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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금살금 다가가면 넘어올까요? -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

<2013 배비장, 최재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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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개를 설명해 달랬더니 그저 즐거운 작품이란다. 그런데 자료 뒤져봐도 맞다, 즐거운 작품. 다만 고전소설 <배비장전>에 애랑과 배비장의 사랑이 좀 더 지극해지고 현대적 감각이 더해졌달까? 진정한 사랑을 꿈꾸는 천하일색 제주기생 애랑과 사별한 아내를 향한 순정과 지조를 지키려는 배비장,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유쾌 발랄한 사랑 얘기가 47년 만에 부활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창작뮤지컬

그러니까 <살짜기 옵서예>라는 말은 살금살금 다가오시란 제주 방언이다. 어서 오시란 ‘혼저 옵서예’만큼이나 유명한 이 말 <살짜기 옵서예>, 어디에서 들어봤을까? 이렇게 말하면 혹여 기억날지 모르겠다. ‘한국 창작 뮤지컬의 효시로 꼽히는 작품으로, 고전 <배비장전>을 각색했으며 1966년에 발표되었다. 임영웅 연출, 최창권 음악에 한국 발레 무용의 개척자인 임성남이 안무를 담당했다’라고 한다면? 뭐 <배비장전> 정도만 떠올려도 무방하다. 어쨌든 <살짜기 옵서예>는 인터넷 백과사전에도 실릴 만큼 한국 문화사에 남을 작품이다.

“즐거운 작품이에요. 내용 중에 갈등이나 심각한 건 없지만 배비장전을 각색해서 재미있게 만든 작품이죠. 어린이부터 나이 많은 사람들까지 모두 다 좋아할만한 내용이고요.”

얼개를 설명해 달랬더니 그저 즐거운 작품이란다. 그런데 자료 뒤져봐도 맞다, 즐거운 작품.
다만 고전소설 <배비장전>에 애랑과 배비장의 사랑이 좀 더 지극해지고 현대적 감각이 더해졌달까? 진정한 사랑을 꿈꾸는 천하일색 제주기생 애랑과 사별한 아내를 향한 순정과 지조를 지키려는 배비장,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유쾌 발랄한 사랑 얘기가 47년 만에 부활했다.


“부담은 전혀 없어요”

이 작품이 화제가 된 건 1966년 초연 당시 가요계 전설 ‘패티김’이 1대 애랑 역을 맡아 4일간 7회 공연 만에 1만 6천명의 관객을 동원했다는 것. 47년 전 뮤지컬의 불모지였던 한국 공연계에는 일대 파란으로 받아들일만한 작품이었단 얘기다. 그래서 2013년 <살짜기 옵서예>의 캐스팅 자체가 화제였다. 언론의 주목이 부담스럽진 않을까?

“전혀 없습니다.”

아니 아니, 자신만만하다는 이야기일까?

“그래서가 아니라 요즘 공연들은 소재가 굉장히 다양해졌잖아요. 이 작품도 그런 의미로 보면 소재의 다양성 면에서 가치도 있고 고전을 현대식으로 바꿔한다는 것이 즐거워요. 작품에 대한 부담보다는 즐거운 마음이 앞서는 거죠. 고전이라 너무 올드한 작품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세월이 많이 지나서도 리바이벌되는 이유가 있더라고요. 4, 50대 분들이 뮤지컬을 자주 보시진 않잖아요. 대학로로 소극장 뮤지컬을 보려고 잘 찾지는 않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그분들을 위한 보여줄 거리를 만들었다는 게 참 좋아요. 저도 처음에 이 작품을 하겠다고 결정하게 된 계기도 거기에 있거든요.”




마당극에서 홀로그램까지

고등학교 시절 서울예술단의 <배비장전>을 보고 자란 최재웅이 맡은 배비장, 47년이라는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배경이 제주라 인물들이 제주도 사투리를 많이 쓰는데요. 이 부분은 좀 알아듣기 쉽게 바꿨고요. 말투는 현대식에 가까워요. 너무 사극 톤으로만 하진 않았어요. 그래서 보는데 거리낌은 없을 거예요.”

기자는 <살짜기 옵서예>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1980년대 들어 명절마다 TV에서 볼 수 있었던 마당극이 떠올랐다.

“그런 느낌이 들 수도 있어요. 방자가 유쾌하게 극을 이끄는 역을 맡고 있는데 관객과 소통하고 웃음을 이끄는 면에서 마당극 느낌이 날 수도 있어요.”

마당극과 또 다른 점이라면 국악기가 아닌 피아노와 바이올린, 전자기타, 드럼 등으로 무장한 14명의 오케스트라가 전통 음악을 들려준다는 것. 그 외에도 영화 <스파이더맨3>의 아트디렉터이자 뮤지컬 <쓰릴 미>, <파리의 연인>등에서 세계적인 무대 디자인을 선보인 김희수 무대디자이너와 다수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 영상 디자인으로 참여한 애론마이클라인(Aaron Michael Rhyne)이 홀로그램과 3D 맵핑이라는 최첨단 기술을 <살짜기 옵서예> 뮤지컬 무대에 적용한다. 그래서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 경관을 더 입체적이고 화려하게 선보인단다. 안무가 출신 연출가 구스타보 자작(Gustavo Zajac)까지 공동연출로 나서 대한민국 최초의 뮤지컬을 화려하게 부활시킬 예정.




홍광호와는 15년지기

더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홍광호와는 막역한 사이라는데.

“제가 고등학교 선배예요. 어려서부터 알아왔는데 광호를 안지 15년이 넘었어요. 사적으로도 패밀리 중 하나니까요. 그래서 더 즐겁게 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번 작품에 관해 진지한 얘기도 오갔을까?

“전혀 없습니다. 그냥 즐겁게 하고 있어요. 서로 더 웃기려고 하고요. 노래는 광호가 워낙 잘 하니까 제가 오히려 보면서 따라 배우는 부분이 있고요. 저는 사극을 했던 경험이 있으니까 대사 말투 같은 것들은 제가 자신 있는 부분이라 공유를 해요. 서로 놀면서 그렇게 열심히 해요. 진지하게 열심히 하기보다 농담을 하면서 하죠.”

그래서 연습실 분위기는 더 화기애애하다. 숫기가 좀 없지만 좀 친해지면 장난 안 치고는 못 배기는 최재웅. 제작진과 배우들이 모두 좋아 이번 작품을 시작하는 데 망설임도 없었다.

“선영 누나, 광호는 워낙 친해서 죽이 잘 맞아요. 항상 밥 먹고 선영 누나랑 광호랑 커피 한 잔 하면서 수다 떨거든요. 설거지하고 수다 떠는 주부들처럼. 송영창 선생님과 다른 선배님들, 김민정 연출과도 늘 하고 싶었어요. 또 하나는 누구에게나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의미도 있었기 때문이죠. 그동안 좀 한정된 작품들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요.”


드라마를 해서 인기가 올라갔다?

“전혀 아니에요. 길 가다가도 알아보는 사람 없던데요. 그냥 다행스럽게도 영화도 사극으로 데뷔하고 드라마도 사극이어서 그런지 시행착오는 없었던 것 같아요. 사극 말투가 굉장히 정교하더라고요. 기본적인 발음이나 장단음을 구분해줘야 했는데 그랬던 게 지금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카메라에 적합한 외모를 갖고 있는 최재웅은 이미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 출연과 얼마 전 막을 내린 드라마 대풍수에서 동륜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시원스런 서구적인 마스크와 달리 모두 사극. 그리고 이번 뮤지컬도 사극. 다음 작품도 사극이라면?

“감사합니다.”

한 번 하게 된 작품은 죽을 때까지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는 게 배우의 이력. 하지만 최재웅은 자신에게 들어온 작품이라면 우선 이토록 긍정적이다.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사람이 워낙 많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저도 어렸을 때 오디션을 보러 가면 몇 백 명이 오더라고요. 서류에 1차부터 3차까지 오디션을 보는데 줄 쫙 서있는 광경을 봤기 때문에 감히 나한테 어떤 작품이 들어온다면 세상에 그렇게 감사할 수 없어요. 그래서 일단 작품이 들어오면 우호적으로 보게 되는 거죠. 그리고 기존에 했던 역할보다 새로운 역을 좋아하는 편이라 그런 걸 좀 보죠. 앵콜 작품은 가급적이면 안 하려고 하고 새로운 작품들을 좀 선호해요.”

이번 작품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하나 더, 그간 게이나 트랜스젠더, 살인마 등의 역을 맡아 집안 식구들에게 딱히 보러오라 하기 뭐했던 꺼림칙함도 이번 작품으로 싹 씻을 수 있단 사실.

숫기는 없지만, 장난은 무척 좋아하고, 인생에 굴곡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워낙 초 긍정적인 성격 탓에 힘들게 살아온 기억은 별로 없다는 최재웅. 그만의 꾸밈없는 캐릭터는 2013 <살짜기 옵서예>의 새로운 배비장으로 기록될 것이다.


살짜기옵서예.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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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예진

일로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쏘다닌 지 벌써 15년.
취미는 일탈, 특기는 일탈을 일로 승화하기.
어떻게하면 인디밴드들과 친해질까 궁리하던 중 만난 < 이예진의 Stage Sto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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