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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에 롤링 스톤스, 한국엔 신중현이 있다

아날로그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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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의 소환’은 요즘 음악계의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아바와 퀸 그리고 우리 송창식과 이장희 등 세시봉 스타들, 댄싱 퀸 김완선 등이 근래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돌아온 레전드들이다. 2012년에도 아날로그 시대의 풍부하고도 깊은 향과 결을 전한 레전드들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수 돌아왔다. 지난해 ‘돌아온 레전드 10’을 살펴본다.

디지털문화가 삶을 휘감으면 휘감을수록 그만큼 도도하지는 않더라도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도 상승한다. 젊은 가수들이 판을 주도하는 와중에도 수십 년 전 아날로그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들이 지속적으로 호명된다. ‘레전드의 소환’은 요즘 음악계의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아바와 퀸 그리고 우리 송창식과 이장희 등 세시봉 스타들, 댄싱 퀸 김완선 등이 근래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돌아온 레전드들이다. 2012년에도 아날로그 시대의 풍부하고도 깊은 향과 결을 전한 레전드들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수 돌아왔다. 지난해 ‘돌아온 레전드 10’을 살펴본다.


1. 롤링 스톤스(Rolling Stones)


1960년, 영국 남부의 켄트 시에 있는 다트포트 기차역에서 키스 리차드가 척 베리와 머디 워터스의 앨범을 들고 믹 재거와 부딪치지 않았다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로큰롤 밴드’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1962년에 시작되어 2012년 50년을 맞은 롤링 스톤스의 장구한 역사는 바로 이 우연이 만들어낸 우정의 결실이었다. 1962년 7월에 첫 번째 공식 공연을 가진 이 풋내기 밴드의 나이테가 어느새 50이란 숫자를 썼고 그것을 기념하는 대표작 50곡의 앨범 < Grrr! >을 냈다. 믹 재거와 키스 리차드, 찰리 와츠는 이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벗이자 가족’이 되었다.



2. 신중현


‘한국 록의 대부’라는 영예로운 칭호와 함께 역사의 화환을 듬뿍 받지만 근래에도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는 현재진행형 전설이다. 지난해 12월1일과 2일 이틀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 홀에서는 모처럼 ‘기타리스트’라는 타이틀의 콘서트가 개최되어 그의 음악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경배 대상이라는 사실을 고지했다. 또한 베이스연주자 송홍섭이 주축이 된 ‘카도’라는 이름의 프로젝트 팀은 「거짓말이야」 등 신중현이 김추자에게 준 여섯 곡을 저 옛날처럼 원 테이크 아날로그 방식으로 녹음해 대부에게 헌정했다. 카도 멤버 김책의 말 “나온 지 50년이 지났는데도 전혀 옛날 노래 같지가 않은 신중현 선생님의 곡들이 진정한 고전입니다.” 서구에 50년 롤링 스톤스가 있다면 우리에게도 반세기 신중현이 있다.


3. 비틀즈(Beatles)


2012년은 비틀즈의 역사적인 영국의 첫 싱글 「Love me do」를 발표한지 정확히 50년이 된 해였다. 언제나 때만 되면 돌아오는 그들이지만 작년에도 또 돌아온 것이다. 고등학생이었던 17살의 존 레논과 16살이던 폴 매카트니가 학교에 가지 않고 만든 이 노래는 신선함과 대중적 완성도를 갖춘 진정한 팝송이다. 영국에서 17위까지 밖에 오르지 못했지만 2년 후인 1964년에 살인적인 비틀마니아에 힘입어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에 올랐다.




4. 들국화


들국화는 1997년 멤버 허성욱의 사망을 계기로 잠깐 재결합한 후 전인권과 최성원의 조합이 이뤄지지 못하다가 지난해 마침내 전인권-최성원-주찬권 3인조로 다시 뭉쳤다. 14년만이다.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 서기 위해 <놀러와> 제작진이 공에 공을 들인 것만으로도 그들의 존재감은 컸다. 재결합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이렇게 말했다. “과연 <나는 가수다>나 <TOP 밴드>에 나오는 것이 다인 것인가… 요즘 TV를 보면 너도 나도 다 레전드, 카리스마다. 우리는 그런 것 원하지 않는다. 음악 앞에 다시 소년처럼 서고 싶다. 절대 옛날 가수들이라고 모두 레전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팬은 ‘한국 록의 진정한 재림’이라고 했다. 들국화의 공인된 수식은 ‘한국의 비틀스’다.


5. 에디트 피아프(Edith Piaf)


그의 삶은 행복하지 않았다. 음악인으로는 성공을 거뒀지만 여성으로는 굴곡진 삶을 인내해야 했다. ‘사랑의 기쁨은 짧지만 사랑의 슬픔은 영원하다’라는 노랫말이지만 반어적으로 쓰인 제목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Plaisir d'amour(사랑의 기쁨)」가 에디트 피아프의 모든 것을 표현한다. 사망 50주기는 2013년이지만 프랑스에서는 그를 추모하는 분위기는 조금 서둘러 지난해 이미 시작됐다. ‘샹송 여제’ 파트리샤 카스가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를 감동적으로 이수한 앨범 < Kaas chante Piaf >의 발표와 월드투어는 프랑스인들이 에디트 피아프를 아직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무수한 드라마와 영화에 삽입되고 있는 후반기 절창 「Non je ne rigrette rien」(1960년)은 지난해에도 애니메이션 영화 < 마다가스카 3 >에 울려 퍼졌다.


6. 배호


프랑스의 재즈그룹(Frix)의 보컬 에티앙은 국내 젊은이들도 모르는 배호의 노래 「누가 울어」(Nuga Ulo)를 재즈로 연주했다. 병마에 시달려 나이 서른을 채우지 못한 천재의 요절이 아쉬웠던 것이다. 사실 2012년은 배호 탄생 70년, 사망(1971년) 40년이 걸친 의미 있는 해였고 TV 프로그램 은 11월에 ‘배호의 귀환’이란 타이틀의 배호 특집을 내보냈다. 돌아온 배호에 방점을 찍은 것은 파트리샤 카스가 에디트 피아프를 불러낸 것처럼 우리의 재즈가수 말로가 배호를 불러냈다는 사실! 그 앨범 < Malo Sings Baeho >에 말로는 “40년의 세월을 가로질러 내 앞에 선 ‘젊은’ 그에게 다시 부른 이 노래들을 바친다.”고 헌사했다.


7.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


49년이란 세월은 짧아도 너무 짧았다. 그 누구도 팝의 디바가 이렇게 허무하고 안쓰럽게 세상을 떠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22살 때 발표한 데뷔앨범으로 1,300만장의 음반을 팔아 여가수로서 새로운 기록을 작성한 그는 1980년대와 1990년대의 빛낸 시대의 목소리이자 가수들의 롤 모델이었다. 전 세계 대중음악의 큰 축제인 그래미 시상식을 하루 앞둔 2월11일에 영면, 그래미 주최 측은 지체 없이 휴스턴 스페셜을 마련했다. 휘트니 휴스턴의 사망은 지난해 빌보드가 꼽은 음악계 톱뉴스 1위를 차지했다. 이건 2012년의 충격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비극’이다.



8. 패티김


‘무대의 여왕’ 패티김은 휘트니 휴스턴의 사망소식을 들었을 때 하루 종일 펑펑 울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딱 3일이 지난 후 미련 없이 은퇴 선언을 했다. 아직도 노래할 수는 있지만 나이가 들면 성대도 늙는다는 진리를 알기에 노래를 할 수 있을 때 그만두는 것이 옳다는 판단 아래 용단을 내렸다. 트로트와 신민요만이 있던 1960년대에 서구적 세련미를 더한 성인형 스탠더드 음악을 국내에 소개하고 꽃피운 인물이다. 당대 경제성장의 부푼 꿈을 노래로 대변한 인물이었다고 할까. ‘종이 울리네, 꽃이 피네/ 새들의 노래 웃는 그 얼굴… 처음 만나고 사랑을 맺은/ 정다운 거리 마음의 거리/ 아름다운 서울에서, 서울에서 살으렵니다…’(「서울의 찬가」) 은퇴선언 후 곧바로 이어진 은퇴 순회공연은 그의 바람대로 ‘노을빛이 세상을 완전히 붉게 장식하는 석양 질 때의 모습’으로 기억될 수 있는 감동의 마무리를 짓고 있다.


9. 도나 서머(Donna Summer)


“Queen is dead.” 디스코의 여왕, 섹시 디스코 퀸이 5월 17일에 서거했다. 에로틱 송가 「Love to love you baby」의 교태도, 그래미 최우수 여성 록 보컬을 수상한 「Hot stuff」의 파워도, 여성의 고된 삶을 보듬어주던 「She works hard for the money」의 처절함도 더 이상 우리와 함께 존재하지 않는다. 조지 모로더와 함께 주조해낸 도나 서머 디스코 브랜드의 흥취는 디스코가 백인의 것이 아니라 분명 흑인음악이며 나아가 흑인의 성적, 사회적 자유선언임을 일깨웠다. 그는 “성공은 늘 낯설게 다가온다. 막상 성공하게 되면 기대했던 것인데도 이상하게 느껴진다.”라고 말한 바 있다. 여왕의 부재는 우리에겐 아직도 낯설다.


10.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지미 페이지, 존 폴 존스, 로버트 플랜트 그리고 또 다른 보냄인 제이슨 보냄. 아틀랜틱 레코드 설립자 아메트 어테군을 추모하기 위해 가진 2007년 12월 10일의 공연실황 앨범 < Celebration Day >는 5년이 지나 지난해 말 공개됐다. 27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선 레드 제플린은 존 보냄이 세상을 떠났을 때처럼 그의 아들 제이슨 보냄을 드러머로 맞이해 다시 한 번 우정을 확인했고, 이날의 공연을 본 1만 6천명은 록의 역사를 육안으로 확인하는 불가능을 경험했다. 앨범 출시와 가진 인터뷰에서 로버트 플랜트가 한 말이 자꾸 머릿속에 맴돈다. “레드 제플린의 일원이 된다는 건 하루 밤의 파티 같은 것이 아닙니다. 진정으로 헌신하고 깊게 빠져 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자켓이나 냅다 걸치듯이 하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글 / 소승근 (gicsuck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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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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