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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호의 청춘은 레알이다 - 『개념찬 청춘』

당신은 어떤 청춘을 보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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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이든 이성이든 지성이든 무엇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정치와 밀접하게 닿아 있는 청춘의 기억을 기록한 이 글은 조윤호라는 청년의 성장기이자 자서전으로도 읽을 수 있는데, 그가 싸우고 고민하고 생각한 지점들이 우리 사회의 큼직한 화두와 닿아 있으므로 정치 칼럼집이기도 하다. 나는 광장에서 태어났다는 선언과 함께 2002년 월드컵과 효순이 미선이 사건으로 광장에 나서면서 조윤호의 정치적 주체로서의 삶, 혹은 질풍노도의 시기가 시작된다.

2008년도에부터 젊은 논객이 어쩌고 하는 인터뷰 요청이 오면 비슷한 장사하는 입장에서 매몰차게 거절은 못해 별 수 없이 응하면서도 영 어색했다. 27살이었으니까 그리 젊지도 않았고, 논객도 아니었고, 당시에 뜬 것도 아니었다. 논객이라 하면 자신의 논리를 펼쳐나갈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이 되는 사람일 텐데, 나는 언제나 기분에 죽고 사는 글을 썼다. 사실 그것들을 글로 봐주고 싶지 않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도 자주 그렇다. 다행히 내 기분이 나쁠 때 그것들은 대체로 나쁜 거였다.

그래서 신문이나 주간지의 ‘오피니언’란에 간혹 글을 썼기 때문에 그런 인터뷰 요청이 왔겠지만 자기 의견이 있다고 해서 논객인 건 아니라 늘 계면쩍었다. 그러면서 진짜 젊은 친구들을 알고 싶고,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개념찬 청춘』을 보면서, 그 때 매체가 목소리를 들어야 했던 진짜 이십 대는 이런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저자 조윤호는 내가 늘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젊은 필자다.

그는 일단 ‘논객’이 확실하며, 읽고 쓰기와 느끼기와 경험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나도 읽고 쓰는 것을 아주 안 하지는 않았지만 결정적으로 이런 사람의 경험이 더 가치 있다고 여기는 부분은, 그가 팀 플레이의 경험을 생생히 몸에 새기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를 알지 못하나 그의 글을 읽은 바로는 아마도 골방에 틀어박혀 키보드 두드리는 사람이 아니라 키보드도 두드리고 광장에 나가 친구들을 만나고 함께 소리치고 화내고 다시 방에 들어와 차분히 그 생각을 키보드로 두드리는 그런 필자가 아닐까 싶다. 친구들과의 소통도 술집에 앉아서 소주잔 기울이며 운동권 뒷이야기 음침하게 하는 것 말고, 양지에 나와 밝게 소리치는 것으로.

이것은 조윤호라는 필자가 각종 매체에 쓰는 다른 글들에서도 느낄 수 있는 공통점이기도 한데 산재해 있는 그의 글들이 하나로 묶여진 『개념찬 청춘』의 가장 큰 특징이자 미덕은 균형 감각이다.

감성이든 이성이든 지성이든 무엇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정치와 밀접하게 닿아 있는 청춘의 기억을 기록한 이 글은 조윤호라는 청년의 성장기이자 자서전으로도 읽을 수 있는데, 그가 싸우고 고민하고 생각한 지점들이 우리 사회의 큼직한 화두와 닿아 있으므로 정치 칼럼집이기도 하다. 나는 광장에서 태어났다는 선언과 함께 2002년 월드컵과 효순이 미선이 사건으로 광장에 나서면서 조윤호의 정치적 주체로서의 삶, 혹은 질풍노도의 시기가 시작된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학생인권운동, 한미 FTA, 이명박 집권과 촛불집회, 노무현 서거까지 2000년대의 첫 10년을 꿰뚫는 사건들을 조윤호는 ‘자기 일’로 인식하고 경험하고 기록한다. 이 사건들에 대해 소위 ‘검증’된 필자들이 기록한 문건들은 넘치도록 많다. 그러나 ‘게으르고 나약하고 중소기업에 취직해서 밑에서부터 치고 나갈 근성이 없는 88만원 세대’ 젊은이들이 멸시 받는 세상에서 ‘주체’로 행동하고 생각한 그의 기록은 소중하다.

책의 맨 마지막 장은 한동안 젊은이들을 설명해 주는 것 같다가 간혹 젊은이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묶는 족쇄처럼도 작용했던 ‘88만원 세대’라는 단어와 세대론에 대한 설명인데, 책 전체를 다 읽을 시간이 없다며 이 장만이라도 일독을 권한다. 이런 탁월하고 성실한 기록자가 있으니 나같이 멍한 사람으로서는 정치, 사회적 의미가 해석되지 않는 사건들을 마주할 때 마음이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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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찬 청춘 조윤호 저 | 씨네21북스
광장에서 놀며 민주주의를 배운 대한민국 20대의 정치 성장기이다. 기존의 다른 20대 관련 서적들처럼 어른들의 시각에 의해 ‘해석’되는 20대의 이야기가 아니다. 스물네 살의 평범한 대학생이자 젊은 칼럼니스트인 저자가 자신의 지난 10년간의 이야기를 통해 대한민국 20대가 어떻게 정치적으로 각성하고 성장해왔는지를 당사자의 입장에서 들려준다. 대한민국에 광장 문화가 처음 꽃피운 2002년 당시 저자는 열네 살이었다. 그리고 그해 미군의 장갑차에 깔려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은 효순이 미선이 역시 열네 살이었다. 월드컵을 통해 처음으로 자신이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어린 소년은 대한민국이 자신 같은 ‘국민’을 생각만큼 잘 지켜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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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현진(칼럼니스트)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오래된 캐치프레이즈를 증명이라도 하듯 '88만 원 세대'이자 비주류인 자신의 계급과 사회구조적 모순과의 관계를 '특유의 삐딱한 건강함'으로 맛깔스럽게 풀어냈다 평가받으며 이십 대에서 칠십 대까지 폭넓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에세이스트. 『네 멋대로 해라』, 『뜨겁게 안녕』,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 『그래도 언니는 간다』, 『불량 소녀 백서』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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