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손맛 보기 힘든 낚시터에서 본 아내의 손맛 - 아키모토 쇼지 / 낚시터 경영

아내의 도시락이 가슴에 더욱 남는 건…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안 잡히는 낚시터’라는 이름을 한 번 들으면 안 잊어버리잖소. 낚시터를 열기 전에 내가 직접 잡아 봤더니 글쎄 정말 안 잡히지 뭐요. 그래서 ‘고기가 안 잡히는 낚시터’라고 써붙여 놨더니, 다들 웃더라고. 그래서 이름도 그렇게 해버리지 뭐 싶더라고.

“왜 이런 이름을 붙였습니까?”

이런 질문을 많이 받지만 ‘안 잡히는 낚시터’라는 이름을 한 번 들으면 안 잊어버리잖소. 낚시터를 열기 전에 내가 직접 잡아 봤더니 글쎄 정말 안 잡히지 뭐요. 그래서 ‘고기가 안 잡히는 낚시터’라고 써붙여 놨더니, 다들 웃더라고. 그래서 이름도 그렇게 해버리지 뭐 싶더라고.




사실은 양어장을 하고 싶어서 마흔 살에 국철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왔소. 아내인 세츠코와 생선구이 가게를 내고 내가 가게 일 도우면서 시기를 보고 있던 중에 양어장이 낚시터로 바뀐 거지. 여기 전부 내가 다 만들었소. 동력삽을 빌려서 구멍을 파고 폐자재를 받아다가 사무실도 짓고 말이지. 지금 생각해 보면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어서 가능했던 일이었지만.

지금은 ‘허걱!’ 하지만 옛날에는 고기라고 하면 개구리하고 뱀이었지. 모닥불 피워서 꼬챙이에 꽂아서 구워 먹곤 했거든. 어렸을 때 형이 “이걸 먹으면 밤에 이불에 오줌 싸지 않는대.” 하며 먹이려고 하는 거 아니겠소? 나는 왠지 예감이 이상해 “내가 키우던 개구리야?” 하고 물었지. 그랬더니 그렇다고 대답하더군. 그때 정말 많이 울었지. 아주 어릴 때 부모님이 밭일을 하고 있는 동안 개구리하고 같이 리어카 짐칸에서 놀면서 지냈거든. 개구리 다리를 볏짚에 묶어서 도망가지 못하도록 해가지고 말이지. 배 부분을 볼에 붙이면 서늘한 게 기분이 좋더라고.

하지만 먹지 말라고 울었던 건 아주 어렸을 때, 그때뿐이었소. 개구리, 참 맛있었어. 그때는 달걀도 귀했던 시절이라서 밥에 날달걀을 올려 주는 날에는 안 뺏기려고 먼저 쭉 하고 마셔버렸지. 그럼 “이놈, 쇼지!” 하고 야단을 맞았어. 내가 9형제 중 막내였거든. 그러니 안 그러면 국물도 없었다니까. 햄버거, 군만두 같은 건 먹어본 적도 없어. 그러니까 이쿠분의 어머니가 싸준 도시락에는 놀랐어. 아, 이쿠분이 누구냐고? 내가 도쿄로 올라와서 국철에서 일하면서 도쿄경제대학 야간에 다니고 있었는데, 거기서 사귄 친구야. 그 녀석이 ‘우리 집에 오라’고 그래서 걔네 집에서 하숙을 했지.




이쿠분의 어머니는 이혼하고 키요스크(지하철역 매점-옮긴이)에서 일했는데, 24시간 교대로 일을 하는 날은 점심과 저녁 해서 도시락을 두 개 싸주셨소. 이쿠분의 어머니가 만든 요리는 고기도 많이 들어 있고 반찬마다 제각각 독특한 맛이 있었지.

우리 마누라는 채소 중심으로 싸는데, 건강에 좋은 맛이라고나 할까. 있는 거에 손을 좀 더해서 도시락을 싸주거든. 이 낚시터를 시작하고 3년 동안은 정말 힘들었어. 그래서 마누라의 도시락이 가슴에 더욱 남는다고 할까. 우리 마누라는 생선구이 가게를 잘해 나가고 있지. 마누라가 ‘듬직한 엄마’ 노릇하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거야.




실은 2년쯤 전부터 우리 마누라가 몸이 안 좋아서 집에서 요양 중이오. 그래서 도시락이 아니라 접시에 반찬을 올려서 가지고 오는 거야. 요리란 자기가 직접 하게 되면 편한 걸 찾게 되는가 봐.



img_book_bot.jpg

도시락의 시간 아베 나오미 저/아베 사토루 사진/이은정 역 | 인디고
정성 담긴 소박한 도시락 그리고 그 도시락을 꼭 닮은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일본에서 출간되었을 당시 큰 시련에 빠져 피폐해져 있던 일본 독자들의 마음을 ‘평범한 사람들의 깊이 있는 감동’으로 위로했다는 반응을 얻었던 에세이로 연이어 두 번째 책이 출간되며 감동을 전하고 있는 책이다. 책에 담긴 도시락의 주인공은 해녀부터 역무원, 고등학생, 원숭이 재주꾼, 항공기 정비사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진 보통 사람들이다. 도시락을 앞에 두고 나눈 이야기에는 평범한 이웃들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4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아베 나오미

도시락의 시간

<아베 나오미> 저/<아베 사토루> 사진/<이은정> 역12,420원(10% + 5%)

정성 담긴 소박한 도시락 그리고 그 도시락을 꼭 닮은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일본에서 출간되었을 당시 큰 시련에 빠져 피폐해져 있던 일본 독자들의 마음을 ‘평범한 사람들의 깊이 있는 감동’으로 위로했다는 반응을 얻었던 에세이로 연이어 두 번째 책이 출간되며 감동을 전하고 있는 책이다. 책에 담..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나의 모든 것을 잃어버려도 좋을 단 하나, 사랑

임경선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주인공의 일기를 홈쳐보듯 읽는 내내 휘몰아치는 사랑의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 자기 자신을 잃어가면서도 그 마음을 멈추지 못하는, 누구나 겪었을 뜨거운 시간을 작가 특유의 감각적인 문체로 표현해낸 소설.

매혹적인 서울 근현대 건축물

10년째 전국의 건축물을 답사해온 김예슬 저자가 서울의 집, 학교, 병원, 박물관을 걸으며 도시가 겪은 파란만장한 근현대사를 살펴본다. 이 책은 도시의 풍경이 스마트폰 화면보다 훨씬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며, 당신의 시선을 세상으로 향하게 해줄 것이다.

2024 비룡소 문학상 대상

비룡소 문학상이 4년 만의 대상 수상작과 함께 돌아왔다. 새 학교에 새 반, 새 친구들까지!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처음’을 맞이하고 있는 1학년 어린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섬세한 시선이 눈부신 작품. 다가오는 봄, 여전히 교실이 낯설고 어색한 친구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전한다.

마음까지 씻고 가는 개욕탕으로 오시개!

『마음버스』 『사자마트』 로 함께 사는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김유X소복이 작가의 신작 그림책. 사람들이 곤히 잠든 밤, 힘들고 지친 개들의 휴식처 개욕탕이 문을 엽니다! 속상한 일, 화난 일, 슬픈 일이 있을 때, 마음까지 깨끗히 씻어 내는 개욕탕으로 오세요!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