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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추억의 영화, 당신은 몇 편이나 보셨나요?

<사랑과 영혼>부터 <매트릭스>까지 90년대 영화 총정리 90년대 우리를 사로잡았던 추억의 명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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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렵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당신은, MBC 주말의 명화와 KBS 토요명화 사이에 어떤 걸 봐야 할지 매주 토요일 밤이면 고민에 빠졌을 것이다. 마치 서부극 인트로처럼 기타 소리로 시작하는 ‘토요명화’와 웅장한 경음악으로 시작하는 ‘주말의 명화’의 오프닝 음악을 들으며 가슴 설렌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 무렵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당신은, MBC 주말의 명화와 KBS 토요명화 사이에 어떤 걸 봐야 할지 매주 토요일 밤이면 고민에 빠졌을 것이다. 마치 서부극 인트로처럼 기타 소리로 시작하는 ‘토요명화’와 웅장한 경음악으로 시작하는 ‘주말의 명화’의 오프닝 음악을 들으며 가슴 설렌 기억이 있을 것이다.

당신은 비디오 대여점 ‘으뜸과 버금’ ‘영화마을’을 자주 들락거리던 회원이거나, 영화 잡지 ‘스크린’ ‘키노’ ‘로드쇼’의 구독자였을지도 모른다. 제일 좋아하는 한국 배우는 한석규 혹은 심은하였을 것이다. 동네에 들어선 ‘라망 시네마’ 같은 작은 영화관에서 처음으로 스크린 영화를 본 기억을 갖고 있을 테고, 98년부터 우후죽순 들어선 멀티 플렉스 극장에 처음 가본 기억을 갖고 있을 테다. 만약 90년대 당신이 영화를 좋아했다면, 이 중에 몇 가지는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경험일 것이다.



199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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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의 한국 영화는 임권택 감독의 『장군의 아들』이 열었다. 젊은 날의 김두환을 주인공으로, 진 자는 떠나야 하는 냉혹한 종로의 주먹세계를 그린 영화다. 91년까지 흥행 톱을 기록한 이 영화는 35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김현희의 KAL기 폭파사건을 영화화 한 신상옥 감독의 『마유미』, 이태의 빨치산 수기를 토대로 한 정지영 감독의 『남부군』이 눈에 띈다. 그 밖에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장길수 감독),『우묵배미의 사랑』(장선우 감독), 『물위를 걷는 여자』(박철수 감독), 『꿈』(배창호 감독) 등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In Hollywood

페트릭 스웨이지 주연의『사랑과 영혼』이 개봉되어 엄청난 히트를 거두었다. 대단한 흥행작은 아니지만, 『가위손』도 빼놓을 수 없는 영화다. 외롭고 순정적인 가위손의 캐릭터, 동화적인 팀버튼의 감수성은 참으로 아련한 것이었다. 이 영화를 통해 청춘스타로 발돋움한 조니뎁은 가위손 그 자체로 소녀팬들은 한번 놀랐고, 하얀 분장을 지운 그의 예쁜 얼굴을 보고 두 번 놀랐다. 1920년대 미국 대공황기를 배경으로 한 갱스터 영화 『밀러스 크로싱』(1990)은 서사성 짙은 이야기와 한니발 등의 인상적인 캐릭터로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코엔 형제의 『밀러스 크로싱』은 당시 『대부3』(1992)과 함께 갱영화의 최고봉을 겨뤘고, 코엔 형제는 이어 『바톤핑크』(1991), 『파고』(1996)까지 괴상하지만 독특한 매력을 지닌 영화를 3연타로 날리며, 영화팬들에게 확실하게 이름을 각인시켰다.


1991년……………………………………………………………………………………………….





경기도 남양주시에 종합촬영소가 기공됐다. 임권택의 『개벽』, 선우완의 『피와 불』 박광수의 『베를린 리포트』등이 개봉되었다. 이명세 감독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후 코믹 에로영화가 양산됐다.




In Hollywood

『터미네이터2』는 충격 그 자체였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가죽 자켓, 선글라스, 오토바이는 당대 아이콘이었고,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존 코너 역의 에드워드 펄롱은 이 데뷔작을 통해 91년 가장 주목받는 신인배우로 급부상했다. (데뷔작이 대표작이 된 비운의 경우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터미네이터2』를 만들었을 때, 그의 아내였던 캐스린 비글로우는 『폭풍속으로』를 만들었다. 당대 최고 인기를 누리던 패트릭 스웨이지와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을 맡았다. 페트릭 스웨이지가 연기한 강도단의 보스 ‘보디’는 사회에 대한 불만을 서핑과 스카이다이빙으로 해소하는 마초이자 자유의 상징으로 인기를 끌었다.

마틴스콜세지가 『좋은친구들』을, 그와 양대 산맥을 이루던 리들리 스콧이 『델마와 루이스』를, 을 만들며, 미국 사회를 영화로 축소해 담아냈다. 조나단 드미의 『양들의 침묵』은 탄탄한 서사와 한니발이라는 괴물같은 캐릭터로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크리스콜럼버스의 『나홀로 집에』 시리즈가 시작되었다. 맥컬린 컬킨이 국민 동생으로 등극했다.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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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석 감독의 『결혼이야기』와 강우석의 『미스터 맘마』가 흥행했다. 최민수-심혜진 커플이 열연하는 『결혼이야기』는 직설적인 대사와 공감 가는 신혼 생활로 젊은 관객들에게 인기 몰이를 했다. 월남 파병을 다루고 있는 정지영 감독의 『하얀 전쟁』은 제 5회 동경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다.

박종원 감독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몬트리올 영화제에서 제작자상을 받았다. 이문열의 인기소설을 영화화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친구들 사이의 권력관계, 소심한 모범생과 대범한 깡패의 우정, 아이들의 성장통 등의 강한 드라마가 있는 작품이었다. 임권택 감독이 프랑스에서 예술문화기사 훈장을 받았다.




In Hollywood

쿠엔틴 티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이 본격적인 VCR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비디오 대여점 알바생이었던 티란티노가 직접 영화를 만들며 감독으로 데뷔했으니 말 다 했다. 유쾌한 오타쿠 티란티노는 우마 서먼과 존 트라볼트의 그로테스크한 댄스 장면이 상징적인 영화 『펄프픽션』(1994)을 찍으면서 헐리우드에 존재감을 인증한다. 캐빈 코스트너와 휘트니 휴스턴이 주연한 <보디가드>도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길거리, TV 곳곳에서 “앤드 아이~이야이야”로 시작하는 ‘I Will Always Love You’가 BGM으로, 또 육성으로 들려왔다.


199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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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꾼의 애환을 담은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가 단성사에서 단관개봉으로 113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는 기적 같은 일이다. 이현승 감독이 『그대 안의 블루』로 성공적인 데뷔식을 치렀다. 감각적인 이미지, 페미니즘적으로 호소하는 이야기는 93년도 흥행순위 3위를 기록했다.

93년은 강우석 감독이 『투캅스』로 대박을 친 해기도 하다. 90년대 가장 재미있는 영화라고 손꼽을 만한 이 영화는, 사회고발성과 오락적 묘미를 동시에 갖췄다는 평을 받았다. 캐릭터가 극명히 다른 안성기(조형사)-박중훈(강형사)이 짝을 지어 좌충우돌 사건을 해결하는데, 레전드급 콤비 플레이는 이후 만들어진 수많은 영화, 드라마 속의 전형이 되었다.




In Hollywood

70년대는 ‘록키’, 80년대는 ‘람보’였던 실버스타 스탤론 역시 산악액션스릴러의 고전 『클리프헹어』로 톱스타의 인기를 지속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서편제』 관객수의 1만 명 덜한 112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는데, 이에 한국 영화인들은 ‘우리도 좋은 영화를 만들면 이만큼 흥행할 수 있다’고 매우 고무되었다.


199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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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의 『태백산맥』, 정지영의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장길수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장현수의 『게임의 법칙』, 여균동의 『세상 밖으로』, 장선우의 『너에게 나를 보낸다』, 강우석의『마누라 죽이기』 등의 영화가 개봉됐다.




In Hollywood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는 제임스 카메룬 감독이 참으로 애지중지한 배우였다. 『터미네이터2』 에 이어 코믹액션영화 『트루라이즈』에 캐스팅 되면서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는 최고의 인기를 지속한다. 멈추면 터지는 버스 『스피드』는 당시 예상치 못한 흥행작이었다. 이 영화로 키아느 리브스는 국내에서 인기스타가 되고, 『스피드』는 설날, 추석 단골 TV방영 영화가 되었다. 벤 스틸러 감독의 『청춘 스케치』는 90년대 대표적인 청춘 영화였다. 남자들은 위노아 라이더를 흠모했고, 여자들은 에단 호크, 벤스틸러 사이에 낀 위노아 라이더가 되고 싶었다. “난 23살이 되면 무언가 이루어질 줄 알았어”라는 위노아 라이더의 대사는 여전히 많은 청춘들을 사로잡는다. “난 사랑에 빠졌어요. 너무 아파요. 하지만… 계속 아프고 싶어요.”라는 대사와 OST로 남은 아름다운 영화 『일 포스티노』, 장발의 브래드 피트가 여심을 사로잡은 『가을의 전설』도 이 시기에 관객을 만났다.


199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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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배용균의 『검으나 땅에 희나 백성,』 이명세의 『남자는 괴로워』가 개봉되었고, 신인 감독 이광훈의 『닥터 봉』이 38만 명을 극장으로 이끌며 대 흥행했다. 신인감독 이광훈의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도 선전했다. 변영주의 『낮은 목소리-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2』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해방 이후 최초로 일반극장에서 유료로 상영되었다. 90년대의 여신 심은하가 신승수의『아찌 아빠』로 데뷔했다.




In Hongkong

한국의 90년대를 떠올렸을 때, 빠뜨릴 수 없는 왕가위, 그의 영화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중경삼림』을 이때 만든다. 『중경삼림』의 OST ‘몽중인’ 앞부분의 기타소리는 한국의 90년대로 달려가는 직행열차다. 80년대 후반부터 이어진 홍콩영화의 꽃이자 정점이라고나 할까! 당시 광고와 온갖 화면에서 『중경삼림』 OST가 흘렀고, “사랑에 유효기간이 있다면 나는 만년으로 하고 싶다”는 대사가 유행했으며, ‘중경삼림’ 에스컬레이터의 실제 장소는, 영화 팬들이 홍콩에 가면 꼭 들러야 하는 인기 있는 장소로 부상했다.

In Hollywood


마이클 만이 『히트』를 만들었다. 그러니까 영화 팬들에게 이 차가운 범죄액션스릴러 영화는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알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의 연기 대결도 굉장했지만, 스펙터클한 액션씬은 이전에 못 보던 것이었다.

특히 대낮 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전문적인 총격 씬은 배경음악도 웃음기도 싹 뺀 (어른) 액션영화가 뭔지 제대로 보여줬다. 『리셀웨폰3』등 이전의 영화에서 액션은 혈기 왕성한 인물들이 현란하게 뛰어다니는 식으로, 다이나믹하고 오락적으로만 묘사되었기 때문에 <히트>의 세련되고 차가운 총격 씬은 더 없이 놀라운 감각으로 다가왔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유주얼서스펙트』도 95년을 강타한 영화였다. 캐빈 스페이시의 소름끼치는 연기가 호평을 받았고, 캐빈 스페이시의 비밀(!)은 반전 코드의 정석이자 대명사였다.

어찌나 반전으로 말이 많았는지, 영화를 보러 극장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으면, 버스를 타고 근처를 지나가던 사람이 창문을 열고 ‘절름발이가 범인이다!’고 외치며, 관객들의 ‘멘붕’을 유발하기도 했다. 에이즈에 걸린 친구의 아름다운 우정 이야기 『굿바이 마이프렌드』가 수많은 관객들을 울린 해이기도 하다.




199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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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의 『투캅스2』가 2연타를 터뜨렸다. 강제규 감독은 『은행나무 침대』로 첫 히트작을 터뜨린다. 자칫 유치해 보일 수 있는 한국형 판타지 멜로를 배우들의 열연과 ‘천 년을 기다린 사랑’이라는 강렬한 스토리로 45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황장군 신현준과 한석규, 심혜진이 당시 큰 인기를 누렸다. 한국판 『사랑과 영혼』이라고 할 수 있는 한지승 감독의 데뷔작 『고스트 맘마』와 『깡패수업』이 그 뒤를 이었다.

홍상수 감독이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평단에 충격을 일으키며 데뷔했다. 93년의 주목할 만한 신인감독의 데뷔작으로는, 임순례의 『세친구』, 김기덕의 『악어』도 있다. 장선우 감독이 5.18 영화 『꽃잎』을 선보였고, 2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3위를 기록했다. 재미있는 기록으로는 강우석, 박철수, 정지영 등 잘나가는 감독 7명이 모여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7가지 이유』라는 옴니버스 영화를 만들었는데, 96년 최악의 영화로 지목되었다.




In Hollywood

『토탈 이클립스』(1995)에 이어 헐리우드 대표 꽃미모를 인증 받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로미오와 줄리엣』과 『타이타닉』(1997)까지 인상적인 멜로 영화를 연달아 찍었다. 당시 그의 인기 탓에 그때마다 여배우가 (어울리지 않는다느니, 뚱뚱하다느니) 영화 팬들의 원성을 많이 샀다.


199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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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에 신인감독의 영화 한편이 서울을 뒤흔들었다. 장윤현의 『접속』이다. pc통신을 소재로 한 『접속』은 그야말로 흥행에 접속했다. OST로 쓰였던 ‘A Lover's Concerto’가 수많은 영화 팬들의 마음을 적셨다. 송능한 감독의 데뷔작 『넘버 3』역시 한석규, 최민식, 박광정, 송강호 등이 열연한 명작이다. “내 말에... 토토토토토토다는 새끼는 배반형이야 배반형..”이라는 송강호의 대사가 두고두고 유행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였으나, 몰래 관람한 수많은 중고등학생들을 설레게 했던 김성수 감독의『비트』도 97년에 빼놓을 수 없는 영화다. 정우성이 연기한 ‘민’은 싸움도 잘하고 순정적인 캐릭터로 수많은 여성 팬들을 사로잡았다. 정우성이 최고의 청춘 스타로 도약했다면, 한석규는 ‘흥행작에는 한석규가 끼어있다’는 공식을 만들며 최고 배우의 입지를 굳힌다. 97년에는 코미디 영화의 지속적인 흥행과 멜로 영화의 폭발적인 인기가 특징적이었다.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와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는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당시 영화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In Hollywood

많은 사람들이 내 인생의 영화로 꼽는 『트레인 스포팅』은 찡하고 통쾌한 청춘물이었다. 특히 영화 속에 주인공이 달릴 때 흐르는 오프닝 음악과 “나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기를 선택하기로 했다”는 명대사, 주인공이 환각상태에 빠져있을 때 흐르는 대표곡 ‘Perfect day’(역시 광고에 내내 쓰였다!), 감각적인 이미지의 영상들은 정말 당시 ‘핫’했다. 구스반산트 감독의 『굿윌헌팅』,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 등의 영화는 팬들 사이에서 입 소문이 나서, 꼭 봐야 할 영화의 추천 목록에 항상 등장하곤 했다. 특히 나치 시절을 배경으로 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유태인 수용소에 들어간 아빠 귀도는 아들에게 끔찍한 현실을 신나는 놀이이고, 1000점을 따면 탱크를 받는다고 설명한다. 마지막에 숨바꼭질로 대신되는 귀도의 죽음은 두고두고 가슴 찡한 장면으로 회자되곤 했다.


19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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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의 여파가 영화계에도 미쳤다. 제작자들은 저예산 영화를 외쳤고, 영화진흥법이 손질되었으나 미국의 패권문화, 전용관 포기 등으로 영화계의 어려움이 토로되던 시기다. 여전히 수많은 폐인을 거느리고 있는,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는 저예산 영화로 만들어져 좋은 성적을 거둔 작품이다. 홍상수는 『강원도의 힘』으로 다시 한번 각광을 받았다. 이미연, 김규리 주연의 스릴러『여고괴담』이 인기를 끌었다. 영화 후반부에 최강희가 복도에서 튀어나오는 충격적인 장면이 두고두고 회자되었다.

98년에는 『정사』 『처녀들의 저녁식사』 『파란대문』등 성을 묘사한 영화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졌고, 97년 『편지』에 이어 『키스할까요』 『약속』 『해가 서쪽에서 뜬 다면』 『미술관옆 동물원』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등 순수멜로 영화의 인기가 계속됐다. 『여고괴담』에 이어 아이돌 젝스키스가 주연을 맡은 『세븐틴』, 차인표 주연의 『짱』등 10대를 타깃으로 한 하이틴 영화가 등장했다.

『용가리』 『퇴마록』등의 한국형 SF영화도 꾸준히 제작됐다. 더불어 98년의 기억할 만한 데뷔작으로 김지운 감독의 코믹 잔혹극 『조용한 가족』이 있다. 이 시기에 한일합작영화 수입이 전면적으로 이루어지면서 기타노 다케시의 『하나비』가 개봉되었다. 부산국제영화제, 부천국제영화제, 광주비엔날레영화제, 서울가족영화제, 서울영화제, 인권영화제, 퀴어영화제, 영성영화제, 독립영화제, 등 영화제가 와르르 쏟아지듯 만들어졌다.




In Hollywood

이 시기에 개봉한 전쟁영화 두 편이 개봉한다. 테렌스 멜릭의 『씬 레드라인』과 스티븐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씬 레드라인』은 숀펜이 군대를 탈영하고 원주민과 어울려 노는 장면에서 시작하는 영화다. 전쟁 속에서 미쳐가는 사람들을 보여주며, 이게 뭐 하는 짓인가 하는 전쟁의 허무한 시각을 여실히 드러냈다. 반면 한 일병을 구하기 위해 무려 팀이 조직되고 작전에 투입되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어쨌거나 당신들이 희생한 전쟁은 의미가 있었다며 당시 보수 세력을 위로하는 영화였다.


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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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규의 『쉬리』가 모든 흥행 스코어를 갈아치웠다. 서울 사람 중 30% 이상이 관람했고, 전국 578만 명의 관객을 모으면서 당시 개봉 중이던 『타이타닉』(470만)을 제쳤다. 한석규, 심은하, 전도연, 이정재, 박신양, 최민식은 흥행스타로 억대 개런티를 받는다는 뉴스와 더불어 한국영화의 100만 관객 시대가 열렸다는 뉴스가 연일 흥분된 목소리로 보도되었다. 한편으로는 스크린쿼터 투쟁이 시작되어 많은 영화인들이 뉴스 앞에 나온 때이기도 하다.

스타일로 무장한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영화 팬들과 평단을 깜짝 놀라게 한 걸작이었다. 레전드 콤비 박중훈, 안성기에 장동건, 최지우가 가세한 이 코믹 형사물은 “한 장면도 지루하지 않다”는 극찬을 받으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김상진 감독의 『주유소 습격사건』도 과히 혁명이라고 할 만큼 새로운 코미디를 선보여 큰 인기를 누렸다. 수많은 관객들이 “난 한 놈만 패”라던 유오성의 명대사를 읊조리고 다녔다.

『하나비』에 이어 99년에 개봉된 『러브레터』는 60만이 넘는 관객 몰이를 하며 화제가 되었다. 이 영화는 수많은 팬들이 “오겡끼데스까”라고 인사말을 주고받게 만들었고, 첫사랑같이 아련한 이와이 슈운지의 감성은 수많은 마니아팬을 양성했다. 이 밖에도 상징적인 공포영화 『링』 『소나티네』 『감각의 제국』 『사무라이 픽션』,『철도원』등의 일본 영화가 한국에서 주목 받았다.




In Hollywood

99년, 세기말이 가까워지자 감독들은 한껏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샘 맨데스의 『아메리칸 뷰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무기력한데, 딸의 친구와 애정행각을 벌이거나, 동성애에 빠지는 등 그들의 도발적인 행태를 통해 영화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미국 가정, 이웃, 사회를 강렬하게 묘사한 영화는 미국,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골든 글로브 시상식 등 그 해에 있는 영화제 상을 쓸어버렸다. 세기말적인 무기력감이 팽배한 스탠리 큐브릭의 『아이즈 와이드 셧』도 결혼과 일탈을 소재로 죽음에 가까운 욕망을 강렬하고 심오하게 묘사했다. 톰 크루즈, 니콜 키드먼 커플의 연기도 화제가 되었다. 세기말적 우울함과 무력감의 분위기는 데이빗 핀처의 『파이트클럽』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자본주의나 대중매체가 덧씌우는 환상을 과격하고 충격적인 방식의 반전으로 거둬버리는 영화였다. 무엇이 진짜인가? 무엇이 의미 있는가? 이 시기의 영화는 계속 관객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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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999년도의 막을 내린 영화는 워쇼스키 남매의 『매트릭스』다. 지금까지도 중요한 철학, 영화 텍스트로 쓰이고 있는 『매트릭스』는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드는 액션 장면, 끊임없이 생각을 유발하는 대사들로 관객들에게 그야말로 쇼크를 주었다. 이전에는 없고, 이후에는 계속 복사되는 SF 액션의 원본을 만들었고, 이 영화는 액션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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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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