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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인 당신에게 추천하는 장소 10곳 - 『혼자라서 좋은 날』 전지영 인터뷰

도심 속 혼자인 그대를 위한 웹툰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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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규칙이 생기면 그 안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 싱글에 대한 책을 만들어야지. 라고 하면 ‘싱글에 대한 책‘에 얽매이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 책은, 물론 처음에는 확실한 기획이 있었지만 yes블로그에서 카툰 연재를 하면서 그런 것이 완전히 없어져버렸다. 그래서 ‘싱글이란 이런 것이다.’라던가 ‘이렇게 살아야 한다.’라던가 특히 ‘확실하게 즐겁게 사는 방법’같은 것은 전혀 없다.

항공사 승무원, 편집디자이너, NGO 단체 동물보호 활동가 등 이력이 다양하다. 얼핏 보면, 별로 연관 없는 분야에서 활동한 셈이다. 순간 순간 결정을 내릴 때 어떤 계기가 있었나. 지금까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본다면?

 

사실은 나도 내 직업이 궁금하다. 나는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늘 하고 싶은 일을 택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몰랐던 듯하다. 하긴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그런 것을 알 리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착실하게 커리어를 쌓아갈 때, 나는 무엇이 나를 나답게 만드는지 고민하면서 먼 길을 구불구불 돌아갔다. 인생은 결국 자신이 원하는 곳을 향해 흘러가기 마련이지만 권하고 싶은 방법은 아니다.


내가 어떤 자리에 있어야 할지는 무언가를 열심히 할 때 알게 된다고 믿는다. 만약 열중할 일 자체가 사라진다면, 자연스럽게 다른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우린 누구나 일을 해야 하니까.

 

 

탄산 고양이, 라는 필명에 얽힌 사연이 궁금하다. 아울러 팔월, 광어, 링고. 웹툰에 가끔 등장하는 주변 인물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나.

 

30대 초반에 회사를 그만둔 뒤 생겨난 긴 공백기에 잉여인간의 주된 일과, 그러니까 인터넷을 정처 없이 떠돌기 위해 사용한 아이디가 sodacat이었다. 그때 고양이카페를 많이 들락거렸는데 다들 고양이(cat)가 들어간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었다. 나의 인생은, 이상하게도 내가 생각 없이 결정한 일로 큰 영향을 받는다. 작명을 포함해서.


팔월과 광어와 링고라는 이름도 큰 의미 없다. 재미있는 이름이 좋았는데 ‘엄청해’ 뭐 이런 식의 작명은 내 취향이 아니었고, 그냥  ‘팔’, ‘광’, ‘링’ 등 활력이 넘치면서 단순한 발음이 좋았다.

 

과거에 어떤 책을 냈고, ‘혼자라서 좋은 날’에는 무슨 내용을 담았나.

 

『탄산고양이 집 나가다』 2004, 『뉴욕, 매혹당할 확률 104%』 2005, 『싱글은 스타일이다』 2006, 『나의 낭만적인 고양이 트렁크』 2008, 『별을 세는 가장 멋진 방법』 2011, 대부분 여행에세이로 이번 책까지 모두 6권.

 

규칙이 생기면 그 안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 싱글에 대한 책을 만들어야지. 라고 하면 ‘싱글에 대한 책’에 얽매이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 책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처음에는 확실한 기획이 있었지만 yes블로그에서 카툰 연재를 하면서 완전히 없어져버렸다. 그래서 ‘싱글이란 이런 것이다.’라던가 ‘이렇게 살아야 한다.’라던가 특히 ‘확실하게 즐겁게 사는 방법’같은 것은 전혀 없다. (원래 내 책에 정보 따윈 없어요. 미안합니다.)


『혼자라서 좋은 날』은 일상에 관한 탄산고양이의 사유를 담고 있다. 사실은 누군가에게 보내는 인사라고 할 수도 있다.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은데 타인에게 잘 보이는 방법도 모르겠고 또 어색하고, 그래서 책을 통해 누군가를 만나고 소통하고 싶다는. 나는 이렇게 지내고 있는데 당신은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는. 카툰으로 즐겁게 다가가고 싶었고, 사진으로 감성을 공유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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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전지영


도시에 살며, 기혼이지 않은 젊은 여성을 향한 기성세대의 편견이 있다. 지금은 많이 준 듯하다. 그럼에도 가족 제도를 무너뜨리는 히스테리 많은 노처녀, 와 같은 선입견은 있는데. 당장 명절만 되어도, ‘결혼은 언제?’라는 말을 듣는다. 이런 말을 자주 듣는 편인가? 어떻게 대처하나.

 

현재는 그런 말을 듣지 않는다. 아무래도 30대 초중반에 빈번하게 들었던 것 같다. 대처하진 못한다. 난처한 질문이지만 그런 것까지 대처해야 하면서 사는 것은 싫다.

 

『혼자라서 좋은 날』에는 에세이, 사진, 웹툰 등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가 실렸다. 책으로 나올 분량을 확보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을 듯하다. 어떻게 작업했나.

 

원래는 카툰만으로 구성하려고 했는데 카툰이 모자랐다. 한 권의 책으로 만들려면 최소 100편 정도가 필요했지만 40~50편이 고작이었다. 사실 카툰 책을 내기로 한 뒤, 2년이 지나도록 카툰을 그리지 못했다. 보다 못한 담당 편집자가(위즈덤하우스의 박경아 편집장, 『파페포포』 심승현 작가의 부인이기도 하다) yes블로그 카툰 연재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의했다. 아마 카툰 연재를 안했으면 1편도 못 그렸을 것이다. 아무튼 카툰 양이 적어서 글을 싣기로 했다. 편집자가 글을 더 넣자고 했다. 그래서 예전에 홈페이지 올렸던 글도 정리했고 이전 책에 이미 실렸지만 꼭 넣고 싶은 글도 포함했다.

 

도시의 순간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 인상적이다. 어떤 카메라(및 렌즈)로 찍나. 자신만의 사진 철학이 있다면?

 

라이카 미니룩스. 이미 단종된 오래된 필름카메라인데 결코 미니하지 않아 ‘라지룩스’라는 애칭이 있다. 접사가 안 된다는 것과 70cm라는 어마어마한 최단거리, E02에러만 제외하면 그동안 사용했던 카메라 중에 가장 결과물이 좋은 것 같다. 화각이 좁은 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조작이 복잡하고 렌즈덩치가 큰 카메라는 나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사진철학까진 아니지만 ‘보이는 것보다 보는 것’을 찍고 싶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 시력은 안 좋지만.

 

 

좋아하는 공간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맛집, 카페, 도서관 등 주제별로 나누어서 추천해 주면 좋겠다.

 

추천이라기보다 탄산고양이가 좋아하는 공간.
1.경복궁과 덕수궁
2.서울시립미술관(본관) : 적당하게 널찍하면서 소박하고 오래된 외관이 편해서. 벨기에 영사관이었던 남서울 분관 건물이 더 멋지지만 나의 서식지와 너무 멀다. 예술은 머리 위에 모셔야 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해야 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위압적이거나 광활하거나 너무 개념적인 외관을 가진 미술관은 좋아하지 않는다.
3.수연산방
4.나무사이로 : 오직 커피 맛 때문에.
5.아모카
6.광화문 스타벅스 : 2,3층으로 올라가면 유리창 너머 광화문이 한 눈에 들어온다.
7.더레스토랑 : 1년에 한 번 가기도 쉽지 않지만. 특히 2,3층.
8.인천 국제 공항
9.정독도서관
10.종로 1가의 대형서점 3곳,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디스
그리고 좋아하게 될 것 같은 곳은 서울도서관과 서울역 문화관

 

에세이 곳곳에 버지니아 울프, 제임스 조이스 등 세계적인 작가가 여럿 등장한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이 있다면? 그 작가(혹은 작품)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알려 달라.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책에서도 언급한 어슐러 K 르 귄. 어슐러 K 르 귄은 그의 책에서 ‘예술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다루는 사람’이라고 했다. 소설가는 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말’로 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들의 임무는 허구와 거짓말이다.


나는 자극적인 이야기보다(예를 들면 소년과 호랑이와 얼룩말과 오랑우탄과 하이에나를 작은 보트에 몰아넣은 충격적이고 끔찍한 거짓말 같은 것) 좀 더 우아하게 거짓말하는 작가를 사랑한다. 어슐러 K 르 귄의 소설은 닉 혼비나 폴 오스터처럼 멋있지도 않고, 주노 디아스처럼 강렬하지도 않고, 알랭 드 보통처럼 철학적이지도 않고, 요즘 소설에 비하면 구닥다리라고 할 수 있지만 나는 그녀의 소설을 정말 좋아한다. 특히 『어둠의 왼손』은 개인적으로 내게 의미가 있는 책 중 하나.

 

PS.『혼자라서 좋은 날』 본문 중에 김애란의 소설을 강추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런데 그 사람은 내가 아니다. 나는 김애란 작가의 소설을 읽지 않았다. 한국소설을 잘 안 읽는 무식한 사람이 바로 나. 그런데 어느 한 작가만을 줄기차게 추천하는 사람도 다독가는 아닌 것 같다. 그러니까 책을 추천해달라는 사람이나 추천하는 사람이나 모두 책을 잘 안 읽는 사람이라는 탄산고양이의 유머인데 이런 나의 유머가 별로 유머스럽지 않아서 슬프다.(나는 쉬운 여자랍니다.-_-)

 

201211_1.jpg

사진 제공 : 전지영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혼자가 외롭게 느껴질 때, 뭘 하면 좋을까.

 

외롭다고 느낄 때가 있지만 외로움 때문에 무언가를 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이미 할 일이 쌓여있기 때문에. 나에겐 해야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다. 그래서 외로움을 위해 따로 시간을 낼 수 없다. 게다가 나는 시간을 펑펑 쓰기 때문에 늘 시간이 모자란다.

 

여성이든 남자든, ‘연애’는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책에는 연애 이야기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탄산 고양이 전지영 작가에게 연애는, 그리고 결혼은 어떤 의미가 있나.

 

먼저, 나는 이미 한 번의 짧은 결혼을 경험했고 그래서 연애와 결혼관이 많이 달라졌다. 이 질문은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때가 되면 연애와 사랑에 대한 포괄적인(단지 자신의 개인사에 머무르지 않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가, 다음에 낼 책은 어떤 책인가. 마지막으로 채널예스 독자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편안하게 살고 싶다. 그런데 어려운 일은 하기 싫다든가, 유유자적 산다든가, 그런 의미가 아니다. 이를테면 나에게 ‘편안한 옷’이란, 늘어진 트레이닝 같은 옷이 아니라 나와 조화를 잘 이루면서 나를 나답게 만드는 옷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과 잘 어울리고 그 사람을 잘 말해주는 옷은 스스로에게도 가장 편안하고 즐겁고, 그래서 자주 입는 옷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포멀한 수트가 또 어떤 사람에게는 발칙한 플래퍼걸 스타일이, 각자 자신의 체형, 자신의 태도, 자신의 방향에 따라 어울리는 옷이 다르다. 나를 ‘편안하게’ 만드는 삶이란 그런 것 같다. 나와 조화롭고 나를 나답게 만드는 삶. 그런 삶을 위해 나는 몇 가지 나쁜 습관을 고치려고 하는 중이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내년에 나올 어린이를 위한 동물보호책의 글을 쓰고 있는데 일종의 교육 서적이고 ‘탄산고양이’의 책이라고 하긴 힘든 것 같다(지금 원고 마감을 훨씬 넘긴 상태라서 편집자를 피해 다니고 있다). 탄산고양이의 책은 아직 모르겠다.

 

끝으로 한 마디.


“반갑습니다. 탄산고양이라고 합니다. 서로가 가진 아름다움을 하나씩 끄집어 내주는 친구 같은 책을 만들려고 했는데, 그렇게 읽어주신다면 무척 기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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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서 좋은 날 전지영 저 | 예담

탄산고양이 전지영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카툰 & 에세이집이다. 그는 이제 혼자가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소위 말하는 ‘싱글여성’이다. 이 책에는 나이 마흔이 넘도록 혼자 살면서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여자의 일상을 그린 카툰과 에세이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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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민규(인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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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서 좋은 날

<전지영> 저9,100원(0% + 5%)

탄산고양이 전지영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카툰 & 에세이집이다. 그는 이제 혼자가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소위 말하는 ‘싱글여성’이다. 이 책에는 나이 마흔이 넘도록 혼자 살면서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여자의 일상을 그린 카툰과 에세이를 담았다. 『혼자라서 좋은 날』은 혼자 살면서 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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