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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물방울이라는 와인, 편안하게 민낯으로 만날 순 없을까?

조금 알면 더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와인 이야기 박찬일 작가와의 <보통날의 와인>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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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어떤 술일까요? 와인은 참 매력적인 술이에요. 다른 술에 비해 차분해지는 술이지만, 분위기를 살짝 흥분시키기 때문에 연애할 때 안성맞춤인 술이기도 하죠. 와인을 마시다 상대방 손을 잡으면 전류가 이렇게 지나가는 느낌이 드는 따뜻한 술이기도 하구요. 소주는 친해지다가도 너무 많이 먹으면 주먹을 부르기도 하고, 맥주는 좀 친해질 만하면 화장실을 가게 되잖아요. 그런점에서 와인은 생각이 다른 사람과 서로 융화되기 가장 좋은 술이라고 생각해요.”


까페 ‘마켓 밤삼킨별’ 2층에서 이루어진 와인토크는 소박하고, 낭만적인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보통날의 와인』을 쓴 박찬일 씨였다. 그는 등장과 함께 금양인터내셔널에서 준비한 오늘의 와인 ‘꼬든 네그로 브뤼 (Cordon Negro Brut)’를 땄다. 초청받은 손님들은 환호했다. 와인에 어울리는 디저트와 잔을 채운 스파클링한 화이트 와인이 이날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행사의 부제는 ‘박찬일 작가와의 힐링 캠프’, 사회자가 오늘 이시간을 통해 지치고 피곤한 마음을 힐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찬일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늘 이 시간에 힐링을 하겠다고 오신 분들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누가 누구를 힐링하겠어요. 텔레비전에 힐링이라는 말이 대세잖아요. 요즘 우리는 참 치료받고 싶어하죠. 맞아요, 이 한잔의 와인으로는 힐링을 해줄 수 없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와인값을 보면 힐링이 되진 않거든요. (웃음) 하지만, 와인을 통해 친구도 만나고, 조금 마음을 열 수는 있겠죠.”

댓글을 직접 꼼꼼히 읽어본 박찬일 작가. 그는 와인을 안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좀더 와인의 매력을 느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할지 모르는 분들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함께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와인과 어떻게 하면 좀 더 친해질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지요. 특히 우리나라처럼 와인에 로망을 가지거나 높은 벽을 느끼는 분이 많을수록 친해지기 힘들어요. 정작 요즘, 집 근처 에서도 흔히 와인을 살 수 있는데도요. 이 책은 편견을 깨고 더 많은 분들과 와인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썼던, 『와인스캔들』의 개정판이예요.”




와인과 친해지기 첫 번째, 선입견을 가지지 말자.
‘우리 와인에는 물도 탄다.’


저자가 처음으로 와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중학교 때 본 첩보영화였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멋있게, 그리고 맛있게 마시던 술에 대한 호기심, 그뿐이었다. 본격적인 요리 수업을 배우기 위해 이탈리아로 건너갔다. 요리를 공부하면서 ‘술’도 반드시 함께 공부해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이탈리아에서 박찬일 씨는 현지인에게 와인에 대해 자세하게 물었다. 그랬더니, “우리는 와인에 물도 탄다.”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그동안 배웠던 와인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 부딪힌 거죠. ‘우리 와인에는 물도 탄다. 우리들은 그렇게 마신다.’라는 아주 단순하고 명쾌한 대답이 돌아오더군요. 우리는 바로 와인을 마시고 즐기는 평범한 소비자예요.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안 마시잖아요. 사고의 전환인 셈이었죠.”

그는 와인을 불편하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와인에 대한 불편한 의식이 우리 마음속에 뿌리내려, 와인을 술이 아니라 거창한 무언가로 생각하는 한국 사람의 태도를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와인 문화는 일본에서 많이 들어왔어요. 일본은 근대에 메이저 유신으로 최초로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였고, 이 과정에서 서양문물에 가진 로망도 함께 키워나갔죠. 지금도 일본의 호텔에 가면 빅토리아 시대의 메이드복(하녀 복장)을 심심찮게 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는 그걸 그대로 흡수했고요. 와인잔을 제대로 들지 않으면, 0.5도의 미묘한 온도가 맛을 변하게 된다는 지식? 물론, 맞는 말이지요. 하지만 이탈리아에 가면 와인잔이 아닌 잔으로도 많이 마십니다. 그런 경우엔 어떻게 와인을 즐겨야 하는 걸까요? 결국, TV나 소위 와인 전문가가 말하는 정보가 평소에 와인을 마실 소비자 대상이 아니라 와인을 공부하는 전문가들을 위한, 굉장히 전문적인 지식이라는 말입니다. 매번 와인을 마실 때, 그런 점을 기억하고 실행해 보세요. 와인은 멀고, 불편한 녀석이 되는 거죠.”




와인과 친해지기 두 번째, 마실수록 더 알고 싶어진다.
‘와인은 무궁무진한 매력덩어리.’


‘옆 사람과 함께 한잔 하시죠.’라며 저자는 강연 중간중간에 와인을 권했다. 박찬일 씨의 취미는 여러가지 술을 음미하는 것이다. 소주도 좋아하지만 그에게 와인은 공부할 것이 많은 흥미로운 술이다.

“와인은 어떤 술일까요? 와인은 참 매력적인 술이에요. 다른 술에 비해 차분해지는 술이지만, 분위기를 살짝 흥분시키기 때문에 연애할 때 안성맞춤인 술이기도 하죠. 와인을 마시다 상대방 손을 잡으면 전류가 이렇게 지나가는 느낌이 드는 따뜻한 술이기도 하구요. 소주는 친해지다가도 너무 많이 먹으면 주먹을 부르기도 하고, 맥주는 좀 친해질 만하면 화장실을 가게 되잖아요. 그런점에서 와인은 생각이 다른 사람과 서로 융화되기 가장 좋은 술이라고 생각해요.”

그가 와인을 융화되기 좋은 자연스러운 술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조화’다. 와인은 ‘음식과의 조화’가 드라마틱하게 이루어지는 술이다. 와인은 자극적인 음식도, 가벼운 디저트와도 잘 어울린다.

“외국에 나가면 와인 한잔이 우리나라 돈으로, 300원 하는 곳도 있어요. 서양에서는 기름진 음식이 많고 그만큼 와인이 일상적이고, 곁에서 음식과 함께 잘 어울리는 술이지요. 우리나라에서는 국물이 있는 요리보다는 전이나 갈비찜에 화이트 와인을 곁들여도 충분히 맛있지요. 다만, 양념이 진한 음식에는 고급 술이 어울리지 않아요. 고급 술은 섬세하게 자신을 표현하는데, 음식의 향신료나 양념에 묻힐 수 있거든요.“




와인과 친해지기 세 번째, 어떻게 와인을 알아갈 것인가.
‘책으로, 잔으로, 나만의 방식으로 알아가는 와인’


이날 독자와 만남에서는 질의응답 시간도 있었다. 궁금한 점을 물어보는 게시판 코너가 한쪽에 마련되었고, 많은 독자가 정성스레 메모를 붙였다. 강연 중간중간에 저자는 질문을 뽑았고, 그에 대해 답했다. 독자들은 와인과 어떻게 하면 친해질까 궁금해했다.

박찬일 씨는 와인 마시는 친구를 만들라고 권한다. 모든 취미는 좋아하는 교집합이 있는 사람과 함께 할 때 더 깊숙이 빠지는 법이다. 조금 어려운 방법이지만 와인산지로의 여행도 추천했다. 책에서만 보던 와인재배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면, 와인의 매력에 더욱 빠지게 된다. 쉽게 집에서 해볼 수 있는 방법은, 음식에 따라 와인 고르기, 나만의 와인 마시는 법 만들기 등이 있었다.

“처음 시작하는 와인으로 무엇이 좋을까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이 계세요. 저는 화이트와인, 가벼운 것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레드와인도 좋지만 약간 무겁고 씁쓸한 맛이 처음에 불편하게 다가오니깐요. 지금 마시고 있는 꼬든 네그로 브뢰, 이런 와인도 좋아요. 2만 원대 정도의 스파클링 와인도 요즘엔 괜찮은 것을 많이 찾아볼 수 있죠. 이 와인에는 어떤 음식을 같이 먹으면 잘 어울릴까요? 이런 생각도 해볼 수 있고, 자기만의 방법을 찾는 것도 정말 좋아요. 어떤 분을 보니 가끔 탄산수나 생수를 1:1 비율로 넣어서 먹기도 해요. 저는 무척 더운 여름날엔 얼음을 넣기도 하거든요. 얼음 3개 정도를 좀 센 화이트 와인과 섞어서 마셔 보세요. 맛도 있고, 얼음이 서서히 녹는 걸 느끼는 것도 재미가 있어요.”

이날 행사에서 그는 와인을 마실 때마다 자신에게 요리를 잘 가르쳐주고 소박했던 요리학교 할머니 선생님을 추억했다.

“요리학교에 계시던 할머니 선생님은 뵐 때마다 늘 포근하셨어요. 우리 할머니가 손주들이 멀리서 오면 이것저것 없는 것 있는 것 다 꺼내놓으시는 것처럼, 할머니도 항상 좋은 와인이나 좋은 음식이 있으면 아낌없이 꺼내주시곤 하셨어요. 그분을 보면서 좋은 요리사가 어떤 사람인지 배웠죠. 어디에는 뭐가 유명하니까 꼭 그걸 써야 하고 그게 없으면 안되고 이런 것이 아니라 좋은 요리사는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료와 현재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으로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내는 사람입니다. 저 역시 그렇게 요리하고 싶고요.”

먹고 살려고 요리사의 길로 들어선 박찬일 씨. 줄을 세워 기다린 끝에, 주머니 탈탈 털어 남이 해준 음식을 먹었는데도, 집에서 먹던 음식 만하지 못하다는 불평을 하다 스스로 요리사 길로 접어 들었다. 저자는 이번 친한 선배와 함께 청담동에서 새로운 요리로 사람들을 찾아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천편인률적인 요리가 아니라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요리사 일을 하면서 가끔 양념을 재다 보면 30%의 소금으로 70%의 나머지 음식이 썩지 않을 때를 발견하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아, 10명중에 3명의 사람이 똑바르게 산다면 나머지 7명이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세상은 아름답구나 하고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이 그런 소금 같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저 역시 아름다운 세상에 보탬이 되고자 계속해서 요리하고 싶네요.”


박찬일 작가가 추천했던 그날, 그 와인
꼬든 네그로 브뢰(Cordon Negro Brut)

“검은병에 담긴 샴페인과 같은 고급 스파클링 와인”이라는 의미로 프레시넷의 대표 까바이자 미국에서 사랑받는 No.1의 스파클링와인이다. 미국의 유명한 여배우들에게 사랑받아 널리 알려졌으며, 신선한 산도와 함께 다시한번 입안에서 느껴지는 상큼한 스파클링, 그리고 매혹적인 과일 향이 어우려져 우아하면서도 부드러운 여운을 남기는 고혹적인 매력의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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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날의 와인 박찬일 저 | 나무수
와인을 술이라기보다 일종의 국물로 해석하는 서양 요리사 박찬일. 그가 한국인의 잘못된 와인 지식을 바로잡아 올바른 와인 상식을 알려주고 일상 속 ‘보통날에 와인 마시는 즐거움’을 전한다. 와인은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거나, 와인에 대한 불편함을 가진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와인을 마시는 법을 알려주는 이 책은 2007년 출간된 『와인 스캔들』의 완전개정판이다. 5년 동안 달라진 와인 정보와 더불어 작가의 장점인 요리와 와인 분야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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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남수정(채사모3기)

좋은 책, 좋은 음악, 좋은 사람
그 모든 것에 흐믈흐믈 녹지 않고 언제나 말랑말랑해질수 있는
꽤 괜찮은 젤리가 되고싶다는 "꿈"
그 꿈이 오늘도 제게 좋은 이야기를 쏙 담을 수 있는 힘을 주네요.
@espoir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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