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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만 바꾼다고 대한민국 안 바뀐다 - 원희룡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 편

정치도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물의 몫이 크다고 보지만, 정치 구조도 함께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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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정치도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물의 몫이 크다고 보지만, 정치 구조도 함께 바꿔야 합니다. 시스템으로 가는 것과 인물이 가진 몫을 어떻게 배분 시키느냐, 분권의 문제, 이 문제가 인물의 문제와 함께 우리 정치가 가진 숙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2년 3월 8일 O-Check 카페에서 ‘2012년 우리가 뽑아야 할 12번째 인물’이라는 주제로 대담회가 열렸다. 대담회는 보수 편, 진보 편 각각 나눠서 진행되는데, 이날은 보수 편 연사가 대담장을 찾았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씨가 진행을 맡았고, 보수 쪽 연사로는 원희룡(48,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씨와 윤여준 씨(73,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가 나섰다.

 

 

원희룡이 평가한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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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서는 현대사에 대한 시각이 어떠하냐에 따라서 평가가 극과 극으로 나뉘지요. 소련과 미국 진영으로 나뉘어져 있던 이데올로기 시대 때 미국과 동맹해서 대한민국의 건설 방향을 다잡아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게 한 건국의 아버지라고 보는 입장이 있는 한편, 제가 82년도 대학 때 읽었던 『해방전후사의 인식』이나 『전환시대의 논리』와 같은 책이 주장하는 것처럼 친일파를 청산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우익 내지는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세력과 타협해 정통성이 없는 국가를 만든 원흉으로서의 이승만으로 보는 입장이 있는 것이지요. 독재에 대한 것은 국민이 다 같이 비판하는 거니까. 이승만이 미군정 이후 대한민국 단독정부를 수립하는 과정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이 문제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가치, 이념 논쟁의 출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정희
 

박정희라는 지도자는 빛과 그림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빛은 조국 근대화를 효과적으로 달성했던 혁신의 기수이자 영웅이었다는 측면입니다. 대신 그 주체의 한계와 동원 방식으로 사용된 유신 헌법이 그림자라고 할 수 있지요.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가고 인권을 유린당했습니까? 그런 측면에서 당시는 아주 무자비한 국가 폭력이 동원된 압제의 시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박정희에게는 빛과 그늘이 함께 있고 이를 동시에 평가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근대화를 이룩한 공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자. 하지만 앞으로 그런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민주주의가 보편화되었으니 민주주의를 희생시켜 발전을 이룩하는 전체주의적인 방식은 이제 안녕이다. 그런 측면에서 박정희는 우리가 극복하고 넘어서야 할 대상이지 과거 자체를 통째로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이는 역사에 대한 현실성과 연속성을 무시한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전두환

박정희는 유공유과 즉, 과도 크고 공도 큽니다. 그에 반해 전두환은 소공대과라고 할 수 있지요. 왜냐하면, 과는 치명적이었거든요. 5ㆍ18은 정말 치명적인 겁니다. 강풀이 그린 만화8) 가 있잖아요. 5ㆍ18 27주기에 그린 만화인데, 아빠를 잃은 사격 선수가 5ㆍ18의 원흉을 암살하는 내용입니다. 저도 이 만화를 연재하는 내내 봤어요. 저는 데모하면서 돌 던지는 것으로 정의감과 분노를 표출했지만, 당사자들은 어떻게 견뎌야 했을까. 그런 부분에서 화해가 불가능하다는 것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제가 82년에 대학을 들어갔는데, 20대일 당시 자기희생적인 항거의 끊임없는 원동력이 됐던 게 바로 5ㆍ18입니다. 정신적으로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저는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6?25전쟁과 5?18이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각각 27년이 지난 상황에서 둘의 아픔을 헤아려볼 때 어느 쪽이 더 아프게 기억되고 있는가. 이런 각도에서 생각해본다면 우리 정부가 우리 시민들을 죽였다는 사실이 국가 간의 전쟁보다 더 큰 상처로 기억될 수밖에 없다고 느껴지면서, 5?18은 다른 어떤 공으로는 메울 수 없는 큰 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노무현
 

노무현 어젠다가 성공했으면 좋았을 텐데… 유공유과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노 대통령은 대위미비, 혹은 미숙했던 게 아닌가… 뜻은 컸으나 여건이 미비했거나, 방법상으로 미숙했다고 보는 거지요. 뜻이 컸다는 것은 권위주의적인 국가 모델에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천하고자 했던 의지가 컸다는 것이고 이러한 의지는 다른 어떤 대통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김영삼, 김대중도 민주화 투사였지만, 국가 경영에 있어서는 권위주의적 방식을 사용했고 내부 서클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계파적인 모습도 많이 보였거든요. 노 대통령에게는 이러한 권위주의를 정말로 뛰어넘으려고 했던 진정성이 있었으나, 본인이 비주류로서 갖고 있던 상처와 사회에 대한 분노를 버리지 못하고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그러한 분노를 가지고 부딪치려 했다는 점에서 미숙했거나 미비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이명박 대통령은 CEO 출신이지요. 그 분은 CEO지요. 기업 경영이라는 것은 자원을 동원해서 효율을 내는 거거든요. 투입 산출을 따지는 것이고,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나 효율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면 해고하면 그만이고요. 그러나 민주주의 제도라는 것은 효율을 위한 제도가 아니지요. 어쩌면 비효율보다 더 큰 가치 곧,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합의의 과정을 거쳐서 국민들이 의사 결정 과정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는 것 아니겠어요? 효율을 앞세우는 한 민주주의는 영원히 따로 놀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민주주의를 잘 이해하지 못 했고, 실천 의지도 없었다고 볼 수 있지요. 둘러싼 집단들도 민주주의로 포장했을 따름이지, 알맹이는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큰 과라고 한다면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와 사회?경제적인 양극화, 선진 경제로 나가는 이런 부분에서 시대착오적인 비전 설정이었다고 봅니다.

 

원희룡이 바라본 대선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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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저는 안철수의 선량한 의지는 믿고 좋아합니다. 원래부터 팬이고요. 특히 서울대 의대 80학번 시절부터 가톨릭 학생회를 하면서 그야말로 서울대 캠퍼스의 남자 천사로 유명했어요. 학창 시절부터 일관되게 살아온 인성과 종교적 차원으로까지 승화되어 있는 선량함에 대해서 저는 의심하지 않습니다. 대신 민주적인 과정을 실천할 수 있는 인물이냐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는 투쟁 이데올로기로는 아주 좋아요. 하지만 리더로서 민주주의를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해서 성공적인 리더가 된 인물을 보지 못했습니다.

 

박근혜

말과 행동이 신중한 점에 대해서는 가장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정치 지도자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걱정이 되는 지점들이 있어요. 인간에 대한 이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인생의 경험 자체가 너무 제한되었고 격리된 생활을 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런 배경은 결국 내면의 정신세계에까지 영향을 줄 수밖에 없거든요.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자취가 축적된 결과물이지, 말만 가지고 판단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거든요. 박근혜 후보가 살아온 궤적에 비추어 보았을 때, 사람에 대한 이해와 세상살이에 대한 이해와는 동떨어져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되고요. 또 국가관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대통령은 국가를 경영하는 사람 아닙니까? 그러면 국가의 본질에 대해서 명확한 관점을 가지고 있어야지요. 그것은 누구에게 맡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누구에게 코치받을 수 있는 문제도 아니거든요. 아버지에 대한 평가의 문제도 그렇지만 본인 주변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말 한마디로 다 끊어버린다든지 하는 면에서 과거의 권위주의적인 면모를 충분히 극복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 거죠.


문재인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식 때 백원우 의원이 MB에게 '이 살인자'12) 라고 외치며 달려들었던가요? 그 자리에서 문재인이 MB에게 정중히 사과를 했지요. 그 모습이 굉장히 자연스럽고 예의 발랐다는 것이었어요. 당시 진보는 분노에 차서 격앙되어 있었잖아요. 반대 세력, 비판 세력의 입장에 서서 사람들의 감성에 호소하기 쉬울지 모르지만, 분노에 찬 사람에게 국가를 맡기기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너무 소중한 것이거든요. 문재인은 당시 인간적으로 성숙된 면을 보이면서 안정감을 느끼게 해줬어요. 이게 장점인 것 같고요.

 

반면에 약점이 있다면, 대통령의 비서실장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딱히 떠오르는 업적이 없다는 것이에요. 국가를 경영해 나가는 데 있어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준 적이 있나? 생각해보면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어요. 이런 측면에서 부실한 느낌이 있지요.

 

연사 리뷰: 원희룡의 12

 

우리에게 정치는 나쁜 이미지로 선입관이 많이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정치라는 영역에 새롭고 좋은 컨텐츠를 채우는 게 문제지, 정치라는 것 자체를 배척하게 되면, 거기에서는 목소리 크고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사람이 계속 기득권을 갖고 그 영역을 차지하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는 좋은 정치로 바꿔나가는 과정에서 민주주의 리더십과 실력을 국민들에게 검증 받은 사람들이 정치인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또, 정치도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물의 몫이 크다고 보지만, 정치 구조도 함께 바꿔야 합니다. 시스템으로 가는 것과 인물이 가진 몫을 어떻게 배분 시키느냐, 분권의 문제, 이 문제가 인물의 문제와 함께 우리 정치가 가진 숙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경쟁을 통해서 국민의 지지와 동의를 통해서 숫자로 누르고 가야 하는 진짜 민주주의의 목전에 있습니다. 합리적인 진보와 건강한 보수가 끊임없는 자기 성숙과 진화 그리고 경쟁을 하면서 함께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꼭 필요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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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리뷰: 사회적 합의

정진용/34세/삼성전자
 
나에게 '정치'란 부정적인 느낌의 단어였다. 정치는 하지 마라! 회사 내에서도 정치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면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다. 솔직함과 정직함의 반대의 느낌이 정치를 한다는 이야기이고, 윗사람의 비위만 맞추는 사람들을 정치 잘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정치'에 대한 부정적 느낌을 12 보수편에 참여를 통해 조금 달라졌다. 윤여준 선생님의 지난 지도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실때 꺼낸 '사회적 합의 과정'에 대한 부분 때문이다. 민주주의 정치는 사회적 합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 과정을 지나지 않고 권력만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본인 기준으로 아무리 좋은 뜻이라도 결과만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불가능하다. 그 결정을 내리기 위한 과정과 절차를 거쳐야 한다.

 

최근에 국내에는 여러 의미있는 변화들이 많이 있다. 좋은 뜻으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단체들이 많다. 모든 단체들은 모두 사회적 가치를 만들고 확산시키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 단체들이 생각하는 좋은 뜻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내부의 합의 과정을 지나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저와 같은 30대는 민주주의 사회적 합의 과정에 대해서 배우거나 좋은 사례를 근처에서 찾을 수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던 중 조선의 성군이 세종대왕의 사례를 통해서 이 사회적 합의 과정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다. 그 당시 법을 만들고 시행할 때 13년간 백성들의 의견을 듣고 법을 개정하는 작업을 통해 시대에 상관없이 이 법칙은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민주주의의 사회적 합의 과정은 좋은 뜻을 이루고자 하는 단체나 그룹들에게는 꼬옥 필요하고 지금까지 민주주의가 오랫동안 유지된 원동력이다. 앞으로 정치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사회적 합의'과정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정치권이 아니더라도 국내에서도 이런 사회적 합의를 통해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길 바란다.

 

* 대선 특집 기사 하단에 댓글 남겨주시면 매월 열 분, 총 30분 추첨하여 책 『12』를 드립니다.(9월 28일~ 1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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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Re:eR

Re:eR는 Reply를 의미하는 ‘re:’와 ‘~하는 사람’을 뜻하는 ‘er’이 더해진 합성어로 ‘소통을 이끌어내는 사람’을 뜻한다. 대한민국의 젊은 디렉터와 디자이너들이 모여 기존 매체와 기업에서 진행하기 힘든 담대한 기획을 해당 분야의 비저너리(Visionary)에게 제안하고 현실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 ‘12’ 의 간담회 진행 영상 및 사진은 온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12.conference-dot.com

12

<고성국>,<윤여준>,<원희룡>,<박영선>,<노회찬> 저/<Re:eR> 기획11,700원(10% + 5%)

고성국 묻고, 윤여준, 원희룡, 박영선, 노회찬 답하다 대한민국 역사는 중도층(Purple People)이 결정한다! 지역과 이념에서 자유로운 중간층 유권자, 즉 퍼플 피플(Purple People)들을 위해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모여 대한민국의 대통령史와 2012년 대선의 후보들을 날카롭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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