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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관객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줄 댄스 영화 <매직 마이크> - 스티븐 소더버그의 작품들 <헤이와이어>

배반으로 새로운 스타일을 쌓아가다 그녀를 제거하려는 자는 누구이며 감춰진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여성 관객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줄 댄스 영화 <매직 마이크>도 곧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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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출신으로 탁월한 전투 능력을 지닌 말로리(지나 카라노)는 사설업체에 근무하는 첩보원이다. 애인이자 동료인 케네스(이완 맥그리거)의 부탁을 받고 더블린으로 향한 그는 폴(마이클 파스벤더)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던 중 돌연 폴에게 공격을 당한다. 그러나 뛰어난 무술실력으로 폴을 제압, 살해한 말로리는 더블린 경찰의 추격을 받으면서 갑작스레 도망자가 된다.


<오션스 일레븐>


개봉을 앞둔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을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이라고 흔히들 표현한다. 이렇듯 ‘<오션스 일레븐>같은 영화’는 완벽한 범죄 드라마이며, 결코 한 자리에 모일 수 없을 것 같은 거물급 스타들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는 탄탄한 이야기와 앙상블을 갖춘 영화라는 뜻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리고 그 대명사를 만들어낸 주인공은 세계적인 흥행감독이면서도 할리우드식 블록버스터에 경도되지 않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다.

오는 7월 5일 개봉을 앞둔 <헤이와이어>는 그의 작품답게 A급 배우들의 집단 캐스팅과 의리로 뭉친 스태프의 도움으로, 할리우드의 전형적 블록버스터에서 살짝 빗겨난 미스터리 첩보 액션의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 낸다.


미스터리 여성 첩보물, <헤이와이어>



여성 캐릭터가 첩보 영화의 중심에 있다는 점에서 <헤이와이어>는 안젤리나 졸리와 그녀의 영화 <솔트>를 연상시킨다. 킥복싱 12승 1무 1패, MMA 7승 1패의 화려한 전적을 지닌 이종 격투기 선수 지나 카라노는 스턴트맨과 와이어의 도움으로 화려했던 안젤리나 졸리의 액션과 비교해, 실제 대부분의 격투장면을 몸소 연기했다는 점에서 눈속임 없는 화끈한 액션 장면이 주는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또한 채닝 테이텀, 마이클 패스벤더, 이완 맥그리거 등 강인한 남성성을 지닌 배우들이 지나 카라노와의 격투에서 KO패 당하는 장면은 기대를 저버리는 배반의 쾌감을 선사한다.

소더버그의 스타일에 환호하거나 실망하거나 하는 개인적인 취향을 떠나서 <헤이와이어>의 액션 장면은 정교하고 절도 있으며, 신비롭고 기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또한 스턴트나 CG의 도움 없이 직접 액션 장면을 소화해내는 지나 카라노의 액션 장면은 <예스 마담> 같은 80년대 홍콩 영화에서 양자경이 보여주었던 무용에 가까운 아름다운 무술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미 해군 출신으로 탁월한 전투 능력을 지닌 말로리(지나 카라노)는 사설업체에 근무하는 첩보원이다. 애인이자 동료인 케네스(이완 맥그리거)의 부탁을 받고 더블린으로 향한 그는 폴(마이클 파스벤더)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던 중 돌연 폴에게 공격을 당한다. 그러나 뛰어난 무술실력으로 폴을 제압, 살해한 말로리는 더블린 경찰의 추격을 받으면서 갑작스레 도망자가 된다. 끈질긴 추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녀는 사투를 벌이는데 그녀를 제거하려는 자는 누구이며 감춰진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이야기는 들쭉날쭉 미스터리 스릴러의 형태를 띠면서 추리를 좋아하는 관객과 두뇌싸움을 벌인다.





‘마구 얽혀있다’는 뜻을 가진 제목처럼 <헤이와이어>는 현란한 스타일에 뒤죽박죽 뒤엉킨 사건을 중심으로 엄청난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자칫 이야기의 플롯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은 영화다. 이완 맥그리거, 채닝 테이텀, 마이클 파스벤더, 마이클 더글라스, 안토니오 반데라스 등 할리우드의 A급 배우들이 전직 격투기 선수 출신인 지나 카라노를 든든하게 받쳐주기 위해 어이없이 사라지는 걸 상상할 수 없다거나, 기승전결이 뚜렷한 할리우드식 드라마를 선호한다거나, A급 스태프와 배우들로 B급 영화의 정서를 환기시키는 걸 견뎌내지 못하는 관객들에게 <헤이와이어>는 실망스러운 작품이고, 정확하게 그 반대의 이유 때문에 <헤이와이어>는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 속 소더버그 스타일은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는 지점에 정확하게 서 있다.


주류의 중심에서 지켜온 비주류적 감수성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카프카>

스티븐 소더버그가 얻은 첫 번째 타이틀은 27살 천재감독이었다. 1989년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로 선댄스 영화제 최우수관객상에 이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섹스’라는 ‘거짓말’에 속아 ‘비디오테이프’를 찾았을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 영화였다. 관계와 그 관계 속의 거짓말을 ‘비디오테이프’라는 제3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면서 현실에서는 ‘거짓말’을 ‘비디오테이프’라는 매개체를 통해서는 진실을 이야기하는 인간존재의 허상까지도 까밝힌다.

세계 영화팬들의 시선은 그의 차기작에 집중되었고 1991년 2년 만에 선보인 영화 <카프카>는 기대만큼 야심찬 기획임에는 분명했다. 동유럽 작가의 어두운 삶을 표현주의적 기법으로 만들어낸 이 영화가 할리우드에서 제작되었다는 점, 카프카의 삶을 조망한 것이 아니라 그의 작품 속 메시지를 주관적으로 형상화한 지극히 실험적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새로웠지만,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지는 못했다. 이어 1993년 섬세한 드라마 <리틀 킹>, 1995년 야심에 찬 필름 느와르 <언더니쓰>, 1996년 코미디 <그레이스 아나토미> 등을 만들었지만 데뷔작의 명성에 걸맞은 작품이 없어 대중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는 듯 했다.


<조지 클루니의 표적>


<트래픽>

하지만, 조지 클루니와 제니퍼 로페즈가 주연한 1998년 <조지 클루니의 표적>을 통해 흥행과 비평의 관심 모두를 얻는데 성공했다. 이 영화는 세계적인 범죄소설 작가 엘모어 레너드의 원작으로 등장인물간의 속고 속이는 관계를 관객의 예상과 어긋나게 배치시켜 반전의 짜릿함을 주는 범죄물이었다. 그리고 21세기가 시작되는 2000년에 스티븐 소더버그는 <에린 브로코비치>와 <트래픽> 두 작품으로 일을 치고야 말았다. 그는 두 작품으로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올랐고, 두 작품으로 경합을 벌이다 <트래픽>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아카데미 시상식 제정 이후 처음 있는 놀라운 광경이었다.

미국에서 벌어지는 마약 전쟁을 복잡한 이야기 속에 녹여낸 <트래픽>은 편집상, 조연 남우, 각색상을 수상했고, <에린 브로코비치>는 줄리아 로버츠에게 생애 첫 여우주연상을 안겨주었다. 이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흥행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갖춘, 스타 감독이 되었고 2001년 그가 아니었다면 제작될 수 없었을 세기의 프로젝트 <오션스 일레븐>이 완성되었다. 조지 클루니, 줄리아 로버츠, 앤디 가르시아, 맷 데이먼, 브래드 피트 등 이름만 들어도 아찔한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2004년 <오션스 트웰브>, 2007년 <오션스 13> 시리즈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컨테이젼>

달라진 위상만큼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하게 되었지만,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비주류의 감수성은 블록버스터들 사이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과감하게 제작해버리는 것으로 빛을 발했다. 2008년 혁명가 체 게바라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체>는 거부할 수 없는 걸작이지만 미국 내에서 제대로 개봉조차 하지 못했고, 거대기업의 내부고발자를 다룬 영화 <인포먼트>에 대한 반응도 뜨겁진 않았다. 그래서인지 2011년 심기일전 제작한 <컨테이전>은 거대 예산과 스타 군단을 데리고 야심차게 제작되었지만, 역시 스티븐 소더버그는 관객의 기대를 배반하는 것으로 자신의 작품을 완성시킨다. 이 영화는 바이러스에 관한 묵시론적 스릴러였다.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공기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각국의 의료단이 치료법을 찾아 헤매는 동안 바이러스는 번져간다.

맷 데이먼, 주드 로, 케이트 윈슬럿, 기네스 팰트로, 마리온 코티아르 등 스타 군단을 싣고 달리는 이 영화에서 흔히 재난영화에서 기대하게 되는 격한 감동과 인간애를 기대했다가는 크게 실망하게 될 것이다. 줄거리만 보면 <컨테이젼>은 초유의 바이러스로 인해 죽음의 위기에 내몰린 자들의 갈등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사투를 그린 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이 바이러스 재난 영화를 재단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과 계속 어긋나는 결과물을 보여준다. 과장된 드라마를 배제하고, 소더버그 감독은 바이러스라는 재앙을 앞둔 사람들의 반응을 극적인 드라마 없이 무미건조하게 나열한다. 기네스 팰트로가 영화 시작 10분 즈음에 죽어나가도, 항의할 수 없는 건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배우들이 아닌 ‘바이러스’ 그 자체이다. 배우들은 바이러스에게 주연 자리를 내주고, 대책 없이 죽어나가는데 동의한다. 만들어진 드라마가 아닌, 이들이 처한 현실 그 자체가 공포라고 강변하는 스티븐 소더버그의 주장을 믿기 때문이다.


<매직 마이크>

<헤이와이어>의 7월 개봉 소식에 기뻐하는 그의 팬이라면 8월 그의 소품 코미디 <매직 마이크>가 개봉을 확정했다는 소식 때문에 더욱 기쁠 것이다. 영화 <스텝업>을 통해 화려한 춤을 선보이며 할리우드 최고의 매력남으로 떠오른 채닝 테이텀이 주연, 각본 및 제작에 참여에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실제로 스트리퍼의 과거를 지닌 채닝 테이텀이 꿈을 이루기 위해 야간에 스트립 클럽의 댄서로 일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 영화는 매트 맥커너히 등 중견배우와 맷 보머 등의 젊은 배우들의 섹시하고 파워풀한 스트립 댄스 장면 때문에 여성 관객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작품이다. 이미 미국 개봉 첫 주에 제작비의 몇 배수 이상의 수익을 거둔 작품으로 여성 관객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면서도 화려하고 재미있는 댄스 장면 때문에 브로드웨이 뮤지컬로도 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데뷔 22년차 스티븐 소더버그는 최근 몇몇 기사를 통해 은퇴선언, 번복을 반복하고 있는데 2011년과 2012년에 활발한 작품 활동을 선보이는데다 2013년 주드 로와 그의 새로운 파트너로 등극한 채닝 테이텀이 함께 하는 < A Bitter Pill >이 제작될 예정이라고 하니 당분간은 그의 은퇴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개인적으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지금처럼 균형감 있는 앙상블 영화를 계속 연출할 수 있다면 쟁쟁한 배우들을 이야기를 위한 소품으로 쓰는데 망설임이 없는 거장 로버트 알트만의 대를 이을 감독이 될 수 있으리란 기대를 가지는데, 이것도 지나친 극찬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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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재훈

늘 여행이 끝난 후 길이 시작되는 것 같다. 새롭게 시작된 길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느라, 아주 멀리 돌아왔고 그 여행의 끝에선 또 다른 길을 발견한다. 그래서 영화, 음악, 공연, 문화예술계를 얼쩡거리는 자칭 culture bohemian.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후 씨네서울 기자, 국립오페라단 공연기획팀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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