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카 빅엿’ 법조계 이단아, 금배지 달고 사법개혁 작심했다 - 서기호·김용국 『국민판사 서기호입니다』
전직 판사이자 현직 국회의원, 통합진보당 서기호 의원이 최근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김용국 씨와 함께 새로운 저서를 발표했다. 우여곡절 끝에 법복을 벗고 그 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국회의원으로 변신한 그간의 숨 가쁜 ‘시즌1’을 갈무리하며, 가슴 속에 품어 온 사법개혁이라는 프로젝트를 만천하에 천명한 것이다. 역시 꽤 도전적이고 서슴없다.
글 : 황정호 사진 : 황정호 동영상 : 윤지원, 정광수
201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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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가는 곳이면 왠지 사고(?)가 끊이지 않는 듯하다. 판사로 재직 당시에는 겁도 없이 ‘가카’를 들먹여 끝내 법복을 벗더니 국회의원이 되자 말자 정치판의 진흙탕을 제대로 경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표정에는 흔들림이 없다. “통합진보당이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발전적 해체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열매가 맺기 전에는 뜨거운 태양을 감당해야하고 새벽이 오기 전이 더 어둡다는 이치를 이미 체득한 듯한 얼굴이다. 저서의 출간을 앞두고 오마이뉴스 사옥에 모인 독자들 앞에서 그는 이미 대중정치인으로서 노하우를 꽤나 터득한 것처럼 적절한 농담을 섞어 첫 인사를 건넨다.





“오늘 아침에 한 매체에서 인터뷰를 했는데요. ‘판사 재임용 탈락 후 격변기에 살고 있는데 후회되지 않냐’고 묻기에, ‘안 그래도 올해 들어와서 요동치는 일이 너무 많아 단련이 됐다’고 얘기했습니다(웃음). 현재도 정당 상황이 복잡하지만 나름대로 담담하게 맞이하고 있어요. 특별히 혼란스럽거나 힘들지는 않아요. 그럴 수 있는 것은 제가 원하고 하고 싶은 것, 그리고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를 찾아 대의를 쫓으며 말하고 행동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책이 기획된 것은 그가 판사 재임용에 탈락한 직후 법적 대응을 위해 분주하던 무렵이었다. 어쩌면 그의 재임용 탈락에 빌미가 됐던 인터뷰 기사를 쓴 김용국 기자의 제의를 흔쾌히 수락한 것이었다.

“제의를 듣고 역시 김용국 기자가 촉이 있구나 싶었어요. 서기호를 팔아서 책을 내면 잘 팔릴 것이란 생각을 한 거죠(웃음). 저 역시 재임용 탈락 사실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던 차였어요. 그러다 총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바빠지는 바람에 나중에서야 수정작업을 하게 됐죠. 최대한 신경을 썼지만 한편으로 담아내지 못한 부분이 있어 아쉬움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앞으로 의정활동을 해 나가면서 보완할 생각입니다.”


권모술수와는 거리가 먼 솔직함

대화의 자리는 개그맨이자 행정학 강사로 활동하는 이색 경력의 소유자 노정렬이 사회를 맡으며 양념 같은 질문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진지한 서 의원과 김용국 기자의 말 뒤에는 으레 개그를 버무린 그의 깔끔한 정리로 유쾌함을 선사한 것이다. 서기호 의원은 판사 시절인 지난 2009년 5월 촛불재판 파동 때 법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판사회의를 주도하며 신영철 대법관의 징계를 촉구하는 등 보통의 법관과 달리 두드러진 행보를 이어왔다.

급기야 2011년 12월 페이스북에 ‘가카 빅엿’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이를 문제 삼은 언론 보도가 터져 나왔고, 결국 이는 서 의원의 법관 재임용 탈락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러한 과정은 그에게 ‘국민판사’라는 칭호를 안겨주었고, 국회의원으로서 사법개혁을 구상하게끔 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런 이력도 이력이거니와 서 의원과 친분이 있던 노정렬은 “언젠가 서 의원이 우리나라 사법 역사상 중요한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생각을 털어 놓기도 했다. 비범한 평가는 서 의원을 처음 인터뷰 했던 김용국 기자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질문

노정렬 : 이번 책은 김용국 기자가 묻고 서기호 당시 판사가 대답하는 식으로 이뤄졌는데요. 사법부에 몰아닥친 재임용탈락이라는 중징계를 보며 법원 직원으로서(김용국 기자의 본업은 법원공무원이다) 서 의원을 책으로 담아야겠다고 결심하신 건가요.

답변

김용국 : 아까 서 의원님이 ‘촉이 있다’고 하셨는데 맞습니다. 서기호를 팔아 장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현재까지는 장사가 안 되고 있네요(웃음).

일단 두 가지 측면에 의미를 두고 이 책을 쓰게 됐어요. 먼저 2011년 12월에 처음 서기호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매력을 느끼게 됐죠. 잘 다듬어지지 않은 말투에 헝클어진 머리에 계산할 줄 모르는 태도가 독특했어요. 어떻게 보면 페이스북 ‘가카 빅엿’으로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언론사 최초의 인터뷰였거든요. 그런데 답변은 준비돼 있었지만 기술적으로 인터뷰를 잘해야겠다는 꾸밈이 없었어요. 그날 5시간 정도 인터뷰를 하면서 ‘아 이분이 최소한 다른 사람처럼 권모술수를 쓰는 사람은 아니구나’를 느꼈죠. 그 후부터 업무적인 판사와 법원 직원의 관계가 아니라 사적으로 만나 이야기하는 사이가 됐어요.

1~2월 들어서면서 의원님도 ‘이제 사고안치고 일에 전념해야겠다’할 시점이었는데, 갑자기 법관 재임용 탈락이라는 것이 결정된 겁니다. 그래서 제게 부채의식이 있었어요. 괜히 조용히 지내는 사람을 링에 올려서 재임용에 탈락하게 까지 했으니 책임을 져야하는데 어떻게 책임을 져야하나 한참 고민을 했죠. 답은 정면 돌파뿐이더라고요. 또 한 가지는, 헌법에 보장된 판사의 신분조차도 윗사람한테 잘못 보이면 불이익을 받는 법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기도 했어요. 그걸 서 의원님의 경우를 통해 드러내고 싶었던 거죠.

질문

노정렬 : 김용국 기자가 삼고초려를 한 건가요. 책을 쓰자고 할 때 어떤 생각을 하셨죠.

답변

서기호 : 그때는 흔쾌히 수락했죠. 이미 재임용 탈락이 결정된 시기이고, 일단 이제 ‘막나가는 상황’이니 책이라도 내서 먹고 살 궁리를 해야 하니까요(웃음).


타파해야 할 법조계의 잘못된 관습들

대화는 자연스럽게 법조계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오랜 관습으로 이어졌다. 과거에는 직접적으로 행해졌다면 최근에는 은연중에 암묵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불합리하고, 비민주적인 관습은 법을 더욱 국민과 멀어지게 하고 있었다.

질문

노정렬 : 국회의원이 되시더니 대중적 화술이 느셨네요. 판사에게도 표현의 자유가 있다는 말 조 차 이슈가 될 정도로 법원 내부의 분위기는 일사불란한 상하관계로 돼 있다는 건데, 그런 조직에서 꽤 견디셨다고 알고 있는데요. 몇 년 동안 판사생활을 하셨죠?

답변

서기호 : 예비판사까지 합하면 12년이죠. 물론 ‘판사도 사람이다, 표현할 자유가 있다’는 글을 쓰면서 파장이 있으리라 생각은 했어요. 판사들은 사회적으로 선망의 대상으로 보이지만 의외로 근무조건이 열악합니다. 할 말 제대로 못하고 사는 직업 중에 하나거든요.

며칠 전에 법사위 피감기관으로서 답변을 위해 대법원장을 대신해서 대법원 대법관인 행정처장님이 오셨는데, 제가 ‘판사들이 대법관을 임명할 때 자꾸 법원장에서 임명하니까 법원장들이 대법원장의 눈치보고 판사들은 근무평점 때문에 법원장 눈치 보는 거 아니냐’고 질문했어요. 그런데 ‘설마 그렇게 눈치 보겠습니까’라고 하시더군요.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말씀하시기에 거기에 대해서 한마디 더 하려다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아껴뒀습니다. 나중에 국정감사 때 아제대로 하려고요.

실제로 평판사들은 굉장히 조심을 많이 하거든요. 법원장에게 찍히면 평정이 안 좋게 나올 수 있고…… 그래서 행동의 제약도 있죠. 예를 들어 사소한 것이지만, 법원장이 주최하는 등산이 주말에 있다면 판사들이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는 거예요. 회람까지 돌리거든요. 그 다음에 김용국 기자도 계시지만 법원 직원조차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집행관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법원장이 평가를 하니 잘 보여야 된다더군요. 법원이 점점 더 관료화 되고 있는 거죠. 과거 독재정권이나 군사정부 때는 대놓고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지금은 암암리에 만연한 상황이에요.

질문

노정렬 : 만약 등산에 안가고 약간의 본인 의견을 드러냈다면 그것이 인사에 영향을 미칠까요.

답변

서기호 : 일단 위축이 된다는 거죠. 예를 들어 최근 김 모 대법관 후보에 대해서 굉장히 말이 많았지 않습니까. 이미 인사 청문회를 통해서 부적격 인물이라는 말이 언론에 기사화 됐음에도 불구하고 후보자로 올라온 거죠. 사실 판사들 사이에서도 이미 구분은 적합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왔나 봐요. 그런데 그에 대해 용감하게 글을 올린 사람이 송 모 판사 한 명뿐이었어요. 그 글에 대해 많은 판사들이 공감하면서도 표현을 하지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아는 판사에게 전화를 했죠. 왜 동의를 못하냐고 하니 ‘그러다가 김 모 후보가 대법관이 되면 어떻게 하느냐’하더군요. 그럴 만도 하죠. 사실 이번처럼 대법관 후보가 인사 청문회를 통해서 낙마를 한 게 처음 있는 일이거든요.

김용국 : 인사상 불이익을 말씀하셨는데 제 생각에는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승진의 욕구가 있지 않습니까. 만약 그런 글을 쓴다고 하면 요직에 가는 기대는 포기해야한다는 거죠. 예를 들어 법원 행정처에는 행정만 하는 판사들이 다수 있어요. 엘리트 판사로 평가받는 분들인데, 앞으로 고등법원 판사나 대법관으로 갈 가능성이 높죠. 그런데 소신 있게 의견 표현을 한다든지 소위 언론에서 튀는 판결이라는 소신 판결을 한다면 일종의 보이지 않는 결격 사유가 된다는 겁니다. 아마 서 의원님이 보통 사람들 수준의 직장생활을 하셨다면 평범하기 그지없었을 텐데 법원에서 그렇게 행동한 것이 이상하고 독특하게 보인 거죠.

질문

노정렬 : 사실 ‘가카 빅엿’ 파문 이전에 이미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비판으로 인해 블랙리스트에 올랐을 듯 한데요. 그런 것은 각오하셨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답변

서기호 : 네, 그런 셈이죠. 제가 2009년 4월 경 신영철 대법관 사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는데요. 전국 법관 워크숍이라는 행사가 있었고 거기에 중앙법원 단독판사 대표가 되고 나서부터 그런 문제에 주도적인 목소리를 냈던 거죠. 제가 말했다시피 말을 돌려서 하지 못하는 편이라 그런 표현들이 법원 수뇌부, 고위 간부들이 볼 때는 안 좋은 인식이 있었을 거예요. 나중에 안 이야기지만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 제가 위험한 인물이라는 말이 돌았나 봐요.

질문

노정렬 : 물론 지나치게 편향적이거나 사건에 개입하는 발언은 안 되겠죠. 앞으로 사법개혁의 방향 역시도 그런 것을 염두하고 계실 텐데요.

답변

서기호 : 우리나라에서는 판사에 대해 굉장히 큰 관심이 쏠려있어요. 그런 직업 중에 하나죠. 너무 기대가 크다보니 언론에서도 이슈화 시키는 효과가 있는 듯 하고요. 그래도 뭐, ‘가카 빅엿’정도는 괜찮다고 봅니다. 제가 했으니까요(웃음). 사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고 봐요. 그 정도로 심한 대통령은 안 나오지 싶어요. 그럼 판사가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이미 제 사례가 있기 때문에 다른 판사들은 못할 겁니다. 저 이전까지만 해도 SNS 공간에서 판사의 말이 유력 일간지를 통해 전 국민에게 전해지는 상황은 예상하기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조금이라도 공개될 수 있는 공간에서 이야기를 하면 바로 언론에 나온다는 것이 증명됐기 때문에 표현을 하더라도 신중하게 하겠죠.

질문

노정렬 : 한편으로 그런 뜻있는 분들이 자기 잘릴 것 각오하고 나와서 여차하면 변호사 개업하겠다는 배수의 진을 치고라도 말할 것 같은데, 너무 간 졸이시는 것 아닌가 싶네요.

답변

김용국 : 최근 서 의원님 등의 사건 이후로 대법원에서 SNS 사용 권고지침이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요지인 즉, 법관은 사회적인 발언을 할 때 특정사건에 오해를 받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는 겁니다. 대법원에서 최근 제일 중시하는 국민과의 소통과는 배치되는 지침이죠. 요즘의 대부분 소통방식은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데, 진정한 소통을 원한다면 판사들 모두에게 SNS 계정을 만들라고 해도 시원치 않은데, 신중히 처신하라는 것은 하지 말라는 말이나 다름없어요.

물론 특정 사건에 대해 그 사건을 담당할 수도 있는 판사가 의견을 말하는 것은 안 되지만, 사회의 일반적인 이슈에 대해서 의견 표명하는 것까지 막는다면 더 위험하다고 봐요. 오히려 제가 보기에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숨어서 변호사, 판?검사끼리 룸살롱가고 술 마시는 것이 더 문제죠. 드러나지 않는 인적 고리가 형성되는 거예요. 그런 게 가끔 곪아 터지며 드러나는데 그럴 때면 그렇지 않은 많은 법관들까지도 도매급으로 매도당하거든요. 시급한 것은 그런 비공식적인 장소에서 이뤄지는 모종의 뒷거래를 없애는 것이 우선이라고 봐요.

질문

노정렬 : 최근 김 모 대법관 후보의 경우를 보면 구조적으로 인사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인 듯 한데요. 서 의원님이 보시기에 국민들이 인정하겠다 싶은 대법관의 자격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답변

서기호 : 이번에 김 모 후보는 낙마를 했지만 나머지 세 분은 통과가 됐잖아요. 그런데 나머지 후보 중 두 분 역시 반대표가 굉장히 많이 나왔어요. 통과는 됐지만 그 만큼 부적격 논란이 있었다는 거죠. 특히 한 후보는 종교 편향적인 입장이기에 더욱 그렇고요. 참, 도덕적 기준이 완벽한 대법관 후보를 찾기는 힘든 것 같아요.

질문

노정렬 : 그래도 대학 교수나 변호사까지 합치면 수만 명에 달하는 인재풀인데 그 중에서 대법관이 될 만한 인물이 그렇게 없나요.

답변

김용국 : 제가 보기에는 선발 구조가 문제에요. 법적으로 대법원장의 재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거든요. 물론 여러 가지 정치적인 이유로 헌법이 제정됐겠지만 명백히 삼권분립 원칙과 어긋나게 돼 있죠. 과거 2공화국 헌법을 보면 법원 내부에서 선거인단을 구성해서 법원장 등을 선발하는 제도가 있었거든요. 물론 당시에는 제대로 시행이 안됐겠지만 이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됐다고 봅니다.

질문

노정렬 : 법관들이 너무 정치화 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대통령 임명 방식보다는 사법부의 독립성이 더 확고해진다는 말씀이네요.

답변

서기호 : 그렇죠. 미국을 선진국이라고 하는 분들도 막상 선거로 주 법관을 뽑는 제도는 잘 안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요. 선거를 하면 정치적으로 오염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한데, 그렇게 했을 때 장점은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거예요. 현재는 법원장, 대법관이 모두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 혹은 승진 구조이기 때문에 국민을 의식하기 보다는 대법원의 판례에 맞춰 틀에 박힌 판결만 하게 되니 창의적인 판결을 하지 못하게 되죠.

질문

노정렬 : 국회가 최근까지 개점휴업 상태인데, 진보당의 몇 분 안 되는 의원들의 힘만으로는 사법개혁안의 본회의 통과가 쉽지 않을 듯 한데요.

답변

서기호 : 그래서 우선은 민주당 의원들과 친해지려고 하고 있어요(웃음). 그리고 사실 새누리당 의원들 중에서도 생각보다 합리적인 분들이 많으세요. 새누리당 소속이라고 무조건 터부시 할 것은 아니라고 봐요. 물론 당적에 따른 한계야 있겠지만 그래도 부분적으로 사안에 따라서는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일단 제 목표는 민주당 의원들과 친해지는 것이고 그 다음 새누리당 의원들과도 부분적으로 친해지는 거예요(웃음).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무렵 독자들의 질문도 쏟아지기 시작했다. 서기호 의원은 그 질문을 진지하게 듣고 하나하나 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독자들이 던진 질문 가운데 몇 가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정리해보았다.

질문

사법부의 대법관, 법관이야기만 했는데 사실 국민들은 검찰에 대해서도 정치검찰, 표적수사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요.

답변

검찰은 정말 더 힘든 곳이죠. 김어준 씨는 『닥치고 정치』라는 책을 통해 검찰을 ‘고3 선도부’하고 비슷하다고 했어요. 굉장히 재미있는 표현이죠. 똑같이 공부 열심히 잘해가지고 사법고시 합격했는데 한쪽은 판사고 검사고 그게 좀 문제인 듯해요. 실제로 옛날에는 검찰에 성적이 좋은 사람이 더 많이 갔습니다. 그래서 지금 고위간부들은 굉장한 자부심이 있어요. 자기는 판사보다 더 뛰어나거나 최소한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심혈을 기울여 영장을 청구한 걸 기각했을 때는 굉장히 자존심 상해 하죠.

예를 들어 예전에 PD수첩 무죄판결 나왔을 때 상당히 격앙됐잖아요. 화성인 판결이라는 격한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 실제로 그것이 검찰의 속마음입니다. 그만큼 프라이드가 너무 강해요. 그런 판사와 검찰의 고리가 끊어질 필요가 있는데 로스쿨 제도가 생기면서 그런 가능성을 보고 있고요. 그 다음에 국회의원들이 결단을 내려야하는데 작년에 중수부 폐지하고,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 신설에 대해서 막 개정안을 내려고 했다가 검찰총장이 한마디 해버리니까 갑자기 쏙 들어가 버렸잖아요. 왜 그랬냐 하면 검찰총장의 말이 이번에 중수부 폐지에 나서는 사람들 두고 보겠다는 의미의 말이었거든요. 이런 식으로 협박을 하는 겁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과감하게 수사대상이 되더라도 끊을 것은 끊어야죠.

질문

서 의원께서 개혁하신다고 하시지만 요즘 법리가 잘못됐다는 사람은 없습니다. 대신 재판에 납득 못하는 사람은 늘고 있는데요. 요즘 대형 로펌이 생겨나며 사실 조작도 서슴없이 하고 있고요.

답변

사실 인정의 문제인데요. 그래서 지난 2007년 배심제도가 마련됐습니다. 그러나 지금 마련 된 배심제도는 권고 조정 권한만 있어 판사가 결론을 바꿔버릴 수 있게 돼 있죠. 말씀하신 문제는 충분히 많은 분들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라 조만간 배심제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 역시 사법개혁의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고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생각을 갖고 계신 시민들이 직접 판단하는 거죠. 사실 관계를 판단하는 것은 굳이 판사가 아니라도 일반인의 건전한 사고방식만으로 가능하거든요. 중지를 모아보면 답은 나오게 마련이죠.

일각에서는 말솜씨가 좋은 사람에게 배심원들이 현혹될 위험을 제기하기도 하는데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현재의 제도보다는 낫다고 생각해요. 한편으로 그런 주장은 ‘판사는 안속을 사람이고 일반 시민은 속아 넘어가는 인지능력 밖에 안 된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이거든요. 이는 국민들이 상식선에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너무 폄하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질문

전관예우가 있다는 말이 많은데요.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에게 의뢰하면 소송에 이길 확률이 높다고도 하고요.

답변

1천만 원 짜리변호사는 이기고 5백만 원짜리 변호사는 진다는 소문은 저도 들어봤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정도는 아니고요. 전관예우에 대한 고정관념이 우리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어서 그런 소문도 나는 듯합니다. 그런 문제는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되고 있는 편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개선하려면 판사가 됐다가 중간에 고등부장판사로 승진을 못하면 나가는 식의 구조를 바꿔야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부장판사가 개업을 하면 당장에 배석판사는 그 변호사의 사건을 맡게 되거든요. 당연히 신경 쓰이고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죠. 그래서 나온 대안이 법조 일원화 제도입니다. 10년 이상 경력이 있는 변호사 중에 판사를 임용하는 거죠. 한번 임용되면 평생 판사를 하는 것으로요.

지금은 과도기라서 3년, 5년 이상으로 가고 있는데, 나중에는 10년 또는 15년 이상 된 변호사 경력자를 판사로 채용해서 계속 평생법관을 하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변호사 보다 판사의 경력이 더 높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가 보여준 진심에 많은 독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현재 정치권은 이른바 대선 정국에 돌입했다. 적어도 올해가 가기까지는 특별히 다른 이슈가 비집고 들어가기는 힘들 듯하다. 그러나 서 의원은 그 다음을 생각하고 있다. 새로운 정부가 탄생하면 정권을 잡는 집권당이 현재의 여당이든 야당이든 상관없이 사법개혁에 온 힘을 쏟아 붓겠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그가 보여준 모습처럼 그 때도 그 신념만큼은 변함이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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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판사 서기호입니다 서기호,김용국 공저 | 오마이북
이 책은 2011년 12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서기호 판사와 김용국 「오마이뉴스」시민기자가 직접 만나거나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이뤄진 긴 인터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서기호라는 한 평범한 청년이 판사의 길로 들어선 뒤, 법원을 바꾸려고 노력하다가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게 법복을 벗고 법원을 나가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개혁이 왜 필요한지, 서기호가 생각하는 사법개혁의 방향과 내용이 무엇인지도 엿볼 수 있다. 서기호와 나눈 대화는 그의 개인사이기도 하지만 사법부의 아픈 역사 가운데 한 토막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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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호 #김용국 #국민판사 서기호입니다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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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h27zz

2012.09.04

흐음... 순수한 의도로 개혁을 위해서 이렇게 활동하시지만.. 그러한 것을 색안경끼고 보는 시선도 무섭고... 동료 집단으로부터 배척 받는 것도 무서운 저는.. 이러한 사람이 못될거 같은데..ㅠㅠ 그래도 노력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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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정치

<김어준> 저/<지승호> 편

출판사 | 푸른숲

국민판사 서기호입니다

<서기호>,<김용국>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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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국

법원공무원 겸 법조칼럼니스트. 법학석사(연세대학교 법무대학원), 법무사. 서울중앙지법, 서울동부지법, 서울가정법원, 고양지원 등에서 20년 넘게 일하고 있다. 공무원이 되고서도 기자가 되고픈 욕심을 버리지 못하다가 법조전문 시민기자와 칼럼니스트로 방향을 틀었다. 딱딱한 주제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글쓰기 능력과 전문성을 살려 2004년부터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신문과 각종 매체에 생활법률 이야기, 판결 분석, 판사 인터뷰, 사법개혁 등을 소재로 글을 써오고 있다. 어려운 법을 생생한 사례들 속에 녹여낸 그의 독창적인 글쓰기는 수백만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2006년 미국의 한 방송사는 ‘직업의 특성을 잘 살려서 전문적인 글쓰기를 하는 시민기자의 모델’로 그를 선정, 인터뷰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명예의 전당에 올랐고 2009년과 2011년에는 최고의 기자(올해의 뉴스게릴라)로 뽑혔다. 법 앞에만 서면 움츠러들고 억울해 하면서도 정작 법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드물고 이론 중심의 천편일률적인 법률서적만 넘쳐나는 현실이 안타까워 그는 직접 책을 쓰게 되었다. 그를 저술가의 길로 접어들게 한 이 책 『생활법률 상식사전』은 법률서적으로는 드물게 2010년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랐으며 꾸준하게 인기를 누렸다.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부, 카이스트, 현대건설, 동국대, 인하대, 중랑구청, 전남공무원교육원, 안동도서관 등에서 법률 특강, 현재 KBS 라디오 [경제로 통일로]에 고정 출연 중이다. 지은 책으로 『생활법률 해법사전』, 『국민판사 서기호입니다』, 『이도남의 돈고생 마음고생 없이 이혼하는 방법』, 『판결 VS 판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