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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자 아내를 두고 이중결혼한 남편을 모델로… - 샬롯 브론테 <제인 에어>

세기와 편견을 뛰어넘은 불후의 명작 한 남자의 이중생활로 하루아침에 인생이 산산조각난 어느 여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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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인을 기만한 남편, 진짜가 아니었던 결혼생활, 졸지에 사생아가 되어버린 아기……. 한 여인의 인생이 하루아침에 산산조각 나버렸다. 이 실존 부부의 기구한 사연은 당시 로헤드의 교사였던 열아홉 살의 샬롯 브론테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고, 먼 훗날 그녀가 쓴 소설의 소재가 되었다.

로헤드 여학교 교실에 충격적인 소문이 퍼졌다. 소문의 주인공은 학교 근처의 도시 리즈에 사는 한 부부였다. 가정교사인 아내가 남편에게 이미 다른 아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 불쌍한 여인은 얼마 전에 아이까지 낳은 터였다. 이중결혼 사실이 들통 나자, 남편은 첫 번째 결혼 상대였던 여자가 정신병을 앓고 있다고 변명했다. 견딜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혼 역시 불가능했다고 말이다. 그래서 새 신부를 맞아들이는 대신 두 여인이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하도록 철저히 이중생활을 유지했다고 고백했다.

                                                                  ⓒ정가애

두 여인을 기만한 남편, 진짜가 아니었던 결혼생활, 졸지에 사생아가 되어버린 아기……. 한 여인의 인생이 하루아침에 산산조각 나버렸다. 이 실존 부부의 기구한 사연은 당시 로헤드의 교사였던 열아홉 살의 샬롯 브론테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고, 먼 훗날 그녀가 쓴 소설의 소재가 되었다.

집을 떠나 여행하면서 브론테는 소설을 구상하는 데 필요한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1845년 7월, 브론테는 오랜 친구인 엘렌 너니를 만나러 영국 헤더세이지로 갔다. 너니는 결혼을 앞둔 남동생 헨리의 집에서 머무르며 올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과거 헨리는 브론테에게 청혼했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었다. 브론테가 느끼기에 그의 청혼은 사랑이 아닌 계산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6년 후, 다른 여인이 헨리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이번에는 그가 운명의 짝을 제대로 찾아낸 것이다. 브론테와 너니는 3주간 함께 지내며 여러 곳으로 나들이를 다녔다.

헤더세이지에서 북쪽으로 1.6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노스 리스 홀’이라는 귀족의 영지가 펼쳐져 있다. 겉보기엔 더없이 아름답기만 한 곳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불행한 역사가 숨어 있었다. 과거 이곳의 안주인이 정신병자 취급을 받아 벽과 바닥에 패드를 덧댄 방에서 감금생활을 하다가, 불이 났는데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다. 친구와 함께 노스 리스에 놀러가서 이 끔찍한 사연을 들은 브론테는 자연히 옛날 리즈에서 이중생활을 했던 남편의 정신병자 아내를 떠올렸을 것이다.


드라마(2006, 右), 영화(2011, 左) 속 《제인 에어》

그녀는 두 가지 사연을 섞어 《제인 에어》의 줄거리를 구상했다. 소설의 큰 줄기는 어느 가정교사가 끔찍한 비밀을 간직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남자의 거처이자 소설의 배경이 되는 ‘손필드 홀’은 노스 리스의 복사판이기도 하다. 사실 브론테는 여행 중에 들른 여러 장소를 소설 안에 녹여냈다. 손필드와 가까운 곳에 자리한 허구의 마을 ‘모턴’은 헤더세이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브론테는 실재하는 장소나 인물을 모델로 허구의 세계를 재창조했다는 사실을 굳이 감추려 들지 않았다. ‘모턴’이란 마을 이름은 헤더세이지에 있는 여관 주인의 이름을 땄고, 주인공의 성 ‘에어’ 역시 헤더세이지에서 대를 이어 살아온 가문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브론테는 헤더세이지 여행을 마치고 1년이 지난 후에 본격적인 집필 작업에 들어갔다. 얼마 전에 눈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아버지를 간호하며 틈틈이 글을 썼다. 어둡고 조용한 방 안에서, 작가는 네모난 종이 위에 얼굴을 바짝 대고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브론테는 점점 이야기 속에 빠져들어 미친 듯이 글을 쓰다가 급기야 열병에 걸리고 말았다. 과연 이 소설은 굉장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었다.


1847년, 브론테의 원고를 받은 스미스, 엘더, 앤드 컴퍼니의 조지 스미스는 앉은 자리에서 엉덩이 한 번 떼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치웠다. 그날 잡혀 있었던 약속도 모두 취소하고 밤늦도록 잠도 미룬 채 소설에 빠져든 것이다. 그 해 10월, 브론테의 데뷔작 《제인 에어》가 출간되었다. 책은 서점에 깔리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독자들은 물론이고 책을 낸 출판사 사람들조차 저자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그녀가 자유롭게 길거리를 쏘다녀도 이 베스트셀러 작가를 알아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첫 출간 당시 《제인 에어》에 실린 저자명은 ‘커러 벨’이었다. 브론테는 항상 필명을 사용했고, 역시 작가였던 두 여동생 에밀리와 앤에게도 필명을 쓰라고 권했다. 어쨌든 당시 여성은 성별만으로도 차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브론테는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어렴풋이 여성 작가들에게 편견이 작용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즉 평론가들이 때로는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을 뿐 아니라 그 보상으로 진정한 칭찬이 아닌 아첨을 일삼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브론테 자매는 각자 필명을 커러, 엘리스, 액턴으로 정하고, 성은 세 자매의 아버지 패트릭 브론테 목사 밑에서 일하던 아서 벨 니콜스의 중간 이름을 차용해 ‘벨’로 통일했다. 필명을 지을 당시에는 꿈에도 몰랐을 테지만, 공교롭게도 브론테는 훗날 니콜스의 아내가 되었다.

‘벨 형제’의 시와 소설에 대한 평론들을 볼 때마다 브론테 자매는 실소를 터뜨렸다. 물론 ‘커러 벨’의 작품 《제인 에어》를 바라보는 평단의 시선도 진짜 작가가 보기엔 우스울 따름이었다.

“《제인 에어》가 공동집필한 작품이 틀림없다는 평을 읽고는 남몰래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글 속에서 두 성별을 아우르는 두 사람 이상의 특징이 분명히 드러난다나 뭐라나.”

편견으로 똘똘 뭉친 19세기의 평론가들은 전혀 알아채지 못했지만, 지금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이 불후의 명작이 단 한 명의 뛰어난 여성 작가에게서 탄생했다는 사실을.



샬롯 브론테

1816년 영국 요크셔 손튼에서 성공회 신부의 딸로 태어났다. 기숙학교를 다니기도 했으나 언니들이 영양실조와 폐렴에 걸려 사망한 후 동생 에밀리와 함께 집으로 돌아와 공부하기 시작했으며 이 시기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다. 대표작으로는 《제인 에어》, 《교수》, 《셜리》 등이 있으며 특히 《제인 에어》는 그녀에게 작가로서 큰 성공을 가져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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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 실리어 블루 존슨 저/신선해 역 | 지식채널

작가들의 문학적 영감에 대해 늘 궁금해하던 편집자 실리어 블루 존슨은 어느 날 『댈러웨이 부인』을 읽고 소설의 첫 줄이 탄생하기 이전의 일을 찾아보기 시작한다. 버지니아 울프가 우아한 사교계 명사를 창조하기 위해 밟았던 과정을 직접 따라가면서, 그녀는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받는 문학작품을 품은 작가들의 반짝이는 영감을 캐내보기로 한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작가들의 공통점은…

 





브론테 자매의 작품들

[ 빌레트 ]
[ 폭풍의 언덕 ]
[ 아그네스 그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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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실리어 블루 존슨

미국 뉴욕대학교에서 영미문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출판사 랜덤하우스와 그랜드 센트럴 퍼블리싱에서 편집자로 근무했다. 비영리 문예지 「슬라이스Slice」를 공동 설립, 운영하면서 수많은 베스트셀러 작가들과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평소 많은 작가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어떻게 문학적 영감을 얻고 아이디어를 글로 옮기는지에 관심이 많았던 존슨은 《댈러웨이 부인》, 《오만과 편견》, 《노인과 바다》, 《어린 왕자》 등 위대한 문학작품들의 흥미진진한 뒷이야기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물을 《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에 오롯이 담아냈다. 현재는 유명 작가들의 독특한 글쓰기 기술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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