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무려 910억 원짜리 그림, 누가 구매했나? - 클로드 모네 <수련이 핀 연못>

<수련> 연작을 통해 모네가 추구하려던 것은…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이 그림에서 모네는 건물은 물론이요, 심지어 연못 주변의 자연마저 모두 제거해 버리고, 오직 물 위에 어른거리는 빛과 수련들만 남겨 놓았다. 이는 모든 위대한 예술가들에게서 볼 수 있는 경향인데, 갈수록 부차적인 세부 사항들을 제거하며 단순화를 향해 간다는 점이다.




수련이 핀 연못 <LE BASSIN AUX NYMPHEAS>
클로드 모네 Claude Monet(1840~1926)

# 1919년, 캔버스에 유채, 100.3 x 200.9cm
# 경매일 : 2008년 6월 24일
# 경매가 : 80,379,591달러(한화 약 91,150,000,000원)

“이 정원에는 땅 위의 꽃들뿐 아니라 물 위의 꽃들, 예를 들면 이 거장의 캔버스에 탁월하게 묘사되었던 연약한 수련도 피어난다(그런데 이 정원은 한낱 그림의 소재를 넘어서서, 그 자체로 이미 예술의 대체물이다. 위대한 화가의 눈에 비친 자연으로 다시 태어나 완성된 정원이기 때문이다). 모네의 이 정원은 이미 조화를 이루는 색조들로 준비된 색상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최초의 스케치이자 살아 있는 스케치다.”
-마르셀 프루스트

이 뛰어난 그림은 1919년에 그린 4점의 연작에 속하는 작품으로, 완성된 그 해에 곧바로 베르냉죈Bernheim-Jeune이 구매했다. 두 번째 그림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있고, 세 번째 그림은 폴 앨런Paul Allen의 소유이며, 마지막 그림은 불행하게도 둘로 찢어져 훼손된 상태다.

<수련> 연작은 클로드 모네가 추구하던 것, 즉 “행복한 처녀의 얼굴처럼 살아 움직이는 물, 내 앞에 그 신비를 드러내는 물, 그림자가 덮고 있는 물, 태양이 발가벗긴 물, 인간의 이마에 나타나는 나이처럼 하루의 모든 시간의 흔적이 새겨지는 물……”(뤼시앙 데스카브Lucien Desca-ves, 「모네에게 보낸 편지」, 1909)처럼 순식간에 사라지는 찰나를 화폭 위에 고정시키려는 시도를 보여 준다.

이 그림에서 모네는 건물은 물론이요, 심지어 연못 주변의 자연마저 모두 제거해 버리고, 오직 물 위에 어른거리는 빛과 수련들만 남겨 놓았다. 이는 모든 위대한 예술가들에게서 볼 수 있는 경향인데, 갈수록 부차적인 세부 사항들을 제거하며 단순화를 향해 간다는 점이다. <수련> 연작은 형태가 분명하지 않고 빛과 색채만이 녹아들어 간 티치아노의 말년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동시에, 인상주의 그룹의 수장이었던 모네는 여기서 20세기 미술이 제기한 문제 속에 깊이 뿌리를 내려, 조안 미첼Joan Mitchell 같은 추상표현주의를 예고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거물인 J. 어윈J. Irwin과 제니아 S. 밀러Xenia S. Miller의 상속자들이 내놓은 이 그림은 화상을 내세운 고객에게 팔렸는데, 그가 누구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아랍에미리트 연합국의 거물이라는 소문도 있고, 두바이의 수장, 혹은 아부 다비Abu Dhabi의 수장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이런 소문이 떠돈다는 사실 자체가, 페르시아 만의 거부들이 새롭게 등장하여 미술 시장, 특히 현대 유럽 인상주의 회화의 아이콘이자 상징적인 작품들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 준다.



img_book_bot.jpg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들 피에르 코르네트 드 생 시르,아르노 코르네트 드 생 시르 공저/김주경 역 | 시공아트
이 책은 최근 20여 년 동안 세계적인 미술시장에서 최고의 몸값으로 팔린 100여점의 걸작 소개한다. 르네상스 거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데생부터 현대 미술계의 이단아 데미언 허스트의 황금 송아지까지, 500년 동안 명작들이 만들어 온 미술사와 그를 둘러싼 경매 전쟁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그와 동시에, 세계 미술시장에서 경매인이자 수집가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저자들이 경매의 뒷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들려준다…

 





미술, 그림과 관련있는 책

[ 그림을 본다는 것 ]
[ 명작 스캔들 ]
[ 여자, 그림으로 읽기 ]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8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오늘의 책

20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의 대표작

짐 자무시의 영화 〈패터슨〉이 오마주한 시집. 황유원 시인의 번역으로 국내 첫 완역 출간되었다. 미국 20세기 현대문학에 큰 획을 그은 비트 세대 문학 선구자,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의 스타일을 최대한 살려 번역되었다. 도시 패터슨의 역사를 토대로 한, 폭포를 닮은 대서사시.

본격적인 투자 필독서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경제/재테크 최상위 채널의 투자 자료를 책으로 엮었다. 5명의 치과 전문의로 구성된 트레이딩 팀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최신 기술적 분석 자료까지 폭넓게 다룬다. 차트를 모르는 초보부터 중상급 투자자 모두 만족할 기술적 분석의 바이블을 만나보자.

타인과 만나는 황홀한 순간

『보보스』, 『두 번째 산』 데이비드 브룩스 신간. 날카로운 시선과 따뜻한 심장으로 세계와 인간을 꿰뚫어본 데이비드 브룩스가 이번에 시선을 모은 주제는 '관계'다. 타인이라는 미지의 세계와 만나는 순간을 황홀하게 그려냈다. 고립의 시대가 잃어버린 미덕을 되찾아줄 역작.

시는 왜 자꾸 태어나는가

등단 20주년을 맞이한 박연준 시인의 신작 시집. 돌멩이, 새 등 작은 존재를 오래 바라보고, 그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시선으로 가득하다. 시인의 불협화음에 맞춰 시를 소리 내어 따라 읽어보자. 죽음과 생, 사랑과 이별 사이에서 우리를 기다린 또 하나의 시가 탄생하고 있을 테니.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