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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마흔한 번째 갑부가 타는 소박한 자가용 - 아짐 프렘지(Azim Premji)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자 부자의 사회적 정체성을 환기시키는 빛나는 슈퍼 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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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렘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구두쇠다. 위프로(Wipro) 회장인 그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는 도요타의 코롤라다. 코롤라는 해외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의 아반떼와 경쟁을 벌이는 준중형차다. 심지어 2005년 이 차를 사기 전까지는 포드의 소형차 에스코트(1996년식)를 타고 다녔다. 회사에서도 직원들이 퇴근한 후 사무실 전등이 꺼졌는지 일일이 확인하며, 화장실 휴지 사용량까지 점검할 정도다. 하지만 심하다 싶을 정도의 검소함에는 그만의 이유가 있다.

인도 남부의 벵갈루루는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2,000개가 넘는 인도의 IT 기업과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의 연구개발센터가 모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은 20년 전만 해도 날씨 좋은 휴양지일 뿐이었다. 벵갈루루에 처음 공장을 세우고 인도 IT 산업의 부흥을 이끈 회사가 바로 소프트웨어기업 위프로(Wipro)다. 그 중심에는 당시 30대의 젊은 최고경영자 아짐 프렘지(Azim Premji, 1945년~ )가 있었다.

명문대학을 중퇴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거대한 IT 기업을 일궜다는 공통점 때문에 ‘인도의 빌 게이츠’로 통하는 프렘지는 2012년 「포브스」 집계 159억 달러(약 18조 원)의 재산을 가진 인도 세 번째, 세계 마흔한 번째 갑부다. 하지만 그는 단지 유능하고 돈 많은 부자만은 아니다. 「타임」이 2004년과 2011년 두 번이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프렘지를 선정할 정도로, 사회 불평등을 줄이려는 그의 노력은 그가 쌓은 부(富)보다 더 깊은 울림을 준다.


식용유에서 컴퓨터로, 컴퓨터에서 다시 소프트웨어로


프렘지는 뭄바이(과거 봄베이)의 부유한 무슬림 집안에서 태어났다. 인도에서 고교를 졸업한 그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으로 유학을 가 전기공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식용유 제조업체 ‘위프로’를 운영하던 아버지가 1966년 갑자기 사망하면서, 당시 스물한 살 청년 프렘지는 학업을 중단하고 인도로 돌아와 회사를 맡게 된다. 프렘지는 위로 세 명의 형이 있었지만, 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영리하고 똑똑했던 프렘지를 후계자로 택했다고 한다. 빌 게이츠가 꿈을 찾아 스스로 학교를 그만뒀던 것과 달리 프렘지는 가업을 계승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학업을 포기해야 했다.

식용유만 해서는 회사가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 프렘지는 비누, 미용용품, 전구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갔다. 결정적 기회가 찾아온 것은 1970년대 중반이다. 새로 들어선 인도 사회당정부가 외국 기업을 탄압하면서 IBM과 코카콜라 등 거대 외국 기업이 인도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프렘지는 IBM이 철수하면서 빈자리가 생긴 컴퓨터 사업에 진출하기로 결심한다. 미국에서 컴퓨터 전문가 일곱 명을 스카우트해 벵갈루루에 컴퓨터 공장을 세웠다. 1981년 드디어 위프로의 첫 미니컴퓨터가 나왔다. 인도에서 만든 최초의 컴퓨터다. 이와 함께 서비스 질 향상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당시 사회주의가 널리 퍼져있던 인도 사회에는 ‘애프터서비스(AS)’라는 개념조차 없었다. 하지만 그는 고객 한 명당 세 명의 AS 직원을 둘 정도로 고객 서비스를 중시했다. 이후 위프로가 인도의 컴퓨터 시장을 장악한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경쟁을 피할 수는 없었다. 1991년 정권 교체로 인도 시장이 개방되면서 IBM, 컴팩, HP 등 세계적인 컴퓨터 제조 업체가 인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품질이나 가격에서 그들을 당해낼 수 없던 위프로에 최대 위기가 닥쳤다.

이때 프렘지는 소프트웨어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위프로의 인력은 세계 다른 IT 인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낮다는 점을 적극 활용해 GE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를 따내기 시작한 것이다. 단지 인건비뿐 아니라 프렘지의 품질개선 노력도 중요한 밑바탕이 되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소프트웨어 품질에 힘을 쏟은 위프로는 1995년 ISO 9000 품질인증을 땄고, 1999년에는 세계 최초로 국제공인 소프트웨어 기술표준인 CMM에서 최고등급(5등급)을, 인재 표준인 CMMI에서도 역시 최고등급(5등급)을 받았다.

‘식물에서 뽑아낸 기름을 생산하는 인도 기업’을 의미하는 ‘웨스턴 인디아 베지터블 프로덕트(Western India Vegetable Product)’의 약자를 딴 식용유 회사 ‘위프로(Wipro)’가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거듭난 것이다. 회사명은 그대로지만 직원 350명에 연 매출 150만 달러였던 식용유 회사가 직원 10만 명, 연 매출 8조 원에 이르는 거대기업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정직한 기업의 검소한 회장님


프렘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구두쇠이기도 하다. 위프로 회장인 그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는 도요타의 코롤라다. 코롤라는 해외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의 아반떼와 경쟁을 벌이는 준중형차다. 심지어 2005년 이 차를 사기 전까지는 포드의 소형차 에스코트(1996년식)를 타고 다녔다. 해외로 출장을 갈 때면 비행기는 이코노미 좌석을, 숙소는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한다. 회사에서도 직원들이 퇴근한 후 사무실 전등이 꺼졌는지 일일이 확인하며, 화장실 휴지 사용량까지 점검할 정도다. 아들 결혼식에서도 고급 접시가 아닌 일회용 종이접시를 사용했다는 것은 아주 유명한 일화다.


하지만 심하다 싶을 정도의 검소함에는 그만의 이유가 있다. ‘성공에 겸손하라’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그는 “성공은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성공한 사람들은 사회에 대한 고마움과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공한 사람일수록 거만함과 사치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경유착으로 성장한 인도의 많은 대기업들과 달리 정부에 뇌물이나 정치 자금을 일절 주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신 회사 성장의 열매를 직원들과 함께 나눈다. 그는 1984년 ‘위프로 공평한 보상위원회(WERT : Wipro Equity Reward Trust)’를 설립해 직원들이 일정한 기준에 따라 회사 주식이나 배당금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WERT와 직원의 공동 명의로 발행된 주식은 4년이 지나면 해당 직원에게 양도되고, 직원이 퇴직하거나 사망하면 상속인이 양도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인도인들이 프렘지를 ‘정직한 기업인’, ‘절약하는 회장님’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어린이들의 ‘키다리 아저씨’


프렘지는 기부에 있어서도 인도에서 가장 ‘큰손’이다. 그가 가장 열정을 쏟는 부분은 초등학교 교육이다. “교육은 공정하고 인간적이며 지속 가능한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는 소신을 가진 프렘지는 2001년 사재 5,000만 달러(약 600억 원)로 교육재단을 설립했다. 제대로 된 초등교육이야말로 인도의 빈곤 탈출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름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매년 500만 달러씩 기부해 초등학교에 학습법, 교사 커리큘럼, 재정 등을 지원하며 2만 5,000여 개 학교의 200만여 명 학생들을 후원해왔다.

그리고 2010년 12월에는 인도 역사상 가장 많은 기부금액인 20억 달러(약 2조 2,000억 원)를 학교 교육 발전을 위해 기부했다. 20억 달러는 프렘지가 가진 재산의 8분의 1에 해당하는 돈으로, 2025년까지 인도 전역에 1,300개의 학교를 세워 지역 언어로 무상 교육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대학도 세워 교육 프로그램 개발, 지도자 양성, 교육 개혁을 위한 방안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이처럼 프렘지는 19세 이하 인구가 5억 명(전체 인구의 45%)에 이르지만 지방 초등학생의 절반가량이 자국어를 제대로 못 읽는 인도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교육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프렘지가 2012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우리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전 세계적인 혼돈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프렘지는 개인적인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인간적이며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책임감 강한 재벌’의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최근 인도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신흥 재벌도 급증해, 인도인 억만장자가 69명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자선사업에는 인색해 비난을 받고 있다. 비단 인도뿐 아니라 세계의 많은 슈퍼 리치들이 기부에는 인색한 게 사실이다. 돈을 꼭 써야 할 곳과 쓰지 않아야 할 곳을 분명히 구분해 모두에게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쓰는 프렘지는 부자의 사회적 정체성을 환기시키는 빛나는 슈퍼 리치다.





[ 부자 DNA ]책임감의 DNA

아프리카 속담에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하나의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그럴진대 수십에서 수천만 명이 몸담고 있는 회사를 운영하는 일은 어떨까? 프렘지는 그 답을 잘 알고 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부와 성공에 대한 사람들의 시기와 박탈감을 충분히 이해한다. 내게 주어진 부는 단지 나 한 사람이 누려야 할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 나누어야 할 과실(果實)이다. 나는 회사 직원과 고객, 심지어 이 사회 구성원 전체와 그 과실을 공정하게 나눌 커다란 책무를 지고 있다”고 얘기한 바 있다. 자신의 부와 성공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가슴 깊이 새길 줄 아는 재벌! 바로 이 책임감의 DNA가 스크루지의 외형을 한 산타클로스 회장님을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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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슈퍼 리치 최진주,문향란,남보라 공저 | 어바웃어북
이 책의 저자인 세 명의 기자들은 부의 흐름과 현재를 정확히 조망할 수 있도록 중국ㆍ인도ㆍ러시아ㆍ호주ㆍ나이지리아 등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전 세계의 슈퍼 리치들을 다루고자 애썼다. 덕분에 우리는 나이지리아의 시멘트 재벌 알리코 단고테(Aliko Dangote), 러시아의 철강 재벌 블라디미르 리신(Vladimir Lisin), 인도의 통신 재벌 수닐 미탈(Sunil Bharti Mittal), 할인마트 알디의 창업주이자 독일 최고의 부호인 카를 알브레히트(Karl Albrecht) 등 국내 언론에 거의 소개된 적 없는 슈퍼 리치들의 삶과 성공 전략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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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남보라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2009년 한국일보에 입사했다. 경제부를 거쳐 지금은 사회부에서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를 담당하고 있다. 수개월 동안 많은 슈퍼 리치를 ‘뒷조사(?)’한 끝에 ‘가장 아름다운 부자’는 정직하게 부를 쌓아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까지 준 인도의 아짐 프렘지(Azim Premji)라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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