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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본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 나쁜 남자가 있네?

발레의 틀은 지키되 고정관념의 틀은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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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본은 1992년 <호두까기 인형>과 1995년 <백조의 호수>에 이어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재해석해 지난 12월부터 런던 Sadler's Wells 극장에서 공연하고 있습니다. 매튜 본은 작품 발표회 때 ‘새로운 러브 스토리’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는데요. 그의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잠자는 숲속의 미녀(Sleeping Beauty)



기발레작품은 공연 전에 스토리 공부를 조금 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행히 고전은 스토리가 단순하지만, 우리에게는 참으로 많은 공주와 미녀가 있다 보니 가끔은 이야기가 섞이기도 하지 않나요?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의 동화입니다. 오랫동안 아이가 없던 왕과 왕비에게 어여쁜 공주, 오로라(Ourora)가 태어나 요정들과 함께 축하 파티를 열게 되죠. 그런데 파티에 초대 받지 못한 못된 마녀, 카라보스(Caraboss)가 확실한 ‘뒷끝’을 발현합니다. 공주가 16살이 되는 해에 물레 바늘에 찔려 죽도록 주문을 건 것이죠. 착한 요정, 릴라(Lilac)는 마녀의 저주를 100년의 잠으로 바꾸고, 왕은 공주를 보호하기 위해 나라 안의 모든 물레를 없앱니다.

하지만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게 인간’이지요? 게다가 어여쁜 공주들은 의례 호기심이 많습니다. 어느덧 16살이 된 공주는 성의 꼭대기 층에 올라가고, 그곳에서 노파로 변장한 못된 마녀가 물레를 돌리는 모습에 신기해하다 그만 바늘에 찔리고 맙니다. 공주는 100년의 깊은 잠에 빠지고, 착한 요정, 릴리는 성 안의 다른 사람들도 공주와 함께 잠에 빠지도록 만듭니다. 그리고 다시 오랜 시간이 흘러 사냥을 가던 이웃나라 왕자가 아름다운 공주를 발견하고 키스, 잠에서 깨어난 어여쁜 공주는 왕자와 결혼해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입니다.


발레의 교과서 <잠자는 숲속의 미녀>

<잠자는 숲속의 미녀(Sleeping Beauty)>는 <백조의 호수(Swan Lake)>, <호두까기 인형(The Nutcracker)>과 함께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음악으로 꼽히는데요. 러시아 궁정발레를 담당했던 마리우스 프티파가 안무를 담당했고, 1890년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극장에서 초연됐습니다. 기교보다는 엄격한 틀에 맞춘 고전발레 본연의 우아함을 최대한 살리는 게 특징인데요. 그래서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고전발레의 교과서’로 불립니다.


매튜 본이 다시 쓴 <잠자는 숲속의 미녀>

매튜 본은 1992년 <호두까기 인형>과 1995년 <백조의 호수>에 이어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재해석해 지난 12월부터 런던 Sadler's Wells 극장에서 공연하고 있습니다. 매튜 본은 작품 발표회 때 ‘새로운 러브 스토리’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는데요. 그의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먼저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주로 17세기에서 18세기로 넘어가던 시대배경을 매튜 본은 1890년 오로라 공주의 세례식으로 출발합니다. 1890년은 바로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초연된 해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100년 뒤 오로라 공주는 왕자가 아니라 후드티를 입은 청년에 의해 잠에서 깨어나는데요. 그 청년은 바로 레오(Leo). 매튜 본은 사냥 가던 이웃나라 왕자가 아니라 100년 전 이미 오로라 공주와 사랑하는 사이였던 왕궁 관리 소년으로 하여금 그녀를 다시 잠에서 깨어나게 만들었습니다.


오로라 공주도 심상찮습니다. 그녀는 하얀 드레스에 머리를 가지런히 묶은 요조숙녀가 아니라 신발도 신지 않고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개성 강한 미녀입니다. 이미 아기였을 때부터 그 범상치 않음이 드러나는데요, 막이 열리고 바로 등장하는 아기를 보면 누구나 큰 웃음을 짓게 될 겁니다. 또 다른 변화는 바로 나쁜 마녀 카라보스의 아들 카라독(Caradoc)의 등장인데요. 파티에 초대된 카라독은 이른바 ‘나쁜 남자’의 매력을 물씬 풍기며 오로라 공주에게 접근하고, 오로라는 ‘착한 남자’ 레오와 ‘나쁜 남자’ 카라독 사이에서 조금은 망설이는 모습을 보입니다. 결국 카라독이 건넨 장미 가시에 찔려 잠이 들게 되고요.



매튜 본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 별 다섯에 별 4개 반

매튜 본의 작품은 완벽한 고전작품을 재해석하는 만큼 위험요소가 있습니다. ‘좋다’와 ‘형편없다’가 극명하게 갈리곤 하는데요. 이번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역시 매튜 본’이라는 평에 가깝습니다. 그가 의도적으로 집어넣은 코믹함은 무대 곳곳에 드러나 관객들은 ‘발레의 교과서’를 보며 까르르 웃곤 합니다. 또한 고딕복식이 가미된 요정들의 화려한 의상과, 그 화려한 의상에 어울리는 현란한 군무는 한시도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합니다. 전형적인 공주의 이미지를 벗어난 오로라와 매혹적인 ‘나쁜 남자’ 카라독의 등장도 한껏 현실적인 재미를 더합니다. 또한 차이코프스키 음악의 힘은 무시할 수 없는데요. 때로는 발랄하게, 때로는 바이올린 솔로로 애절하게 울러 퍼지는 그의 음악은 말을 하는 듯 적재적소에서 춤과 ‘하나’로 어울러 집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착한 남자’ 레오가 너무나 평범한 옷차림이라서 공주와의 2인무를 기대하는, 특히 발레의 아름다운 선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안타까움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매튜 본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런던을 시작으로 영국 순회를 마치고 해외 순회공연에 나섭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3년 하반기에는 만날 수 있겠죠? 발레의 엄격한 틀은 충실하게 지키되 고정관념은 시원하게 벗어던진 매튜 본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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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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