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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일러스트 작가를 꿈꾸는 그대에게 - 김윤경 『오늘의 일러스트 x 1』

일러스트 작가들의 지나간, 혹은 오늘의 시간들과 작품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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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러스트 ×1』은 그림을 사랑한 일러스트레이터들과 그들을 사랑한 작가가 나눈 대화의 기록이다. 2010년 4월부터 1년 동안 ‘한국의 일러스트 작가들’이라는 이름으로 네이버 캐스트에 연재되었던 인터뷰들을 엮었다. 총 마흔다섯 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김윤경 작가와의 인터뷰에 초대되었다. 『오늘의 일러스트 ×1』은 그 중 스물세 명의 작가와 나눈 이야기들을 담았다.

『오늘의 일러스트 x 1』은 그림을 사랑한 일러스트레이터들과 그들을 사랑한 작가가 나눈 대화의 기록이다. 2010년 4월부터 1년 동안 ‘한국의 일러스트 작가들’이라는 이름으로 네이버 캐스트에 연재되었던 인터뷰들을 엮었다. 총 마흔다섯 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김윤경 작가와의 인터뷰에 초대되었다. 『오늘의 일러스트 x 1』은 그 중 스물세 명의 작가와 나눈 이야기들을 담았다. 미처 전하지 못한 인터뷰들 중 스무 편은 곧 출간될 두 번째 책에 실릴 예정이다.


작가 강연회에서는 김윤경 작가는 물론 두 명의 일러스트레이터, 아이완과 오기사가 함께했다. 이 날의 진행은 출판사 북노마드의 대표이자 미술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윤동희 대표가 맡았다. 일러스트 작가들의 지나간, 혹은 오늘의 시간들과 작품 세계에 대해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전한다.


일러스트란 무엇인가,
그 규정을 허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러스트레이터’라는 타이틀로 작가의 정체성이 묶여지긴 했지만, 여기에 소개된 작가들의 지형은 단일하지 않다. 이는 현대미술이 가지고 있는 전방위적, 탈경계적 속성과 맥을 함께하는 것이기에 자연스러운 것이다. (p.365)






 

일러스트레이터에 대한 정의는 명확하지 않다. 그 경계가 불분명하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들의 작품 활동은 삽화(일러스트레이트)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고, 지면 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활자로 이루어진 텍스트를 보조하는 수단인 삽화뿐만 아니라 독립된 작품으로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디지털 프린팅이나 실크스크린과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그림을 그리는가 하면, 설치 미술을 하기도 한다. 『오늘의 일러스트 x 1』에 실린 작품들을 보며 찾게 되는 것은 일관된 무엇이 아닌, 다양성과 자유다.

그렇기에 김윤경 작가는 자신이 만난 일러스트 작가들의 이름이 한 개이기도, 열 개이기도 하고 혹은 그에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 모든 작업들을 하나의 수식어로 묶어서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작업에 더 자유롭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일러스트(일러스트레이터)의 규정을 허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오늘의 일러스트 x 1』은 ‘일러스트란 무엇인가’로 시작하지 않는다. 책 어디에도 일러스트에 대한 정의는 없다. 한마디로 설명한다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정의를 내린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오기사 : 일러스트라는 분야를 무엇으로 정의하느냐, 하는 것은 굉장히 애매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저에게 일러스트는 그냥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표현하는 방식 중에 하나였어요. 카테고리라는 것에서 좀 자유스러워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일러스트는 이래야 된다고 또 바운더리를 만드는 것은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아요. ‘뭘 해도 괜찮은’. 그런 게 일러스트라는 단어로 표현되지 않았나, 생각해 봤습니다.


일러스트의 길에 들어서다

예술만큼 ‘노력하면 다 된다’는 말이 힘을 잃는 분야도 없을 것이다. 확실히 노력만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영역이 예술에는 존재한다. 그 길을 걸어간다는 것은 어쩌면 선택이라기보다 운명일지도 모른다. 먼 길을 돌아서라도 결국에는, 언젠가는 그 길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 예술가의 삶이라는 점에서 정말이지 그것은 운명이라 할 만하다. 아이완 작가가 갔던 길을 되돌아와 그림의 세계에 들어섰다면, 작가 오기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 길 위에 서게 됐다.




보통의 미술 전공자들이 중ㆍ고등학교 시절부터 학원을 다니면서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데 반해, 아이완은 고3 수험생이 되어서야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열망이 강해졌다. 돌이켜보면 겁이 났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림으로 무언가를 표현한다는 것이, 자신의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겁나서 ‘미술은 취미로 하자’ 생각했었다고. 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있는 사람들은 언젠가는 반드시, 어떤 식으로든 표현이 되는 것 같다.’는 그의 말처럼 결국 그도 미술로 돌아왔다.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스물네 살의 나이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진학했다.

아이완 :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당시에는 겁도 나고 두려웠어요. 그런데 그림이 아니라 다른 일을 했을 뿐이지, 저도 20대 초반을 살았잖아요. 언젠가 그림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경험들은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했으니까, 나름 돌아서 갔지만 그게 또 다른 걸 얘기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오기사 : 제 그림들의 가장 근원은 건축을 정말 잘 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인 것 같아요. 건축 스케치를 반복하면서 제가 좋다고 느껴지는 공간들을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시작이었어요.

그는 그림에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저 낙서하는 걸 좋아할 뿐이었다. 처음 건축 스케치를 하기 시작한 이유 중의 하나도 낙서를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하면 건축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더니 돌아다니는 것, 낙서하는 것, 글로 써서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스케치북을 들고 좋은 공간과 건축물을 찾아다녔다. 메모를 하고 스케치를 하면서 그 공간과 건축물을 기억에 남겼다. 그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언젠가 디자인할 때 자연스럽게 손끝에서 나오게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건축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이제 그림은 오기사의 건축뿐 아니라 경험과 감성을 표현하는 창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오늘도, 그린다

이 날 강연회를 찾은 독자들 중에는 일러스트에 관심을 가지고 미래의 작가를 꿈꾸는 학생들도 많았다. 일러스트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 그 현실에 대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아이완과 오기사, 두 일러스트레이터와 김윤경 작가가 들려준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다른 예술가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원하는 작품 활동만 하기에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다. 그들에게도 클라이언트가 있고 때로는 타협하거나 양보해야하는, 작가의 창작욕보다 클라이언트의 요구가 우선시되는 상황들도 있다.




김윤경 : 작가님들에게 어떤 작업을 할 때 행복했는지 질문을 많이 던졌어요. ‘내 마음대로 그려봤을 때가 즐거웠다, 자기 작업 할 때가 좋았다’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작가님들의 작업이 순전히 자기 것으로 잘 이어지지 않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말이기도 했구요. 독자들이 이런 걸 좋아할 것이다, 라는 가정 하에 컨트롤 당하기도 하고 자기 작업을 타협해야 되는 부분들도 많아요. 그래서 실제로 어떤 작가님은 자기 작업만 따로 하는 분도 계셨어요.

행위자도 관객도 더 다양한 그림과 창작활동을 누리고 싶다면 조금 더 열린 태도로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산업에 계신 분들, 편집자나 큐레이터분들도 조금 더 작가를 믿어주고 독자들도 작가들의 다양성을 봐 주실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작가들에게 자신의 작품 세계란 목숨과도 같은 것이라고, 김윤경 작가는 덧붙였다. 그 세계를 온전히 펼쳐 보이지 못하고 타의에 의해 변형시키거나 심지어 버려야 하는 순간들도 종종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오늘도, 그린다.

오기사 : 내 그림에 대한 대가가 정당한가와는 상관없이, 그림을 그려서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고 그것이 심지어 돈도 된다는 사실 자체가 즐거웠어요. 그 즐거움 때문에 계속 재미를 느끼면서 그려온 것 같아요.

아이완 : 내 그림이 다른 누군가의 생각과 만나서 내 것을 더 잘 살려서 표현할 수 있는 것, 그 경험을 통해 매력을 느껴서 일러스트를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윤동희 : 하루키의 에세이를 보면 우물을 파거나 석유가 터질 때 있잖아요. 그게 우연성이란 게 상당히 많이 있어 보이지만, 그 분 글에 보면 중요한 것은 계속 팠다는 거죠. 100번 파서 한 번 터져야지 우물이 나오고 석유가 나오는데 그게 어떻게 우연이냐는 거죠. 100번을 팠기 때문에 한 번에 터지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이 책을 보면서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단순하게 돈 버는 행위가 아니고 23명의 작가가 각자 자기가 살아온 만큼 이렇게 다양한 이미지가 나올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분들 작업은 세상에 단 하나, 유일하게 존재하는 이미지 같아요. 그게 가장 부러워요. 그것만 가지고도 먹고 사는 걱정 떠나서 한 번 해볼 만한 일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오늘의 일러스트 x 1』는 스물세 명의 작가들은 물론 매번 뛰는 가슴으로 그들과 만났던 작가 김윤경, 뜨거운 응원과 무한한 애정을 담아 책을 기획하고 출간한 윤동희 대표에 이르기까지, 그림에 대한 열정과 흠모로 똘똘 뭉친 책이다.

재기발랄하기도 하고 심오하기도 한, 달뜨게도 했다가 한없이 가라앉게도 하는, 서로 다른 빛깔의 작가들과 작품들을 한 권의 책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행운이다. 그 행운을 손에 쥐시길 바라며, 김윤경 작가의 애정 어린 당부의 말을 전한다.




김윤경 : 제가 만나본 작가분들 중에는 ‘예쁜 그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민하는 분들도 많이 계셨어요. 사실 미(美)라고 하는 것이 굉장히 주관적인 세계인데 그것을 객관화시키는 경우들이 있는 것 같아요. 작가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미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준에 비추어서 예쁘지 않다고 받아들여질 때는, 작업이 좌절되기도 하고 이 생태계에서 도태될 수도 있는 거죠. 그런 거에 대한 고민들도 굉장히 많이 접했습니다. 그림을 그리시는 분들과 산업에 계시는 분들, 독자들이 같이 풀어나가야 될 문제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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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러스트 x 1 김윤경 저 | 북노마드
‘네이버 오늘의 미술 - 한국의 일러스트 작가들’에 소개되어 많은 네티즌의 사랑을 받은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책은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국내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 43인 중 23명(가나다 순)을 먼저 추려 모은 작품집이자 인터뷰 모음집이다. 왜 그림을 그리는가, 그림을 그리는 데 어떤 공부가 필요한가, 무엇을 통해 자극 받는가, 그림을 수놓는 주된 도구들은 무엇인가, 좋아하는 주제, 소재, 색감은 무엇인가, 그림을 통해 얘기하고 싶은 화두는 무엇인가, 자신만의 창작 방식은 무엇인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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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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