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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4S 주면서 아이폰5라고 속였더니 - 곽준식 『브랜드, 행동경제학을 만나다』

인간이 제멋대로라는 사실을 알면 경제가 보인다 기쁨은 크게 하고 슬픔은 줄여줄 수 있는 행동경제학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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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경제학에서 본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존재로 시간과 장소와 관계없이 일관된 선호를 갖고 효용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한다. 그러므로 인간의 행동은 예측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행동경제학에서 본 인간은 제한적으로 합리적인 존재, 감성적인 존재로 상황에 따라 선호가 바뀐다.

“나에게 가장 친한 친구는 누구일까?”, “사람들은 왜 이익보다 손해에 더 민감할까?”,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라 주식이 많이 뛴 기업은?” 평소 우리 주변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사건에 대한 궁금함을 시원히 풀고 왔다. 지난 10월 12일 늦은 7시 홍대 카톨릭청년회관에는 브랜드, 행동경제학을 만나다』를 펴낸 곽준식 교수의 강연이 마련됐다. 이번 책에는 관련 연구, 생활 에피소드, 기업 사례 등이 자세하게 실렸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행동경제학’, 기존 경제학과 어떻게 다를까? 그는 행동경제학이 기존 경제학과 다른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본다고 말한다. 기존 경제학에서 인간을 어디로 튈지 예측 가능한 축구공으로 본다면, 행동경제학에서 바라보는 인간은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려운 럭비공이다.

 

기존 경제학에서 본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존재로 시간과 장소와 관계없이 일관된 선호를 갖고 효용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한다. 그러므로 인간의 행동은 예측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행동경제학에서 본 인간은 제한적으로 합리적인 존재, 감성적인 존재로 상황에 따라 선호가 바뀐다. 또한 효용을 극대화하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수준을 만족시키는 대안을 선택하기 때문에 행동을 예측하기 어렵다.(14p)

 

처음에 기존 경제학자는 행동경제학자의 연구를 의심했다. 하지만 연구가 진행되면서 하나 둘 행동경제학자들의 예측대로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자칫 정상적이지 않은 행동으로 봤던 것들이 경제 주체의 또 다른 모습으로 받아들여졌다. 곽준식 교수는 “경제학을 공부하는 친구들보다 오히려 마케팅이나 심리학을 전공하는 친구들이 더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용가능성ㆍ대표성ㆍ기준점ㆍ감정 휴리스틱’, ‘프로스펙트 이론’ 등의 다소 낯선 개념과 이론을 쉬운 방식으로 풀어내며 행동경제학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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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색으로 쓰인 글자일까요?

 

문제① (그림) 어떤 색으로 쓰인 글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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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순간적으로 '빨간색'이라고 떠올리지만, 금세 글자를 쓴 색은 '노란색'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이것이 바로 '시스템1'과 '시스템2' 두 차례의 판단 과정을 거치는 인간의 이중정보처리 이론의 예라고 한다. 재미있는 예는 또 있다.

 

문제 ② 얼마일까요?
샤프와 샤프심의 가격은 모두 합해 1,100원이다. 샤프의 가격은 샤프심의 가격보다 1,000원 비싸다. 샤프의 가격은 얼마일까?

 

이 문제를 본 사람 중에는 순간적으로 샤프심의 가격을 1,000원이라고 답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시스템 1에 의한 판단). 여기서 생각하는 것을 멈추면 판단 오류가 발생하게 된다(시스템 2에 의한 모니터링의 실패). 샤프의 가격이 1,000원이라면 샤프심의 가격은 100원이고, 이 경우 샤프는 샤프심보다 1,000원이 아닌 900원 비싼 것이 되기 때문이다. 시스템 2에 의한 모니터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샤프의 가격은 1,050원이라고 답할 것이다. (16~17쪽)

 

재미있지 않은가. 그는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는 직관적(시스템1)으로 보기만 하고, 모니터링(시스템2)은 살아가면서 잘 하지 않는단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오류가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사람의 뇌 구조는 효율성을 중시하는데, 복잡하게 머리 쓰는 것을 최대한 줄이려는 특성에 빗대어 ‘인지적 구두쇠’라고 이름 붙인다고 알려주었다. 우리가 흔히 가지는 고정관념도 이런 특성 때문이다.

 

이를테면, 최근 아이폰5 패러디가 하나 나왔다. 미국의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아이폰 4S'를 주면서 어제 나온 아이폰5라고 속이고 반응을 살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어보니 “진짜 가볍네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어떤 사람은 아이폰4S를 왼손에 들고 있으면서도 아이폰5가 더 가볍다고 한다. 벌써 자신의 마음이 어떤 말을 할지 결정한 것이다. 이를 첫인상 효과라고 하는데, 사람을 처음 봤을 때 첫인상이 좋으면 좋은 점만 보고, 안 좋으면 나쁜 점만 보는 식이다. 이렇게 행동경제학의 개념을 활용하여 세상을 바라보면 사람의 행동을 나름의 관점으로 해석해 볼 수 있는 지혜가 생긴다고 한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브랜드의 비밀

 

2002년에 한일 월드컵의 공식 후원사는 KTF와 SKT 중 어느 곳일까? 답은 KTF지만, 월드컵 직후 광고 최초 상기도를 조사한 결과 SKT 30%, KTF 20%의 순으로 나왔다. KTF는 공식 후원사가 되기 위해 FIFA에 100억 원을 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KTF는 671억 원의 국내 홍보 효과에 그쳤지만, SKT는 '매복 마케팅'이라는 것으로 3,000억 원 이상의 국내 홍보 효과를 올렸단다.

 

그 이유는 이용가능성 휴리스틱으로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2002년은 월드컵 4강 신화로 축제의 도가니였고, 그 정점에는 대규모의 거리 응원을 이끌었던 붉은 악마가 있었다. 당시 SKT는 “Be the Reds(붉은 악마가 되자)” 캠페인을 통해 다양한 유형의 붉은 악마 응원을 소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붉은 악마와의 링크를 강화시켰다. ‘2002년 한일 월드컵=붉은 악마=SKT’라는 강한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결국에는 공식 후원사였던 KTF를 제치고 더 높은 최초 상기도를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52 쪽)

 

머릿속에 얼마나 쉽게 떠오르는가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바로 이용가능성 휴리스틱이란다. 결국, SKT는 회상용이성을 강화시켜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끌고 성공한 마케팅을 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이 살 곳이 못 되고 범죄가 많은 나라로 생각되는 것도 회상 용이성과 관련이 있다. 사람들이 최신 뉴스를 보며 불미스러운 사건들만 자꾸 접하다 보니 그 특성만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것이다. 또 “당신에게 가장 친한 친구는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을 했을 때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바로 제일 친한 친구란다. 그만큼 그 친구와의 링크가 강하기 때문이다. 잘 떠오르지 않는 친구는 상대적으로 링크가 약한 셈이다. 광고를 하며 얻고자 하는 효과는 바로 이 링크를 강하게 하는 것이란다.

 

그는 자신이 2002년에 모 대학교의 강사를 했는데, 그때 “월드컵도 다가오고 언제 우리가 다시 대한민국에서 하는 것을 보겠냐”면서 “인생이 재미없으니까 이벤트를 걸겠다”고 했단다. “우리나라가 1승 거두면 점수 5점을 올려주고, 16강이면 10점, 8강이면 C 이하로는 안 주고, 4강에 오르면 거의 다 A를 준다”고 약속을 했다. 그런데 200명이나 되는 학생에게 A를 주게 된 것이다. 보험으로 따지면 천재지변이었다고. 그래도 절대평가라서 다행이었단다. 그는 자신이 월드컵이라는 사건에 대해 새로운 링크를 그 친구들에게 만들어준 것이라면서 월드컵을 할 때마다 어렴풋이라도 자신을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바로 이런 예를 통해 연상 네트워크 모형을 이해할 수 있다.

 

루머를 대처하는 자세와 슬픔과 기쁨을 관리하는 자세

 

그는 맥도날드 루머 중 ‘지렁이 고기로 만들었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아니라고 부정하면 더 링크가 강해져서 사람들에게 오히려 잘못된 사실을 각인시킬 수 있다. 그래서 이때 기존의 링크를 없애는 방법이 아니라 다른 링크를 더 강하게 만드는 방법을 쓴다고 한다. 링크를 그대로 유지하되 성향을 바꾸는 것이다. ‘지렁이 고기가 프랑스에서는 고급요리 재료로 쓰인다. 우리가 그 비싼 걸 쓰겠냐?’ 이런 링크를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설령 맥도날드가 지렁이 고기를 쓴다 하더라도 고급재료라는 형태로 인식하게끔 만드는 영리한 방법이다. 회상 용이성과 이용 가능성을 가지고 루머에 대처하는 다양한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는데, 이것 때문에 주식이 많이 뛴 기업이 어디인지 아세요?” 그가 던진 질문에 모두가 갸우뚱했다. "그래서 우린 돈을 못 버는 거예요"(좌중 웃음) 그는 자신도 최근에 알았다면서 투표 시스템 회사라고 답을 말했다. 문자메시지로 투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독점적으로 제공한 회사가 주가가 가장 많이 올랐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누가 이기는지 여부만 궁금해했다면, 이제는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우리가 보지 못하는 부분들을 해석해보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기준점 휴리스틱도 평소에 우리가 많이 접하는 개념으로 '닻 내림 효과'라고도 부른단다. 연봉 협상과 판매가격 결정 시에 제일 많이 활용된다. 선박이 닻을 내리면 선박이 돌아다니더라도 닻에서 멀어지지 않고 주변을 도는 것처럼, 처음 기준점을 정할 때 우위를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봉을 협상할 때, 처음 3천만 원을 제시한 사람과 2천 5백만 원을 제시한 사람 둘 중 최종 연봉이 많은 사람은 보통 전자다. 스마트폰을 살 때도 가격대를 알아보고 다닌 후에 "이거 얼마예요?"가 아니라 "이거 얼마까지 줄 수 있어요?"라고 물으면, 자신이 먼저 원하는 가격의 닻을 내리게 되는 셈이다.

 

이 외에도 ‘가격은 똑같은데 고급커피와 일반커피로 나누어진 자판기(101쪽)', ‘꿈에 7이라는 숫자가 7일 동안 나와서 7*7은 48(?)이라는 숫자를 산 복권 당첨자(111쪽)', ‘SBS의 1시간 빠른 뉴스(112쪽)'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며 '행동경제학'이 우리 삶에 얼마나 유용하게 쓰이는지를 소개했다.

 

그는 또 "사람들은 확실한 이익과 불확실한 손실을 원한다”(225쪽)며 ‘이익은 나누고 손실은 합하라’는 행동경제학 관점의 지혜를 가르쳐 주었다. 사람들은 이익이 난 주식은 생각보다 빨리 파는데 손실이 난 주식은 오래 끌고 가는 성향이 있단다. 이익은 생각보다 빨리 찾으려 하고, 손해는 ‘지금 팔면 아무것도 없어’라고 하다가 더 큰 손실을 얻는다. 결국, 행복을 좀 더 크게 하고 손실은 줄이는 방법을 활용할 때, 사람들에게 기쁨은 크게 하고 슬픔은 줄여주는 길이 생긴다. 물건을 50% 할인해 줄 때는 나눠서(20% 20% 10%) 하거나, 계산하고 돌아서는 사람에게 '잠깐만'이라며 샘플을 더 챙겨주는 식이다. 회사에서 사람을 50명 감원해야 할 때는 나눠서(30명 20명) 하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받을 충격이라면 한 번에 주는 것이 좋단다. 놀이공원의 자유이용권도 같은 원리다.

 

예를 들어 A와 B 두 주식에 투자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주식 A에서 1백만 원의 평가이익이 나고, 주식 B에서 80만 원의 평가 손실이 발생했다면? 이 경우에는 이익이 손실보다 크기 때문에 ‘A에서 1백만 원 벌고, B에서 80만 원 잃었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주식 투자해서 20만 원 벌었네!’라고 생각해야 기쁨이 커진다(이익이 손실보다 클 경우에는 합해라). 이익에서 얻는 기쁨보다 손실에서 느끼는 슬픔이 2배 이상 크기 때문이다. 반대로 주식 A에서 1백만 원의 평가 손실이 나고, 주식 B에서 80만 원의 평가 이익이 발생했다면 어떨까? 이 경우에는 손실이 이익보다 크기 때문에 '주식 투자해서 20만 원 잃었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A에서 1백만 원 잃었지만, B에서 80만 원 벌었다!'라고 생각해야 슬픔이 작아진다(손실이 이익보다 클 경우에는 나눠라). (135쪽)

 

“행동경제학을 알면 세상을 해석할 방법이 생겨서 좋다”고 그는 말한다. “누구나 개똥철학이 있는 것처럼 세상을 보는 관점이 생긴다”고도 한다. 그는 박사는 원래 한 분야만 공부하는데 왜 넓을 박자를 쓸까?”라며, 하나를 깊이 알면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는 영역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흐름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어떻게 소비자의 심리를 해석하고 옳은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시작하게 된 학문이고, 적어도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 것 같다”며 행동경제학의 매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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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구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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