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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이가 젊은이보다 훨씬 더 행복해요” - 『지지 않는다는 말』

있는 힘껏 달리고 싶을 때 김연수, ‘애써 이기려 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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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달리기와 인생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통해 잔잔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여운을 남긴다. 오랫동안 달리기를 하며 겪었던 일상의 이야기들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보았던 자신의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게 한다. 마음에 드는 구절에서 줄을 치고 노트에 옮겨 적다가 이내 포기했다. 한 구절 한 구절에…

체력장의 마지막 코스였던 오래 달리기. 체육 시간을 지독히도 싫어했던 나는 오래 달리기 시간이 가장 고역이었다. 처음엔 천천히 중간부터 페이스를 잡아 최고의 속력을 내고 마무리하는 식의 교과서적인 달리기 방법은 통하지 않았다. 처음을 천천히 시작해도 중간에 속력을 낼 수 없었고, 처음에 빨리 달리면 금방 지쳐 나가 떨어졌다. 처음부터 뛰지 않은 아이들과 같은 점수를 받은 오래 달리기가 끝나고 3일씩 크게 앓아누웠다.

이런 쓰라린 경험이 있던터라 달리기라 하면 되도록 피하고 가깝게 하고 싶지 않은 종목이다. 하지만 작가의 달리기 이야기를 듣다보면 내가 알고 있던 달리기와 작가의 달리기는 다른 종목인 것처럼 이런 아픔은 다 잊혀지고 그 안에 기쁨과 슬픔, 우주 삼라만상, 인생의 묘미가 들어있는 아주 매력적인 운동으로 바뀌어간다.

이 책은 달리기와 인생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통해 잔잔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여운을 남긴다. 오랫동안 달리기를 하며 겪었던 일상의 이야기들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보았던 자신의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게 한다. 마음에 드는 구절에서 줄을 치고 노트에 옮겨 적다가 이내 포기했다. 한 구절 한 구절에 진심이 담겨 있었고 마음에 콕 박혔기 때문이다. 누구를 밟고 올라서야만 이길 수 있고 남들이 잠을 잘 때 그들보다 나아지기 위해 깨어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 지지 않는다는 건, 결승점까지 가면 내게 환호를 보낼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안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해진다고 한다. 이유는 나이 든 사람과 젊은 사람은 서로 다른 세상에 살기 때문에. 20대가 사는 세상은 아직 탄생한 지 30년도 지나지 않은 세상이다. 지속 시간이 짧으니 삶에는 인과보다는 우연이 더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60대가 사는 세계는 벌써 70년 가까이 지속된 세계다. 젊은이들이 사는 세계에서는 담배를 피운다고 폐암에 걸리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늙은이들이 사는 세계에서는 수두룩하다. 그러니 두 세계가 다를 수밖에. --- p.89



현대인의 대부분이 왼쪽 어깨엔 피로를 오른쪽 어깨엔 스트레스를 얹고 다닌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듯 꿈꾸지 않는 무기력하고 불안한 삶을 이어나간다. 인기있는 프로그램명처럼 치유가 필요하지만 대놓고 괜찮다고 말하는 책은 오히려 거부감이 든다. 청춘이니 힘들고 앞이 보이지 않지만 무조건 다 잘될 것이다. 내가 원하는 걸 생각하기만 한다면 모두 이루어질 것이다. 이런 류의 책들에 싫증이 났다면 꼭 한번 펼쳐보길.

어렸을 적, 일요일 오후 살포시 낮잠을 들었다 깨었을 때, 집에는 아무도 없고 밖은 이미 어두어져 있다. 불을 켜지 않아 방 안에 있는 사물이 낯설고 우주에 혼자인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요즘 그랬다. 나 혼자 어둠 속에 갖혀 있는 기분이 들고 설핏 잠에서 깼지만 누구에게 전화를 해야 할 지 모르는 당황스러운 기분. 작가는 속삭였다. 내 절망과 좌절은 과거에 있고 두려움과 공포는 미래에 있다고. 지금 이 순간에는 오직 지금 이 순간의 감각적 세계뿐이라는 걸. 현재를 온전히 살아가지 못하는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조금씩 밖으로 나가 운동화 끈을 매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가 내 몸의 일부가 아닌 것처럼 근육통을 느끼며 다시 며칠을 앓는다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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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저 | 마음의숲

이 책은 김연수가 어린 아이였을 때부터 중년이 될 때까지 체험한 사랑, 구름, 바람, 나무 빗방울, 쓴 소설과 읽은 책, 예술과 사람 등에 관한 이야기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궁극에는 삶의 기쁨과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문학적으로 더 깊고 넓어진 사유의 문장들, 그의 소설 속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워진 문장을 읽게 된다. 김연수는 ‘지지 않는다는 말’의 여러 가지 의미를 생각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을 발견한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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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연나래 도서 MD

입사한 후, 지하철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이 내가 등록한 책을 들고 있으면 가서 말을 걸고 싶을 만큼 신기했다. 지금은 끝이 없어 보이는 책의 바다에서 수영을 배우고 있는 듯한 기분. 언젠가는 벽 한 면을 가득 서재로 꾸미고 포근한 러그 위에서 향긋한 커피를 마시며 주말을 보내는 꿈을 꾼다.

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저10,800원(10% + 5%)

김연수, ‘애써 이기려 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말하다 지금까지 7권의 장편소설과 4권의 소설집을 내면서 이름 석 자만으로 문단과 대중에게 신뢰감을 준 소설가 김연수. 그의 새로운 작품을 기다리는 독자들로서는 이런 궁금증을 품어볼 수도 있겠다. ‘그가 만든 다양한 세계의 출처는 어디일까? 어떤 삶을 살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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