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차리는 것이 평생의 로망이라는 사람들에게 창업 경험자는 이렇게 말한다. “낭만적 밥벌이란 없다. 생계가 유지 되야 낭만이 될 수 있다”고. 그렇다면 전원생활을 꿈꾸다 귀농을 한 사람에게 선배 귀농자는 뭐라고 말할까? 우연히 마음에 쏙 드는 한옥을 발견해 경북 상주에서 인생2막을 시작한 엄윤진 씨(『우리 시골에서 살아볼까』 저자)는 “한 번 살아보고 아니면 말지, 라는 생각으로 간을 보지 말 것. 살기로 마음먹었다면 무조건 산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섣부른 판단으로 시골에 내려왔다가는 2,3년 사이에 다시 짐을 싸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골 생활의 기본은 ‘느림’이다. 조바심을 냈다가는 시골생활에 적응할 수 없다. 자연에서 배우는 일을 멈추지 말기, 혼자서 하는 일을 즐기기, 일은 내 몸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하기, 텃밭 가꾸기 등, 이 모든 것은 필수지침이다.
시골살이, 창의적으로 한 번 살아볼까
무계획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철저한 계획도 시골살이를 방해할 수 있다. 욕심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너무나 우연한 계기로 시골살이를 결심한 엄윤진 씨는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많아 오래된 집, 오래된 나무, 오래된 물건 같은 것을 찾아 여러 곳을 여행하고 수집하는 일을 했다. 그러다 해인사에 갔다가 한옥 ‘아소재’를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쥐똥나무가 많이 우거져 있어 입구를 찾을 수도 없었던 집이었다. 하지만 고즈넉하니 멋스러워 보이는 한옥을 보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그리고 발견한 플래카드 ‘전세 놓습니다. 매매합니다’. 운명처럼 무작정 주인집에 전화를 걸었더니, 집을 내놓은 지 5년 남짓 된 집이라고 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이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소재’ 이 운치 있는 이름은 어떤 의미일까. 나 아(我), 소생할 소(蘇), 집 재(齎).
“이 집에 오는 이들은 나를 포함해 누구나 다시 생기를 얻어서 돌아간다”라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다. ‘집을 치유의 공간으로 만드는 것, 세상을 놀이마당 삼아 사는 것’이 목표였던 그녀는 아소재를 만나 그것을 실현했다. 엄윤진 씨는 아소재를 비롯해 나머지 한옥 세 채에도 성우당, 소미재, 기어대장간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조금씩 개조했다. 시골 한옥 개조는 좀처럼 쉽게 결정할만한 문제는 아니다. 그녀는
“한옥 그 자체가 좋다면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할 각오로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유지하는 쪽으로 수리 해야 하고, 편리함에 방점을 두었다면 과감하게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원하는 기능에 충실하게 개조해야 한다”고 말한다.
엄윤진 씨는 아소재를 활용해 한옥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벌이에 대한 문제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혼자 이 큰 집에 살기엔 부담스럽고 심심했기 때문이다. 우선 지인들을 초대했고 이윽고 입소문이 나면서 외국인들까지 방문하는 핫 플레이스가 되었다. 그리고 ‘뭘까바구니’라는 창의적인 아이템을 만들어냈다. 한 달에 한 번 아소재가 준비한 먹을거리나 소품으로 1만 원 정도 가격의 선물 바구니를 연 회원에게 보내는 것이다. 4월에는 매화차, 대나무 차시, 옥수수 뻥튀기를 보냈고 5월에는 화전, 화차 집게, 벚꽃차, 11월에는 편강, 산국화차, 햇곡식 한 움큼을 보냈다. 연 회비를 받는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아소재의 수익이 된다. 농사에 대한 부담감이 버리고 시작한 일이라, ‘철마다 다른 놀이를 한다’는 기분으로 한 달을 시작하고 있다.
시골에서 돈 안 쓰고 사는 방법
1. 빚을 내서 일을 도모하지 마라.
2. 돈이 없다면 몸과 시간을 써라.
3. 먹을 것은 가능하면 자급자족하라. 시골에서 살면 식비가 가장 적게 든다. 채소 모종 몇 개만 심어도 일 년 내내 먹을 것이 나온다.
4. 일 년 먹을거리를 준비해 놓는다. 절기에 맞게 장을 담그고, 김장을 하고, 봄부터 가을까지 나오는 나물과 채소, 과일 등을 이용해 효소, 장아찌, 잼, 말린 나물을 그때그때 만들어두면 반찬 걱정을 거의 하지 않아도 된다. 또 마을, 고추, 곡식도 때에 맞게 잊지 말고 구입해 일 년 기본 양식을 준비해둔다.
5. 양보할 수 없는 비용 지출(문화생활, 여행, 모임 등)에 대한 일 년 계획을 세운다.
6. 생활비 계획을 할 때, 일 년 중 가장 지출이 많은 겨울 난방비를 염두에 두라.
7. 기본적인 생활비(식비, 공과금, 난방비, 문화생활비 포함. 여름 기준)로 100만 원 내외의 금액을 지출한다.
시골에서 농사 짓지 않고 먹고 살 방법은?
1. 우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확실하게 파악해야 한다. 잘 모르겠다면 내가 심심할 때 뭘 하고 지내는지 살펴보면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2. 좋아하는 것이 확실해졌다면, 그것이 할 수 있는 일인지 판단한다. 당연히 좋아하는 일이면서 하고 싶은 일이 잘할 수 있는 일일 가능성이 크며, 그래야 오래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한다.
3.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을 찾는다. 가능한 한 혼자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되 돈이 부족하면 시간을 더 쓰면 된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의사가 분명하다면 도와주는 사람들을 저절로 만나게 된다. 시골은 품앗이가 잘된다. 게다가 잘 찾아보면 시골은 의외로 지원 사업을 많이 한다. 군청을 잘 활용하면 훨씬 쉽게 일할 수 있다.
4. 시골과 도시를 연결하는 일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그 지역에서 나는 정직한 농산물과 제품을 다뤄야 한다. 서울에서도 쉽게 살 수 있는 농산물과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에 제공하는 것들에 그들만의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스토리텔링이 있는 정직한 농ㆍ수ㆍ축산물과 제품을 콘셉트로 해야 한다. 도시의 대형마트보다 가격이 더 비쌀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그 이유를 사전에 명확하게 이해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5. 의욕과 결과가 늘 같이 가는 것은 아니다. 의도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패했을 때의 자세도 중요하다. 일단은 결과에 너무 집착한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나 스스로 진심으로 즐길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면 즐길 맘이 들 때까지 기다려라. 아니면 즐길 수 있는 다른 아이템을 찾는 것이 좋다.
시골생활 난방, 어떻게 하면 효율적일까?
1. 일단 예상 난방비와 노동력의 한계를 가늠해보아야 한다.
2. 군불을 때는 방에 살고자 한다면 산에 가서 나무를 해 오거나, 구입해야 한다. 산에 가서 직접 나무를 해 오면 내 노동력만 있으면 되니 난방비는 물론 아주 저렴해진다. 나무 구입은 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한 차에 50만~60만 원 정도 한다.
3. 연탄보일러라면 시간에 맞춰 연탄을 갈아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편리한 전기 패널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건 심야 전기라고 해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 또 바닥은 따뜻해도 공기가 따뜻해지지 않아 추운 곳에서 살아야 한다면 고려해야 한다. 기름보일러는 추천하지 않는다. 웬만한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엄청난 난방비가 나오기 때문이다.
4. 정착 비용에 여유가 있다면 태양열을 이용하는 것과 지열을 이용해 난방을 하는 시설을 갖출 수도 있는데 모두 경제적이기는 하지만 초기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경제 사정이나 주변 환경에 맞게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5. 난방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역시 집을 고칠 때 꼼꼼하게 공간을 체크한 후, 단열재를 잘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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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시골에서 살아볼까? 엄윤진 저 | 디자인하우스
서울 토박이였던 저자가 경북 성주의 한옥에서 시골살이를 시작하면서 겪은 '초보 시골 생활자'의 생활 방식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일 때문에 찾아간 경북 성주에서 우연히 사람이 살지 않는 한옥을 발견하고 '몸도 마음도 다 지쳐버린 내가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 이곳에서 사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집에 '내가 다시 태어나는 곳'이라는 뜻의 '아소재(我蘇齋)'라는 이름을 붙이고 시골 생활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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