하면 상상 이상”이라며 웃음 지었다. 한국 방문은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이후 두 번째, 서울은 첫 방문이다. 그가 직접 출연한 <터치 오브 라이트>가 만들어지기까지는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존재한다. 그 시작은 타이완 영화계에 유망주로 손꼽히고 있는 장영치 감독과의 만남이다. 2005년 여름 처음 황유시앙과 만난 장영치 감독은 피아노를 치며 짓던 밝은 미소를 짓는 그를 보며 시각장애인들이 사는 세계에 호기심을 가졌다고 한다. 그런 호기심은 황유시앙의 첫 영화 출연으로 이어졌다. 바로 타이베이 영화제 단편 영화상을 수상한 단편 영화 <터널의 끝>이다. 시각장애를 비롯해 이제까지 연기 경험이 전무했던 황유시앙이 자전적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장영치 감독의 적극적인 권유 덕분이었다. 놀라운 스토리는 그 뿐이 아니다. <터널의 끝>이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새로운 조력자가 등장한 것. 바로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왕가위 감독이다. 그는 <터널의 끝>을 연출한 장영치 감독의 독특한 비주얼 스타일과 황유시앙의 실제 스토리가 만들어 낸 감동 코드에 감명을 받아 장편 영화인 <터치 오브 라이프> 제작을 제안했다. 세계적인 감독과 젊은 유망주, 그리고 시련을 희망으로 일궈낸 황유시앙이 만들어 낸 감동은 전작을 뛰어넘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타이완 현지의 반응도 남달랐을 듯 한데요.

<터널의 끝>을 찍었을 때는 <터치 오브 라이트>처럼 관객들의 반응을 접할 기회가 그리 만지 않았어요. 다른 단편 작품과 같이 상영을 하는데다 많은 사람들이 보지 못해 생활 속에 큰 변화는 없었죠. 그런데 이번 <터치 오브 라이트> 홍보를 하면서 반응이 남다르더라고요. 아무래도 장편인데다가 전작이 알려진 터라 더 그랬던 것 같아요(웃음).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없나요?

많은 분들이 알아보셔서 조금 조심스러워지더라고요. 생활이 좀 더 바빠지기도 했고, 더 충실하게 살아가게 됐죠. 많은 인터뷰를 하고 공연을 요청이 이어진 것도 달라진 점이고요. 제 음악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점은 참 기분이 좋아요.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엊그제 한국에 와서 신사동 가로수길을 걸었는데 타이완에서 관광을 온 분이 저를 알아보시고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던 순간이에요. 타이완도 아닌 한국에서 팬을 만나는 경험이 특별했죠.

장영치 감독과의 인연은 꽤 오래됐는데요. 영화를 촬영하면서도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을 것 같네요.

제가 앞을 보지 못하는 탓에 연기를 하면서 감정을 잡는데 조금 어려움이 있었어요. 시각장애인이 직면하는 문제 중 하나가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을 표정이나 몸짓으로 잘 표현을 하지 못하는 것이거든요. 감독님이 이야기하시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었는데 표정이나 연기로 표현해 내는 게 참 어려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님은 서두르시지 않고 많은 설명을 해 주시면서 저를 이끌어 주셨죠.

프로듀서가 왕가위 감독으로 알고 있습니다. 직접 만나 본 소감은 어떤가요.

왕가위 감독님의 명성은 저도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영화 제작과 관련해서는 장영치 감독님과 주로 상의하시는데, 처음 뵌 것은 올해 1월 즈음이었어요. 만날 때 마다 항상 친절하시고 거리감 없이 대해주셔서 감사하죠.

영화 제작 과정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아무래도 시각장애로 인해 어려운 부분이 없지는 않았죠. 하지만 특별히 갈등을 겪거나 한 부분은 없었어요. 다만 대본을 외울 때 기계나 사물의 정확한 이름을 알아야 연기를 하면서 떠올릴 수 있는데 일반 스태프들이 ‘저것, 이것’ 같은 대명사로 이야기하는 것이 어려움이 있었죠. 그럴 때는 정확한 대상의 이름을 알려달라고 해서 연기를 해 나갔어요. 그 외에는 스텝들 모두 사려 깊고 배려해줬기 때문에 영화를 찍을 때만큼은 큰 불편함이 없었어요.

영화의 스토리는 황유시앙이 경험한 삶과 함께 스토리텔링을 덧붙여 일정부분 허구와 가공인물도 포함 돼 있다. 어릴 적 트라우마로 세상과 소통을 멈춘 황유시앙이 편견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며 자신의 꿈을 찾는 친구 치에가 대표적이다. 황유시앙과 치에가 함께 겪어가는 에피소드는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감동을 전하고 있다.




어둠 속에서 시작 된 삶

스물여섯 살의 황유시앙은 태어났을 때부터 시각장애를 안고 삶을 시작해야 했다. 그러나 신은 그에게 빛을 거두어 간 대신 다른 선물을 줬다. 어릴 적부터 듣는 곡의 모든 음을 외울 만큼 절대 음감을 타고났던 황유시앙. 어둠 속에서 음악을 통해 세상을 인지해 나간 그는 절대 음감과 더불어 놀라운 감성으로 피아노에 몰입한 끝에 타이완 국립 예술 대학에서 피아노 연주 학사 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다. 타이완에서는 최초의 일이었다.

태어났을 시기부터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야 했는데, 처음 자신의 핸디캡을 인지하게 된 것은 언제인가요.

아주 어렸을 때는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어요. 원래 앞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안 보인다는 것의 개념을 몰랐죠. 그러다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제 상황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 나이 아이들이 그렇듯 악의 없는 친구들이었지만, 자신과 다른 제 모습을 향해 조소를 보냈죠. 그런 경험을 통해서 점차 장애를 실질적으로 깨닫게 됐어요.

당시 어떤 생각들을 했는지 궁금하네요.

장애인을 향한 크고 작은 편견은 그 후 삶 속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졌어요. 어린 시절 친구들의 조소를 시작으로 일반인이 무심코 던지는 말에 상처를 받을 때도 있었죠. 가족들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3살쯤일 때 저를 업고 길을 가던 어머니는 “아이가 자고 있는 거냐”고 묻는 주변사람들에게 앞을 보지 못해서 그렇다는 설명을 해야 했어요.

황유시앙은 현재 타이청 시각 장애인 복지 협회에서 후원하는 ‘바바밴드(Baba Band)’와 ‘다크 글래시스(Dark Glasses)’에서 피아노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음악은 그의 삶의 모든 것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

어린 시절 처음 음악과 접했을 때 느낌을 묻고 싶네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2살 정도부터 어머니께서 피아노를 치게 해주시면서 음악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해요. 삶 속에서 음악을 접하면서 기쁨을 느낄 수 있었죠. 피아노를 연주할 때만은 모든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행복함으로 충만함을 느껴요. 그래서 계속 피아노를 치게 됐죠.

어머니의 응원이 큰 힘이 됐을 듯 한데요.

네 맞아요. 아무래도 어머니께서 특히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죠. 제가 어렸을 때 새로운 것, 다른 것을 배우려고 할 때마다 번번이 장벽을 경험하곤 했는데, 어머니는 항상 응원을 해주시면서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주셨어요. 어머니의 격려 덕분에 피아노 연주 실력이 늘어나면서 성취감도 느낄 수 있었죠.

음악가로서 어떤 음악을 추구하고 있나요?

제가 하고 싶은 음악가는 남들이 따라할 수 없는 음악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했고 다양한 시도를 이어왔죠. 어떤 장르로 한정 짓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제겐 음악을 계속 하는 것 자체가 목표죠. 색깔을 정의하긴 힘들지만 음악은 제게 세상의 빛깔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거든요. 음악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세상의 모습이나 대상에 대한 느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죠.




한국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두 번째 한국 방문에서 황유시앙은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듯했다. <터치 오브 라이트> 홍보 중 스타킹에 출연한 예은이와 함께 공연한 것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주억이라고 한다. 그런 그가 한국 관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에는 희망이 담겨 있다.

혹시 좋아하는 한국 음악가나 가수가 있나요.

한국에 와서 저와 같이 장애를 가졌음에도 피아노를 연주하는 이희야 씨라는 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기회가 된 다면 그분과 같이 공연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또 타이완에서 친구들이 해 준 말이 “한국에 가서 ’소녀시대‘의 사인 정도는 받아와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가능할까요(웃음).

영화를 보게 될 한국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터치 오브 라이트>를 좋아해주셨으면 하죠(웃음). 또 제 이야기를 통해 포기했거나 잊었던 꿈을 찾는 기회가 되길 바라요. 영화를 촬영하는 내내 제 이야기를 통해 최선을 다 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드리고 싶었거든요.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표정이 다르다. 순수한 영혼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황유시앙의 시야는 비록 어두울지 몰라도 마음만은 밝은 빛으로 가득했다. 인간은 희망으로 사는 존재라는 사실을 국경과 언어를 뛰어넘어 황유시앙이 전하는 감동으로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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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황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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