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서점 재정난으로 폐업하자 주민들이 5억 모아서 살려내 - 『같이 살자 PM 4:00 여기는 이타카』 송호창
마을서점을 구하는 방법, 이타카에 있다! ‘사람사는 마을, 사람사는 재미’가 있는 마을공동체를 꿈꾸는 남자들의 이야기
국회의원 송호창이 2010년 코넬대학교 방문연구원으로 건너가 2년 동안 머물던 그곳을 풀었습니다. 『같이 살자 : PM 4:00 여기는 이타카』는 그 결과물이고요. 지난 9월20일, 서울 상암동에서 출간기념 저자 강연회가 열렸습니다. 책 뒤표지에는 문재인, 안철수, 조국의 추천사가 있는데요. 이글은, 세 명의 부산 남자에 이어 또 다른 ‘부산’ 남자가 덧붙이는 글이 되겠네요.
요즘 대세, 마을공동체. 전국 각지에서 마을공동체가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습니다. 앞선 시절, 성장지향과 경쟁만능이 낳은 부작용 때문일까요? 더 이상 혼자 잘 살 수 없음을 자각해서일까요? 화폐를 유일 가치(신神)로 모신 기득권 세력의 꼼수와 거짓부렁에 더 이상 혹하지 않겠다는 의지일까요? 공동체에 대한 갈망, 한 마을에서 서로 지지고 볶고 살고 싶은 열망이 곳곳에서 태동합니다.
그것은 대도시 서울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상상하기를 멈췄죠. 전임 시장들의 ‘토건옹호’ 덕분에 상상할 수 있는 거라곤 고작 ‘뉴타운’. ‘섞여살기’보다 ‘따로 살기’에 익숙하게끔 만들었습니다. 그러니 아이들, 공간과 장소를 공유한 경험을 갖지 못한 채 자랄 수밖에 없었죠. 왕따를 양산했고, 친구는 경쟁자의 다른 이름이 됐습니다. 역사학자 전우용, 말했습니다. “연대의식이 사라진 도시는 대립의 현장일 뿐 통합의 공간은 아니다.”
같이 살면, 삽니다. 그동안 기득권의 꼼수에 의해 DNA에서 소멸된 ‘섞여살기’에 대한 열망이 스멀스멀 피어나고 있습니다. 그 열망에 대한 실천이 ‘마을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부활하고 있는 거죠. 없던 것이 아닙니다. 가령, ‘둘레길’의 부활도 그것을 알려주는 징조였습니다. 둘레길은 마을과 마을을 잇습니다. 마을을 잇는다는 건, 마을을 있게 하는 것이고요. 둘레길을 따라가면 마을 사람들을 만납니다. 마을을 잇고 있게 하는 건, 결국 사람을 잇고 있게 하는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고요. ‘잇고 있음’의 종결자, 마을공동체.
그러고 보면, 마을공동체의 화두는 이것이 아닐까 싶어요. E.M.포스터의 『하워즈 엔드』에 나온 경구, “오직 연결하라(Only connect)”. 최근에 본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영화 <늑대아이>에서도 그걸 확인합니다. 늑대인간을 사랑한 하나, 아이를 낳고 산속에 가서 삽니다. 억척같이 사는 하나의 모습을 돕던 마을 어른들, 어느 날 하나네 집에 마실 와서 이런 말을 하죠. “배수도 안 좋고, 여긴 살기 좋은 곳이 아니야. 그러니까 서로 돕고 살아야지.”
한 마을에선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온라인 서점 등 경영환경의 변화와 경제사정의 악화 등으로 경영난에 맞닥뜨린 마을의 독립서점. 30년 이상 마을의 교양과 정신문화를 상징하던 그 서점, 폐업 선언을 했습니다. 그 소식이 전해지자 마을 주민들, 힘을 모았습니다. 협동조합 형식으로 마을주민들이 서점을 인수하기로 한 거죠. 서점은 500명의 조합원으로 운영되는 협동조합으로 회생했습니다. 마을서점은 여전히 주민들의 지적 놀이터 역할에 충실하게 됐다는 그런 이야기. 마을공동체 서점의 좋은 예.
“이타카 이야기는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에서 시작되었다. 처음엔 풍경이 보였고, 나중엔 그 풍치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들이 보였다.”(p.7) | ||
“옷을 탁탁 털어 주름을 펴는 소리도 경쾌하고 그 소리와 함께 상쾌한 대기 속으로 번져 오르는 물 입자가 손등과 얼굴에 닿는 느낌도 싱그럽다. 오래전 신혼일 때 아내가 빨래는 이렇게 널어야 한다며 가르쳐준 요령을 새겨두길 참 잘했다.… 빨랫거리를 꺼내 들여다보면서 이 녀석이 무얼 하고 있었는지 상상해보는 것은 또 다른 세상으로의 여행이다.”(pp.43~46) | ||
“나치에 의해 유대인, 노동조합원, 공산당원이 잡혀갈 때 가만히 있었던 독일인들과 달리 이타카 사람들은 사라져가는 사슴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팔을 걷어붙였고, 도시 전체가 캠페인에 나섰다. 그 결과 지금처럼 다시 사슴과 공존하는 도시가 만들어졌다.”(p.68) | ||
“경제 사정 악화로 문을 닫는 곳은 부지기수다. 하지만 주인이나 주주가 아닌 동료와 주민 들이 나서서 자발적으로 구호 노력을 하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런 노력이 성공을 거두기는 정말 어렵다.”(pp.96~97) | ||
“외부인이 아닌 구성원의 입장에서 이타카를 살펴보면서 내 마음가짐이 변했다. 이타카를 지키고 변화시킨 힘이 전달되었고, 용기 있는 시민의 모습을 배우게 된 것일까. 방관자의 입장에서 적극적인 실천의 자세를 배우게 된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다른 나라를 동경하지만 말고, 우리의 아쉬운 모습을 한탄하지만 말고, 여유 있게 한 걸음씩 우리 공동체를 바꾸는 일에 내가 직접 나서보자고 다짐했다. 이 책은 그 첫걸음이다.”(p.243) | ||
이타카의 삶이 미국민의 보편적인 삶이 되면 세계에 평화가 올 것 같습니다. (웃음) 무엇이 가장 선결돼야 할까요? 한국에서 공동체 확산이 가능하려면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할까요?
답은 한가지로 할 수 있겠네요. 사람들이 좀 더 소심해지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소심해지면 섬세해지고, 자신부터 돌아보면서 주변에 눈을 뜨면서 다 보일 겁니다. 저 사람은 어떤 면에서 약하고, 어떻게 했을 때 불편해한다고 알면, 불편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겁니다.
책 부제에 ‘P.M 4시’라고 돼 있는데, 이타카에서 가장 편한 시간이 오후 6시입니다. 퇴근해서 집에 와서 저녁을 준비하는데, 그걸 4시부터 준비합니다. 지금 우리는 약속을 하면, 5분만 늦게 와도 전화를 몇 통씩 하지만, 거기선 1시간을 기다려야 버스를 타는데, 하나도 불편하지 않더라고요. 학교에서 탄 버스에서 내리면 집까지 200m 정도밖에 안 됩니다. 거기서 집까지 가는데 가장 빨리 간 게 30분이고, 2시간이 걸린 적도 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길을 가면서 집 앞마당의 정원을 보는데, 지날 때마다 모든 게 새롭습니다. 날씨도 항상 다르고. 어떤 사람은 자신이 즐기기 위해 정원을 꾸미기도 하고, 누군가는 길 바깥에서 보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매일 그 길을 지나면서 뭐가 달라졌나 보고 가는데, 200m 가는데도 30분 이상 걸리지 않을 수가 없어요. 만져보고 싶은 게 있으면 만져보기도 하고.
마을 길바닥의 돌, 나무까지 관심을 기울이면 그들이 어떤 상태인지 알게 되고, 배려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조금씩 내 바깥에 관심을 두고 사람이나 자연, 나무 한 그루까지도 유심히 볼 여유, 그런 삶의 태도만 있으면, 편안하고 안락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성미산마을에서 왔습니다. 공동체를 복구하거나 지켜내기 위해 정치인 송호창으로서 큰 그림을 그리거나 갖고 있는 계획이 있다면 알고 싶습니다.
큰 그림 안 그리고 긴 계획 안 세웁니다. (웃음) 부지런하질 못하고 되는대로 살다보니 그게 몸에 익었는데, 저한테는 괜찮은 삶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뭔가 목표가 있다고 생각하면 계획을 잡기 이전에 당장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거든요. 공동체 문제에 대해서도 살고 있는 마을에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찾아다녔습니다. 우리 사회는, 자신의 바깥에 있는 무엇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무엇이 되라고만 했지, 네가 어떤 사람이고, 네가 가치 있고 단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자존감이 없어서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도 배려도 못했죠.
공동체에 있다면 북 세일 운동, 지역 신협, 새마을금고, 작은 도서관 등과 같은 일을 해보려고 합니다. 공동체를 생각하며 사는 사람을 보면 밝은 에너지가 있습니다. 어제 안철수 원장이 새로운 변화가 시작된다고 말했는데, 그건 에너지가 바뀌는 거예요. 한 사람의 에너지가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언어부터 달라집니다.
이타카 마을 사람들은 돈을 어떻게 버나요?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위한 순환구조가 있고, 미국처럼 자본주의 최첨단에서도 공동체를 유지하게 만드는 제도가 있을 것 같습니다. 공동체 복구에 정치가 보장해주지 않으면 어려울 것 같은데 정치인들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요?
이타카에 제도나 법이 있거나 시스템이 따로 갖춰진 건 아닙니다. 이런 공동체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더 많은 것을 내놓고 노력해야만 유지되는 긴장 관계가 있는 거죠. 이곳엔 5~6년 전만 해도 월마트와 스타벅스가 없었어요. 늘 로컬 중심이었죠.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먼저 소비하고, 지역에서 만든 게 가장 비싸고 가치를 높게 쳐줍니다. 로컬에 대한 자부심이 그만큼 강한 거죠. 그래서 월마트와 같은 대형매장이 들어오는 걸 주민들이 막았습니다. 시장이 제일 앞에서 막았고요. 5년 전부터 월마트가 들어오려 할 때 시장이 길에 드러눕고 온몸으로 막으니 주민들이 함께 저항했어요. 그런데도 결국 못 막고 들어왔습니다.
그런데도 포기 않는 게 많은 주민들이 월마트 이용을 않습니다. 반면 지역 농산물이나 공산물을 파는 매장은 늘 붐벼요. 냉장 시설을 갖추는 게 아니라, 신선한 물품이 빨리 소비되고 가져오고. 똑같은 물건이라도, 뉴욕에서 살 수 있는 것도 지역에서 삽니다. 생산과 소비가 안에서 이뤄져서 지역경제가 튼튼히 이뤄지도록 보호막을 치고 있습니다. 그런 것에 제일 앞장서는 사람들이 정치인입니다. 긍정적인 면만 얘기했는데, 여전히 자기 돈벌이에 관심 많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긴장관계 안에서 공동체는 유지되고 있고요.
“이타카 북쪽 지역에 큰 쇼핑몰을 새로 만드는 것도 그래서 반대했다. 대형 쇼핑몰은 지역 소상인과 농장의 몫을 빼앗을 것이고, 판매 수입은 지역으로 환원되는 것이 아니라 대형 쇼핑몰의 주인이 사는 맨해튼의 부호와 대기업의 주머니로 들어가 이타카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p.1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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