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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외조 해줄 남자, 어디 없나요?” - 뮤지컬 <엄마, the memory show>

‘나는 사과 엄마는 나무’ 배해선의 뻔하지 않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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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사랑 이야기예요. 자식은 부모의 사랑으로 태어나잖아요. 사랑으로 길러지고. 그런데 자식들은 자신이 기억나는 순간부터 부모의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하잖아요. 부모님의 진짜 사랑이 어땠는지는 잘 모르거나 못 느끼고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는 거죠.”




“9시나 10시쯤 일어나 본능적으로 목소리 체크부터 해요. 그리고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부터 열고요. 스트레칭도 하다가 TV 켜고 날씨도 좀 보고 뉴스를 보죠. 그리고는 주로 대본을 보다 잠들기 때문에 보던 대본을 보거나 노래를 흥얼거려요. 그러다 씻고 먹을 거 챙겨먹고 연습실로 가죠. 연습실에 와서 노래 맞춰보고 연습하다보면 밤이 되죠. 그러면 집에 가서 또 잠들고요.”


뮤지컬 탑 배우라고 특별하거나 우아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건 아니었다. 남들보다 조금 더 목을 생각하고, 남들보다 조금 더 컨디션 조절에 신경 쓰는 정도. 인터뷰 전날에는 모처럼 공연 멤버들과 회식도 했다.

“어젠 매운 갈비찜을 먹고 좀 늦게 들어갔어요. 그동안에는 노래 양도 많고 컨디션 조절하느라 술 마실 일은 없었어요. 어제도 술은 안마시고 맛있는 것만 먹고 늦게 들어갔죠.”

그녀의 하루 일과, 빠지지 않는 게 하나 있다면 바로 파워워킹.

“하루 한 두 시간은 파워워킹을 해요. 5~8km 정도 꾸준히 걷는 거죠. 주로 밤에 파워워킹으로 땀 흘린 뒤에 잠들어요. 걸으면서 스트레스 해소도 많이 되고 마음도 정리되고 그래서 좋아요. 허리에 디스크가 있어서 아픈데 등 안쪽에서 잡아주는 근육이 걷기로 강화되거든요. 그래서 저도 많은 분들에게 권해줘요. 그런데 꾸준히 한다는 게 어렵죠. 저한텐 그게 가장 좋은 운동인 것 같아요.”

데뷔한지 17년, 그를 탑으로 있게 한 비결이다.




<엄마, the memory show>는 알츠하이머(치매) 초기 판정을 받은 엄마, 그런 엄마를 돌보기 위해 자신의 일을 정리하고 엄마를 돌보는 딸의 이야기가 시작이다. 엄마를 돌보다 딸은 느낀다. 그리고 기자도 종종 느낀다. 1촌으로 맺어진 관계지만 엄마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생각보다 적다고.

“이건 사랑 이야기예요. 자식은 부모의 사랑으로 태어나잖아요. 사랑으로 길러지고. 그런데 자식들은 자신이 기억나는 순간부터 부모의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하잖아요. 부모님의 진짜 사랑이 어땠는지는 잘 모르거나 못 느끼고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는 거죠.”



특히 실제 어머니에게 병환이 있는 배우 배해선은 주인공의 입장을 100% 공감할 수 있었다.

“저도 엄마를 사랑했지만 표현하진 않았어요. 엄마가 편찮으신 다음에야 엄마가 늘 내 곁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란 거, 내 투정을 다 받아주고 나를 늘 챙겨주기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란 거, 그러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엄마에게 더 표현하게 됐고, 엄마의 존재에 대해 더 많이 느낄 수 있었어요.”

리허설 중 기자가 들었던 배해선의 노래, ‘나는 사과 엄마는 나무’에는 엄마를 한 인생을 가진 여자로 보게 되는 늦은 깨달음이 담겨있다. 잠깐 스치듯 흐느끼듯 들렸던 노래가 아직 기자의 뇌리에도 들어박혀 있을 정도로…아프다.

“사람들은 나무가 어렸을 때 씨앗이 자라서 비바람을 맞고 사과 열매를 맺었단 걸 잊는 거죠. 나무가 자란 과정을 생각하지 못하기도 해요. 자식들도 나무의 존재, 그늘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잖아요. ‘엄마는 왜 제자리에 있지 않지?’, ‘엄마는 왜 나를 지켜주지 않지?’, ‘엄마는 왜 내 그늘이 되어주지 않지?’라고 하지만 사실 엄마는 나무처럼 늘 그 자리에 있었고, 자식은 늘 보고 싶은 것만 봤기 때문에, 그런 잣대로 엄마를 판단하고 세상을 바라봤기 때문에 엄마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는 거죠.”




엄마와 딸의 얘기, 왠지 제목부터 뻔하다. 하지만 배해선은 눈물을 짜게 하는 최루극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엄마 얘기는 늘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장면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이 작품은 최루성 장면보다는 자신의 기억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더 많을 거예요. 사실 저도 아빠가 2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아빠와 잘 풀지 못했어요. 작품 안에서는 아빠 얘기만 나오면 발끈하거든요. 그래서 사실 작품을 하면서 엄마, 아빠에 대해 더 울컥하게 돼요. 하지만 저는 울컥하게 하는 장면도 더 드라이하게 연기하는 편이에요. 더 발랄하고 더 신나게 표현하죠. 관객들이 자신의 감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려고요.”

어머니 병환으로 고생한 배해선, 그래서 이번 역할은 실제 자신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그렇다면 과연 그녀, 작품 속 딸처럼 모든 것을, 연기와 노래와 무대를 버리고 엄마 곁을 지키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실제로 엄마가 처음 아프셨을 땐 제가 일을 못했어요. 엄마를 돌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만큼 엄마가 저한테는 중요하고요. 그건 선택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제가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서 지금 일을 하고 있어 엄마에게 미안하고 감사하죠.”

아스피린 장기 복용으로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없어서 다리를 못 쓰게 되신 어머니 곁을 지키느라 연기 공백이 있었던 배해선, 오히려 자신의 곁을 지키고 있는 그의 어머니에게 감사할 줄 아는 삶의 깊이가 느껴지는 이 처자, 아니 왜 혼자인거지?





삶을 뜨겁게 살줄 아는 이들이 그렇듯, 30대 후반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외모와 열정으로 몇 해째 솔로의 삶을 누리고 있는 배해선.

“꽤 오래 남자친구가 없었어요. 좋은 사람이 생길 거라는 기대감으로 기다렸는데 요즘 좀 조급해졌지만 조급해지지 않으려고 마인드 컨트롤하고 있어요. 누군가와 빨리 결혼하기보다 50살이 되더라도 정말 친구처럼, 하루를 지내더라도 그렇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죠. 제가 아직 철이 덜 든 거죠.”

뭐 그렇더라도 기자 역시 억지로 결혼하는 것에 인생을 걸 필요는 없다고 여기는 바, 그녀의 의견에 절대 동감.

“결혼하면 여자가 더 손해잖아요. 저한테는 외조를 해줄만한 남자가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늘 아쉽죠. 주변에 외조를 잘 하는 남자들을 보면 빨리 결혼하고 싶다가도 결혼으로 인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여자들을 보면 너무 안타까워요.”

그동안 많은 공연에서 호흡을 맞춰온 배우 이건명과의 스캔들을 기대하며 슬쩍 물었지만.

“오빠와는 오랫동안 작품을 해서 주변에서도 커플처럼 생각하시는데요. 그분은 만나는 분이 계세요. 저도 비밀을 지켜주려고 했는데요. 저한테 하도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셔서 안 되겠네요. 저도 사랑에 빠지고 싶어요. 빨리.”


이쯤에서 울라고 옆구리 찌르는 영화보다 엔딩 크레딧을 찬찬히 보고 어두운 영화관을 나와 저녁 어스름의 찬바람을 쐴 때 콧잔등이 시큰해지는 영화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법. 별 거 아닌 일에도 깔깔 웃고, 비스트의 ‘아름다운 밤이야’를 들으며 따라 춤추고, 큰 가방에 운동화와 물 몇 병 챙겨 걷고 또 걸으면서도 자신의 내면에 침잠할 줄 아는 배해선이 들려주는 이야기, <엄마, the memory show> 역시 그런 오랜 여운으로 콧잔등을 시큰하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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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예진

일로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쏘다닌 지 벌써 15년.
취미는 일탈, 특기는 일탈을 일로 승화하기.
어떻게하면 인디밴드들과 친해질까 궁리하던 중 만난 < 이예진의 Stage Sto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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