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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새벽까지 글 쓰고 혼자 마시는 술이 제일 맛있다”

공지영과 함께 떠나는 지리산 힐링여행 “작가로서 나를 많이 움직였던 순간은…” 공지영 『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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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신작 『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는 공지영의 작품 속에 있었던 수 많은 문장들 중에서, 유달리 빛이 나는 문장을 모아둔 선집이다. 책 출간을 기념하여 공지영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지리산으로 떠나는 여행. 그렇게 20명의 독자는 빛이 나는 문장과 더불어 지리산으로 향했다.

벌써 25년이다. 작가 공지영이 우리 곁에 다가오고 벌써 그렇게 되었다. 그 동안 많은 작품이 나왔고, 독자에게 읽혔다. 그들에게 공지영의 작품은 단순히 활자의 나열이 아니었다. 공지영의 글은 삶에 대한 연민이자 위안으로 읽혔다. 공지영이 만들어낸 수많은 문장은 그렇게 팬들의 가슴 속에 살아 숨쉬었다.


공지영의 신작 『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는 공지영의 작품 속에 있었던 수 많은 문장들 중에서, 유달리 빛이 나는 문장을 모아둔 선집이다. 책 출간을 기념하여 공지영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지리산으로 떠나는 여행. 그렇게 20명의 독자는 빛이 나는 문장과 더불어 지리산으로 향했다.


어색한 첫 만남, 하지만 두근거렸다.

아침 일찍 양재역에서 독자들이 모였다. 시끌벅적 하지는 않았지만 조금은 들떠있는 분위기. 공지영을 좋아하는 독자의 모임이었다. 이들은 앞으로 몇 시간 뒤면 공지영을 만난다. 조금은 들뜬 분위기에 사로잡히는 것이 당연했을 것이다. 어쩌면, 공지영과의 만남 자체 보다는 평일에 지리산으로 떠나는 여행을 간다는 사실이 독자들을 들뜨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건, “공지영 작가님이 지금 지리산으로 오고 계시는데, 알고 보니 지금 우리랑 같은 휴게소에서 쉬었습니다.”라는 말에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공지영과 독자와의 첫 만남은 점심시간이었다. 점심 메뉴는 산채정식. 돌솥에 나온 따뜻한 밥에 정갈한 산나물을 고추장에 비벼 먹으며 같이 여행 온 이들끼리 서서히 낯을 익혀나갔다. 독자들은 오랫동안 버스를 같이 타고 온 사이였지만, 서먹했다. 밥을 뜨다 보니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밥이란 오묘하다. 밥을 먹고 있으니 지금까지 존재했던 묘한 긴장감이 날아가 버린다. 그래서 이효리는 CF에서 그렇게 “밥 한번 먹자.”라고 이야기했나 보다.

참가자들이 밥을 먹으며 간략하게 자기소개를 했다. 독자의 이야기를 들으니 참 다양한 사람이 모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초등학생 딸과 함께 온 엄마, 중학생 딸과 함께 온 아빠, 고등학생 조카와 함께 온 삼촌, 우선 가족이 있었다. 학교를 빼먹고 온 학생, 아이를 남겨두고 온 어머니, 여행을 다니며 책 쓰기를 준비하고 있는 예비 작가, 큰 꿈을 품고 사회에 나왔지만 힘들어하는 사회 초년생도 있었다. 남겨진 업무를 뒤로 하고 온 회사원에, 덤으로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도 참가했으니 어지간해서 모이기 어려운 조합이었다.

그래도 이들에게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하나는 공지영 작가의 팬이라는 점과, 다른 하나는 만만치 않은 결단을 하고 참석했다는 점이다.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고 한들, 지리산 여행을, 그것도 평일에 떠나기는 쉽지 않다. 어디까지나 나름대로 열망을 가슴에 품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리라. 그런 열망을 알고 있어서였을까? 공지영은 독자들의 자기 소개를 열심히 받아 적었다. 물론 “받아 적어도 어차피 까먹어요. 제가 사람 얼굴하고 이름을 기억 잘 못하거든요. 그래도 노력은 해보려고요.”라는 말도 덧붙였다. 작품에서 볼 수 있었던 솔직 담백한 공지영의 모습 그대로의 대사였다.


노고단에 오르다.


점심을 먹고 다시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빙글 빙글 돌아 지리산 중턱, 성삼재 휴게소에 닿았다. 버스에서 내리니 도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던 프렌차이즈 카페 하나가 눈에 띄었다. 문득 지리산도 사람이 사는 곳임을 새삼 깨닫고 말았다. 노고단까지는 자유롭게 올랐다. 함께 온 사람끼리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며, 혼자 온 사람은 다른 혼자 온 사람과 함께 산을 올랐다. 길은 단정했다. 옅은 구름에 햇볕이 가린 날씨는 쾌청했다. 가볍게 산책하는 마음으로 산에 올랐다.

간혹 독자들은 공지영에게 궁금했던 것을 묻곤 했는데, 그녀는 곧잘 성실해 답해주었다. 등산이 중반에 다다르자 힘에 부쳤는지, 이내 막걸리를 찾기 시작했다. 노도단을 오르는 중간 즈음에서 막걸리가 갑자기 나올 일은 없다. 결국 간단하게 에너지 바를 먹으며 막걸리에 대한 아쉬움을 달랬다.

당초의 계획은 노고단 돌 무덤 근처에서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이었으나, 추운 날씨 때문에 아쉽게도 취소되었다. 공지영 작가와 더불어 몇몇 독자는 추위를 못 이기고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남은 독자는 노고단 정상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날씨는 무척 추웠다. 다들 몸을 떨었다. 그래도 노고단은 오를 만했다. 다 오르니 아름다운 절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지리산의 절경에 내 자신이 품어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노고단을 내려와서는 저녁을 먹었다. 저녁 식사는 맛도 좋고 소화도 잘 되는 훈제 고기였다. 산을 오르고 내리면서 고단했지만 한편으로는 상쾌했다. 고기에 곁들여 마시는 맥주 한 잔에 모임의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인 심청 이야기 마을로 향했다. 깊은 산 속에 자리 잡은 한옥 팬션은 도시를 떠난 독자에게 고적한 분위기를 선사했다. 잠깐의 휴식시간이 지난 뒤, 공지영과 독자가 대화하는 시간을 즐겼다.


꽁지 작가와 독자와의 대화


독자 :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지 궁금하다. 그 이후로도 작가로 산 인생에 대해 후회가 없다 했는데 그 이유는?

공지영 : 내가 작가가 된 계기는 『수도원 기행』『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에 잘 나와있다. 너무 길어서 이 자리에서는 말하지 못하겠다. 작가로 산 삶을 후회하지 않은 이유는 다른 걸 할 줄 몰라서다. 다른 걸로 돈을 벌 재주가 하나도 없다. 그래서 하던 거, 그나마 잘 할 수 있는 걸 붙들고 있자고 생각했다. 아마 재주가 많은 사람이었다면 다른 길로 몇 번 갔을 거다. 왜냐하면 제일 힘들었던 건, 글을 쓰는 게 아니니까. 그건 두 번째로 힘들다. 글을 쓰는 건 당연히 힘들디. 노동이다. 작가란 직업이 돈 벌고 잘 살려면 알려져야 한다. 작가 공지영에만 관심이 많으면 좋은데, 인간 공지영에 관심이 많아지니 너무 힘들었다. 관심만 많아지면 좋은데 “내가 잘 아는데~”라고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퍼뜨리는 게 작가 생활 25년 중 7~8년 정도를 힘들게 했다. 지금은 익숙해져서 괜찮지만, 그때만 해도 작가를 그만둘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때는 그게 남녀차별이라 느낀 적이 많았다. 외모, 결혼 상태, 아이들. 생각해 보라. 어떤 남자 작가에게도 그런 식의 호칭을 붙이거나, 사적인 관심이 쏟아지는 적은 없다. 남성 작가들이 정숙해서 그런 거 아니거든. 내가 여성 작가라서,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너무 화났고 싫었다. 그래서 그만두고 싶었지만 정말 할 줄 아는 게 없다. 주변에 재주 많은 친구들은 고달프게 살던데, 그런 의미에서는 감사하다.



[ 수도원 기행 ]
[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
[ 지리산 행복학교 ]
독자 : 내 작품 중에서 이건 내가 썼지만 정말 걸작이다, 그런 작품을 꼽는다면.

공지영 : 없다. 앞으로 쓰겠다.

독자 : 이번에 이사했다. 여름이 겨울이 입양하는데, 마당이 넓은가?

공지영 : 마당 넓지 않다. 원래 귀찮아서 이사 안 하려고 했는데 여름이랑 겨울이 때문에 이사했어다. 덕분에 이사할 엄두도 내고, 운 좋게 좋은 집도 얻어서 굉장히 행복하다. 여름이를 어떻게 입양하게 되었느냐 하면 유기 동물에 관심 많다. 유기 동물을 구조하는 친구를 트위터에서 팔로우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친구가 얘는 유독 좀 커서 입양이 안 되고 3번이나 안락사 위기를 모면했는데, 이제 2주 뒤에는 안락사할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더라. 우리 여름이는 시골에서 볼 수 있는 그냥 하얀 똥개다. 사실 나는 작은 개는 별로 안 좋아한다. 여름이를 보는데 왠지 마음이 끌리더라. 그래서 혹시 2주 동안 입양이 안 되면 내가 입양할 테니 안락사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나중에 보니깐 이 친구가 약간 작전을 쓴 것 같았다. 이상하게 입양이 계속 안 된다더라. 그래서 안락사 하기 하루 전날 급하게 갔다. 아무런 물품이 없이. 사료도 없었고, 심지어 당장 끌고 올 목줄도 없었다. 그래도 참 트위터가 좋은 게 사정을 올리니 퀵 같은 걸로 물건이 막 배달이 왔다. 사료며 먹이 그릇, 목줄도. 데리고 왔는데 애가 오줌을 싸면서 도살장에 끌려오는 것 같았다. 일단 데리고 와서 목욕탕에 집어 넣었다 얘가 가만히 체념하고 있었다. 아들이 “얘 왜 이렇게 가만히 있어?”라고 물어봐서 “우리가 씻어 먹는 줄 아나 봐.”라고 답했다. 그리고 나서 아무것도 안 해. 한 달 동안 가만히 앉아서 있었다. 강아지가 좋아하는 통조림을 줘도 안 먹었다. 고민을 하다가 시골 집에 데려갔더니 그 마당에서 처음으로 뛰더라. 그 때 처음으로 결심했다. 내가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가서 얘 우울증을 치료해 줘야겠다고. 우리 애들 때문에는 이사를 안 가는데 강아지 때문에 이사를 갔다. 지금 학교 다니느라 우리 애가 너무 고생한다.

여름이가 요새 점점 예뻐져서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 여름이를 입양한 다음에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 나이 들면서 느끼는 건데, 온 우주가 하나로 연결 되어있다는 걸 여름이 데려오고 나서 알았다. 그냥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데리고 온 건데,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 걔네들의 생명을 구해줬을 때 좋은 기운이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는 거 같다.


독자 : 두 가지 질문이 있다. 우선 술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궁금하다. 같이 온 딸이 이제 중2다. 장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딸 또래 아이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공지영 :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진 않는데 술은 굉장히 좋아한다. 혼자도 잘 마신다. 어떤 의미에선 점점 혼자 마시는 술이 좋다. 아주 친한 친구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는 좋지만, 의례적인 술자리는 너무 싫어해서 그럴 바에는 차라리 혼자 마시는 게 낫다. 밤 2시 정도까지 혼자 작업하면 신경이 곤두선다. 그럴 때 혼자 탁 마시면, 신경이 착 내려가면서 하루의 일과를 털고 가는 그런 술이 제일 맛있다.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우리 막내도 중 2인데. 북한군의 남침도 막는다는 무서운 중2. 잘 모르겠다. 어릴 때부터 글 짓고, 상 많이 탔지만 한 번도 작가 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때는 작가는 생계 수단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소설을 쓰고 싶으면 비정상이다. 겪은 게 없는데. 뭔가 글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리라 생각했지만 딱히 잡히는 게 없어서 스물다섯까지 뭐가 되고 싶은지 전혀 몰랐다. 그래서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꿈이 없어요?”라고 부모들이 비난할 때 나는 약간 이상하다. 나도 스물 다섯 살 때까지 도무지 뭐가 되고 싶었는지 몰랐거든. 알 때가 되면 다 알게 된다. 요새는 또 평균 수명이 늘어나서 서른 살이 되어서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정확하게 찾는다면 문제가 안 된다.

나는 그냥 좋아서 했다. 아무 대책도 없었고, 아무 목표도 없었다. 한 가지 생각한 게 있다면 가난. 가난은 각오했다. 번역도 하고 잡문도 썼기 때문에 최저 생계비는 근근히 벌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하필이면 돈이 안 생기는 일이라 아쉽기는 하지만, 어떤 것이 와도 이것보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는 않을 거란 확신이 들어서 했다. 어떻게 하다 보니 남 부럽지 않은 연봉도 벌게 되어 황당하다. 지금도 많이 황당하고, 앞으로도 계속 황당했으면 좋겠다.

아이가 책 많이 읽는 데 뭐가 걱정인가. 그냥 잘 먹여주면 된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아이의 재능을 막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해바라기 씨인지, 장미 씨인지는 모르는 거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아주 적극적인 일은 “너는 장미가 되어야 해. 너는 장미가 되어야 해.”라고 말하며 모든 걸 망치고 마는 짓이다. 그 외에는 그저 저 아이가 장미일까, 해바라기일까 지켜보는 게 전부. 지금은 스스로도 뭘 하고 싶은지 모를 거다. 미리 알 필요가 있나? 안다고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 즐거운 나의 집 ]
[ 우 행 시 ]
[ 도가니 ]
독자 : 공지영 작가에게 팬은 어떤 의미인가.

공지영 : 예전에 왜 글을 쓰냐고 모든 작가에게 질문한 적이 있었는데, 나하고 다른 한 사람만 돈을 벌기 위해서 쓴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여기저기서 비난이. 아니 돈만 아는 것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 직업을 갖는 건 다르지 않나. 난 프로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독자를 싹 무시한 난해한 글을 쓰진 않는다.

그런데 언제부터 사인회에서 울먹이는 수많은 사람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나의 작업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가벼운 책임감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나를 많이 움직였던 건 『즐거운 나의 집』을 썼을 때였다. 20대가 와서 “엄마랑 십 년만에 화해했어요.”라며 울먹이는데 그 느낌이 특별했다. 오늘 죽어도 행복한 작가라고 느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나 『도가니』 같이 거창한 작품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건 그냥 그렇다. 절대 보람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그건 그러려고 쓴 것도 좀 있다.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문장을 사람들이 블로그에 올리는 걸 보고 있으면 좋다.

그럼에도 독자를 믿지 않는다. 언제든 나를 버릴 수 있다는 걸 명심한다. 크게 두렵지는 않다. 어차피 호불호는 변덕스러운 거고, 나조차도 그렇다. 나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소설을 쓰면 60점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들이 많이 호응해주면 99점, 100점까지 오른다. 하지만 한 명도 호응해 주지 않을 건 각오한다. 우리가 결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고 만나는 그런 자유로운 만남. 그래서 긴장감이 있는 만남을 앞으로도 유지하려고 한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공지영과 그녀의 친구들은 자리를 옮겼고, 남겨진 독자들은 조금 더 이야기 꽃을 피운 뒤 각자 침소로 자리를 옮겼다.



아름다운 곡성


새벽에 일어나 밖을 나섰다. 어제는 심청 한옥 마을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도착했을 때는 너무 어두워서 숙소를 찾아가는 데 급급했다. 하지만 날이 밝으니 우리가 묵었던 곳이 얼마나 멋진 곳이었는지를 새삼 알고 말았다. 심청 한옥 마을 자체도 정겹게 꾸며져 있었지만, 그보다는 산세가 어우러진 경치가 놀라웠다. 특히 산 아래를 물 안개가 머금고 있는 장면은 마치 산 아래에서 구름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도시에서라면 볼 수 없는 이색적인 풍경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때마침 해가 뜨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었다. 혹자는 높은 산에서 바라보는 일출에 비해 별볼일 없다고 여기겠지만, 함께 여행을 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보는 아침 해는 자연스럽게 감탄사를 내뱉게 만들었다.

하룻밤을 묵은 심청 한옥 마을을 지나 아침 식사를 했다. 아침 메뉴는 참게였다. 적당한 크기에 껍질 째 씹어먹을 수 있는 참게는 그야말로 별미였다. 진한 국물 맛에 반한 많은 독자들은 여기저기서 “한 공기 더”를 외쳤다. 아침을 먹은 후에는 곡성의 명물 증기 기관차를 타는 시간을 가졌다. 원래 계획으로는 공지영도 함께 증기 기관차를 타는 계획이었지만, 작가 사정상 증기 기관차를 타는 곳에서 헤어지기로 했다. 하루 사이에 정이 들었는지 공지영도 아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증기 기관차를 타며 섬진강을 구경하며 도착한 곳은 곡성 장미 고원이었다. 물론 아쉽게도 장미가 활짝 피어 있는 시기가 아니라서 시각적인 즐거움은 조금 부족했다. 하지만 꼭 활짝 핀 것 만이 아름다움은 아닐 것이다. 그저 존재한다는 것. 추운 날씨에도 꽃잎을 보존한다는 것 만으로도 아름다웠다.


집으로

곡성 장미 공원을 끝으로 공식 일정은 끝이 났다. 지루한 고속도로를 타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고 우리는 헤어졌다. 그렇게 끝이 났다.

기사를 쓰면서 그 때를 생각해보니, 기사보다 더 즐거웠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기사보다는 덜 즐거웠던 것 같기도 하다. 아리송하다. 그렇게 기억은 불완전하다. 하지만 사람은 그 기억 때문에 하루 하루를 버틸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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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
공지영 저 | 폴라북스
공지영이 25년간의 작가 인생을 돌아보며 20여 편의 작품 구석구석에서 소중히 길어올린 글귀들을 모은 앤솔로지(Anthology, 선집). 이 책은 온몸으로 사랑했기에, 열정을 다했기에 상처투성이라고 느끼는 모든 존재들에게 바치는 위무의 글이며, 그럼에도 사랑이 삶의 본질에 다다르는 길임을 긍정하고 “한 문장 한 문장 읽을 때마다 가슴에 손톱으로 긁는 것처럼 붉은 상처자국이 주욱주욱 그어질 것같이 아픈, 그러면 안 되지만 잃어버리고만 삶의 이면(裏面)을 일깨워주는, 그러나 결국은 사랑이고 믿음이고 희망인 그런 소설”을 쓰고자 했던 25년간의 문학 인생을 결산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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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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