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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를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어쿠스틱 듀오 - 10cm, 술탄 오브 더 디스코, 민트그레이

‘어쿠스틱 듀오’에서 ‘어쿠스틱 로큰롤 듀오’로의 변화-십센치(10cm) 붕가붕가레코드 출신의 인디 신 최초의 립싱크 댄스 그룹-술탄 오브 더 디스코 2012 그린플러그드 페스티벌 ‘신인 밴드 발굴 프로젝트’의 주인공-민트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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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노」, 「죽겠네」,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등 대중적 히트곡만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모르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동안의 앨범을 들어보면 십센치는 분명 꽤나 끈적끈적하고 야한 말장난을 좋아하는 밴드입니다. 그런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여전한 이번 EP앨범 역시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앨범으로 들리네요.

「아메리카노」, 「죽겠네」,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등 대중적 히트곡만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모르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동안의 앨범을 들어보면 십센치는 분명 꽤나 끈적끈적하고 야한 말장난을 좋아하는 밴드입니다. 그런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여전한 이번 EP앨범 역시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앨범으로 들리네요. ‘장기하와 얼굴들’로 유명한 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에서 출격시킨 디스코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와 2012년 그린플러그드 페스티벌 ‘신인 밴드 발굴 프로젝트’의 주인공 민트그레이의 데뷔 EP앨범도 함께 만나보세요. 음악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십센치(10cm) < 2nd EP >

버스커버스커의 등장으로 인해 주춤한 기색이 없지 않지만, 여전히 이들은 어쿠스틱 음악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이끌어내는 몇 안 되는 팀들 중 하나다. 2011년 대한민국의 절대다수 카페에서는 「아메리카노」,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죽겠네」 등의 곡을 틀지 않고서는 배겨낼 수가 없었다. 인디 출신으로는 드물게 만들어낸 전국적인 현상은 이들의 위상을 더욱 공고하게 했다.

성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농밀한 가사와 야하게 간드러지는 권정열의 보컬은 이들 음악의 트레이드마크다. 2집 발표 후 4개월 만에 발표한 < 2nd EP >에도 10cm의 섹슈얼한 매력은 여과 없이 담겨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곡은 「오예」다. 텍스트 측면에서 봤을 때, 네가 나를 ‘녹이고, 물고, 누르고’, 게다가 ‘내 위에 눕는’다는 가사는 받아들이기에 따라 아슬아슬하고, 또 그래서 더 아찔하다.

음악적인 변화를 살펴보면 매력은 배가된다. 10cm는 이번 앨범을 통해 ‘어쿠스틱 듀오’에서 ‘어쿠스틱 로큰롤 듀오’로의 변화를 도모했다. 「오예」 안에 깃든, 1950년대의 유산에서 힌트를 얻은 직선적인 키보드와 척 베리(Chuck Berry)를 연상시키는 익살스런 블루스 기반의 기타 솔로, 한층 풍성해진 리듬라인이 이를 증명한다.

청춘 위로 행렬에 편승한 「근데 나 졸려」, 1집의 「그게 아니고」를 잇는 최루성 발라드 「Nothing without you」, 「죽겠네」와 비슷한 문법을 택한 「모닝콜」 등은 과거 커리어의 연장선에 있는 곡들이다. 새로운 시도라기보다는 ‘잘 해오던 것들을 계속 한’ 곡에 가깝다. 멜로디가 쉽고 단순해 한 번 들어도 뇌리에 강하게 남는다는 점은 이들 노래의 특장점이다.

새로운 접근과 밴드의 고유색이 동시에 보여 매력적인 앨범이다. 그리고 그 시도가 무리하지 않고 자기 것을 지킨 ‘적정 수준’이라는 점도 다행스럽다. ‘단순히 재치를 겸비한 가벼운 밴드’라 평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분명 지금의 10cm는 ‘중심 있는’ 밴드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인 그룹으로 보인다. 10cm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다.

글/ 여인협(lunarianih@naver.com)


술탄 오브 더 디스코(Sultan Of The Disco) < The Golden Age >

우리나라에서 디스코라 한다면 아무래도 펑키(funky)하고 그루비한 흑인 음악 그 자체에 앞서, 댄스플로어와 번쩍거리며 돌아가는 미러볼, 귀를 파고드는 신디사이저 음향을 떠올리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장르의 특성 상 춤과 춤을 추는 특유의 방식을 빼놓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들이 은근하게 고정관념처럼 맺어졌기에 음악도 또한 쿨 앤 더 갱(Kool And The Gang)이나 쉭(Chic)이 보여주었던 연주 중심의 음악보다는 비지스(Bee Gees)나 도나 섬머(Donna Summer)와 같이 디스코텍에서 들을 수 있었던 음악이 더 환영을 받았다.

그렇기에 국내 대중음악 신에서 디스코 음악을 한다는 것은 다소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음악에 대한 이해도도 편중되었을 뿐더러 유행 역시 크게 지났기 때문에 도외로 두는 경우가 많고 또한 장르 본류로의 접근이 아닌, 시도나 접목의 수준에서 대부분 한정된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 또한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보인다. 위용 있는 밴드 이름과 정직하게 꾸며놓아 우스꽝스러운 외모에 인디 신 최초의 립싱크 댄스 그룹이라는 컨셉까지, 진지함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키치로 유명한 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 출신이라는 배경도 또한 이들의 첫 인상을 더욱 가볍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러나 음반을 열어보면, B급 영화 포스터를 연상시키는 앨범 커버 너머로 놀라운 사운드가 귀에 다가온다. 그루비하게 베이스를 몰고 가는 「요술왕자」나 펑크(funk) 리듬의 기타와 브라스 세션을 적절히 배치한 레트로 넘버 「캐러밴」은 실로 매력적이며 신디사이저 연주가 빛을 발하는 「오리엔탈 디스코 특급」과 편곡에서의 치밀함이 보이는 「의심스러워」는 앞서 언급한 두 곡과 함께하는 킬링 트랙들이다.

재미가 소구력을 선점했기에 의외성의 요소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뜻밖이라는 수식어만으로는 작품을 평가하기 어렵다. 말 그대로 ‘잘 만든’ 앨범이기 때문이다. 특유의 리듬감이나 멜로디는 물론이고, 적재적소에 브라스 세션과 신디사이저 사운드를 더하는 구성과 편곡의 측면에서도 밴드는 소울과 펑크(funk), 디스코 음악에 대한 탁월한 소화력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리더 압둘라 나잠(나잠수)이 중심이 되어 녹여낸 동방취미(東方趣味)적 유머 코드가 웃음까지 더하니 음반에는 그야말로 즐길 만한 요소들이 한 가득이다.

다만 가벼운 진정성에 발목을 잡힐 것으로 보인다. 장난이라는 인상이 강한 탓에 아무래도 겉핥기식의 흉내가 아니냐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겠다. 더불어 데뷔 6년 만의 첫 정규 앨범이라는 점 또한 흥미 위주의 단발성이라는 측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니 앨범이 가지는 한계점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내실도 없이 웃음만 추구한다면 당연히 문제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실력도 웃음도 모두 보여줄 수 있다면 그만한 작품이 또 어디 있을까. 그 둘 사이에는 분명 균형점이 필요하다. 시너지 효과는 적정 비율에서만 발생한다는 사실,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글/ 이수호 (howard19@naver.com)


민트그레이 < The Moment >

2011년 봄에 결성했던 4인조 밴드는 2013년이 되어서야 첫 앨범을 내놓을 수 있었다. 홍대 인디 신에서 꾸준히 공연을 해왔지만 밴드 운영이나 인지도의 측면에 있어 많은 난관을 마주했고, 2012년 2월에는 「시간을 넘어」와 「그때」를 담은 싱글 앨범을 발표했음에도 이후 뚜렷한 결과물이 없었다. 기회가 찾아온 것은 작년 봄 무렵이었다. 매해 5월에 열리는 그린플러그드 페스티벌의 신인 밴드 발굴 프로젝트에서 그룹이 해당 밴드로 선정된 것이었다. 그린플러그드 산하 레이블 그린버드와 계약을 맺은 밴드는 2년이 거의 지난 올해 첫 달에 데뷔작을 선보였다.

송지훈(보컬)과 최빛남(베이스), 이화용(기타), 정재훈(드럼)이 모여 결성한 민트그레이는 서정적인 멜로디를 추구하는 모던 록 밴드다. 민트그레이라는 ‘구체적인 의미는 다가오지 않지만 어딘가 우수와 위로가 공존할 것만 같은’ 그룹의 이름처럼 밴드는 슬픔과 눈물의 내러티브를 음악이라는 창구를 통해 구현한다. 특히 감정의 질곡을 섬세히 드러내기 위해 펼친 편곡에서의 역량은 밴드가 가진 매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니가 흐른다」의 멜로디를 잡고 있는 기타 사운드나 「안녕」에서 풍성함을 더하는 현악 편곡, 「시간을 넘어」의 전반(全般)에 자리하는 16비트 리듬 연주는 이목을 잡아끌기에 충분하다.

또 하나 소구력을 발생시키는 지점은 송지훈이 구사하는 보컬이다. 음의 높낮이에 관계없이 담백함과 거칢을 모두 소화해내는 그의 목소리는 듣는 입장에서의 감정 이입을 직접적으로 돕는다. 노래가 가진 테마에 맞게 힘을 뺀 독백과 힘이 실린 절규를 번갈아가며 표현할 줄 아는 탁월한 보컬리스트가 있기에 밴드의 음악에는 더욱 강한 전달력과 지배력이 존재할 수 있다.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조합이다.

다만 뚜렷한 인상을 주지 못한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넬과 같은 밴드를 통해 지난날 이미 들어본 것만 같은 모던 록 사운드는 신선함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게다가 트랙별로 다른 사운드를 추구했다 해도, 텍스트 면에서는 이별 후 찾아오는 상실감을 표현하는 데에만 모든 트랙을 할애하고 있어 후반부로 갈수록 듣는 이들을 지치게 할 공산도 크다.

이러한 점에 있어 민트그레이는 아직 미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섬세한 감정을 노래하겠다는 밴드의 정체성을 보여주기에 이번 앨범은 충분한 작품이었지만, 여기에는 개선의 여지도 남아있다. 아무렴 첫 술에 배부르랴. 가능성이 보이는 과제를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데뷔앨범은 소득이 있는 결과물이다.

글/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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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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