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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 『닥터 지바고』 작가는 왜 노벨문학상 수상을 거부했나?

러시아, 겨울, 그리고… 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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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혁명이 정치적ㆍ사회적인 선택을 용납하지 않는 절박한 시대상황 속에서도 『닥터 지바고』는 개인적인 자유의 세계로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지식인의 모습들이 그려져 있다. 자연과의 교감, 영원한 러시아를 상징하는 여성 라라에 대한 그의 사랑, 시대의 편승자와 낙오자로 구분되는 수많은 작중인물의 운명을 통해 혁명과 사회주의의 현실에 대한 심각한 환멸, 종교적인 새로운 통일적 원리에 대한 동경을 표현하고 있다.

1890년 10월 23일은 불후의 명작 『닥터 지바고』를 세상에 내놓은 구 소련의 소설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태어난 날이다.

It snowed and snowed, the whole world over.
Snow swept the world from end to end.
A candle burned on the table;
A candle burned.

온 세상에 눈이 내리고, 또 내리는데
하얀 눈은 세상의 끝에서 끝까지 휩쓰나니
촛불 하나 탁자 위에서 외로히 타고 있네
촛불 하나 여전히 타고 있네

-소설 『닥터 지바고』 중에서
러시아 혁명이 정치적ㆍ사회적인 선택을 용납하지 않는 절박한 시대상황 속에서도 『닥터 지바고』는 개인적인 자유의 세계로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지식인의 모습들이 그려져 있다. 자연과의 교감, 영원한 러시아를 상징하는 여성 라라에 대한 그의 사랑, 시대의 편승자와 낙오자로 구분되는 수많은 작중인물의 운명을 통해 혁명과 사회주의의 현실에 대한 심각한 환멸, 종교적인 새로운 통일적 원리에 대한 동경을 표현하고 있다. 러시아 국내 발표가 금지되자 1957년 이탈리아에서 출판, 다음 해에 노벨상이 수여되었다. 그가 태어난 날과 똑같은 1958년 10월 23일 노벨문학상 수상과 거부 선언은 가장 극적인 사례로 꼽힌다.

파스테르나크는 러시아의 시인이자 소설가로 1890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1909년 모스크바 대학의 역사ㆍ철학부에 들어갔고 12년 독일의 마르부르크 대학에 유학하여 신칸트파 철학을 공부하였다. 1914년 처녀작 「구름 속의 쌍둥이」를 썼으며 초기작은 블로크와 릴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20년대 중반부터는 서사시의 장르로 많이 편중하기도 했으며 중년에 접어들면서는 혁명과 개인에 대한 운명에 관하여 깊이 심취해 그에 대한 정치적 비판이 격화되자 집필을 중단하고 번역하는 일에 종사하기도 하였다.

장편소설 『닥터 지바고 (Doctor Zhivago)』로 1958년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자 소련 내에서 커다란 반대가 야기되어 수상을 거부했다. 러시아 혁명의 잔혹함과 그 여파 속에서 펼쳐지는 방황, 정신적 고독, 사랑을 서사적으로 기술한 이 소설은 국제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나 소련에서는 비밀리에 번역본으로만 유포되었다.

그는 교양 있는 유대인 가정에서 성장했다. 아버지 레오니드는 미술 교수였으며 소설가 레프 톨스토이,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등과 교류했다고 한다. 이들의 초상화를 비롯해 레닌의 초상화를 그렸다. 어머니는 피아니스트 로자 카우프만으로 어린 시절 빠스쩨르나끄는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음악가가 되려했다. 그래서 6년간 음악이론과 작곡을 공부했지만 갑자기 철학으로 진로를 바꾸어 모스크바 대학교와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철학 강좌를 수강했다. 제1차 세계대전 중에는 신체상의 이유로 병역이 면제되었지만 대신 우랄 지방의 화학공장에서 근무했고 혁명 후에는 소비에트 교육부 도서관에서 일했다.

그의 첫 번째 시집은 1913년에 출간되었고 1917년에는 2번째 시집인 『장벽을 넘어서 Poverkh baryerov』를 펴냈다. 1922년에 『누이, 나의 삶 Sestra moya zhizn』을 출간하면서 역량 있는 신인 서정시인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빠스쩨르나끄의 초기 시는 상징주의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있었다. 그러나 1933~43년에 쓴 작품은 공식적인 작품양식(사회주의 리얼리즘)과 너무 동떨어져 출판이 불가능했으며 1930년대 말의 대숙청 기간에는 안전을 위해서라도 저작활동을 삼갔다. 그는 『파우스트』(1953) 『셰익스피어 희곡집』(1953) 등의 명번역집을 저술하기도 했다.

1956년 빠스쩨르나끄는 모스크바의 유력한 월간지에 소설 『닥터 지바고』를 기고했으나 “10월혁명과 혁명의 주역인 인민, 소련의 사회건설을 중상했다”는 비방과 함께 거부당했다. 1905년 제1차 혁명과 1917년의 10월 혁명을 배경으로 씌어진 『닥터 지바고』는 짜리즘의 러시아가 붕괴되는 사회적 혼란 속에서 작가 자신의 분신인 유리 지바고를 통해 지식인이 겪는 비참한 운명과 인간 비극을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은 서정적 시적 표현과 서사적 서술적 표현 그리고 다양한 서술 기법으로 씌어진 장대한 서사시이며 작가가 살았던 시대의 장엄한 증언이다. 특히 이 소설의 마지막 장에 기록된 「유리 지바고의 시」는 테두리를 넘어 특별한 생명력과 삶에 대한 강렬한 확신을 가진 그의 시의 깊이가 나타나 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으로 결정되었으나 냉전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수상을 거부해야 했던 작품이다. 1987년에야 『닥터 지바고』가 소련 내에서 출판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페레델키노의 집에서 암과 심장병에 시달리며 여생을 보냈다고 전해진다.


[출처] Yes24 영화

<닥터 지바고>는 1965년 데이빗 린 감독에 의해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세기의 명배우 오마 샤리프와 줄리 크리스티가 출연했으며 각본상과 작곡상, 촬영상, 미술상, 의상상 등 5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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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경진

지구에 춤을 추러 온 화성인입니다. 여행과 영화 감상을 좋아하며, 책을 사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잘 읽지는 못하고 쌓아만 둡니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춤을 추는 게 삶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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