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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에서 ‘아티스트’로 도약한 JYJ 김재중

성장하는 뮤지션을 바라보는 즐거움 外 롸마와 제4금융, 브루노 마스, 레드 제플린, 정엽, 정원영 전설적 밴드가 남긴 전설적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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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동방신기의 멤버였고, 현재는 JYJ로 활동 중인 김재중의 솔로 앨범이 발표됐습니다. 단순한 ‘아이돌 출신 가수’를 넘어 아티스트로의 발돋움을 시작하는 그의 행보를 응원합니다. 라마가 아니라 ‘롸마’로 불러 달라 자처하며 그룹을 결성해 새 앨범을 낸 래퍼 롸마의 신보와 빌보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브루노 마스 화제의 앨범 < Unorthodox Jukebox >도 함께 소개합니다.

성장하는 뮤지션을 바라보는 즐거움
-김재중, 롸마와 제4금융, 브루노 마스


과거 동방신기의 멤버였고, 현재는 JYJ로 활동 중인 김재중의 솔로 앨범이 발표됐습니다. 단순한 ‘아이돌 출신 가수’를 넘어 아티스트로의 발돋움을 시작하는 그의 행보를 응원합니다. 라마가 아니라 ‘롸마’로 불러 달라 자처하며 그룹을 결성해 새 앨범을 낸 래퍼 롸마의 신보와 빌보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브루노 마스 화제의 앨범 < Unorthodox Jukebox >도 함께 소개합니다.


김재중 < I >

새해를 활짝 연 이 시점에서 JYJ 김재중의 활발한 음악 활동은 팬들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식이다. 2012년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싱글 「One kiss」를 선보이더니 열흘이 채 안 된 1월 셋째 주에는 「Mine」을 타이틀 곡으로 내세운 미니 앨범 < I >를 발표했고, 월말에는 단독 콘서트를 열며 활동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 I >는 무대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 온 김재중의 첫 솔로 음반이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샀다. 아트 오브 파티스의 김바다와 함께 한 록 넘버 「One kiss」를 통해 일정 부분 방향을 제시했으면서도 나머지 곡들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두었던 그의 신보 소식은 사람들에게 기다림을 동반하는 호기심을 던져두었다. 더구나 발표를 앞둔 신곡들이 다가올 공연의 세트 리스트를 구성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바라보면 그 궁금함은 더욱 배가될 수밖에 없었다.

새 앨범은 팬들의 갈증을 해소하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록발라드 라인으로 서정성을 강조한 「One kiss」와, 스트레이트한 진행으로 날렵함을 선보인 타이틀 곡 「Mine」은 김바다의 터치가 묻어난 곡들로 청명하면서도 감성을 잘 구현하는 김재중의 보컬이 빛을 발하는 트랙들이다. 무엇보다도 밴드 음악에 적극 다가섰다는 점은 동방신기와 JYJ 활동 때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록 사운드를 이끌어내며 듣는 사람들에게 높은 흥미를 부여한다.

어쿠스틱 사운드와 피아노 반주가 각각 잔잔한 매력을 전하는 「나만의 위로」와 「All alone」은 김재중이 직접 작곡한 곡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의가 있다. (「All alone」은 (XIA)준수의 「알면서도」를 작곡한 김세진과 함께 작곡했다.) 첫 솔로 앨범에 있어 자작곡의 존재는 뮤지션을 아이돌 출신 가수라는데 한정짓지 않고 아티스트로의 격상을 이끌 수 있는 추진력의 원천이다. 본격적으로 실력 발휘에 나서고자하는 욕심이 드러나는 부분으로, 주위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 만한 결과물이다.

그러나 다섯 곡짜리 미니 앨범이라는 포맷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미니 앨범의 지분이 확대되고 있는 오늘날의 음반 시장 상황이나 단독 공연에 앞서서 선보여야하는 뮤지션의 스케줄도 분명 어느 정도 고려해야겠지만, 각기 다른 특성의 다섯 트랙 사이에는 음반 구성에 필요한 유기성이 보이지 않는다.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린다는 점에 있어 이는 결함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결점은 존재하나 쉬이 노출되지 않는다. 단점보다도 장점이 충분히 크다는 것이다. 새로운 사운드로의 접근과 자작곡을 시도함에 있어 주저하지 않은 아티스트의 모습은 첫 솔로 음반이 투영하고 있는 신보의 가장 큰 가치이다. 음악 신에 애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뮤지션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앨범 < I >는 아티스트의 성장기를 장식하는 또 하나의 커다란 페이지이다.

글/ 이수호 (howard19@naver.com)


롸마와 제4금융(The Rama) < 죄송합니다 >

얼마 전 개명을 선언해 롸마(RAMA)라고 불러야 할, 라마는 자기 빛깔이 분명한 래퍼다. 그는 정치사회적 사건을 다루고 보통 사람들의 생활과 환경을 언급함으로써 시대상을 반영한다. 여기에 익살을 겸해 랩 음악을 무겁지 않은 저널이자 흥미를 유발하는 일상의 기록으로 구현한다. 이 독특함이 그를 눈여겨보게 한다. 랩 슈퍼스타는 아니지만 그간의 족적이 의미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3년 반 만에 나온 새 앨범 < 죄송합니다 > 역시 그만의 특기와 장점을 드러낸다. 「시간여행」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故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사건과 1988년 서울올림픽대회를 이야기하며 당시의 사회를 비판적으로 기술한다. 「아파트」는 고도의 산업화 사회에서 그 구성원이 입는 피해에 대한 고민을 던지며 맹목적 개발의 폐단을 극단적으로 표현한다. 「스타탄생」은 이 나라 대중음악계의 획일화된 모습, 방송국과 대형 기획사의 관행을 꼬집고 「웃는 남자」는 아이돌 가수의 팬이 된 남자의 충성스럽고도 극성스러운 행동을 재미있게 묘사하고 있다. 「전자오락실 키드의 생애」에서는 1990년대 초중반 청소년들에게 최고의 즐길 거리가 돼 주었던 전자오락을 소재로 과거를 되새김질한다.

개인적인 경험과 삶에 중점을 둔 노래에서도 청취자와 교집합이 될 요소를 발굴해 거리를 좁힌다. 「천국까지 12마일」은 새벽에 귀가하는 여정을 순차적으로 밝힌 것에 지나지 않지만, 그리고 지방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잘 와 닿지 않을 설정이지만 지나치는 장소를 계속 담으며 듣는 이와 익숙함의 반경을 맞춰 간다. 또한, 후반부에 故 임종환의 노래 제목을 삽입해 낭만을 파괴한 반전을 꾀한 것은 롸마 특유의 섬세한 유희다. 처절한 자학개그를 보이는 「조은영」으로는 후배, 팬, 본인의 입장을 옮겨 가며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애틋함을 표한다.

아쉬운 것은 있다. 지난 앨범의 상업적 실패를 경험하며 절치부심하는 심정을 녹여낸 「Viper music」은 일본어 가사로 말미암아 이전까지 일으켰던 감정과 단절되고 만다. 「전자오락실 키드의 생애」 마찬가지로 한국 사람이 한국말로 노래했다면 저마다의 오락실에 관한 재미있는 경험이 펼쳐졌을 법한데 불어가 공감할 기회를 박탈한다. 불필요하고 괜한 변화였다.

롸마의 음악은 데뷔부터 지금까지 트렌디하지 않으면서도 어떤 특정한 스타일을 진득하게 따르지도 않았다. 그래서 악곡과 관련한 동어반복은 나오지 않았고 소박함을 간직한 개성이 있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시간여행」은 도착하는 시기별로 그때에 주로 나타났던 베이스라인을 활용하며, 「Viper music」은 인도 음악 같은 신스 루프로 이국적인 멋을 자아내고, 「전자오락실 키드의 생애」는 오락 효과음을 입혀 칩튠(chiptune)과 글리치 합(glitch hop)의 형상을 구축한다. 「거 참 잘한다」는 모호한 존재로 보이기는 하나 타령과 힙합 비트를 맞물려 새로움을 완성했다.

도입부에 디제이 철이 패러디로 재미를 주는 「주말히어로」는 문제 삼을 만하다. 노래는 영국 팝 그룹 지그소(Jigsaw)의 히트곡인 「Sky high」를 샘플로 썼다. 7080 세대에게는 익숙한 이 노래는 유명하기는 해도 샘플로 쓰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 노래를 사용한 본 석스 앤 하모니(Bone Thugs-N-Harmony)의 「Flow motion」과 「주말히어로」의 구성이 판박이 같아 실망스럽다. 이 때문에 답습에 대한 미필적고의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롸마는 이에 죄송해야 할 듯하다.

그것 말고는 앨범 제목처럼 죄송해야 할 이유가 별로 없다. 다수 래퍼가 무의미한 자기 자랑을 늘어놓거나 근사한 스타일을 구하는 데에만 수고하는 상황에서 롸마는 이야기와 메시지에 초점을 둬 기본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큰돈을 벌지 못하고 여느 직장인들처럼 생활하지 못하는 것이 부클릿에 밝힌 가족에게 미안한 이유일 수 있겠으나 롸마는 음악을 통해 사회를 서술하고 즐거움을 주는 큰 업적을 수행하고 있다. 악곡의 훌륭함과 대중성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음악의 전부는 아니다. 앨범으로 표출한 자신만의 색채와 재기는 이미 값지다.

글/ 한동윤(bionicsoul@naver.com)


브루노 마스(Bruno Mars) < Unorthodox Jukebox >

천국으로 이끄는(「Locked out of heaven」), 마치 고릴라처럼 격렬했던(「Gorilla」) 당신과의 섹스를 찬미하기도 하고 다른 남자의 곁으로 보내버린 자신의 실수에 후회해보기도 한다(「When I was your man」). 그런가하면 두툼한 지갑에만 관심을 보이는 여자를 만나보기도 하고(「Money makes her smile」) 돈만 가지고 달아난 여자에게 저주를 퍼붓기도 하니(「Natalie」) 이것만큼은 분명하다. 예전의 브루노 마스가 아니다.

사랑이라면 목숨도 바칠 것만 같던 앳된 로맨티스트는 2년 전의 자리에 남겨두고 180도로 바뀐 브루노 마스(Bruno Mars)로 다시 등장했다. 모습만으로도 환상적이라던 「Just the way you are」나 들뜬 기분으로 프로포즈를 건네는 「Marry you」, 처음의 순간을 소중히 아로새기는 「Our first time」과 같은 구애의 메시지가 전작에 달콤히 깔려있었다면 신작은 정반대다. < Unorthodox Jukebox >에서는 에로스의 색(色)도 안아보고 실연의 독(毒)도 품어본다.

무슨 일 있었나보다 싶은 괜한 억측은 접어둔다 하더라도 음악에 생긴 변화에 만큼은 추측의 눈길을 거두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뮤지션이 직접 이전과는 다른,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풀어보겠다고 언질까지 남겨두었으니 변동의 여부는 확실하다. 그동안의 관습에서 탈피했다는 ‘unorthodox’라는 음반의 수식어에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비단 가사뿐만이 아니다. 사운드의 측면에서도 멜로디 포진에 중점을 두었던 < Doo-Wops & Hooligans >과 비교하면 이번 앨범에는 리듬의 구성과 운용에 더 많이 신경을 쓴 흔적이 드러난다. 엇박에서 진입하는 인트로부터 시작해 시종일관 독특한 비트감으로 듣는 사람을 사로잡는 「Locked out of heaven」이나 업 템포의 사운드 너머로 펑크(funk) 리듬이 배치된 「Treasure」는 이러한 흐름의 확실한 증거이며 공격적인 퍼커션 라인의 「Natalie」 역시 배제할 수 없는 트랙이다.

메시지를 전하는 태도에 있어서는 다소 의문점을 표할 수도 있겠으나 싱어송라이팅의 결과물에 있어서는 나무랄 데 없다. 브루노 마스는 소위 곡을 잘 뽑아낼 줄 아는 실력 있는 뮤지션이다. 「When I was your man」은 여전히 여성들의 마을을 동하게 할 수 있는 애잔한 발라드 곡이며 일렉트로니카의 느낌이 밴 「Moonshine」과 전작의 레게 넘버 「Liquor store blues (Feat. Demian Marley)」의 잔향이 남아있는 「Show me」는 다재다능한 역량을 짚어내는 지표이다. 더구나 그는 훌륭한 목소리도 갖고 있지 않던가. 1960년대의 소울을 떠올리게 하는 「If I knew」는 보컬만으로도 황홀하다.

재능 있는 아티스트와 그가 소속된 프로듀싱 팀 스미징톤스(The Smeezingtons), 그리고 여기에 가세한 프로듀서 디플로(Diplo) 등이 주조한 사운드의 수준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이번 작품 역시 수작이다. 다만 앨범을 평판을 가름할 분수령은 분명히 존재한다. 부드러운 멜로디 메이커로부터 꾀하는 이미지 변신이 통할지 안 통할지, 관건은 여기에 달려있다.

이 점에 있어서는 평단들도 다소 의견을 달리하고 있지만, 팬들의 반응은 전작 못지않다. 영국 앨범 차트와 미국 빌보드에서 각각 1위와 2위에 올라선 것은 물론이고 영국을 제외한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거뜬히 Top 10 안에 진입하는 등 쾌조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 싱글 「Locked out of heaven」도 또한 빌보드 넘버 원 싱글로 기록되었다. 브루노 마스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소포모어 징크스의 효력은 일찌감치 사라졌다.

갸우뚱하게 만드는 컨셉 변신임에는 분명하나 당혹스러운 정도는 아니다. 무엇보다도 음반의 완성도가 뛰어나니 소구력 획득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물음표보다도 느낌표가 큰 작품이다. < Unorthodox Jukebox >에서의 우려는 조만간 새로운 기대감으로 바뀔 공산이 크다. 일정 수준을 상회하는 결과물이 계속 나온다면 이미지의 다각화야 말로 음악 팬들을 설레게 할 흥미로운 요소이니 말이다. 브루노 마스는 그만한 역량을 가진 아티스트다.

글/ 이수호 (howard19@naver.com)


전설적 밴드가 남긴 전설적 라이브
-레드 제플린 外 정엽, 정원영


레드 제플린은 드러머의 사망 후 인기 최정상을 달리던 밴드를 해산하며 전설적 존재로 자리매김한 영국 출신의 하드 록 밴드입니다. 최근 이들의 공연 실황 앨범이 공개되었습니다. 특히 이 앨범은 사망한 드러머 존 본햄의 아들 제이슨 본햄의 참여로 그 의미를 더했다고 하네요. 두 번째 정규 커리어의 마지막 퍼즐을 끼워 맞춘 정엽의 앨범과 소리의 탐구자라는 수식이 어울리는 정원영의 신보 < 걸음걸이 주의보 >도 함께 소개해드립니다.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 Celebration Day >

“우리는 존 본햄을 위해 레드 제플린을 해산합니다.”

1980년 9월 25일 존 본햄의 사망 직후 레드 제플린은 해체 성명을 발표했고 밴드의 이름은 영원히 전설로만 남겨질 것 같았다. 30여 년간 수도 없는 공연 요청과 재결합 제의를 뿌리친 그들은 아틀랜틱 레코드의 창시자 아흐메트 에르테군(Ahmet Ertegun)에 대한 추모를 위해, 그리고 그의 장학 재단의 기금을 모으기 위해 기획된 무대 위에 섰다. 해체 27년 만인 2007년 12월 10일, 새로운 전설은 O2 아레나에서 < Celebration Day >라는 이름으로 다시 쓰였다. (존 본햄의 사후에 3인이 레드 제플린의 이름으로 무대에 선 것은 1985년의 ‘라이브 에이드’와 1988년 ‘애틀랜틱 레코드 창립 40주년 기념 콘서트’, 1995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 헌액 기념 무대가 전부였다.)

추첨을 통해 이루어진 티켓 판매는 세계 각지에서 웹사이트에 등록한 100만 명의 응모자 중 8,000명에게 2장씩의 티켓 구입자격이 주어졌다. 1분마다 8만여 명의 팬들이 티켓팅을 위해 접속했다고 한다. 이는 ‘단일 음악 공연으로서 가장 높은 티켓 수요’로 기록되어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공연에 대한 무성한 소문이 나돌았을 당시 이 콘서트를 볼 수 있다면 모든 재산을 내놓겠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으니 과거와 현재를 잇는 레드 제플린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앨범, 혹은 영상을 보기 전 미리 일러두고 싶은 것이 있다. (CD와 DVD, Blu-ray로 발매되었지만, 음원보다 라이브 영상을 먼저 보길 권한다.) 멤버들은 이미 환갑도 한참 지난 할아버지들이 되었다는 사실 말이다. 로버트 플랜트는 출시가 늦은 이유에 대해 “공연 후 2년쯤이 지나 영상을 봤는데 그때도 살짝 보고 도망갔다. 화려했던 과거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부담이 많이 됐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물론이다. 어찌 전성기에 버금가는 라이브가 가능하겠는가. 하물며 30여 년 동안 단 한 곡의 신곡도 없었던 밴드니 오죽하랴. 하지만 오랜 침묵을 깨는 그들의 무대는 관객과 음악 매체로부터 완벽한 라이브 퍼포먼스였다는 칭송을 받았다.

데뷔 작품 < Led Zeppelin >의 머리 곡 「Good times bad times」로 대망의 공연은 시작된다. 패기 넘쳤던 멤버들은 모두가 60대가 되었고, 드럼 스틱을 잡았던 존 본햄의 자리는 아들인 제이슨 본햄(Jason Bonham)이 앉았다. 달라진 것은 그것뿐이었다. 기본 록 구조의 틀을 허물었다는 평가의 「Black dog」는 뇌리를 찌르는 리프와 정교한 리듬감으로 곡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로버트 플랜트와 관객이 함께 주고받는 후렴구는 라이브의 묘미로 살아났으며, 특히 제이슨의 육중한 리듬 백킹은 아버지의 자리를 메우기에 충분하다. 니힐리즘의 정취를 담아낸 「In my time of dying」의 묵직한 슬라이드 기타 연주는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선율 하나하나에 감정을 싣는 지미 페이지의 기타 액션, 서로 간에 눈짓과 손짓으로 호흡을 맞추어가는 모습은 역시 또 하나의 볼거리다.

1935년 녹음된 델타 블루스의 전설 로버트 존슨(Roboert Johnson)의 「Terraplane blues」를 언급한 레드 제플린 식의 재해석 곡 「Trampled under foot」은 펑키 블루스의 경쾌함이 일품이다. 건반 위에 앉은 멀티 플레이어 존 폴 존스와 쾌조의 솔로잉을 들려주는 지미 페이지의 호흡은 곡의 하이라이트다. 매 라이브마다 새로운 방식으로 연주했다는 「Dazed and confused」의 광란적 사이키델릭은 곡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빠질 수 없는 활 연주와 피드백의 절묘한 공간감 창출은 경탄을 자아내는 명연이다. 지미 페이지의 상징 중 하나인 깁슨 ‘EDS-1275’ 더블넥 기타는 「Stairway to heaven」을 위한 주 무기다. 특별한 기교 없는 주법 안에서의 다채로운 사운드, 로버트 플랜트의 차분함과 격렬함이 공존하는 기승전결의 구성미는 ‘하드록의 예술성’을 최고조로 이끌어 낸다.

비영미권 음악에 대한 경외와 탐미를 담은 「Kashmir」는 록이라는 기본 골격에 인도와 중동음악 요소의 배합이 핵심이다. 오케스트레이션에 덧입은 멜로트론과 디스토션 기타의 조화는 그들의 음악적 성취의 극치이자, 멀티 장르적 종합예술의 대서사시를 완성한다. 앙코르로 이어지는 「Whole lotta love」는 원곡에서 느낄 수 있었던 우주적 사운드의 공명을 더해 공연 막바지의 흥분을 최고조로 이르게 한다. 록 밴드 지망생의 연주 교본이자 필수 코스 「Rock and roll」은 그들의 리듬이 ‘록 비트의 알파와 오메가’라 불리는 이유를 실증한다. 중독성의 굉음과 완전연소의 카타르시스는 레드 제플린의 뿌리다. 모든 연주가 끝나고 눈시울을 적시며 팬들의 박수에 화답하는 제이슨 본햄과 멤버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도 감동이다.

레드 제플린은 자연스러운 조화를 통해 열정 넘치는 에너지를 분출시켰다. 퍼포먼스 자체만 따지더라도 최고의 찬사를 받을 만하지만, 앨범과 영상의 완성도를 위한 밴드와 레이블의 노력이 드러난다는 점 또한 찬사 받아 마땅하다. 생생한 음향은 물론이거니와 역동적인 무대 위 모습과 관객을 잇는 움직임을 동시에 담아낸 편집은 작품의 소장 가치를 높이기에 충분하다. 어쩌면 레드 제플린의 이름을 내건 완전한 형태의 콘서트를 더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르기에 더욱 값지고 소중한 기록으로 남겨질 것이다.

로버트 플랜트는 “우리가 한때 전성기의 시절을 보낸 건 분명하지만, 지금은 그 시절이 끝났다.”며 세월의 흐름을 여유로이 받아들였다. 날카로운 고음을 내뿜었던 그의 음역은 낮아졌고, 섹슈얼한 야성미가 넘쳤던 모습은 주름 깊고 후덕한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변했다. 오컬트 신화에 나올법한 미소년 외모의 지미 페이지는 백발의 노인이 되었고, 듣는 사람의 가슴 밑바닥을 긁어놓았던 기타 연주의 매끄러운 맛 또한 무뎌졌다. 든든한 버팀목으로 상냥한 미소를 머금었던 존 폴 존스 역시 세월 앞에 주름이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지만 이런 피할 수 없는 변화 역시 깊고도 넓은 레드 제플린의 새로운 원동력으로 표출되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축하의 날’(Celebration day)이란 밴드의 마지막 노래는(Swan song) 마치 앙코르처럼 화려한 종결부(Coda)로 마무리되었다.

글/ 신현태 (rockershin@gmail.com)


정엽 < Part 2 : 우리는 없다 >

Part 2라는 이름이 없었다면 깜빡 지나칠 뻔했다. 새로 발매한 음반은 세 번째 정규 앨범이 아니라 두 번째 정규 앨범의 나머지 뒷부분이다. 앞부분인 < Part 1 : ME >를 발매한 때가 2011년 10월이었으니 정엽은 1년하고도 2개월 만에 미완성으로 남겨두었던 퍼즐 조각들을 모두 끼워 맞춘 셈이다.

익히 알려져 있는 능수능란한 정엽의 보컬과 이를 잘 뒷받침하는 싱어송라이터 에코 브릿지(Eco Bridge)의 깔끔한 편곡의 미학이 신보 전반에 살아있다. 피아노와 현악 편곡이 주를 이루는 잔잔한 음률 위로 담백하게 가성 창법을 구사하는 타이틀 곡 「우리는 없다」는 의심의 여지없는 정엽 표 발라드 넘버. 그러나 우리가 들어 온 익숙한 발라드 곡보다도 주목해야 할 부분은 나머지 세 트랙에 존재한다.

두 파트로 나뉜 제작 테마에서부터 알 수 있듯 < Part 1 : ME >< Part 2 : 우리는 없다 >는 사운드에서부터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비감(悲感)을 표현하기 위해 전체의 분위기를 한층 다운시켰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 앨범에서는 연인 사이의 만남과 애틋함, 마찰 등을 그려내기 위해 각양각색의 표현 방식을 사용했다. 톡톡 튀는 리듬이 돋보이는 「우리 둘만 아는 얘기」와 흥미를 유발하는 퍼커션 라인 위에 브라스 세션을 얹은 「웃기고 있어」는 이러한 특징을 잘 나타내는 증거로 아티스트의 레퍼토리를 넓혀줄 소중한 트랙들이다.

다각화된 사운드에 앞서 귀를 잡아끄는 것은 역시 정엽의 보컬이다. 높낮이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그의 목소리는 편곡의 절제된 범위 내에서도 무한한 매력을 드러낸다. 「우리는 없다」와 같은 발라드에서의 부담 없는 담백함은 물론 「웃기고 있어」에서의 힘을 조절하는 역량 또한 팬들의 소구력을 유지시키기에 모자람이 없다. 여기에 가볍게 고음을 훑는 「아..너였구나」에서의 보컬은 흥겨움을 유발하는 펑크(funk) 리듬과 더불어 곡을 음반에서 가장 매력적인 트랙으로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사람들의 기대를 항상 만족시키던 재주 넘치는 보컬은 여전하고 에코 브릿지와 결성한 작곡 듀엣 허니듀오(Honeydew'o)에서의 협업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다채로운 사운드로 듣는 재미까지 더했으니 입지를 단단히 구축한 솔로 뮤지션의 음반으로서는 모자람이 없는 결과물이다. 그러나 시간의 간극은 피할 수 없는 신보의 취약점이다. 1년이 넘는 시간은 호흡의 텐션을 늘여놓기에 충분한 악재다. < Part 1 : ME >와의 유기성이 결여되었다는 점에선 다소 아쉬운 작품이다.

글/ 이수호 (howard19@naver.com)


정원영 < 걸음걸이 주의보 >

음악인에 어울리는 용어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를 보면 ‘학자’가 연상이 된다. 그것은 현재 정원영이 대학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이유도 있지만, 음악을 대하는 마음이나 자세가 그러할 이유가 크다. 물론 ‘학자’라는 단어가 오늘날 의미가 변질되어서 고루하고 딱딱하게 비춰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본 의미는 근본적인 것에 대한 탐구와 성찰, 수련자와 더 가깝다. 그는 음악의 기본인 소리를 살피고 어루만지는 데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 그래서 건반을 압박했을 때 발생하는 음 뿐만 아니라 점멸할 때의 여백도 놓치지 않았다. 그의 음반은 이런 세밀한 집념과 사려 깊은 공간들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그의 연주는 실로 몰입이 필요하다. 세 곡을 제외하면 모두 피아노 연주곡이다. 하얗고 검은 건반이 교차하는 음악은 겉으로 보기에는 간결하고 명료하다. 다만 소리 사이로 복잡하게 남아있는 울림과 잔향을 발견할 때, 그의 음악은 비로소 경이롭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6집은 호평을 받은 < 5집 정원영 >과 많이 닮았다. 대구(對句)를 이루는 곡도 몇몇 손에 잡힌다. 민요의 색체로 온화한 어머니를 담았던 「봄타령」은 그 보다 조금 더 비애감을 담은 「사랑합니다 (Thanks 12)」와 훌륭한 세트가 된다. 「사랑합니다 (Thanks 12)」는 아버지에게 바치는 노래로 ‘부모’라는 카테고리로 묶기도 좋다. 그의 말에 따르면 「후회」는 전작 「변명」의 뒷이야기로 엮을 수 있다고 한다. 「변명」에 구구절절 슬픔이 흘렀다면 「후회」는 절제된 연주가 더욱 애통하다.

잔잔하게 흐르는 연주곡이다 보니 노랫곡은 자연스럽게 튀어 오른다. 정원영은 일찍이 부터 ‘음악은 너무 재미있어야 한다!’는 지론을 펼쳐왔다. 그런 신념은 「YK259 zipper」나 「날아라 제임수 딘(이은미 노래)」처럼 유쾌한 곡들을 창작해왔다. 「행복해졌어」와 「선인장과 치즈」도 이런 신조를 잇는다. 게다가 이번 곡들은 음악인생 35년 만에 처음으로 가사를 짓고 거기에 음을 붙였다고 한다. 밴드 카도(신윤철, 신석철, 송홍섭, 김책의 프로젝트 그룹)와의 작업으로 가볍지만 짜임새는 견고하다. 다소 올드하고 빈티지한 느낌은 그가 이 곡들을 비틀즈를 염두(?!)하고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외양은 평온하고 아름답지만 그 속을 가만히 기울여 보면 텅 빈 방과, 후회와 행복 등 다양한 감정들이 녹아있다. 속도가 LTE로 흐르는 시대, 이런 조용하고 단아한 연주곡들은 대중의 외면을 당하기 일쑤다. 많은 사람들이 이 앨범을 집중해서 듣지 못하고 지나칠지도 모르겠다. 뭐 그렇다고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걸음걸이를 주의 하는 마음, 그 작은 여유 하나면 충분하다.

글/ 김반야(10_b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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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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