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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진 “동글동글한 제 살에 감사해요” - <맨 오브 라만차> 훈산초

라만차에는 돈키호테만 사는 것이 아니다! 아내한테 매맞던 산쵸, 돈키호테와 모험을 떠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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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산초와 비슷해요. 이상을 향해 뛰는 게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상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타일이라 배우를 하고 있는 것이겠죠. 배우를 안 했다면 장사에 능통해서 사업을 하거나 요리를 좋아하니까 음식을 팔지 않았을까 싶어요. 꿈을 꾸지 않았다면 배우가 되지 않았을 거예요.”




2007, 2008, 2010년에 이어 또 다시 돈키호테의 충직한 하인 산초 역에 캐스팅된 배우 이훈진, 제작진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데 비결이 있을까?

“그저 감사하죠. 찾아주시니까. 저도 어떻게든 이 역할은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예전에 라만차에서 같이 연기했던 정성화 형, 배준성 형과 농담 삼아 나중에 5, 60세 되어서도 이걸 하고 있으면 얼마나 멋있을까 하는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지금 형들과 같이 하고 있진 않지만 분명히 곧 다시 하게 될 거예요.” 라고 겸손하게 말하면서도 장대한 포부를 내비친 훈산초 이훈진, 기어코 꼽아보라는 비결에 자신만이 갖고 있는 동글동글한 살이 마력이 아닐까 하며 웃는다.




살보다는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력, 풍부한 표정연기로 여성관객들에게 ‘귀염둥이’로 사랑받고 있다던데?

“귀염둥이로 봐주시면 감사한데 우선 살에 감사해야죠.”

2007년 공연 때보다 조금 더 살이 올라 훨씬 더 귀여워졌다는 훈산초, 더블 캐스팅된 또 다른 산초 이창용과는 확실히 다르다?

“저는 둥글어서 귀여운 스타일이라면 그 친구는 능글맞아서 귀여운 스타일이죠. 그 친구도 그전에는 멋있던 역만 하다 이번에 귀여운 역을 맡아서 맘껏 매력을 발산하는 중이죠.”



돈키호테는 이룰 수 없는 꿈일지도 모를 이상을 향해 돌진한다. 그 곁을 산초가 지키는 이유는 돈키호테의 이상을 동경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산초는 주어진 걸 주어진 대로 보진 않아요. 굉장히 현실적인 인물이거든요. 돈키호테가 이상적인 인물이라면 산초는 이상을 쫓아가는 현실적인 인물이에요. 그 이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인물이죠.”

이상을 꿈꾸지만 현실에 매여 있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산초를 보며 관객들이 열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훈진은 돈키호테가 마지막에 죽고 나서 산초가 아마도 기사가 되겠다고 갑옷을 사서 입지 않을까 생각한다.

“산초의 마지막 노래 중에도 나오는데 산초는 와이프한테 맞는 인물이에요. 맞으면서 일하고요. 그런데 어느 날 돈키호테가 ‘나와 함께 모험을 떠나자, 내가 새로운 것들을 보여줄게.’ 그래서 이상적인 것을 함께 쫓게 되는 거죠. 돈키호테의 등에 업혀 나도 그 이상을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지루하고 힘든 현실을 탈피하고 싶은 마음인거죠. 직장인들이 주말에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또 다른 즐거움을 찾기 위해서, 각박한 현실을 벗어버리고 싶어서 끝까지 쫓아가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돈키호테가 어떤 것을 보는구나 하는 걸 알아가는 거죠. 그래서 산초는 이상을 보고 싶은 마음에 끝까지 가는 것 같아요.”



이번에 산초가 지키는 돈키호테는 모두 세 명, 황정민, 서범석, 홍광호. 이름만으로도 ‘우와’하게 되는 세 사람은 뮤지컬 속에서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 1인2역을 맡게 된다. 산초 이훈진이 바라보는 3인 3색.

“세 사람 모두 다른 인성을 가지고 있어 확연히 달라요. 광호는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의 선을 짙게 긋고 연기를 하는 것 같고요. 범석이 형은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의 선이 분명한 것 같지는 않은데 감정적인 호소력이 크고요. 정민이 형은 굉장히 열정적이죠. 덕분에 돈키호테가 다 다르다보니까 한 명과 매일매일 연기하면 지루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잘 섞여서 훨씬 좋아요. 연기 호흡도 다 잘 맞고요.”







“저도 산초와 비슷해요. 이상을 향해 뛰는 게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상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타일이라 배우를 하고 있는 것이겠죠. 배우를 안 했다면 장사에 능통해서 사업을 하거나 요리를 좋아하니까 음식을 팔지 않았을까 싶어요. 꿈을 꾸지 않았다면 배우가 되지 않았을 거예요.”

알고 보니 이 남자, 이름대로 훈남이다. 차 트렁크에 낚싯대와 조리도구를 싣고 언제든 실력을 펼칠 자리가 생기면 멋진 요리를 선사한다. 엠티에서 좀처럼 먹기 어려운 정통 까르보나라와 닭볶음탕, 오리불고기, 문어숙회는 그의 장기. 그 밖에도 19가지 요리를 만들 수 있단다. 기자에겐 언젠가 그가 가는 엠티에 껴보고 싶은 이루기 어려운 꿈이 생겨버렸다.



웬만하면 살 얘긴 하고 싶지 않았지만 과거 30kg 이상 감량했지만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며 넉살스럽게 얘기하는 훈산초. 그래서 기자도 대뜸 물었다. 제작자가 주인공 역을 줄 테니 살을 다시 빼오라고 한다면?

“어떤 주인공인지에 따라 다르겠죠. 정말 하고 싶은 주인공역이라면 얼마든지 뺄 수 있죠. 요요라는 친구를 좀 멀리 두고요. 그런데 늘 요요라는 친구가 가까이에 있어서 좀 어렵죠. 그런데 제작자 분들도 새로운 주인공 역을 설정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기존의 배우들을 받아들이는 게 빠르니까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부분이 좀 아쉽죠. 하지만 지킬 앤 하이드에서 주인공의 몸이 동그라면 객석이 비어있지 않을까 싶네요.”

별 말씀을. 동그란 몸의 그에게 러브콜은 끊임없다. 현재 일본에서 공연하게 될 뮤지컬 <궁>에서 황태자 이신의 곁을 지키는 공 내관을 다시 맡아 일본과 한국 두 무대를 오가야 하는 상황. 이미 일본 공연을 자주 오가던 그를 보기 위해 찾는 일본 팬들도 많다.



기립 문화가 없던 일본에서 2007년 뮤지컬 <궁>이 공연했을 때 관객은 전회 기립 박수를 쳤다. 기대하지 말라는 제작진의 말을 듣고 무대에 올랐던 이훈진도 놀랐을 만큼. 한국에서 올리는 뮤지컬 공연을 보러 오는 일본 관객이 늘고, 한국의 공연이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일본의 문화도 많이 달라졌다는데, 이훈진을 보러 한국을 찾는 일본의 팬들도 많단다.

“스타 캐스팅을 하기 때문에 스타들을 보러 공연장에 왔다가 다른 주, 조연 배우들의 연기에 감동을 받고 팬이 되어서 다시 찾아오세요. 저를 보려고 한국에 오시는 일본 분들도 많이 계시고요. 특히 일본은 상품화를 굉장히 잘 시키잖아요. 엄청나게 팔려요. 저를 캐릭터화한 공 내관 인형도 판매되고 있고요. 사진, 화장품도 있고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와 <궁>에서 모두 주인공을 보필하는 역이지만 그이기에 가능한 색으로 무장했기에 시즌마다 그에게 배역이 맡겨지는지도 모르겠다. 30년 뒤 <맨 오브 라만차>에서 노년의 훈산초를 볼 수 있는 영광은 관객의 이룰 수 있는 꿈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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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예진

일로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쏘다닌 지 벌써 15년.
취미는 일탈, 특기는 일탈을 일로 승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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