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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이 살던 원룸, 셀프인테리어로 바뀐 모습에 즐거운 비명

새댁 블로거를 경악케 한 셀프인테리어의 달인 『숨고 싶은 집』의 특별한 독자 이벤트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 이름을 붙여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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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밝은 편집자의 눈에 띤 그의 셀프인테리어 솜씨는 『숨고 싶은 집』으로 피어났다. 출판사 표현에 의하면, 그는 “새댁 블로거를 경악케 한 셀프인테리어의 달인”이다. 우연수집가와 출판사, 머리를 맞댔다. 출간 기념으로 뭔가 이벤트를 해야겠는데, 뭐가 좋을까! 그리하여, 낙찰됐다. 셀프 인테리어에 마음을 둔, 삶의 배치를 달리하고픈 원룸 생활자를 위해 저자+편집자+마케터가 합심해, ‘페인트칠과 선반 시공’을 해주기로.

인테리어는 ‘배치’의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다. 가구 하나만 배치를 달리해도 방의 모든 풍경은 바뀐다. 재배치된다. 삶 역시 영향을 받는다. 물론, 거대 프랜차이즈 본사의 화폐 욕심 때문에 툭하면 인테리어를 교체하는 시대지만, 그래도 좋은 방법이 있다. 셀프인테리어! 내 집, 내 방, 내가 꾸민다. 특히 이 남자의 셀프인테리어 손길, 예사롭지 않다. 우연수집가(본명 이강산, //moment6.blog.me). 혼자 사는, 어쩌면 궁상과 절친인 것이 당연한, 삼십대 남자치곤 남다르다. 혼자 사는 전셋집을 고쳐 사는데, 배치를 달리함으로써 삶을 남이 아닌 자신의 것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으니 일상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생활하는 곳이 풍요로워야 한다는 것도 그때 깨달았다. 그래서 이사를 했고, 나만의 아지트를 만들어나가는 작업을 했다. 환경의 변화는 확실히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그 과정 자체가 큰 즐거움과 설렘을 주었다.”(p.6)




『숨고 싶은 집』의 출간을 기념해, 삶의 배치를 달리하고픈 원룸 생활자를 위해 저자+편집자+마케터가 합심해, 페인트칠과 선반 시공 이벤트를 열었다. 단, 이런 조건을 내걸었다. 벽지 페인트칠(한쪽 벽면)과 벽에 구멍을 내 선반을 다는 것에 대해. ‘집주인에게 허락을 받을 것, 집주인의 손해배상 청구까지 책임지지 않음’.

웃기거나 슬픈 사연에 가산점을 줬고, 채널예스의 취재와 여럿이 함께 먹는 짜장면 타임이 힘들다면 신청 불가라는 주의사항을 내걸었다. 마침내, 강북구 번동의 ㅈ씨가 구원의 대상자로 간택(?)됐다. 구구절절한 사연과 아량 넓은 집주인을 등에 업고, 취재와 짜장면 타임에 대한 불편이 없는 무난한 성격의 소유자였기에 낙찰! 출판은 아니지만 책 관련한 일도 하는 그녀의 원룸, 지난 11월 5일, 새로운 배치를 위한 우연수집가의 손길에 벽을 맡겼다. 과연, 이 집은 어떻게 변하고 배치됐을까.

“셀프인테리어의 본질은 ‘비용을 아끼면서 내 몸으로 때우자’이기 때문에 많은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부디 천천히, 즐기면서, 어깨를 돌려가며 작업하시길 바랍니다.”(p.168)

살 곳을 정하는 것, 그것이 중요한 이유

어렵게 집을 찾아가니, 작가와 출판사 관계자들의 페인트칠이 한창이다. 헌데, 페인트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흑역사인 ‘지독한 냄새’가 덜하다. 물어봤다. 이 페인트 왜 이러느냐. 우연수집가 왈. 냄새가 덜 한 수입산 ‘던에드워드’ 제품이다! 야, 페인트 좋아졌구나, 이젠 냄새에 취하진 않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냄새가 사라지면 페인트의 존재감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도 해본다.


원래 벽지는 보라색 동그라미가 무늬를 이루고 있었는데, ㅈ씨는 이것을 중국집 벽지 같다며 무척 싫어했다. 비가 새서 곳곳에 누런 얼룩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하얀색 페인트가 이 벽지를 채우고 있었다. 원룸은, ㅈ씨와 동생, 2명이 산다. 이십대 여성 두 명의 7~8평가량의 방은 아기자기한 감이 있다. 원래 이벤트 상품이던 선반 대신 블라인드를 달기로 했단다. 창문을 열면 옆집 옥상이 눈앞에 펼쳐져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도 있고, 햇살이 강해서라고 했다. 창문을 보니, 가깝긴 가깝다. 대도시는 이렇게 가까운 거리가 버겁다. 사람들 사이의 거리가 물리적 거리만큼 가까우면 부담이 덜 하겠지만, 공동체가 와해된 서울은 이웃이 드물다.

여기 집을 어떻게 구했고, 어떤 이유로 신청을 하게 됐느냐고 ㅈ씨에게 물었다. 듣고 보니, 전셋집에 대한 흑역사가 있다. 포항에 살다가 2년 전 서울에 와서 살고 있는데 벌써 세 번째 집이다. “원래 집을 꾸미고 예쁘게 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첫 집은 동갑내기 룸메이트와 원룸에 살았다. 비싸서 반반 나눠서 살았는데, 내 집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인테리어를 못했다. 한 달 반 살았고, 두 번째 살았던 집은, 동생과 함께였는데, 고시원 같은 반지하였다. 창문도 없고, 집주인 아줌마도 좋은 사람이 아니어서 역시 꾸미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살집을 구하다가, 딱 마음에 들어서 두 번째 집이 나가기도 전에, 이 집에 들어왔다. 운 좋게도 요즘 구하기 힘든 전세였다. 그 덕분에 앞선 집에 계약기간이 남아서 월세 몇 달치를 내야하는 출혈이 있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지하철역이 가까웠으며, 바로 옆에 경찰서가 있었으며, 뭣보다 집주인이 좋은 사람 같았다.

벽에 페인트칠을 하고 작가에게도 물었다. 책과 집에 대해.
“전셋집을 얻고 회사를 다녔는데, 어느 순간 권태가 왔다. 무엇이었든,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첫 번째로 내 주변 환경을 창의적으로 꾸며야겠다 싶었다. 집을 알아보다가 지금 한남동 집이 오래되긴 했는데, 집주인이 고쳐도 된다고 하더라. 재밌는 이야기기 나올 것 같아서 고쳤다. 창의적 생각을 위한 수단으로 환경을 그렇게 만들었는데, 그 과정을 콘텐츠화 했고, 현재 인테리어 소품 개발 사업을 준비 중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꾸미게 된 이유는 창의적인 작업환경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반복되는 하루하루에 지겨워질 무렵, 어릴 적 꿈들이 다시 생각나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작가든 수공예 장인이든, 그 작가라는 것이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이야기가 담겨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그 출발이었다. 지난 1년 동안 영화관 같은 침실, 카페 같은 거실, 그리스 산토리니 분위기의 산뜻한 화장실, 오밀조밀한 맛이 있는 작업실 등을 만들어 나갔다.” (한겨레 10월 18일자 esc <초보는 나의 힘> 중에서)
실용서이면서 에세이 성격을 함께 품은 『숨고 싶은 집』의 탄생 배경이다. 제목에서도 그런 뉘앙스가 풍긴다. 세상이 요구하는 가치에서 벗어나 나만의 것을 가질 수 있는 공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우연수’로 착각한다. ‘우연수집가’라는 닉네임을 썼기 때문인데, 그는 여행이든 일상이든 우연히 마주친 것을 콘텐츠화 하고 싶다. 블로그를 개설하면서 ‘나에게 권태를 느낄 때 일상을 예술화하기’라는 대문 글을 달았다. 그리고 그것은 아직 변하지 않은 모토다. 그는 배치를 바꿈으로써 창의적인 일을 하게 됐고, 작가가 됐다. 내 살 곳을 정하고 배치한다는 것,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진화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말(『바이오필리아』)을 떠올린 이유다. “모든 생물이 생존을 위해 내딛는 가장 중요한 첫발은 살 곳을 정하는 것이다. 적절한 장소를 찾는다면 그 밖의 다른 것은 훨씬 쉬워질 것이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회사를 그만두었다. 32라는 숫자 속에 담긴 초조함이 ‘안정의 추구’보다 ‘열정의 실현’ 쪽으로 기울었다고나 할까. 당분간 아무 생각 없이 하고 싶은 일만 해보기로 했다. 신기하게도 ‘멍 때리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아이디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p.95)

페인트칠하면서 나누는 대화의 즐거움

ㅈ씨는 벽이 유일하게 마음에 들지 않는 것 빼고는 이 집의 모든 것이 좋았다. 그런데 그 벽을 재배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기회가 생겼을 때, 그것을 놓치지 않고 잡는 것, 사람살이의 지혜다. 이번 이벤트가 딱 깔맞춤이었던 셈. 그만한 공도 들였다.

s “작가도 뵙고 싶고, 편집자도 좋은 분 같았다. 처음에 이벤트가 뜬 것을 보고 경쟁률이 치열하겠다 싶었다. 조건이 있긴 해도, 끝날 때 즈음 몰렸다고 하더라. 그래서 게릴라 작가사인회가 있을 때 찾아가서 얼굴 도장을 찍으면서 공을 들였다(웃음).”

ㅈ씨가 생각한 방의 포인트 컬러는 ‘녹색’이었다. 책장, 책상, 이불 등 곳곳에 녹색이 배치돼 있었다. 벽지를 흰색으로 선택한 것은 녹색이 강하기 때문에 잘 어울리는 색이었기 때문이다. 흰색 페인트가 벽지 위에 계속 칠해지고 있다. 우연수집가의 손길이 벽을 타고 있었다. 벽지를 뜯어내지 않고 계속 흰색으로 겹칠을 했다. 거기엔 물론 이유가 있다.


“첫째, 벽지를 깨끗이 뜯어내는 게 페인트칠하는 것보다 훨씬 힘이 듭니다. 여러분의 벽 속엔 여러분이 모르는 이 집의 역사가 고스란히 몇 겹이나 덮여 있을지 모릅니다. 둘째, 여러분이 세입자라면, 아니 집주인이라고 해도 나중에 마음이 변하면 페인트나 핸디코트를 제거해야 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때 벽지랑 같이 뜯는 게 나을까요, 시멘트 위에 칠해진 페인트를 일일이 벗겨내는 게 좋을까요? 이런 이유로 그냥 벽지 위에 바르는 게 좋습니다.”(p.62)
우연수집가도 남의 집에 이렇게 손길을 주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부탁이 많이 오나, 해 준 적은 없었다. 책 출간 이벤트 덕분에 ㅈ씨는 행운을 얻은 셈이다. 페인트칠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마르면 칠하고, 또 마르면 칠하고. 냄새가 역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그래도 페인트칠을 하는 작가의 손이 즐거워하고 있다. 하긴 작가의 손만 그런 것이 아니다. 편집자와 마케터의 손도 분주하고, 자신의 공간이 새로 배치되는 것에 대해 방주인도 즐겁다.

편집자와 마케터는 마침, 즉흥적으로 일이 만들어졌다. 즉석 카운슬링과 작업이 이뤄진 것이다. 책장이 원룸 공간을 나누는 구조물로 기능하고 있었다. 침대 발밑, 떡하니 서 있는 책장. 뒷면이 그대로 노출돼 있었는데, 우연수집가는 이것에도 페인트칠을 하자고 권했다. MDF면이라 미관상으로도 보기 좋지 않고 포름알데히드 성분이 스멀스멀 나올 수 있다는 이유였다. ㅈ씨도 흔쾌히 응했고, 편집자와 마케터도 잉여 인력이 되지 않는다며 열심히 페인트칠.

두 사람, 내가 잘했니, 네가 못 했니, 토닥토닥 하면서도 때론 다정한 신혼부부나 오누이마냥 책장 뒷면을 열심히 칠했다. 흰색 페인트가 모두에게 안겨준 즐거움 같은 것. 이런 작업의 즐거움이라면, 각자의 이야기나 경험담이 나온다는 것. 독립생활자끼리의 애환이나 정보를 공유하는 대화도 오간다. 집은 발품을 제대로 많이 팔아야 한다는 둥, 몇 번 집구하기에 실패하니까 요령이 생긴다는 둥, 계약서를 처음부터 꼼꼼하게 봐야 한다는 둥, 귀찮아도 집주인과 이야기를 많이 하고 가능하면 녹음도 하고 사진도 찍으라는 둥.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정보가 쏟아진다. ‘서울에서 집을 구한다는 것의 어려움에 대하여’라는 책을 펴내도 되겠다. 그만큼 집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가 말이다.


집을 가꾼다는 것, 그 소중함에 대하여

흰색 페인트칠이 방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있는 중간, 짜장면 타임도 가지고, 집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해본다. 올 초 32세이라는 나이에 회사를 훌쩍 나온, 우연수집가에게 슬쩍 묻는다. 회사는 다시 돌아갈 생각이 없나?


그는 이제 “거지가 될지언정, 회사는 절대 안 들어간다”고 했다. 그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그것도 수석입학. 갑작스레 전향한 전공이었음에도 실기가 없는 1등을 ‘먹었다’. 그것도 남들이 보기엔 충동적이다. 생판 모르는 펜팔 누나의 권유에 의한 삶의 전향이라니. 그러나 그것은 충동적인 것, 아니다. 그의 마음이 오래전부터 그것을 준비해온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좋아했고, 만드는 것에 흥미를 가졌다.”

“지방 명문고의 과도한 경쟁에 찌들었던 나는 창의적인 삶에 대해 토로했고,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누나의 충고로 수능을 몇 달 앞두고 예체능으로 전향했다. 선생님과 부모님의 우려 속에서도 고집을 피웠던 것은 지금 그림을 그려보면서 느끼는 재미와 설렘을 그때도 간절히 바랐기 때문일 것이다.”(p.75)
만들기를 좋아하고 창의적인 환경을 원해 집안 배치를 바꾼 작가의 감성이 다른 집에서도 빛을 발한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소중하다. 즐겁게 칠하고 즐겁게 가꾸는 모습이 집에도 그대로 묻어나기 마련이다.

“창의적인 환경을 만들어보고자 시작했던 인테리어 작업은 1년간 계속되었다. 무엇인가를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채기 시작했다. 열 살 때의 나는 만들기를 좋아했었다. 공부도 해야 했고 스펙도 쌓아야 했기에 잊어버렸던 것뿐이다. 서른 살의 나는 다시 어린아이가 된 듯 즐겁게 만들기를 시작한다.”(p.120)
칠하고 또 칠한다. 세밀한 부분은 ㅈ씨가 안 쓴다는 화장붓의 힘을 빌려서 흰색이 칠해진다. 동그라미 문양이 워낙 진해서 6번을 칠한 후에야 없어졌다. 훨씬 깔끔해졌다. 좋다. 이래서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것인가! 이 책이 준 선물이다. ㅈ씨는 함박미소로, 이 놀라운 변화에 대해 기쁨을 표한다.

“다른 실용서는 ‘하우 투’만 다루는데, 이 책은 실용서임에도 작가의 감성이 담겨 있고 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실용적이되, 다른 작가의 실용서와는 다르다. 작업도 혼자서 했다면 도저히 엄두도 못 내고 하지 못했을 것이다. 편집자들에게도 감사한다. 작가를 발굴해준 편집자 덕분에 책도 만나고 작가도 만나게 됐잖나.”

“못 하나 박지 못하던 남자가 1년 동안 셀프 인테리어 작업을 하면서 이제는 지중해 풍 선반을 만들어 다는 경지에 이르렀다. 관심을 가지면 정보가 생기고, 직접 작업을 하다 보면 노하우가 생기는 이치는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똑같다.”(p.108)




페인트와 블라인드-Before(좌) & After(우)


책장-Before(좌) & After(우)

선반 대신 자리한 흰색 블라인드도 자태를 뽐낸다. ㅈ씨의 즐거운 비명이 이를 방증한다. 벽지도 좋지만, 선반 대신 작가가 제안한 원목 블라인드가 대단히 마음에 드는 눈치다. 방이 넓어 보이고 환하다. 소녀 감성을 품은 흰색 원목 블라인드가 두 이십대 여성의 마음을 세상에 더욱 오픈하게 만들 것 같은 예감? 블라인드가 주는 오픈의 미학. 더불어 책장의 변신도 방을 더욱 화사하게 만든다. 칙칙한 벽처럼 존재하던 책장의 뒷면이 흰색의 벽으로 변신하면서, 사진도 붙이고, 함께 사는 자매의 대화를 유도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집 이름 짓기. 그들이 그 집에 이름을 붙였으면 좋겠다.

건축가 이일훈의 말 때문이다. 대도시 대부분이 번호로만 된 집살이의 강퍅함, 자신이 사는 공간만은 그 속에 굳이 편입될 필요가 없다. 이일훈은 그래서, 내가 살고 있는 집 혹은 방에 이름을 지으라고 했다. ‘당호(堂號)’의 회복을 주창한 것인데, 우리 삶을 담고 있는 그릇에 이름 없음은 비극이다. 집 이름을 짓는 것도 건축적 행위라고 했다. 자신이 사는 공간도 꾸몄다면,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 이름을 붙여줘라. 돈도 들지 않고, 의미도 발견할 수 있다. 참고로, 커피 만드는 내가 꾸민 집의 이름은 ‘수운잡방(需雲雜方)’이다. 조선 중종 때 안동 출신 김유가 지은 전통 요리서 이름으로, ‘풍류를 아는 사람에게 대접하는 특별한 요리’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내 집에서 그렇게 풍류를 아는 사람들을 위해 커피를 비롯한 요리를 대접하고 싶다는 내 바람을 담았다. 집을 가꾼다는 것, 삶을 가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인생도 인테리어 작업과 비슷합니다. 좋아하는 것들을 수집하고 연구하고 표현하다 보면 그것들이 모여 진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깨닫게 해주고 기회를 가져다줍니다.”(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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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고 싶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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