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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이런 앨범이 있어 기쁘다! - 나얼

오직 그이기에 가능한 ‘반쯤 미친 캐릭터’ 모든 비난을 이겨내고 다시 돌아온 GD, ‘반쯤’ 미친 결과물은… 돌풍의 주역, R&B의 강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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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뉴스의 연예면을 불미스런 소식으로 장식했던 지드래곤이 그 모든 비난을 이겨내고 결국 다시 돌아왔습니다. 과거가 있으니만큼, 음악적인 캐릭터에서도 고민이 더 많았겠지요. 신보는 맵시 있게 만들어진 가요 앨범이기도 하지만, 그런 그의 고민을 읽을 수 있는 단서가 되어주기도 하는 작품입니다. 이번 주는 지드래곤의 신보, < One Of A Kind >를 만나보겠습니다.

오직 그이기에 가능한 ‘반쯤 미친 캐릭터’
- 지드래곤, 매치박스 트웬티, 애니메탈 유에스에이



각종 뉴스의 연예면을 불미스런 소식으로 장식했던 지드래곤이 그 모든 비난을 이겨내고 결국 다시 돌아왔습니다. 과거가 있으니만큼, 음악적인 캐릭터에서도 고민이 더 많았겠지요. 신보는 맵시 있게 만들어진 가요 앨범이기도 하지만, 그런 그의 고민을 읽을 수 있는 단서가 되어주기도 하는 작품입니다. 이번 주는 지드래곤의 신보, < One Of A Kind >를 만나보겠습니다. 미국적인 록을 들려주는 매치박스 트웬티의 신보와 과거의 헤비메탈 영웅들이 함께 뭉쳐 발표한 다소 당황스런 주제의 콘셉트의 앨범도 함께 소개해 드립니다. 그 주제는 무려, ‘일본 애니메-송 메탈 버전 리메이크’라고 하네요.


지드래곤(G-Dragon) < One Of A Kind >

빅뱅 멤버들의 솔로 프로젝트 발매 소식을 들을 때마다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이번엔 어떤 변신으로 반(反) 아이돌 시각에 가운데손가락을 치켜 올릴 것이냐는 기대감이다. 기획사의 수익증대를 위한 총폭탄이 되어 솔로 출격에 나서는 사례도 있지만 빅뱅의 경우는 그간 준수한 결과물을 내놓았기에 사정이 달랐다.

멤버 각자가 대체할 수 없는 캐릭터로서 존재하지만 이 중에 리더 지드래곤은 ‘똘끼’라는 키워드로 압축할 수 있다. 다만 그 기운이 워낙 충만한지라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거대 안티 세력도 거느리는 오욕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시간이 있다면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지드래곤 기사를 수놓는 댓글을 보라.) 아, 물론 인정한다. 그가 욕먹는 이유는 분명 불법적인 과거 행위에 근거한다. 하지만 지금의 논의는 음악에 국한하려 한다.


지드래곤은 난처한 고민에 빠졌을 것이다.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이곳은 미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사가 반쯤 빠진 채 음악을 해왔는데 억지로라도 다시 조여야 할 것인가. 쉽지 않은 과제에 대한 대답으로 그는 ‘반쯤’ 미친 결과물로 답안지를 내놓았다. 특유의 스웩은 살아있고, 날선 광기도 유지하고 있다. 가장 기막힌 면모는 「One of a kind」에서 목격된다. 조소, 건들거림, 반어, 자신감, 과시욕 등. 사실상 지드래곤이라는 키워드를 한 곡에 담아 앙팡테리블 캐릭터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뜻을 짐작할 수 있다. 「Crayon」 카드를 내던진 대담함도 같은 맥락이다. 레이브 파티에나 흘러나올 만한 강력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를 앞뒤재지 않고 무대 위에서 투척하는 것도 지드래곤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트렌드세터로서의 매력을 기다린 이들에게는 서운하겠지만 그의 신상품 목록은 여기까지다. 나머지 4개의 트랙은 자신만의 표식이라 하기엔 흐릿한 구석이 앞서 언급한 두 곡보다 상대적으로 크게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곡이 선사하는 즐거움은 있다. 넬의 김종완과 자우림의 김윤아를 초빙해 힙합과 록의 시너지 효과로 흥을 돋우려는 실험은 그의 까칠한 이미지를 상당부분 희석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XX」와 「결국」에서는 냉혹한 비토 세력들에게도 유인할 수 있는 멜로디 라인이 존재한다. 즉 힙스터의 지분과 대중가수의 지분이 절충을 이루는 형세다. 이번 앨범에서 지드래곤은 ‘One of a kind’이기도 하지만 ‘One of them’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즉, 적당히 미쳐줬다는 사실이 무난한 엔터테인먼트 앨범으로 유도하게 했다. 호의적이지 않은 손가락질 안에서도 자신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손상시키지 않는 데 성공했고, 피쳐링 실험과 함께 장르적인 외연을 소폭으로나마 넓혔다. 말도 탈도 많은 팀내 상황이지만 이 정도라면 리더의 위치에서 선방한 셈이다.

하지만 일부 대목에서는 빅뱅의 그림자가 겹쳐지는 등 ‘남들은 못하는 유일한 것’을 증명하려고 했다던 그의 목표는 온전히 달성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의 퍼포먼스나 뮤직비디오, 즉 비주얼적인 요소는 분명 국내에서 생경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에 비해 사운드의 의외성이 시각적 파격만큼의 보조를 맞추고 있는지가 의문인 것이다. 매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를 수놓는 아티스트들은 시각과 청각 양자 모두 상식선을 붕괴하며 자신만의 대안을 제시한다. 그 역시, 이제는 자기 소리를 파괴하는 수순이 뒤따라야하지 않을까. 그것이 흡사 YG발 사운드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매치박스 트웬티(Matchbox Twenty) < North >

1999년, 산타나와 함께한 「Smooth」의 성공은 매치박스 트웬티의 리더 롭 토마스에겐 새로 장착한 신(新)동력 엔진이었다. 이후 매치박스 트웬티는 2000년과 2002년에 발표한 < Mad Season >< More Than You Think You Are >로 「Smooth」의 영광을 탐닉했고, 보컬리스트 롭 토마스는 두 장의 솔로 앨범으로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려고 했지만 기대 이하였다. 마이애미 출신이지만 흙냄새 진한 루츠 록과 포스트 그런지를 기반으로 미국적인 록을 담아낸 매치박스 트웬티는 < Mad Season >의 히트와 < More Than You Think You Are >의 실패라는 명과 암의 굴곡을 경험했다.







2007년에 신곡과 히트곡을 요약한 베스트 음반 < Exile On Mainstream >은 힘을 빼고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롭 토마스의 의지가 반영된 작품이었다. < Exile On Mainstream >을 위해 유투, 데이브 매튜스 밴드, 롤링 스톤스, 토킹 헤즈 등의 음반을 제작한 명 프로듀서 스티브 릴리화이트와 작업했던 매치박스 트웬티는 이번에 자신들의 모든 정규앨범을 프로듀스한 매트 셀레틱과 다시 한 번 우정의 연을 맺는다. < North >는 바로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벌어진 간극의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매치박스 트웬티는 그 합일점을 다양한 기타 톤에서 찾는다. 건조하지만 리듬을 살린 셰릴 크로우 풍의 기타와 드럼이 부각된 「She's so mean」은 루츠 록을 중심으로 끌어당기며, 퍼즈 톤의 기타가 정돈된 혼돈을 창출한 「Like sugar」도 강렬함의 연장선을 유지한다. 뿐만 아니라 유투의 기타리스트 엣지처럼 딜레이 효과로 점증적인 몰입의 효과를 극대화한 「Sleeping at the wheel」, 「The way」나 비틀즈의 「I will」만큼이나 소박하고 정돈된 포크 소품 「I will」도 < North >의 광범위한 퀄리티를 상향조정한다.







첫 싱글로 낙점된 「She's so mean」의 강렬함은 이전에 발표한 세 장의 음반 타이틀 곡이었던 「Long day」, 「Bent」, 「Disease」처럼 기타가 주도하는 파워 넘치는 트랙으로 전작들과 동일한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1집 수록곡 「Back 2 good」처럼 은은한 관조를 담은 「Overjoyed」를 두 번째 싱글로 공개해 < North >가 1996년에 발표한 데뷔앨범 < Yourself Or Someone Like You >의 유전자와 가장 유사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마룬 5로부터 영향을 받은 「Put your hands up」은 < North >에서 가장 이질적이지만 주목할 트랙. 그 어느 곡에서도 시도하지 않은 펑키(Funky)함은 매치박스 트웬티의 스펙트럼을 한 단계 확장한다. 글렌 프라이의 「You belong to the city」나 미스터 미스터의 「Broken wings」처럼 묵직한 팝록을 재현한 「English town」 그리고 루츠 록 밴드 카운팅 크로우즈가 뉴웨이브의 그림자를 덮고 있는 「Waiting on a train」 등은 1980년대의 향수도 소급(遡及)하는 전 방위적인 흡수력을 과시한다.

보컬리스트 롭 토마스의 가볍게 떨리는 불안한 바이브레이션조차 모든 수록곡을 처음으로 멤버들과 함께 만든 < North >의 노력을 희석시키지 않으며, 아날로그 감성의 다양한 통일성과 우직한 뚝심은 고른 안정성을 발산한다. < North >< Yourself Or Someone Like You >와 함께 매치박스 트웬티의 대표작이 될 것이다. 결국 시간은 평범한 걸작을 위대한 작품으로 만든다.

글 / 소승근(gicsucks@hanmail.net)


애니메탈 유에스에이(Animetal USA) < Animetal USA W >

라우드니스(Loudness), 잉베이 맘스틴(Yngwie Malmsteen), 임펠리텔리(Impellitteri),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 콰이어트 라이엇(Quiet Riot), 화이트스네이크(Whitesnake), 디오(Dio), 테스타먼트(Testament), 슬레이어(Slayer).

그 이름만으로도 ‘나 메탈 좀 들었다’는 음악 팬들의 가슴을 흥분케 하는 밴드리스트가 아닐 수 없다. 단순한 이 바닥 레전드 밴드들의 의미 없는 나열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은 ‘애니메탈 USA’라는 생소한 그룹의 멤버들이 거쳐 온 밴드의 이력, 무심코 앨범에 손을 뻗었다가는 뒤통수를 한 방 맞은 기분을 느낄 수도 있으니 미리 알아둘 필요는 있을 것 같다.

놀라운 점은 메탈 올스타들이 한 데 뭉쳤다는 사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잠시 곡목을 훑어보면 이들이 모두 일본 애니메이션 주제곡들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마’라는 부사를 혼잣말로 되뇌었을지 모르겠지만, 흥미롭게도 그 예상이 틀리지는 않을 듯하다. 그렇다. 이들은 드래곤볼의 주제곡과 세일러문의 오프닝을 헤비메탈로 바꿔 부르는 리메이크 전문 밴드다. ‘애니메탈’이라는 생소한 그룹 이름이 납득이 가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게다가 데뷔작품을 내고 일 년이 채 안 되어 선보이는 두 번째 앨범이다. 프로젝트 그룹임에도 그저 그런 일회성 프로젝트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는 점에서 이것은 적어도 메탈 팬들에게만큼은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헤비니스의 영웅들이 사고를 쳤다는 느낌도 있기는 하다. 이런 성격의 결과물이라면 ‘정말?’을 넘어 ‘도대체 왜?!’라는 반응도 어색하지 않으니까. (누군가 그랬다. ‘덕중의 덕은 양덕’이라고. 이런 상황에 백 퍼센트 부합하는 말 같다.)

주동자는 (라우드니스와 잉베이 맘스틴 밴드를 거쳐 간 것으로 유명한) 보컬 마이크 베세라였다고 한다. 일본의 음악세계를 탐험하던 중에 2006년에 해산을 고했던 프로젝트 밴드 애니메탈을 발견하고 그것이 존재할 수 있음에-그리고 그만큼의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에-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다. 결국 동료 뮤지션들을 끌어 모아 ‘그럼 우리도 한 번 해보자’라고 의기투합하게 되었다고. 마이크 베세라도 놀랍지만, 연락을 받고 모인 다른 멤버들도 여러 가지 의미로 대단하긴 마찬가지다.

크리스 임펠리테리의 편곡을 손수 거친 음악은 역시 북구의 파워메탈을 닮아있다. 큐티하니와 세일러문, 요술공주 셀리와 같은 어쩔 수 없는 멜로디의 경우를 제외하고는-그래서 메들리로 묶어서 뺀 것이겠지만-애니메이션 마니아가 아닌 경우 대부분 원곡이 애니메이션 주제가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상당부분을 탈바꿈시켰다. 덕분에 애니메이션 송과 헤비메탈 사이의 간극 또한 최소화된 형상이다. 멜로디를 중시하는 유러피언 파워메탈이 종종 만화 주제가에 비견되던 것을 상기해본다면 이러한 편곡은 최적의 선택으로 보인다.

헤비메탈과 일본 애니메이션이라는, 어찌 보면 전혀 상관없는 두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에 모두 관심을 갖고 있어야 손이 가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국내에서 많은 수요를 창출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앨범이 일본의 다양한 음악 시장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창이 되어준다는 점이다. 어느 산업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수요가 있어야 공급 또한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던가.

결국 일본의 다양한 취향이 헤비메탈의 영웅들을 열도의 스테이지로 불러들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재미’를 노린 콘셉트이기도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마냥 재미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매번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수식이 붙고는 하지만, 이런 결과물 앞에서는 그 체감이 더하게 느껴진다.

비록 헤비메탈의 팬은 아닐지라도, 대한민국 땅에서 살아왔다면 수록된 애니메이션들 중 어느 하나라도 추억을 가진 이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때문에 선입견만 제하고 듣는다면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앨범이다. 입으로는 ‘피식’하면서도, 어느새 익숙한 멜로디에 고개를 끄떡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추억을 자극하는 화끈한 헤비메탈, 애니메탈USA와 함께라면 가능한 이야기이다.

글 / 여인협(lunarianih@naver.com)


돌풍의 주역, 알앤비의 강자들 - 나얼, 바이브, 에밀리 산데


국내 알앤비 신의 대명사와도 같은 나얼이 신보와 함께 돌아왔습니다. 타이틀인 「바람기억」은 발표되자마자 각종 음원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더니, 평소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실시간 차트 속에서도 꾸준한 강세를 보이고 있네요. 윤민수와 류재현의 그룹인 바이브도 라이브 앨범을 발표하며 다시금 선전하고 있습니다. 한편 영국에서는 또 한 명의 아델인 에밀리 산데가 알앤비 돌풍을 다시금 이끌고 있는데요. 알앤비 강자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10월의 첫째 주, 이들의 앨범을 소개해 드립니다.


나얼 < Principle Of My Soul >

리듬 앤 블루스가 리듬 앤 블루스가 아닌 시대다.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이든, 신인이든, R&B 영역을 할거하는 뮤지션들 다수는 민첩하고 화려한 전자음에 목소리를 의탁하기 바쁜 요즘이다. 본토인 미국은 물론 팝 시장의 점유율이 높은 영국과 유럽 각국의 리듬 앤 블루스 가수들은 하나같이 일렉트로니카 트렌드에 무력하게 무릎을 꿇었다. 영국의 디온 브롬필드(Dionne Bromfield), 조스 스톤(Joss Stone)과 이견의 여지가 있을 아델(Adele), 더피(Duffy), 팔로마 페이스(Paloma Faith), 미국의 라파엘 사딕(Raphael Saadiq)과 메이어 호손(Mayer Hawthorne) 정도가 주류의 저항군으로 남은 상태다. 전자음의 군림은 특정 장르의 선천적 성질과 기존 세력을 약화시켰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의 리듬 앤 블루스는 그러한 경향에 심각하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신 자체가 저류이며 대중의 관심도 덜하다 보니 여파가 미쳤다고 한들 드러날 것도 별로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뮤지션들 나름대로 음악에 대한 확고한 고집과 줏대가 있기에 새천년 이후의 리듬 앤 블루스, 다시 말해 무도회장의 군중에 봉사하는 전자음 위주의 반주에 보컬만 멋을 부려 넣는 리듬 앤 블루스 풍토에 휩쓸리지 않았다고 할 것이다. 변화를 종용하는 모진 바람이 계속해서 부는 상황이기에 R&B 고유의 틀을 고수하는 음악인들이 대단해 보인다.

많은 이들이 익히 아는 인물 중 나얼이 그 군에 속한다. 앤섬(Anthem)부터 시작해 브라운 아이즈(Brown Eyes)와 브라운 아이드 소울(Brown Eyed Soul)까지,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으나 데뷔 이래 13년 동안 선율과 하모니, 편안함과 세련미에 초점을 둔 (1990년대의 미국적인) 리듬 앤 블루스를 선보여 왔다. 그가 우리나라에서 리듬 앤 블루스의 대명사 격이 된 이유다.

솔로 정규 데뷔 앨범인 < Principle Of My Soul >은 평소 성향에서 시절을 더 거슬러 올라간다. 「Soul fever」는 갬블 앤 허프(Gamble And Huff) 듀오라든가 샐소울 오케스트라(The Salsoul Orchestra)를 21세기에 다시 만나는 필라델피아 기반의 디스코-펑크(funk)이며, 「기억리듬」은 바 케이스(The Bar-Kays)나 블러드스톤(Bloodstone)의 발라드를 템포를 조금 높여 만든 것 같고, 「You & me」는 스타일리스틱스(The Stylistics)나 델포닉스(The Delfonics) 같은 그룹을 연상시키는 가성 창법과 특징적인 편곡으로 필리 소울의 옷을 입었다. 흑인음악 마니아들이 감격할 모양의 연출이다.

일련의 회귀 행보가 전면적이지는 않다. 「Missing you」와 「여전히 난」은 브라운 아이즈 시절이 기억나는 평범한 중간 템포의 발라드이며, 「바람기억」은 미필적고의가 보컬 기량 과시로 나타난 작품이고, 「이별시작」은 흑인음악과 우리 대중음악의 정취가 어중간하게 배합된 애절함 부각의 노래다. 리듬 앤 블루스 애호가들에게 이 노래들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다가올지 몰라도 대중의 보편적 기호를 만족하기에는 더없이 알맞다고 할 수 있다.

초반에 자리 잡은 몇 곡은 흑인음악 마니아를 공략하고, 다른 곡들로는 나얼 특유의 감성을 재연한다. 앨범은 그래서 포괄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성격은 13년째 이어져 온 애매함의 지지부진한 연장이라 할 만하다. 리듬 앤 블루스를 지향하고 있으면서도 한국적 향은 면면에 밴 절충의 반복이기 때문이다. 해 보고 싶었던 음악과 해 오던 것의 합집합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Soul fever」와 「You & me」는 습작 이상의 새로운 해석이나 진취적인 가미가 두드러지지 않아 무척 아쉽다.

그럼에도 앨범은 충분히 가치 있다. 저마다 히트를 위해서 자극적인 소리를 신봉하는 시대에, 리듬 앤 블루스 시장이 몹시 협소한 땅에서 트렌드를 거부한 이런 음반이 나온 것만으로도 기쁜 일이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70년대 스타일의 재현도 고맙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작품이 있다.

글 / 한동윤(bionicsoul@naver.com)


바이브(Vibe) < Vibe 10th Anniversary Live Edition >

2000년대, 한국 알엔비 열풍을 선도한 바이브가 결성 10주년을 맞았다. 그 세월만으로도 축하받을만 하지만 윤민수와 류재현은 < Vibe 10th Anniversary Live Edition >라는 자축의 자리에서 힘을 주지 않고 오히려 변색되지 않은 초심을 보여준다.

음반이 재생되는 순간 공연이 시작된다.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가사의 신곡 「My all (Dear my fan)」을 제외하고 히트곡을 라이브 버전으로 수록한 이 음반은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는 생동감을 선사한다. 윤민수의 < 나는 가수다 >출연 전까지 특별한 방송 출연 없이 오로지 목소리와 콘서트만으로 대중에게 사랑받은 것을 감안하면 의미 있고 감동적인 표현 방법이다.

라이브라는 테마에 맞게 조율한 편곡과 사운드의 재편, 「그 남자, 그 여자」에서 이영현과의 새로운 조화 그리고 중간 중간에 삽입된 에피소드는 몰입도를 높인다. 단순한 히트곡 나열이라는 형식적임에서 탈피하려는 그들의 노력이 안면 있는 익숙한 음악들을 지나칠 수 없게 붙잡아 둔다.

신곡 「My all (Dear my fan)」은 류재현의 뚜렷한 감정 선을 능숙하게 잇는 송라이팅 실력과 윤민수의 분위기를 극대화 시키는 보컬의 조화가 부각된다. 신중현의 막내 아들 신석철의 드럼과 기타의 정수완, 오케스트레이션 전문가 최성일의 동조가 이뤄진 탓에 탄탄한 곡 구조와 사운드까지 겸비했다. 「My all (Dear my fan) (Instrumental)」의 끝맺음은 자연스런 엔딩이다. 데뷔 타이틀 곡 「미워도 다시 한 번」부터 2집의 「오래오래」, 최고의 성공을 거둔 3집의 타이틀 「그 남자 그 여자」, 4집의 숭례문 참사를 노래한 「숭례문」까지 담겨있다. 10년의 세월을 회상하고 축하하기에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다.

좋은 일이 있을 때 근본을 돌아보는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 바이브의 본적인 무대를 음악으로 형상화하며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한다. 앞으로의 10년도 이렇게 흐를 것이다.

글 / 김근호 (ghook0406@hanmail.net)


에밀리 산데(Emeli Sande) < Our Version Of Event >

영국엔 두 명의 아델이 있다. 2011년 < 21 >의 걸쭉한 러트로 소울로 전 세계를 열광시킨 아델과 같은 시기 영국에서 데뷔 앨범을 1위로 올리며 돌풍적인 흥행을 기록한 에밀리 산데(Adele Emeli Sande). 표면적, 체감적인 측면에서 피해자는 후자라 말하겠지만 에밀리 산데도 그렇게 만만치 않다. 현재 영국차트 상단부에 자리한 앨범은 그의 데뷔앨범 < Our Version Of Events >이다. 왜?

에밀리 산데는 영국 음악계의 숨은 실력자이다. 데뷔 전부터 타이니 템파의 「Let go」, 칩뭉크의 「Diamond rings」를 비롯해 수잔 보일, 리오나 루이스, 세릴 콜 등 영국 유명 뮤지션들의 음악에 공동 작곡자와 게스트 보컬로 참여하며 탁월한 자질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이 같은 싱어 송라이터의 기질은 작년에 발표한 데뷔앨범 < Our Version Of Events >에서도 드러났다. 백인 래퍼 프로페서 그린의 원곡을 발라드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첫 싱글 「Read all about it Pt. Ⅲ」는 영국차트 넘버원을 기록했고, 이 출발은 그에게 < Brit's Cricit Choice Award > 신인상 수상을 가능케 했다.

능숙한 작곡 실력과 탄탄한 보컬은 쾌조의 스타트를 이룬 원동력이다. 일방통행 하는 댄스 비트에 잘 짜여진 멜로디를 자랑하는 「Heaven」은 단순함 속에 내포된 매력을 발산하고 「Mountains」, 「Lifetime」은 안정감 있는 중저음과 윤택 있게 허공을 가르는 파워풀한 가창으로 적절한 완급조절을 이룬다. 여기에 실로폰과 종을 이용한 「Where I sleep」, 통기타의 포크 음악을 부분적으로 채용한 「Suitcase」와 「Breaking the law」는 다양하고 특색 있는 사운드를 구현하려는 노력도 보여준다.

하지만 「Clown」, 「Maybe」에서 각각 떠오르는 에이미 와인하우스와 알리샤 키스의 이미지는 아직까지 자신의 주체성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신인의 모습이다. 또한 감정 노선의 상향선을 위해 빈번히 사용된 스트링은 진부함마저 드러낸다. 빈티지 소울의 출발지가 영국임을 상기한다면 이 같은 애매한 매력은 생존경쟁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위에서 의문을 남긴 아이러니는 부검이 필요하다. 2012 런던 올림픽 폐막식 무대에서 에밀리 산데는 「Read all about it Pt. Ⅲ」를 불렀고 이 여파는 < Our Version Of Events >를 올림픽기간 동안 영국 앨범차트 가장 높은 곳으로 다시 끌어올렸다. 그의 흥행엔 올림픽 효과의화제성과 아델의 휴식기가 맞물린 행운이 작용했다.


글 / 김근호 (ghook040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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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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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보스』, 『두 번째 산』 데이비드 브룩스 신간. 날카로운 시선과 따뜻한 심장으로 세계와 인간을 꿰뚫어본 데이비드 브룩스가 이번에 시선을 모은 주제는 '관계'다. 타인이라는 미지의 세계와 만나는 순간을 황홀하게 그려냈다. 고립의 시대가 잃어버린 미덕을 되찾아줄 역작.

시는 왜 자꾸 태어나는가

등단 20주년을 맞이한 박연준 시인의 신작 시집. 돌멩이, 새 등 작은 존재를 오래 바라보고, 그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시선으로 가득하다. 시인의 불협화음에 맞춰 시를 소리 내어 따라 읽어보자. 죽음과 생, 사랑과 이별 사이에서 우리를 기다린 또 하나의 시가 탄생하고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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