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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 <반지의 제왕> 아성 넘을 수 있을까?

<호빗 : 뜻밖의 여정> 새로우면서도 익숙하게 중간계에 안착하다 진정한 시작은 이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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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 시리즈의 1부 <호빗 : 뜻밖의 여정>은 <반지의 제왕>의 이야기로부터 60년 전 중간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절대반지를 프로도에게 넘겨주었던 빌보 배긴스(마틴 프리먼)가 젊은 시절의 간달프(이안 맥컬린)와 13명의 난장이들과 함께 떠난 모험에서 어떻게 반지를 획득하게 되었는지를 되짚어가는 과정이 이 영화의 골조이다.


<프로메테우스>


<에일리언>

<프로메테우스>가 개봉된 후, 관객들의 기대와 달리 리들리 스콧 감독은 이 영화가 <에일리언>의 프리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스핀 오프로 봐야하는 건지 전혀 새로운 영화로 봐야하는 건지 관객들과 평론가들 사이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프로메테우스><에일리언>의 숙명적 DNA를 고스란히 전수하고 있었다. 이렇게 우리는 인기 블록버스터 영화의 시퀄, 프리퀄, 혹은 스핀 오프라 불리는 작품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이미 너무 익숙한 이야기, 이야기의 연속성에 대한 기대감, 전작보다 더 나아야 한다는 시퀄의 부담감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시리즈에 안착할 수 있으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감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시리즈의 연속성을 찾아가고 있다. 여기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비긴즈>처럼 리부트(reboot)라는 새로운 용어를 등장시킨 전혀 새로운 시리즈까지 가세하여 우리는 시퀄, 프리퀄, 스핀오프, 리부트 등 ‘원작’을 기초로 한 다양한 변종 혹은 형제들을 만나게 된다.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21세기를 시작하면서 가장 뜨거웠던 시리즈는 누가 뭐래도 <해리 포터><반지의 제왕> 시리즈일 것이다. <해리 포터>가 원작을 충실히 따르면서 지속적으로 감독을 교체해온 것과 달리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온전히 피터 잭슨 감독의 것이었다. 그리고 명확하게 <호빗 : 뜻밖의 여정><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충실하고도 확실한 프리퀄로 제작되었다. 피터 잭슨이라는 걸출한 감독의 명성에 걸맞게 시리즈의 1편 <호빗 : 뜻밖의 여정>은 유연하고도 세련되게 중간계에 안착한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열렬한 팬이거나, 새로운 <호빗> 이야기를 기대하는 관객에게 <호빗 : 뜻밖의 여정>은 블록버스터 영화가 시도할 수 있는 모든 신기술을 총동원해 마음을 사로잡는다. 2시간 50분의 러닝 타임 내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놀라운 능력은 세련된 테크닉 때문이라기보다는 이야기와 캐릭터를 조절할 줄 아는 피터 잭슨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 때문이다.


<호빗 : 뜻밖의 여정>

: 절대반지 60년 전, 그 중간계의 이야기



<호빗> 시리즈의 1부 <호빗 : 뜻밖의 여정><반지의 제왕>의 이야기로부터 60년 전 중간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절대반지를 프로도에게 넘겨주었던 빌보 배긴스(마틴 프리먼)가 젊은 시절의 간달프(이안 맥컬린)와 13명의 난장이들과 함께 떠난 모험에서 어떻게 반지를 획득하게 되었는지를 되짚어가는 과정이 이 영화의 골조이다. 원작자 톨킨 <호빗>은 자신의 아이들을 위한 베드타임 동화책으로 만들었다고 하는 만큼 <호빗 : 뜻밖의 여정>은 꽤 어두워 비장미까지 감돌았던 <반지의 제왕> 시리즈보다는 훨씬 더 가볍고 밝다.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가 중간계의 운명을 걸고 떠난 불가피한 여행과 달리 <호빗 : 뜻밖의 여정> 속 빌보의 여정은 훨씬 더 개인적인 모험에 가깝다. 피터 잭슨은 그 명성에 걸맞게 제작비 5억 달러를 허투루 쓰지 않았구나! 매순간 느끼게 할 만큼 탁월한 기술력에 세련된 연출력을 더 한다. <반지의 제왕>처럼 수려한 뉴질랜드 경관을 담아내는 로케이션 촬영에 거의 수공예에 가까운 프로덕션 스태프의 정교한 가공능력을 활용해 원작의 상상력을 화면으로 고스란히 옮겨놓는데 성공한다.

또한 피터 잭슨은 인물의 클로즈업과 바스트 숏 촬영 등 근접 촬영을 통해 관객이 인물들과 동화되게 만들면서, 영화사상 최초로 선보이는 하이 프레임 레이트(HFR) 기술을 선보인다. HFR은 1초에 48프레임, 즉 기존 영화 프레임의 2배를 담아내며 사람의 눈으로 실제 이미지를 보는 것과 가장 흡사한 촬영방식으로 생생한 영상을 화면에 구현하는 기술이다. 3D 촬영이 그저 기본이 된 이 영화는 트롤과 오크, 요정과 고블린이 존재하는 톨킨의 세계를 놀라운 생동감으로 담아낸다. 거대한 돌이 사람처럼 움직이는 스톤 자이언트나 간달프의 친구이자 같은 마법사인 라다가스트(실베스터 맥코이)가 타고 다니는 토끼 썰매의 상상력은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팬들을 위한 세심한 서비스도 만족할만하다. 우선 그 등장이 무척이나 반가울 인물은 골룸(앤디 서키스)이다. 감독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이 악역 골룸을 등장시킨 데다 꽤나 비중 있게 묘사해낸다. 또한 <반지의 제왕>시리즈를 이끌었던 주요 인물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곁들어지니, 이전의 세 편을 충분히 숙지한 관객이라면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간달프와 사루만이 전작에서 갈라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김리와 레골라스의 아버지도 만날 수 있다. 게다가 평범하지만 사랑하는 마음과 선행을 실천하는 호빗 빌보가 난장이들과 어울린 여정을 통해 이기적이고 장난스러운 어린애에서 조화와 균형을 배워가는 진정한 사람으로 자라나는 그 성장담은 가슴 뭉클한 감동까지 선사한다.


물론 시리즈의 한계는 분명하다. <반지의 제왕>이 방대한 원작을 짜임새 있게 압축하면서도 인물의 내면까지 심도 있게 들여다본 영화였다면, <호빗> 시리즈는 짧은 원작의 분량을 늘이는 과정에서 빌보의 모험담의 시작을 알리는 초반부를 지나치게 길게 사용하는 등 다소 늘어지는 부분이 있다. 신기술로 극복할 수 없는 배우들의 노쇠 현상도 다소 아쉬운 부분이긴 하다. 시리즈의 프리퀄임에도 더 나이 들어 버린 프로도(일라이저 우드)와 간달프, 사루만(크리스토퍼 리), 갈라드리엘(케이트 블란쳇)를 보고 있자면, 60년 전의 이야기라는 점을 믿을 수 없게 되어버리는 순간도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3년, 2014년 연달아 개봉 대기 중인 시리즈의 2편 <호빗 : 스마우그의 황폐>와 3편 <호빗 : 또 다른 시작>을 기대하게 되는 것은 피터 잭슨이라는 이 괴물 같은 감독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정교한 프랜차이즈 영화는 다양한 관객의 취향에 맞춰 6개의 버전(2D, 3D, 3D HFR, 3D HFR IMAX, IMAX 3D)으로 개봉되었다. HFR 영상의 신기술은 가히 혁명이라 불릴만 하니, 그 시작을 피터 잭슨의 <호빗 : 뜻밖의 여정>으로 경험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엄청난 흥행에 성공한 시리즈는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한 감독에게 거대한 유혹이자 발목을 잡는 덫이다. 무려 30년 동안 <스타워즈>의 성공적인 감독인 동시에 그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조지 루카스와 <쥬라기 공원><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만들었지만, 늘 새로운 이야기로 승부를 거는 스티븐 스필버그는 뚜렷하고도 명확하게 다른 길을 걸어왔다. 피터 잭슨? 애초에 그는 <고무인간의 최후><데드 얼라이브>를 통해 불쾌한 B급 영화의 감수성으로 시작했다. 9살에 <킹콩>을 보고 감독이 되기로 결심했다던 피터 잭슨은 2005년 꿈의 프로젝트 <킹콩>을 리메이크했던 적이 있다. 이 색다른 리메이크를 통해 피터 잭슨은 킹콩의 절절하고 가슴 아픈 로맨스를 담아내어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호빗>과 <반지의 제왕> 사이의 <러블리 본즈>는 그의 작품치고는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그의 취향은 오히려 확연히 드러났었다. 그의 작품 성향을 돌이켜 보자면, 아마도 그는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와는 확연히 다른 길을 걷게 될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2년은 <호빗> 시리즈로 관객을 매혹시키겠지만, 그 이후 <천상의 피조물> 같은 발작적 판타지로 다시 돌아올 그를 기대해 본다.

용어정리

프리퀄(prequel) : 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 <슈퍼맨 리턴즈>는 <슈퍼맨> 시리즈의 프리퀄.
스핀오프(spin-off) : 이전에 발표되었던 드라마, 영화, 책 등의 등장인물이나 상황에 기초하여 새로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 <장화신은 고양이>는 <슈렉>의 스핀오프
시퀄(sequel) : 본편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는 속편.
리부트(reboot) : 프리퀄임을 거부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비긴즈>처럼, 시리즈의 이미지는 차용하되 전혀 다른 이야기로 승부를 걸겠다는 최근의 경향으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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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재훈

늘 여행이 끝난 후 길이 시작되는 것 같다. 새롭게 시작된 길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느라, 아주 멀리 돌아왔고 그 여행의 끝에선 또 다른 길을 발견한다. 그래서 영화, 음악, 공연, 문화예술계를 얼쩡거리는 자칭 culture bohemian.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후 씨네서울 기자, 국립오페라단 공연기획팀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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