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쟁이 되라고 추천하고 싶진 않지만, 결국 내 선택은… – 허지웅
글 쓰는 남자 인터뷰 시리즈① 영화평론가 허지웅 좋아하는 작가는 고종석, 김훈, 박민규 죽이 되든 밥이 되는 결국 글 쓰는 일을 할 것
영화평론가 허지웅이 나오기 때문에 영화 GV 행사를 간다는 사람이 있다. 영화를 보기 위해, 감독을 만나기 위해, 배우가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영화평론가 허지웅’의 한 마디가 궁금하기 때문이란다. 허지웅, 그는 과연 누구길래 이토록 관심을 받는가.
글이 그 사람을 반영하지 않습니다. 아니, 글이 그 사람을 반영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글은, 어떤 사람을 알게 해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단, 단서가 붙습니다. 글쓴이 자신이 보고 느낀 세상을, 문장 안에 굴절 없이 담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런 문장 안에는 글쓴이의 어린 시절, 글쓴이의 성격, 글쓴이의 성격적 취약점 등까지 미묘하게 배어있어 독자들은 어느덧 그 사람을 상상하게 됩니다. <채널예스>는 그런 글을 쓰고 있다고, 또는 쓰게 되리라고 여겨지는 남자 몇 명을 여러분께 소개하려 합니다. 그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닐지라도 오직 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편집자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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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파워 트위터리안이라면 허지웅의 트윗을 한 번쯤은 관심 있게 보았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관심이 없었을지라도 누군가의 리트윗을 통해 허지웅의 글을 읽었거나, 허지웅과 관련한 논란을 목격한 일이 있다. 최근 영화 <26년> 관계자와의 트윗 공방이 있었고 이후 한 일간지 기자와 설전도 오갔다. 종편 채널 영화 프로그램에 출연해 뭇매를 맞았고 나꼼수를 비판한 트윗으로는 그들의 팬들로부터 꾸준히 공격을 받고 있다. 이 모든 사건은 허지웅에게는 무척이나 예사로운 일이다. 공방을 즐기냐고? 그저, 말을 걸어오면 할 말을 할 뿐이고 속내를 숨기지 않을 뿐이다. 팔로워 3만여 명에 트윗 2만 여건. PC통신 시절부터 컴퓨터 관련 동호회에서 활약했던 허지웅은 질문게시판에서 정곡을 찌르는 답변을 달아주는 유저로 유명했다.
2004년부터 10년간 꾸준하게 블로그(//ozzyz.egloos.com)를 운영하고 있고, 매일 수십 개의 트윗을 자신의 트위터(@ozzyzzz)에 올리고 있는 그를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했다. 어젯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상태가 좋지 않다며, 정신을 차려야겠다며 담배를 한 대 태우고 들어온 허지웅. 초췌해서 죄송하다고 자꾸 구시렁거렸지만,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자 견결한 모습이었다. 껄렁한 표정을 지으며 투박한 말투로 “나는 성격이 모났다”고 말했지만, 단단한 소신이 배어 있었다. 지금은 영화, 사회를 주제로 비평서를 쓰고 있는데 집필 막바지 단계에 들어갔다. 일주일에 세 네 번, 마감을 치르는 날이면 늘 열패감과 조바심에 휩싸여 잠을 이루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