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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선, 사랑이 뭔지는 모르겠고 해탈하고 싶다 - 『복숭아나무』

구오나르도 다빈치, 다음 도전은 결혼? 구혜선 “영화, 작곡, 책… 성공하진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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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음악, 영화, 소설 등 다양한 형식으로 창작 활동을 지속하는 구혜선은 작품 속에서 사랑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가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일까. 사랑에 대해 직접적인 정의는 하지 않았지만 우화적으로 사랑을 정의했다.

11월 27일 작가 구혜선이 소설 『복숭아나무』 출간을 기념해 서울 이화동 어컴퍼니 카페에서 독자와 만났다. 예스24를 비롯해 여러 인터넷 서점에서 사전에 참가 희망을 신청 받은 독자 20여 명이 참석했다. 참가 신청을 한 사람은 예스24 132명, 인터파크 68명, 인터넷 교보문고 16명, 알라딘 18명이었다. 평일 3시에 열린 행사임에도 경쟁률이 10대 1을 넘었다.

 

『복숭아나무』는 작가 구혜선이 2번째로 내놓는 소설이다. 최근 같은 제목인 작품이 영화로도 개봉했다. 몸은 하나, 얼굴은 두 개인 샴쌍둥이 형제를 소재로 한 이야기다. 이들의 아버지는 세상의 편견이 두려워 30년 동안 세상과 격리된 곳에서 형제를 키운다. 이런 환경에 순응하는 상현, 그와 달리 동현은 세상과 소통하길 바라며 소설가를 꿈꾼다. 아버지는 동현을 도와주기로 결심한다. 책을 만들 삽화가인 승아에게 함께 책을 만들어 줄 것을 부탁한다. 영화에서는 상현 역에 조승우, 동현 역에 류덕환, 승아 역에 남상미가 열연했다.

 

 

조승우와 남상미 등 호화 캐스팅에 구혜선이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했다는 사실만으로 영화 「복숭아 나무」는 주목을 받았다. 그렇지만 흥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11월 28일 현재 한국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복숭아나무」의 누적 관객 수는 총 33,884명이다. 저조한 수치다.

 

돌이켜 보면, 배우 구혜선이 아니라 감독 구혜선, 작곡가 구혜선, 작가 구혜선으로서 그녀가 크게 성공한 적은 없다. 그럼에도 구혜선은 끊임없이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창작물로 승부를 겨뤘다. 그녀의 창작욕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이날 독자와 만남에서는 소설 『복숭아나무』 외에도 다양한 주제로 담소를 나누었다. 독자가 미리 써낸 질문지를 사회자인 이은미 씨가 읽고, 이에 구혜선 씨가 답하는 방식으로 티타임이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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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나무, 2주 만에 썼다

 

소설 출간을 기념한 자리인 만큼 소설에 관한 이야기가 먼저 등장했다. 샴쌍둥이라는 현실에 있는 존재를 소재로 하긴 했지만, 구혜선 작가의 상상력이 개입했다. 몸이 1개에 얼굴이 앞뒤로 연결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있다 하더라도 보통 샴쌍둥이는 태어나도 수명이 길지 않다. 그녀는 자신이 꾼 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어서 그녀는 자신의 창작 습관을 공개했다. 작품을 구상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한번 쓰면 끝까지 쓰는 편이라고 한다. 『복숭아 나무』는 2주 만에 완성했다. 책상에 앉아 발휘하는 집중력이 남다른지라 문제도 있다.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 최근 탈이 나 응급실에 간 그녀, 거기서 찍은 엑스레이를 보니 허리가 휜 것을 발견했다. 책상에 오래 앉아서 작업한 탓이다.


구오나르도 다빈치, 다음 도전은 결혼

 

사람들은 ‘구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부른다. 화가이자 기술자, 조각가, 사상가로서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빗대 표현한 별명이다.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는 구혜선에게 어울리는 별명이기도 하지만 일부 네티즌은 풍자의 의미를 담아 사용하기도 한다. 배우 이외의 분야에서 뚜렷하게 성과를 올리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불안은 없을까.

 

“구혜선이니 기회가 많았겠지, 하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시장에 나오기까지 자본이 많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에서 도움을 받진 않았다. 여러 가지 일을 하며 딱히 성공했다고 할 만한 것은 없었다. 작품 활동을 하며 수익은 없다. 손해만 발생했다. 그래도 좋다. 나 자신에 기회를 주고 용서하는 일을 하고 있다. 누군가는 나를 작곡가로, 영화감독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인정받기 위해 할 필요는 없다. 엄마를 보면 요리사이기도 하고 주부이기도 하지만 슈퍼우먼이다. 아버지도 그렇다. 오늘 나오는데 아버지가 페인트를 바르고 계시더라. 아버지의 정체는 무엇일까? 자기가 자기에게 기회를 주는 게 중요하다.”

 

자신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구혜선, 앞으로 그녀가 새로 도전할 분야는 어디일까. 정해놓은 것은 없다고 그녀는 말했다. 스무 살 이전부터 그림을 그렸고 음악을 했던 그녀다. 10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익보다는 손해를 많이 봤다고 한다. 앞으로는 손해를 덜 보는 게 자신에게 내린 과제. 그럼에도 새로 도전할 분야를 말해 달라는 부탁에 구혜선 씨는 결혼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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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는 매달 말마다 내 앞에서 발표해야 한다

 

결혼과 함께 자녀 교육에 대한 고민도 종종 한다는 그녀. 어떻게 교육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아이가 말을 하고 자아가 형성되기 시작할 때 때, 매일 자기 삶의 비전에 대해 발표하게 하겠다. 앞으로 어떻게 살 건지, 어떤 경쟁력으로 살 건지 훈련하는 게 중요하다. 아는 친구 중에 이런 과정으로 자란 사람이 있다. 엄청나게 감성파다. 유기견이나 유기 동물을 보면 마음이 아파서 못 떠난다. 하루는 부모님께서 친구에게 물었다. 너 그렇게 해서 어떻게 살래. 그러자 친구가 '난 이게 경쟁력이다.'라고 대답했다. 이렇듯 자기만의 철학이 확고해야 한다. 만 7살부터 시킬 예정이다. 매달 말마다, 하고자 하는 일을 제출하고 발표해야 한다.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게 중요하다. 어거스트 러쉬, 라는 할리우드 영화에 3초 카메오로 출연한 적이 있다. 당시 놀랐던 게. 아이들이 발표하는 데 익숙하더라. 촬영 들어가기 이전에 발표하는 시간이 있다. 우리는 쑥스러워서 못하는데. 그들은 발표할 시간이 부족했다. 7, 8살인 아이가 초콜릿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10분 정도 한다. 이렇게 발표를 하다 보면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안다.”

 

자신만의 철학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구혜선이지만 이날 독자와 만남에서는 소박한 모습도 보였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3가지를 말해 달라는 질문에 ‘가족, 개들, 만나는 인연’이라 답했다. 꾸미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운 비결을 말해 달라는 부탁에는 “엄청나게 꾸미는데, 꾸미지 않은 척한다.”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꾸미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자신이 게으르기 때문이라며, 부지런한 사람이 잘 꾸민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랑이 뭔지는 모르겠고, 해탈하고 싶다

 

그림, 음악, 영화, 소설 등 다양한 형식으로 창작 활동을 지속하는 구혜선은 작품 속에서 사랑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가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일까. 사랑에 대해 직접적인 정의는 하지 않았지만 우화적으로 사랑을 정의했다.

 

“두근거림이 사랑일까? 사랑일 수도 있다. 언니가 장보고 무거운 걸 들고 오면 내가 못 본다. 들어 주고 싶다. 두근거리지 않지만 사랑이다. 반대로 남자를 만날 때, 무거운 걸 내가 들고 있으면 섭섭하다. 언니가 내 짐을 안 들어준다고 섭섭하진 않다. 그렇다면 내가 다른 사람의 무거운 것을 들어주고 싶다면 그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한다. 사랑에 관한 관념이 구축되면 행복할 것 같다. 지금은 누구를 만나는 것보다는 개와 고양이와 함께 하는 것이 좋다. 개는 1년, 고양이는 4~5개월 되었는데 둘이 사랑한다. 양보해서 물 먹고, 둘이 안고 잔다. 둘이 말은 잘 안 통한다. (웃음) 개와 고양이를 보는 게 좋고, 존재하는 것만 해도 행복하다.”

 

순간에 존재하는 것도 행복하지만 예술하는 사람으로서 목표가 있을 법하다. 구혜선에게 목적지는 어디일까. 그녀는 “해탈”이라고 답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자본이 떨어지면 일하기 어렵다. 이런 현실적인 제약으로부터 해탈하고 싶다는 게 그녀의 목표. 예술과 자본이 함께 가는 사회에 살지만,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구혜선. 자신도 불가능한 경지라는 사실을 알지만, 최대한 해탈에 다다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녀는 젊을 때 열심히 일하겠다고 독자 앞에서 다짐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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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나무 구혜선 저 | 웅진지식하우스

아름다운 배우이자 작가이며 작곡가, 영화감독에 화가이기도 한 구혜선이 두 번째 일러스트 픽션 『복숭아나무』를 썼다. 2009년 발표한 첫 소설 『탱고』 이후 두 번째 작품이며, 몸은 하나이고 얼굴은 두 개 달린 샴쌍둥이 형제를 소재로 하는 독특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 섬세한 묘사와 감성적인 문체로 쓰여진 『복숭아나무』는, 특별한 환경에 처해 있는 주인공들의 심리를 서정적이고 집요하게 파헤침으로써 재미뿐만 아니라 가슴을 적시는 감성으로 작가 구혜선의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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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손민규(인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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