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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성공한 MVNO, 한국에선 왜 어렵나?

MVNO,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 MVNO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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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NO가 이동통신 사업자보다 요금이 저렴하기 때문에 언뜻 보면 MVNO의 성공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녹색소비자연대가 스마트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를 보면 소비자는 이동통신 시장에 더 많은 MVNO들이 진입하기를 바라고 있고, 그 이유는 근 10년 동안 변하지 않았던 이통 3사의 시장 장악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국내 동향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MVNO란 타이틀이 등장한 것은 2011년 7월이다. 7월까지 등록된 MVNO 15개 사업자 중 7개 사업자가 본격적으로 영업을 개시했다. 그 해 10월 대기업 MVNO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CJ헬로비전이 MVNO 참여를 선언했다.

하지만 2011년 7월 초 서비스 개시 이후 한 달 여 간 MVNO 사업자들이 유치한 가입자 수는 1만 명이 채 안 된다. 특히 기대를 모았던 KCT(한국케이블텔레콤)는 가입자 수가 당시 500명에 불과했고, 선불전화사업자에서 MVNO로 전환한 아이즈비전과 에스로밍은 당시까지 합산해 1천 명의 가입자를 모으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CJ헬로비전의 경우 2012년 가입자 목표가 20만 명이고 출범 후 한 달 내에 약 1만 명의 가입자를 모은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지만 7월 현재 연 목표의 3분의 1 수준만 달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MVNO 출범 후 6개월 동안 확보한 전체 가입자는 40만 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40만 명 중 대부분은 MVNO로 전환한 기존 별정통신사업자들이 과거에 유치한 가입자였다.

MVNO가 이동통신 사업자보다 요금이 저렴하기 때문에 언뜻 보면 MVNO의 성공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녹색소비자연대가 스마트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를 보면 소비자는 이동통신 시장에 더 많은 MVNO들이 진입하기를 바라고 있고, 그 이유는 근 10년 동안 변하지 않았던 이통 3사의 시장 장악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현재의 요금제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가 35.6%, 스마트폰 요금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42.2%, 그리고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통신비 절감에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도 42.2%나 된다.

이런 상황임에도 MVNO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것은 MVNO의 최신 스마트폰 수급 능력 때문이다. 한국인은 저렴한 요금제를 원하면서도 동시에 최신 스마트폰을 원한다. 여기에서 MVNO는 2가지 문제에 직면하는 것이다. MVNO는 시장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휴대폰 제조사에게 출하 물량을 보증하기가 어려운 데다가, 설령 제조사에게 구매단말의 수량을 보증한다고 해도 자금력 부족으로 기존 이동통신사처럼 소비자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기 어렵다.

물론 한국의 MVNO들도 약 100개의 MVNO가 있는 일본처럼 해외 제조사로부터 휴대폰을 직접 구매할 수 있다. NTT도코모로부터 망을 빌려 쓰는 소피아 홀딩즈
Sophia Holdings는 중국 화웨이로부터 스마트폰을 직접 조달하고 있으며, 역시 도코모로부터 망을 임차해 쓰는 알스트림Rstream은 대만의 제조사로부터 스마트폰을 조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은 익숙하지 않은 브랜드에 대해 선호도가 매우 낮은 편이다.

MVNO가 직면한 다른 어려움 중 하나는 유통채널이다. 이동통신사처럼 전국 곳곳에 직영점과 대리점의 매장을 확대하는 것은 자본과 인력 문제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다. 보조금 지급 여력의 부족으로 판매점에게 MVNO에서 출고한 휴대폰을 유통시키기도 어렵다. 대안은 TV홈쇼핑이나 온라인 쇼핑몰밖에 없는데 CJ헬로비전처럼 그룹 내에 홈쇼핑과 온라인쇼핑 채널을 갖고 있는 기업이라면 조금은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해외 동향


한국에서는 MVNO란 말 자체가 낯설 정도로 아직 시장 초기 단계이다. 이에 비해 유럽과 북미에서는 이미 1차 성숙기가 지났다고 할 정도로 많은 성공사례와 실패사례가 누적돼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 MVNO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는 MVNO가 시장에 진입할 당시 각국의 이동통신 보급률이 낮았다는 것이고 두 번째 이유는 선불 시장이 활성화 돼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MVNO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한 2011년에 이미 이동전화 보급률이 102%를 넘었기 때문에 해외 사례를 더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한 때 MVNO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혔던 버진모바일USA가 시장에 진입한 1999년 미국의 이동통신 보급률은 41%에 불과했다. 또한 2000년에 시장에 뛰어들었던 덴마크 텔모어의 경우는 당시 보급률이 58%였다. 이동통신 보급률이 90% 미만의 시장에서는 사람들의 기본적 수요 때문에 이동통신 사업자든 MVNO든 상관없이 어느 정도 수평적인 경쟁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저가 요금제를 상징하는 선불요금이 활성화된 시장에는 역시나 저가 요금제를 표방하는 MVNO의 자연스러운 수요가 형성돼 있었다.

문제는 각국의 이동통신 보급률이 100%를 상회하기 시작하면서부터 MVNO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MVNO는 시장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요금인하를 시작했고 이동통신사 역시 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요금인하를 시작하면서 양자 간에 출혈적인 경쟁이 벌어졌던 것이다.

한때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MVNO로 꼽혔던 버진모바일USA의 경우를 살펴보자. 미국의 몇몇 이동통신사는 시장 포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2008년에 월 100달러 수준의 무제한 음성 정액요금을 출시했다. 그러자 버진모바일USA는 월 79.99달러의 무제한 음성 정액요금으로 대응했고 2010년에는 다시 49.99달러로 요금을 인하했다. 그러자 다른 MVNO가 이를 다시 월 30달러로 낮추고 추가로 월 45달러를 내면 메시지까지 무제한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결국 버진모바일USA의 2008년 순이익은 800만 달러에 그쳤고 2010년에는 최초로 약 13만 명의 가입자 순감이 발생했다. 2003년 대비 2006년의 가입자 이탈비율
Churn-out은 77%나 되었고 가입자 인당 수익ARPU은 14.3%나 하락했다. 당시 버진모바일USA의 가입자 인당 수익은 20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이었지만 고객 유치 비용으로 120달러 정도가 소요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현재 버진모바일USA는 미국의 4위 이동통신사인 스프린트넥스텔에 인수된 상태이다.

근본적으로 MVNO는 늘 채산성 악화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망 임대사용료(도매대가)를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데다, 가입자 인입이 정체될수록 경쟁 상황 때문에 오히려 마케팅 비용지출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적인 통신요금 인하 추세도 한몫 하고 있다. MVNO를 가장 먼저 도입한 영국의 경우 실질 영업이익 수준을 의미하는 EBITDA 마진율이 이동통신 사업자는 30.33%이나 MVNO는 20%에도 못 미치고 있다.


MVNO 2.0


이동통신 사업자와 무한 요금인하 경쟁을 벌이면 결국 자신에게도 손해가 된다는 것을 깨달은 일부 MVNO는 니치 시장을 파고드는 이른바 ‘MVNO 2.0’ 전략을 취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 전략을 택한 모든 MVNO가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MVNO들이 참고할 만한 사례인 것은 분명하다.

일단 콘텐츠를 특화한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 포지셔닝을 이룬 MVNO 중 가장 유명한 곳은 모바일 ESPN으로, 이들은 스포츠 관련 모바일 콘텐츠를 주무기로 삼았다. MVNO 디즈니의 경우는 애니메이션 등의 가족형 콘텐츠에 주력했다. 또한 연령을 기준으로 시장을 세그먼트한 MVNO도 있었는데 앰피드 모바일
Amp’d Mobile은 젊은층을 대상으로 데이터서비스 상품에 집중했고, 카짓Kajeet은 시장을 더 세분화해 어린이 계층을 타겟으로 한 상품을 출시했다. 지터버그Jitterbug는 노년층을 상대로 응급구조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커다란 통화버튼을 장착한 단말기를 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출혈적인 휴대폰 보조금 지급, 오프라인 매장 확보 등의 마케팅 및 유통비용 등에 무리하게 투자하면서 대부분 사업에 실패하고 말았다.

현재 미국에서 살아남은 가장 성공한 MVNO 중 하나인 트랙폰
Tracfone은 멕시코 계열인 모母 회사와의 관계를 통해 미국 내 노동자 층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히스패닉 계층을 집중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전국적으로 히스패닉 계층을 유치하기 위해 트랙폰은 전국 단위의 네크워크를 갖고 있는 버라이즌에서 망을 임대하고, 전국 유통망을 갖고 있는 월마트와 협정을 맺어 서비스를 실시했다. 그 결과 트랙폰은 2010년 1분기 기준으로 미국 내 1,54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전체 미국 이동통신 시장의 6%를 점유하고 있다. 2010년 1분기에만 100만 가입자를 모았고 2010년 한 해 동안에만 270만 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유럽에서 성공한 MVNO들도 트랙폰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유럽은 EU라는 지역공동체 내에서 자유로운 국가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당 이동전화 회선을 2회선 이상 보유한 비중이 높고, 또한 미국 이상으로 한 국가 내의 인종 분포가 다양해 MVNO가 활성화될 수 있는 ‘자연적인 환경’이 처음부터 조성되어 있었다. 그래서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MVNO 시장이 뒤늦게 시작됐음에도 급속하게 성장할 수 있었고, 반대로 단일민족국가인 아일랜드는 MVNO가 가장 비활성화된 국가가 되었다.

한국에서 MVNO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동통신사와의 출혈적인 경쟁을 피하는 것 외에도, 체계적인 시장 조사 없이 무리하게 틈새시장에 진입하는 일 또한 피해야 할 것이다. 또한 앞선 사례처럼 자사의 강점이 무엇인지에 따라 MNO와의 제휴, 콘텐츠 전략, 유통 전략 등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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