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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건> <트루 로맨스> <폭풍의 질주> 토니 스콧 감독 투신자살, 톰 크루즈 애도

Good-bye… Never say good-bye, Tony Scott 토니 스콧 추모특집… 서사 속에 액션과 스피드를 녹여낼 수 있는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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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토니 스콧 감독(68세)이 LA의 빈센트 토마스 다리에서 투신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1986년 영화 <탑건>을 통해 세계적 스타가 되었고, 1990년 <폭풍의 질주>를 통해 두 번째 부인 니콜 키드만을 만나는 등 고인과 각별한 인연이 있었던 톰 크루즈는 그를 창의적인 선지자라고 칭하며 고인을 애도했고, 전 세계 영화팬들의 애도 행렬이 이어졌다…


지난 19일 토니 스콧 감독(68세)이 LA의 빈센트 토마스 다리에서 투신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1986년 영화 <탑건>을 통해 세계적 스타가 되었고, 1990년 <폭풍의 질주>를 통해 두 번째 부인 니콜 키드만을 만나는 등 고인과 각별한 인연이 있었던 톰 크루즈는 그를 창의적인 선지자라고 칭하며 고인을 애도했고, 전 세계 영화팬들의 애도 행렬이 이어졌다.

사망 전 치유 불가능한 뇌종양을 앓았다는 사실이 자살의 원인이라고 추정하지만, 단지 추정일 뿐이다. 스콧 감독이 투신하는 순간을 담은 동영상이 공개되고, 사생활에 대한 관심이 과열될 조짐이 보이자 유가족들은 자제를 부탁했다. 토니 스콧 감독이 고인이 된 사실 자체가 달라질 리 없는 현재, 아직 더 많은 것들을 펼칠 수 있는 뛰어난 감독이 사라졌다는 그 자체만을 애도하고, 그의 작품으로만 얘기하는 것이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한다.


2009년 존 트라볼타와 덴젤 워싱턴 주연의 액션 블록버스터 <펠햄 123>, 2010년 덴젤 워싱턴, 크리스 파인 주연의 <언스토퍼블>은 거장다운 기교와 테크닉을 내세운 인상적인 액션 영화였지만, 21세기의 젊은 관객을 매혹시킬 만큼의 성과를 보이진 못했다. 아쉽게도 그는 21세기의 젊은 관객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친 감독은 아니었다. 오히려 1980년대~90년대에 이르는 토니 스콧 감독의 블록버스터 영화는 그 시대의 정서를 아우르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작품과 그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은 당대를 풍미하고 대표하는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그러기에 토니 스콧 감독의 사망 소식은 7080 세대에게는 내 청춘을 함께 한 친구를 잃은 것 같은 느낌이라 더욱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드는 슬픔을 담고 있다.


80~90년대 청춘 아이콘 : <탑건>, <트루 로맨스>


1944년 영국에서 태어난 토니 스콧 감독은 알려진 것처럼 스피드광이며, 모험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미 여러 인터뷰를 통해 영화를 만드는 일이 자신에게 최고의 스턴트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내 삶의 가장 큰 스릴은 연출이며, 인생에서 제일 무서운 일이 아침에 일어나 영화 찍으러 가는 거다. 그 두려움이 내 원동력이다.”라고 한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그는 30년간 15편의 영화를 만들면서, 공포에 맞서고 그것을 이겨내는 짜릿함을 즐겨온 것이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것 같은 그의 영화 철학은 그가 만든 영화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리들리 스콧>

미술을 전공하고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고 싶었던 토니 스콧을 쇼비지니스로 끌어들인 것은 그의 형이었다. 그는 형과 함께 뮤직비디오와 광고 감독으로 명성을 떨치게 되었고, 형은 1977년 <결투자들>을 통해 앞서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게 되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토니 스콧 감독의 형은 <에일리언>, <블레이드 러너>, <델마와 루이즈>의 거장 리들리 스콧이다. 토니 스콧의 데뷔는 1983년 데이비드 보위와 카트린느 드뉘브 주연의 <악마의 키스 The hunger>였다. 아무도 그런 영화가 있었나 갸웃할 만큼, 그 결과는 참담했다. 관객과 평단 모두 그를 외면했고, 이후 어느 제작사도 그를 찾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준 건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였다.


<탑건>

1986년 토니 스콧은 <탑건>을 통해 전 세계적인 감독의 반열에 우뚝 서게 된다. 1980년대만 해도 대부분의 영화시장에서 자국의 영화보다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비중이 크던 시절이었다. 전투기 조종사가 되기 위한 멋진 청년들과 그들을 둘러싼 여인들, 액션, 사랑, 희망, 꿈, 슬픔, 위안, 용기를 모두 아우르는 영화의 줄거리에 귀에 착 감겨오는 OST까지, 할리우드의 영화는 곧 전 세계의 영화이던 시절이었으니 <탑건>의 파급력과 영향력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했다.

<아웃사이더>와 <위험한 청춘>을 통해 얼굴을 알리긴 했지만, 무명에 가까웠던 톰 크루즈는 이 영화 한편으로 패기 넘치는 정직한 청춘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했고, 세계적인 청춘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여주인공 켈리 맥길리스와 발 킬머, 그리고 단역으로 출연한 맥 라이언까지도 이 영화를 통해 주목받았다.


<마지막 보이스카웃>

이어 1987년에는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에디 머피 주연의 <비버리힐스 캅> 시리즈의 2편을 연출했고, 1990년에는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리벤지>, 같은 해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만을 결혼에 이르게 한 작품으로 유명한 <폭풍의 질주>, 1991년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마지막 보이스카웃>까지 전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하며 그의 질주는 한마디로 폭풍 같았다.

하지만 토니 스콧 감독에 대한 평단의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에일리언>, <블레이드 러너>, <델마와 루이즈>를 통해 독자적 세계관을 갖춘 거장으로 평가 받는 동안에도, 토니 스콧 감독은 영국에서 온 광고 감독 출신 감독이며, 스타일리시하긴 하지만 깊이가 부족하다는 평가에 머물러야 했다.


<트루 로맨스>

그런 토니 스콧 감독을 ‘거장’의 반열에 오르게 한 작품은 1993년 <트루 로맨스>였다. 현재는 B급 감수성의 거장으로 추앙받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비디오 가게에서 일하던 시절에 작성했던 각본과 크리스천 슬레이터, 패트리샤 아퀘트라는 젊은 배우들이 어우러져 탄생한 이 영화는 지독하게 잔인하고 단순한 ‘로맨스’ 영화이자 극단적인 취향으로 흐른 새로운 트렌드 영화였다. 스타일은 넘치고, 개성은 부족하다는 그간의 혹평을 토니 스콧 감독은 이 영화 한편으로 순식간에 불식시켰다. 토니 스콧 감독의 영상은 여전히 감각적이고 현란하지만, 타란티노 특유의 싸구려 감수성과 어우러지면서 <트루 로맨스>는 한 마디로 ‘쿨’한 청춘 영화가 되었다.

영화의 주인공인 클레어렌스와 앨라배마는 로맨틱한 것과 거리가 멀 것 같은 디트로이트에서 처음 만난다. 마약쟁이와 창녀라는 소외계층의 과격하고 파괴적인 일탈을 ‘트루 로맨스’라 이름 붙인 것부터가 역설인 이 영화에서 두 남녀의 사랑은 떨어져서 보면 너무나 맹목적이고 유치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은 너무나 진지하고 절실하다. 그리고 난폭하다.

창녀는 처음 만나는 남자에게 ‘넌 나의 운명’이라고 고백하고, 이어 포주를 처단하고, 금세 자신들을 무시하는 무리들에게 총구를 겨눈다. 두 사람은 망설이는 법이 없다.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사랑하면 사랑한다. 마치 망설이고 있는 세상을 조롱하듯 폭력을 휘두르는 두 사람의 행위는 오히려 천진난만해 보인다. 내 삶을 뒤흔들어 버릴 만큼 강렬한 사랑, 그래서 세상을 찢어 부숴버리는 것도 함께 하겠다는 두 남녀의 치기어린 사랑이 절절하고 예쁘고, 그래서 ‘쿨’해 보이는 <트루 로맨스>는 세기말 새로운 인종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토니 스콧 감독은 <탑건>을 통해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바르고 진지한 청년을 통해 80년대 청춘 아이콘을 만들어냈다면, <트루 로맨스>를 통해서는 의지할 곳 없는 청춘 남녀가 세상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직설화법을 통해 90년대 청춘 아이콘을 만들어냈다.


역동적인 화면 속, 서사의 힘을 믿다.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스파이 게임>

<트루 로맨스> 이전의 작품들이 액션과 영상의 화려한 기술과 영상으로 승부하는 작품이었다면, 이후의 작품들은 탄탄한 서사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 1995년 진 해크먼과 덴젤 워싱턴의 <크림슨 타이드>는 잠수함이라는 밀폐된 공간을 활용하여, 그 속에 떠도는 팽팽한 긴장감을 활용한 고도의 심리 드라마였고, 1996년 <더 팬>은 웨슬리 스나입스와 로버트 드니로 라는 걸출한 배우를 캐스팅하여, 광팬이 스토커가 되어가는 과정을 밀도 있게 그려낸 범죄 스릴러였다.

그리고 1998년 진 해크먼과 윌 스미스 주연의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를 정점으로 토니 스콧 감독의 스타일은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인공위성을 통해 일반인들 누구라도 추적되고 도청되고 있다는 소재는 당시에도 큰 충격이었다. 현재에 대비해 봐도 혁신적이라 할 만큼 앞선 소재를 다루면서도 과도한 설명이나 스타일, 액션장면 대신, 토니 스콧 감독은 세밀하게 직조한 탄탄한 서사 속에 인물의 심리를 담아내는 법을 터득한 것처럼 보인다.

드라마와 서사의 균형은 2001년 로버트 레드포드와 브래드 피트의 <스파이 게임>에서 정점에 이른다. 이 영화는 스파이 영화의 새로운 전형이 될 만큼 절제되어 있다. 로버트 레드포드라는 명배우를 캐스팅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듯 이 영화는 배우들 사이의 심리와 눈빛, 그 긴장감으로 끝을 보는 과묵한 영화였다.


<도미노>

21세기 들어 토니 스콧은 다코타 패닝을 지키기 위한 덴젤 워싱턴의 고군분투 <맨 온 파이어>, 미키 루크, 키라 나이틀리의 범죄 스릴러 <도미노>, 뒤얽힌 시간의 미스터리를 세심하게 그려낸 <데자뷰>, 존 트라볼타를 지하철 납치범으로 덴젤 워싱턴을 그에 맞서는 배차원으로 등장시킨 지하철 테러에 대한 영화 <펠햄 123>까지 여전히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영화들을 만들어냈다.

캐스팅된 배우들의 면면만 봐도 알 수 있듯, 토니 스콧 감독은 투 탑으로 대변되는 배우들의 대립을 통해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정서적 교류와 긴장감으로 어우러진 스릴러를 만들어내고자 한다. 잠수함, 스토커, 도청, 시간여행, 지하철 등 자극적이면서도 다루기 어려운 소재도 능숙하게 다루면서 ‘공간’과 ‘소재’로 인해 만들어지는 정서를 만들어내는데도 주력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정 정도의 완성도와 재미가 보장된 작품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80년대와 90년대처럼 폭발적인 호응과 찬사를 이끌어내진 못했다.


<언스토퍼블>

그런 점에서 2010년 <언스토퍼블>이 토니 스콧 감독의 유작이란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60대 감독의 작품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강렬하고 파워풀한데다, 유독물질을 싣고 달리는 화물열차라는 한정된 공간을 활용하여 10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질주하는 그 위력은 젊은 감독도 쉽게 보장하기 힘든 역동적 힘으로 가득 차 있다. <크림슨 타이드>로 인연을 맺은 후 <맨 온 파이어>, <데자뷰>, <펠햄 123>까지 토니 스콧 감독의 짝패라 할 만한 덴젤 워싱턴이 도시를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기관사로 출연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서사를 중요시하게 여긴 그의 후기 작품들의 특징처럼, 열차 사고와 그 사고를 둘러싼 인물들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은 여전히 살아있지만 토니 스콧 감독의 대표작으로 내세우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의 사망으로 제작이 불투명해졌지만, 그는 <탑건> 2편과 <와일드 번치>의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었다. 21세기 토니 스콧만의 연륜과 감성이 발현될만한 두 프로젝트였기에 그가 연출한 영화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오랜 영화팬으로서는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어떤 연유에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중력에 몸을 맡기고 거센 물살 속으로 몸을 던진 토니 스콧 감독의 마지막 날은 스피드와 모험을 즐긴 그의 사생활과 ‘스피드’로 요약되는 그의 영화들과 묘하게 연관성이 있어 더욱 안타깝고 슬픈 비극처럼 느껴진다.

유가족들은 토니 스콧의 뒤를 이을 영화학도를 위해 토니스콧 장학기금을 조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인은 안타깝게 사라졌지만, 그의 뜻을 이어받은 영화학도들이 토니 스콧의 기금으로 영화인의 꿈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니 안타까운 가운데도 위안이 되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2012년 리들리 스콧 연출의 <프로메테우스>를 비롯하여 2013년 개봉예정인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 <스토커 Stoker> 등 토니 스콧 감독이 제작자로 이름을 올린 영화들 몇 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으니, 완전히 토니 스콧 감독을 잃은 것 같지는 않다는 말로 아쉬움을 달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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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재훈

늘 여행이 끝난 후 길이 시작되는 것 같다. 새롭게 시작된 길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느라, 아주 멀리 돌아왔고 그 여행의 끝에선 또 다른 길을 발견한다. 그래서 영화, 음악, 공연, 문화예술계를 얼쩡거리는 자칭 culture bohemian.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후 씨네서울 기자, 국립오페라단 공연기획팀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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