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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모 “가수 그만둘까 생각했었다” -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

속까지 어메이징한 남자, 요셉으로 돌아온 조성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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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연가를 시작할 때쯤이었죠. 시작하기 전에 가수 그만 할까보다 생각했어요. 저는 인생의 흐름을 항상 느끼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잘 캐치해서 먼 길 돌아가지 않고 심플하게 살자, 본능에 가깝게, 사고 당하지 말고. 그래서 그즈음에 그만둬도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광화문연가> 제의가 들어왔던 거죠. 저는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무대에서의 제 일을 지극히 사랑하고 혼신을 다하고 싶어요. 그렇다고 이 일에 집착하는 건 또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도 ‘나그네’라는 생각으로 일을 해요.”


  어쩌면 뮤지컬 무대에서 못 만났을지도 모를 조성모.
  하지만 자연의 법칙대로 밀려온 밀물처럼 요셉 역이 그에게 맡겨졌고, 그는 자연스럽게 막 새로운 드림코트를 입었다.
  이미 요셉 역에 동화된 걸까?
  애잔한 발라드 노래는 따라올 자 없고, 국가대표마냥 운동 잘 하고, 소년 같은 미소만 지을 줄 알았던 이 남자,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뭐 이리 어메이징한 건지.


하지만 제목은 어렵다.

기자도 처음엔 보지 않고는 우물대지 못할 제목을 지닌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 조성모나 여타 배우들도 어렵긴 매 한 가지였다. 그래서 ‘요셉 어메이징’이나 ‘요셉의 드림코트’ 정도로 줄여 말한다고.

“하지만 제목 자체, 요셉의 채색 드림코트가 극의 중심에 있거든요. 드림코트 자체가 꿈, 희망,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에너지를 뜻해요. 요셉의 드림코트 때문에 벌어지는 일부터 아버지에게 나중에 그 옷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상황까지 처음과 끝을 맺는 상징적인 게 바로 요셉의 드림코트거든요.”

뭐 알면 쉽다. 모르면 어렵고. 요셉이라는 역도 그렇다. 성서 한 번쯤 본 독자들이라면 알만한 인물이지만.

“성서 속 인물로 신약에 예수님이 있다면 구약엔 요셉이 있다는 말을 하기도 하죠. 요셉은 위인이라기보다 누구나 겪는 삶을 대변하는 것 같아요. 역경을 겪고, 꿈을 이루고, 꿈을 짓밟히기도 하고,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거죠. 뮤지컬이나 영화 같은 문화 영상 컨텐츠의 마니아로서 본다면 요셉이라는 역할은 배울 게 참 많아요. 오락거리로서의 작품이 많다보니까 어떤 작품에서 배우고 싶거나 교훈을 주는 역할이 흔치 않거든요. 그런데 요셉이라는 인물은 ‘나도 이런 경우가 있었는데’, ‘나도 이래야지’ 하는 메시지를 주는 거 같아요.”


“손오공이 나오는 서유기처럼 즐기시면 돼요.”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을 제작한 뮤지컬의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라이언 킹’, ‘미녀와 야수’, ‘아이다’ 등을 작사한 팀 라이스가 최초로 공동 작업한 작품으로, 한국에서 최초로 라이선스 공연되는 <요셉 어메이징…>. 위의 열거한 작품을 다 본 기자도 다소 생소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이만 회 이상 공연된 검증된 작품이다. 종교적일까 부담된다면 것도 접으시라. 물론 종교적인 색채는 극 전반에 깔려 있지만 종교적인 부담을 느낄 만한 구석은 없단다.

“손오공과 삼장법사, 저팔계가 나오는 서유기를 사람들이 재미있게 보잖아요. 손오공이 부처님의 손바닥을 벗어날 수 없는 이야기가 재미있게 들리는 것처럼 종교적인 색채가 무겁게 비치지는 않잖아요. <요셉 어메이징…>도 그래요.”


“시완아, 너는 스케줄이 없니?”

더블, 트리플도 아닌 콰드루플. 4명이 요셉 역을 맡는다. 아이돌까지 포진된 막강 배역진. 조성모는 무엇으로 승부를 걸까?

“사실 작년에 <광화문연가>를 할 때 더 극명했죠. 윤도현 씨와 함께 했는데 저랑은 색이 완전히 다르잖아요. 형님은 락커고, 저는 발라드 가수고 그래서 비교 아닌 비교도 당했죠. 느낌 자체가 달랐으니까요. 이번에는 송창의, 정동하, 임시완, 그리고 저, 각각 표현하는 게 다를 수 있지만 광화문 연가 때처럼 허구의 인물이나 창작극이 아니라서 요셉이라는 인물 자체의 성격 같은 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표현 면에서는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아요. 다만 누가 더 노래를 잘 하더라, 연기를 더 잘 하더라, 연습이 더 잘 된 것 같더라 정도는 판단하실 수 있겠죠.”

조성모는 그런 면에서 자신만만하다. 연습량이 아직까지 최고이기 때문. 하지만 임시완이 요즘 연습실에 생각보다 너무 자주 와서 불만이라고.

“임시완 씨가 그러더라고요. ‘요셉 역으로 밀어붙일 게 뭐냐’고 했더니 나이라고요. 그래서 저는 뭘로 밀어붙일까 하다가 연습실에 많이 나오는 걸로 승부하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요즘 시완 씨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러면서 오히려 저를 견제하는 거예요. 그래서 물었죠. ‘너는 스케줄이 없니?’ (웃음) 시완 씨가 굉장히 신중해서 제대로 해내지 않으면 안 하는 성격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뮤지컬에도 욕심이 있는 거죠. 그러다 지난주엔가는 저만큼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제가 견제하죠. (웃음)”


조성모는 지금 걸음마 연습 중?

연습실 최다 출연(?) 중인 조성모는 연습도 특별하게 하고 있다. 지금 걸음마를 배운다기에 기자는 이내 고쳐 물었다. 시작이라는 의미의 걸음마가 아니고 진짜 걸음마?

“베테랑 선배들이 지적도 해주시고 많이 가르쳐주시거든요. 요즘 진짜 걸음걸이 연습을 하고 있어요. 가수들은 걷는 연습은 안 되어 있잖아요. 춤에 맞춰 연습하거나 할 뿐인데 뮤지컬은 극을 위한 걸음이 진짜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걷는단다. 대사를 하며 시선을 돌리고 가는 방향으로 가슴을 열어 걷는 디테일한 동작을 물 흐르듯이 표현해내기. 그냥 눈으로 보는 것보다 말로 하니 뭐 이리 어려운 건지. 하지만 순간 기자도 깨달은 바가 있었으니. 숱한 가수들의 뮤지컬 도전기를 보며 잘 하는데 어색한 그 무언가, 그 무언가가 과연 뭘까, 그 의문이 풀리고야 말았다.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모든 감정과 연기는 걸음걸이에서 시작되는데 저는 그걸 몰랐죠. 또 가수들만의 습관이 있어요. 노래가 시작되면 노래만 하거든요. 하지만 뮤지컬은 노래가 대사잖아요. 이번에 선배님들이 10년, 20년 무대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전수해 주시고 잡아주셨죠. 선경이 누나, 남희 선배님, 정원이 누나도 알려주세요. 무대 예술은 걸음걸이 10년, 손 자연스럽게 하는 데 10년, 눈빛연기 10년, 대사하는 데 10년 걸린다는 말을 듣고 진짜 감동스러웠어요.”

감정 전달과 똑 소리 나는 발음으로 노래로는 따라올 자 없을 것 같은 조성모의 새로운 발걸음, 이번 <요셉 어메이징…>을 보는 재미 하나가 더 생겼다.


아이돌과 나 조성모

티켓파워를 지닌 준비된 연기자 아이돌이 뮤지컬 하는 것과 베테랑 가수가 뮤지컬 한다는 것엔 관객 역시 기대하는 바가 좀 다르다. 배우는 얼마나 무겁게 체감하고 있을까?

“아이돌들은 실은 연습만 열심히 하면 배우로서도 일할 수 있다고 봐요. 반면에 저 같은 경우가 부담이 많죠. 저는 가수로서의 이미지가 굳어져 있고 연기도 안 해봤잖아요. 그래서 저는 작년 <광화문연가>에서는 배우로서 노래를 잘 표현해야지 하는 마음이 컸어요. 하지만 올해는 진짜 ‘배우’가 안 되면 다시는 뮤지컬을 못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생겼어요. ‘조성모가 배우로 거듭났구나’ 라는 걸 못 보여드린다면 그만해야죠. 올해 이 작품으로 저한테 가능성이 보인다면 더 해 볼 것 같은데 아직까진 미지수인 것 같아요.”

지난해 <광화문연가>에서 그가 대사를 하면 관객이 픽 웃기도 했다. 것도 진지한 장면에서. 관객이 몰입이 안 되는 캐릭터라면 마땅히 떠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조성모에게 <요셉 어메이징…>은 앞으로 뮤지컬 배우를 하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리트머스 시험지인 셈이다.


조성모, 가수를 포기한 적도 있었다?

최근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선 재기하고 싶은 동료 가수들을 심사하며 눈물을 펑펑 쏟기도 했다. 심사를 하고 있었지만 자신도 겪을 수 있는 일들이라 더 눈물이 났다는 조성모, 그도 한 때 가수를 포기하려고 했다.

“작년 이맘때였어요. 광화문연가를 시작할 때쯤이었죠. 시작하기 전에 가수 그만 할까보다 생각했어요. 저는 인생의 흐름을 항상 느끼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잘 캐치해서 먼 길 돌아가지 않고 심플하게 살자, 본능에 가깝게, 사고 당하지 말고. 그래서 그즈음에 그만둬도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광화문연가> 제의가 들어왔던 거죠. 저는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무대에서의 제 일을 지극히 사랑하고 혼신을 다하고 싶어요. 그렇다고 이 일에 집착하는 건 또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도 ‘나그네’라는 생각으로 일을 해요.”

15년간 노래한 베테랑 가수의 입에서 노래를 하는 것도 ‘나그네’와 같은 스쳐 지나가는 일이라는 말이 나올 줄이야.

“제 이름이 선뜻 생각이 안 나서, 아니면 저라는 존재가 잊히고 만다면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거기에 집착하거나 슬퍼서 인생을 망가뜨리거나 요즘엔 자살을 하기도 하잖아요.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요셉 어메이징…>에서 요셉이 노예가 안 되었다면, 억울한 일로 감옥에 안 갇혔다면 이집트의 왕이 될 수 없었거든요. 길이 하나가 아니란 말이죠. 뮤지컬을 하는 것도 집착하지 않으려고요. 그것도 그저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조성모가 뮤지컬을 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건 앙상블의 땀방울. 하루 12시간을 꼬박 춤추고 노래하며 욕도 먹지만, 밤새 연습하며 메인이 되기 위해 땀 흘리는 그들을 보며 혼자 노래만 잘 하면 그만이었던 자신을 돌아봤다. 가요계 최정상에 섰던 조성모는 혼자 뭘 해본 적도 없었다. 어디든 수행원 없인 다녀본 적도 없었고. 그래서 뮤지컬을 하면서 사회를 배우고, 부딪치면서 참는 법도 익히는 중이다. ‘나그네’ 조성모 인생의 기류는 아직 가수의 길에 머물고 있는 모양이다. 올해 ‘메모리 1998’이라는 이름으로 콘서트 전국 투어가 계획되어 있고, 올 가을에는 새 앨범도 나올 예정이다. 15년 전 가을에 데뷔했던 때처럼 부를 거라는 2013 조성모표 발라드, 또 얼마나 어메이징할지.


요셉어메이징.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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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예진

일로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쏘다닌 지 벌써 15년.
취미는 일탈, 특기는 일탈을 일로 승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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