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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남자에게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 소통

박웅현 “언어는 생각의 집이다” 소통, 왜 안 되는 것일까? 그 해결점은? 역지사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S(sender)-M(message)-R(rece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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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학교생활, 사회생활, 가정생활을 하면서 타인과 수많은 대화를 나눈다. 사회적 동물인 우리는 죽기 직전까지 끊임없이 남들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정말 소통이 잘 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어느 정도나 될까?

인문학특강 7번째 시간, 오늘의 주제는 ‘소통’ 이였다. 인터넷 사전으로 소통의 정의를 보면 ‘소통[疏通] 【명사】. (2)의견이나 의사 따위가 남에게 잘 통함.’ 이라고 나온다. 우리는 학교생활, 사회생활, 가정생활을 하면서 타인과 수많은 대화를 나눈다. 사회적 동물인 우리는 죽기 직전까지 끊임없이 남들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정말 소통이 잘 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어느 정도나 될까?


박웅현 ECD는 강의실에 미리 도착해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를 읽고 있었다. 강의시간이 되자 책을 덮고 “멋진 계절이 가고 멋진 계절이 왔어요.”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소통이란 단어가 인문학 강의 8가지 단어 중 한가지로 뽑힌 것에 대해 의아하지 않았나요?” 그는 몇 년 전 어떤 잡지에서 CEO가 갖춰야 할 덕목 다섯 가지 중 한가지로 커뮤니케이션이 꼽힌 것을 보고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중요함을 몰랐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점점 소통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회의실에 들어갈 때 나는 100년차가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7명이 들어갔다가 아닌 25년차, 17년차, 12년차. 합해서 100년차가 들어와있다는 믿음을 가져요. 하지만 우리가 공유하지 않고, 다른 곳을 보다 나왔다면 모두 분산이 되고 말죠. 그래서 저는 회의실을 나갈 때 내가 나가서 무엇을 할 지 모른다면 나가지 말라고 합니다. 나갈 때 ‘근데 우리 무슨 얘길 한 거야?’ 라고 한다면 그건 죄악이에요.”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한참 동안 회의를 한 뒤에 친한 동료에게 다가가 ‘그래서 우리 뭐 하라는 거니?’ 이런 질문한 경험 다들 있지 않은가? 길었던 회의시간이 손실이 되는 순간이다. “자기의 뜻을 정확히 소통하지 않으면 타인은 자기와 같은 방향을 볼 수 없어요. 그래서 CEO의 덕목 중에 소통이 들어왔구나 생각해요. 이건 CEO뿐만이 아니라 부부관계, 친구관계, 육아관계도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난맥성이 생기고 그게 사람들을 다 힘들게 만드는 것입니다.”

소통, 어렵다. 『오래된 연장통』 한 번 읽어보세요. 남자와 여자의 사고방식이 왜 다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에요. 남자는 어떤 문제상황을 접하면 내가 어떻게 풀어야 할지를 생각해요. 하지만 여자는 상대방에게 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황에 동감해주고 맞장구 쳐주길 바라죠. 예전에 쓴 칼럼 제목이 ‘오빠는 왜 그렇게 생각이 없어?’에요. 아내가 했던 말이죠. 스카프 하나를 사더라도 아내는 자신이 갖고 있는 물건과 맞을지를 생각하지만 저는 살 것만 사고 바로 나오죠. 여자와 남자의 메커니즘은 달라요” 남자와 여자의 차이, 결국 둘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같은 얘기가 다른 공간에서는 다르게 이해된다.


“몇 년 전 샤니의 슬로건 ‘We bake goodness!’를 덕성포 시골 마을 슈퍼에서 본 적이 있어요. 할머니들 뿐이었던 그 곳에서 이 단어는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요? 같은 말을 해도 상황이 어떠냐에 따라 다른 말이 되어버리죠.” 상황에 따라, 상대방에 따라 같은 말도 다르게 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고 이해하기 쉽게 말하는 법이 소통의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소통하는 데 노력을 별로 안 해요. 그 예로 실생활에서 구성이 올바르지 않은 문장이 너무 많다는 거에요. ‘열차 내에서 옆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는 법에 의해 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는 비문이에요. 왜냐하면 주어가 혐오감을 주는 행위기 때문이죠. 그럼 행위가 처벌을 받는 것이 되기 때문에 ‘옆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위를 하면 ~’ 이 맞는 말이에요.” 생활 속에서 얼마나 많은 비문들이 섞여 있을까? 친구와 말할 때도 주어 술어가 맞지 않아 질문을 몇 번 반복한 후에야 처음에 친구가 한 말을 이해할 수 있었던 적이 많다. 조금만 더 신경 써서 말 한다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을, 우리는 너무 말을 쉽게 내뱉는 것 아닐까.

소통의 부재로 정치권에서도 많은 어려움이 일어나고 인간관계에서도 오해가 쌓이곤 한다.


결국 우리는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상대방을 고려해 말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역지사지가 중요하다. 그쪽 사람이 되어보는 수 밖에 없어요. 내가 그 입장이 된다면 나는 이렇게 할 것이다가 아니라 그 사람, 자체가 되어야 합니다.” 밤 11시, 다음날 있을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밤을 새려고 하는 딸아이가 너무 졸려 보인 적이 있다고 한다. 박웅현 씨도 어릴 적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그냥 자라’ , ‘졸지마’라는 말 대신 다음날 출근을 늦추고 옆에서 같이 책을 읽었다고 한다. 아이의 열정을 무시하지도 않고 다그치지도 않고 이 얼마나 효과적인 방법인가.

법륜스님은 ‘모든 엄마들은 1등이 되길 원한다. 하지만 자신은 잘 했을까? 애들을 네가 자랄 때는 어땠는지 생각해보고 네가 자랄 때 듣고 싶었던 말을 해줘라. 그리고 네가 자랄 때와는 다르다는 것을 생각해라.’라고 말했다. 딸아이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박웅현 ECD의 말을 들으니 그 딸아이가 얼마나 아빠와 친할지 짐작이 되었다.


역지사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S(sender)-M(message)-R(receiver)!



커뮤니케이션은 Sender가 던지고 싶은 message를 Receiver에게 주는 것을 말하는데, 역지사지는 Receiver가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 Message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그 예로 프루스트 이야기를 들었다.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을 읽어보면 프루스트는 대인공포증이 있었다고 해요. 그 공포증 때문에 술자리 가서 대화를 하면 자신의 머릿속 이야기를 하려고 하기보다 상대방의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끄집어내려고 노력했죠.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하고 싶은 말을 하기에 바빠요. 그렇기 때문에 소통이 되지 않고 윗사람들의 agenda에 따르기만 하게 되죠. 하지만 소통을 하려면 그러기보다 맞장구치고 상대방의 말을 들으려는 노력을 해야 해요”


문맥은 지혜고 센스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문맥으로 말해야 할지를 여자들이 훨씬 뛰어나요. 그래서 저는 나이가 들면서 중성화를 지향합니다. 남자는 단순무식해요. 그래서 남자의 장점은 집중력, 돌파력이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여자의 장점은 문맥파악을 잘 파악한다는 거에요. 따라서 소통을 제대로 하려면 문맥파악 제대로 해주고 분위기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여성의 장점도 가져서 중성화를 지향한다는 거에요.” 센스 있는 사람이 어딜 가나 사랑 받는 이유는 여러 사람과 소통이 잘 이뤄지기 때문이다.

소통을 하기 위한 중요한 것들

1. 상대방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기
2. 어떤 문맥에서 말 할지 생각해보기
3. 생각을 정리하고 말하는 습관을 가질 것
4. 주어 술어를 일치시키려고 노력할 것

언어는 생각의 집- 디자인된 말을 내뱉자

“우리문화는 논쟁의 문화가 아니라 사색의 문화기 때문에 시는 잘 나오지만 소통엔 약합니다. 어릴 때부터 훈련이 안되었기 때문이죠. 우리의 장점은 가져가되 커뮤니케이션부분에서는 논쟁의 문화를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소통이 갖는 설득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 농구선수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MBA에 코트의 악동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찰스 바클리’가 있었다. 유고내전이 일어나던 당시 NBA대표팀과 유고대표팀이 친선경기를 가진 적이 있었는데 친선이기 때문에 다들 친절한 플레이를 펼쳤지만 바클리는 아주 험하게 경기를 했다고 한다. 경기가 끝난 후 바클리에게 “너는 온유함의 미덕을 믿지 않느냐?” 라는 기자의 질문이 들어왔다. 자신의 생각을 디자인한 질문이었다. 기자의 질문에 바클리가 심했다는 생각을 했던 박웅현ECD는 곧 바클리의 대답을 듣고는 그에게 설득을 당했다고 한다. 0.1초의 고민 없이 바클리는 “온유함이 세계의 평화를 가져올지 모르지만 나에게 공을 가져오진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바클리는 프로구나 라고 설득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언어는 생각의 집입니다. 내 생각이 가장 명료하게 전달된 방법은 말이기 때문에, 집을 잘 지어 던져야 합니다.”

디자인한 말이 어릴 때부터 습관이 되지 않았다면 지금부터라도 노력을 해야 한다. 디자인이 잘 된 말이 설득할 때 힘이 있다. 우리는 소통을 하고 설득의 힘을 얻기 전에, 먼저 생각의 디자인을 연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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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수연(채사모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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