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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제대로 쓰는 방법, 아세요?

사적인 소통채널로 이메일을 익힌 세대가 알아야 것들 이메일 쓰면서 마지막으로 절대 빼놓지 말아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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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은 그 자체로 완성품 상태로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바로 읽히지 않을 경우도 많다. 문자나 카톡처럼 즉석에서 주고 받으면서 만회할 여지가 훨씬 적다는 얘기다. 만일 SNS가 최고라는 사람이라면, 이메일은 텍스트 메시지와도, SNS와도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이메일 제대로 쓰기의 두 번째 포인트가 될 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메일 계정을 처음 갖게 된 것은 1990년대 후반. 이미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도 몇 년이 지난 뒤 미국에 있던 선배와 소식을 주고 받기 위해서였다. 얼마 뒤 신문사에서도 기자들마다 메일 계정을 만든다며 아이디를 신청하라는 공지기 내려왔다. 지금 기억해보면 이메일이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서른이 다 되어 접한 탓인지 나에게 이메일은 편리하긴 했어도 금세 친해지긴 힘든 커뮤니케이션 방식이었다. 나는 여전히 손으로 쓴 편지를 더 좋아했고 한동안은 전자 우편에는 진짜 속 마음을 담지 못했다. 이메일은 공적인 관계에서, 일 때문에, 편리를 위해 주고 받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초기 내 이메일들은 받는 이에 관계 없이 공문 수준을 방불케 하는, 그야말로 무미건조한 알림장 같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그 기간은 길지 않았다.

이제 나는 이메일 없이는 일도, 사생활도 거의 불가능하다. 아니 이메일이야 말로 가장 쉬운 소통의 방식이다. 대놓고 하면 불편해질 게 뻔한 이야기, 설명하기 복잡한 상황, 말로 하기엔 좀 민망한 표현들이 이메일로는 그다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 생각대로 완성할 수 있고, 쓰면서 틀리거나 어색하다 싶으면 얼마든지 고칠 수도 있으니 실수할까 걱정할 일도 없다. 상대방으로부터 내가 원하는 답을 끌어내기에도 이메일이 가장 효과적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나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젊은 직장인, 특히 사회 초년생에 가까울수록 이메일을 어려워한다. “도대체 어떻게 써야 할 지 모르겠어요!”라는 이구동성이다. 무엇을 써야 하는지는 그나마 알겠는데, 그것을 어떻게 쓰는 것이 가장 적절한 지 모르겠다는 얘기다. 차라리 그냥 문서가 낫지, 이메일이 더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무슨 말을 하려는 건 지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이메일이나 상황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이메일로 ‘커뮤니케이션 에러’를 내는 사례도 종종 목격한다.

왜 젊은 세대가 이메일을 더 어려워할까? 어릴 적부터 이메일을 해 누구보다 익숙할 텐데? 곰곰 생각해보니 바로 거기에 답이 있었다. 지금의 2030 세대들은 10대 초반부터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성장한 이들이다. 초등학교 친구들과 이메일을 주고 받고, 중고등학교에 올라가 휴대폰이 생긴 이후에도 요금 부담이 없는 이메일을 많이 활용했을 터이다. 말하자면 이들에게 이메일은 또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수단, 즉 사적인 커뮤니케이션 툴로 시작된 것이다.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 이메일을 배워 거리감을 가질 수 밖에 없던 나와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10여 년 동안 사적 커뮤니케이션의 도구였던 이메일이 돌연 조직과 사회 생활이라는 틀 속에서 공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되니 얼른 모드 전환이 되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다고 누가 이메일 쓰는 법을 가르쳐줄 리도 만무하다. 일찌감치 스스로 익혀 자기 것이 되어버린 이메일은 바꾸기도 어렵고 무엇이 문제인지 아는 것조차 쉽지 않다.

하지만 이메일을 잘 쓰는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이메일이라는 플랫폼의 특성을 감안할 필요는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커뮤니케이션 글쓰기에 적용되는 원칙은 어느 글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메일도 다른 글쓰기와 같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첫번째 포인트다.

다른 글도 그렇지만, 이메일을 쓸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글의 목적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를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메일을 보내는 목적은 크게 설명과 설득, 그리고 감정교류인데 이에 따라 세부 구성과 형식이 달라진다. 설명이 목적인 이메일이라면 정보공유와 업데이트가 근간이 되어야 하고 설득을 위한 이메일이라면 의견교환과 토론이 줄거리가 되어야 한다. 감정의 교류가 가능 하려면 주어진 상황과 그에 대한 자신의 느낌이 담겨 있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메일을 잘 쓰려면 우선 자신이 이메일을 쓰는 목적과 그에 따른 내용을 어림해보는 준비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종류를 막론하고 대개의 글은 서론-본론-결론의 모양새를 취한다. 이메일도 마찬가지다. 많은 이들이 본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커뮤니케이션 글쓰기로서의 이메일에서는 적지 않은 경우 서론과 결론이 더 중요하다.

서론은 그 이메일을 주의 깊게 읽게 만드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이메일의 홍수 속에서 모든 이메일을 하나하나 정성 들여 읽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기에 서론의 비중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메일 앞부분에 어떤 식으로든 글의 목적이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으면 받는 사람은 본론을 정독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결론은 회신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이메일을 보내는 가장 본질적인 목적이 상대방으로부터 답장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마지막 부분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구체적인 대답을 들어야 한다면 질문을 던지는 것이 좋고, 길게 설명을 했다면 다시 한번 정리하는 것이 적절하다. 사과나 감사의 뜻을 전해야 한다면 조금은 감정을 드러내야 여운이 오래갈 것이다. 결국 의례적인 인사는 서론에도 결론에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글 자체는 간단명료한 것이 좋다. 사적인 이메일에 길들여진 이들 중에는 공적인 이메일도 아무 생각 없이 주저리주저리 글을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 이메일은 자기 글의 완성도를 떨어뜨릴뿐더러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데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장도, 구성도 간결할수록 커뮤니케이션 효과는 커진다.

글의 결은 가급적 솔직하길 권한다. 모든 것을 다 드러내놓고 적나라하게 쓰라는 얘기가 결코 아니다. 사실에 기반해 쓰라는 얘기다. 설사 당장 진의를 감추어야 할 상황이라 해도 전략적 선택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철저하게 사실을 근거로 해야 자신이 가장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솔직하게 써야 솔직한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솔직하지 않은 글은 더 심각한 오해, 나아가 소통의 부재로 인한 반감마저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동시에 이메일을 쓰는 태도는 정중해야 한다. 비록 불편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더라도 우선 긍정적인 면을 인정하고 그 다음에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고 나서 그에 대한 방법적, 혹은 감정적 대안을 제시하는 식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부정적으로 나가다 마지막에 어쩐지 미안해져 짧은 사과 한 줄 붙이게 된다면 상대방은 더 감정이 상하게 된다. 이메일을 예의 바르게 써서 손해 볼일은 전혀 없다. 오히려 자신이 전하려는 메시지의 효과를 살려줄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절대 빼놓지 말아야 할 것! 보내기 전에 자신이 쓴 이메일을 반드시 한번 이상 읽어 봐야 한다. 틀린 글자는 없는지, 어색한 부분은 없는지, 상대방 입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 잠시라도 짬을 내 살펴보자. 바쁜 중에 정신 없이 썼다면, 더더욱 엔터 키를 누르기 전에 10초라도 읽어 봐야 상대방의 이름을 잘못 쓰는 것 같은 ‘최악의 실수’를 면할 수 있다.

이메일은 그 자체로 완성품 상태로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바로 읽히지 않을 경우도 많다. 문자나 카톡처럼 즉석에서 주고 받으면서 만회할 여지가 훨씬 적다는 얘기다. 만일 SNS가 최고라는 사람이라면, 이메일은 텍스트 메시지와도, SNS와도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이메일 제대로 쓰기의 두 번째 포인트가 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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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쓸 줄 아는 사람이 되라: 호모스크리벤스 김지영 저 | 21세기북스
저자는 20년 동안 신문기자 생활을 하며 생생한 현장을 취재했다. 기사를 쓸 때에는 몇 가지 법칙이 있다. 어려운 이야기일수록 쉽게 써라, 짧고 간결하고 신중하게 써라, 제목이 중요하다, 쓰고 나서 최소한 세 번 읽어야 한다 등이다. 저자는 이 법칙이 비단 기사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님을 발견했다. 일기, 서평, 이메일 등 어떤 글을 쓰더라도 이 법칙이 적용된다. 저자가 제안하는 글쓰기 과정에 귀를 기울인다면 우리 모두 호모스크리벤스만이 가진 다이내믹한 특권인 글 쓰는 하루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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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지영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보와 매일경제에서 18년째 기자생활을 하고 있으며, 엔터테인먼트와 라이프 관련 기사를 주로 쓰고 있다. 2000년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에서 ‘1990년대 한국 댄스음악과 10대, 그리고 TV와의 삼각관계’를 주제로 커뮤니케이션 석사 학위를 받았다. 빠르게 변화하는 대중문화의 흐름 속에서 민감하게 파도타기를 하며 각 세대들이 즐기는 그들의 문화와 세대 간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그것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은 흥미를 갖고 있다.
그녀의 최근 작 『헬로키티 성공신화』는 키티 맘 세대로서 네 살 난 딸로 인해 다시 헬로키티의 세계에 입문한 뒤, 만들어진 지 35년이 넘도록 변함없이 전 세계 어린이들의 로망이자 가족도 대신할 수 없는 비밀 친구 역할을 하는 키티에 주목하게 된 것이 동기가 되어 쓰게 된 저서이다. 헬로키티를 이미 잘 알고 있음에도 입이 없기에 모든 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누구든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이입할 수 있게 만드는 헬로키티의 완벽한 디자인과 감성적인 마케팅 전략에 다시 한 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저자는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이상의 시대 반항의 음악-60년대 미국음악과 사회』『살림지식총서-월트 디즈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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