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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인생을 살고 싶다면 지금 유언장을 써라 - 박영선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아라』

어떻게 ‘사느냐’만큼 어떻게 ‘죽느냐’도 중요 서구화 되어가는 한국 역시 유산상속에 대한 관심 높아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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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란 말처럼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존재들이다. 그렇다면 올바르게 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잘 산다는 것은 다른 말로 좋은 죽음을 위한 준비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웰 다잉’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란 말처럼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존재들이다. 그렇다면 올바르게 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잘 산다는 것은 다른 말로 좋은 죽음을 위한 준비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웰 다잉’이다.

유산상속 전문 변호사, 우리나라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미국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직업이다. 사실 미국에서도 유산상속은 변호사들 사이에서 그렇게 일반적인 분야는 아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일어나는 분쟁은 분명히 있고, 이를 중재하는데 그들의 역할은 꽤나 중요하다. 영화에서만 보는 일이 실제로 이뤄진다는 말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는 대개 유산이라고 하면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것’ 정도로 단순하게 인식 되어 왔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점차 서구화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언젠가는 우리도 유산상속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될 날이 머지않았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평균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 우리 사회 보편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전에는 은퇴 이후 여생을 살다가 세상을 떠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이제는 은퇴 이후에도 여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시대다. 따라서 사람들은 늘어난 여생을 부족함 없이 살기 위한 경제적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점차 깨닫고 있다.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아라』는 미국 주류사회에서 유산상속 전문 변호사로 일하며 모국의 변화를 느낀 박영선 변호사가 개인적인 경험을 계기로 쓴 유산상속의 안내서이자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지난해 말 출간 된 이후 지속적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또 한 가지 이유는 단순히 유산상속을 위한 정보만이 아닌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간 재미 교포이자 미국 주류사회와 한인사회를 아우르는 유산상속 전문 변호사로 살며 유산에 얽힌 다양한 우여곡절을 목격한 박영선 변호사가 최근 독자들과의 만남을 위해 책 출간 이후 몇 개월 만에 한국을 찾았다.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그녀에게 전문가의 면모가 느껴졌다.


유산상속에 얽힌 동상이몽(同床異夢)

박영선 변호사는 1999년 미국에서 변호사로 로펌에 들어간 이후 개인 사무실을 낸 지금까지 줄 곳 유산상속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첫 인사와 함께 자신의 일에 대해 소개를 하는 그녀의 표정에는 약간의 긴장감이 서려있는 듯 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TV나 영화를 통해 본 유산상속 전문 변호사의 역할이 그녀의 설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객들은 제게 와서 재산의 정도, 자녀에 대한 내용을 말하며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털어놓죠. 저는 그들의 말에 따라 유언장을 작성해 드리고요. 유언장을 모두 작성하고 난 뒤엔 그들 중 상당수는 몇 년 안에 세상을 떠나요. 제가10여 년간 이 일을 하면서 평균적으로 1년에 10분 정도는 돌아가시는 듯해요. 제 일은 그때부터 시작되죠. 돌아가신 고인의 남은 가족들을 만나 문제없이 재산이 분배될 수 있도록 유언장을 공개합니다. 하지만 간혹 일부 가족들이 수용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죠. 그렇게 되면 분쟁 모드로 돌입합니다.”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소송을 불사하는 가족은 ‘부모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냐’고 하는 자녀들인 경우가 많다. 그런 소송을 담당하며 박 변호사는 재산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마음이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한다. 때론 부모 입장에서 공평한 상속이라 해도 자녀가 받아들이기에 너무나도 불공평한 경우가 있게 마련이고 대부분 소송이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어떤 형제가 있었는데 형은 의대를 나왔어요. 반면 동생은 고졸이죠. 유언장은 두 형제에게 공평하게 재산을 나누는 것으로 되어 있었어요. 하지만 동생이 반발했죠. 미국에서는 대학을 나오려면 1년에 5만 달러 정도가 필요해요. 우리 돈으로 어림잡아 5천만 원 정도죠. 이건 순수하게 학비만을 계산한 거예요. 거기에 생활비를 더하면 금액은 6년이라는 재학기간 동안 30만 달러가 훌쩍 넘어가게 되죠. 동생의 입장에서 부모가 지원한 학비를 받은 형과 공평한 재산 상속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었어요.”

그런 형제간의 분쟁을 보면서 박 변호사는 ‘과연 유산 상속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를 골몰하게 됐다. 어찌 보면 그렇게 시작 된 고민이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아라』집필의 마중물이 된 셈이다.

“제가 처음 일을 시작한 곳은 베버리힐즈에 있는 주류사회 로펌이었어요. 어느 날은 20대 초반의 젊은 미국 고객이 저한테 와서 유언장을 쓰겠다고 하더군요. 고객이니까 써주면서도 ‘아직 어린데 벌써 유언장을 쓰나’ 싶었죠. 물론 고객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속으로는 문화적인 차이를 느꼈어요. 그들이 생각하는 것은 확연하게 한국 문화와는 다르다는 것이죠. 자신의 삶을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가고 그것을 마치고 마무리하는 것까지 스스로 결정하는 거죠. 그러면서 유언장이 주는 혜택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죽음은 준비하는 것

그녀는 솔직하게 자신의 변천사(?)를 고백했다. 오래전 1988년, 그녀가 올림픽 학번으로서 연세대학교에 입학한 것은 ‘시집을 잘 가기 위해서’였다. 변호사는 물론 인생에 뚜렷한 꿈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당연히 수업 역시 건성으로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를 바꾼 것은 한 교수의 질책이었다.




“젊은 교수님이셨어요. 여학생들에게 굉장히 인기가 좋았죠. 그때 강의에서 읽는 책이 있었는데 교수님이 저를 지적하며 읽어 온 내용을 말해보라시더군요. 물론 안 읽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죠. 그런데 다음 강의에서도 다시 저를 기억하고 읽으라는 거예요. 저는 통계적으로 다시 걸릴 리 없다는 생각에 역시 안읽은 상태였어요. 아무 말도 못하는 제게 교수님은 ‘모든 사람에게 탄생일이 있고 죽는 날이 있는데, 학생이 책을 안읽고 공부를 게을리 하면 인생에 중요한 결정을 잘하지 못할 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그때부터 개과천선하게 됐죠(웃음).”

태어나 죽기까지의 중요한 결정……. 어쩜 그 말이 그녀를 유산상속 전문 변호사로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런 그녀에게 유산상속이나 유언장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은 아직 무지하다 싶을 정도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녀는 이를 죽음에 대한 회피본능으로 설명했다.

“한번은 한국 20대에게 ‘유언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어요. ‘자살하는 사람이 쓰는 것’으로 인식하더군요. 유서와 유언장은 틀리죠. 하지만 그 말 속에는 유언장과 죽음을 연관시키는 감정이 담겨 있기도 해요. 또 유언장은 돈 있는 사람만 쓰는 것이라는 인식도 있고요. 총체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언장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무의식에 녹아있는 부정적인 본능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하지만 한국 사회 역시 글로벌화 되어가고 있고 그 글로벌화는 서구화의 다른 의미이기도하다. 즉 서구화가 진행되며 한국 사회 역시 조금씩 유산상속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일가(一家)의 치부를 드러낼 정도로 치열한 모 재벌가의 유산 상속의 문제는 뉴스거리가 되고 있기도 하다.

“사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누구나 마찬가지에요. 미국이라고 다를 바가 없죠. 요즘 가장 많이 들리는 것이 100세 시대에요. 의학의 발전 덕분이죠. 하지만 과연 죽음의 공포가 줄어들었을까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100세까지 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짧게 살더라도 질 높은 삶을 영위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였어요.”

그런 질문은 스스로에게도 이어졌다. 40대의 성공한 변호사이기도 하지만 그녀는 이제 여섯 살의 자녀를 둔 부모이기도 하다. 부모로서 아이를 잘 기르고자 하는 양육의 의무를 다하면서도 한편으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은퇴 나이’를 생각하게 된다. 누구 나와 다름없이 그녀 역시도 은퇴 이후 남편과 편안하고 즐거운 여생을 보내고자하지만 불안감도 없지 않다. 그녀의 그런 불안감은 돈이나 명예와는 관련 없는 듯했다.

“은퇴를 했는데 경제적으로 준비가 안 돼 있거나 건강이 받쳐주지 못해 의식적으로 연명한다고 해도 즐기지 못한다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더군요. ‘100세 시대’라는 말이 들릴 때마다 저는 맨 마지막에 자신의 삶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웰 다잉, 준비된 삶과 죽음이죠. 내가 알지 못하는 사리에 죽음이 온다면 나는 내 삶에 대해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어떤 메시지를 갖고 살았던가를 떠올려 보면 무엇이 중요한지를 확실해지죠.”

죽음을 대하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차이는 장례식의 풍경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기독교 문화를 바탕으로 한 미국은 장례식이라는 말 대신 ‘천국 환송식’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죽은 망자의 시신을 조문객들에게 공개하는 풍습도 마찬가지다.




“제가 처음 미국에 간지 얼마 되지 않아 지인이 돌아가셨는데, 장례식에서 관을 열고 죽은 이를 보여주더군요. 심지어 어떤 사람은 시신에 다가가 손을 잡고 키스를 하기도 했고요. 제 경우는 그런 모습에 거부감이 컸던 것 같아요. 약간은 소름이 돋는다고 할까요. 한국은 전혀 다르잖아요. 염을 하고 가리고 시신을 보여주지 않죠.”

이는 미국 문화가 오래전부터 죽음을 삶의 한 부분으로 포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상속계획을 빨리 세우는 것도 그런 문화적 특성 덕분이라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미국의 젊은 사람들의 상속 계획은 우리 생각과 많이 달라요. 종교적이거나 교육적인 분야에 기부하고자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우리 부모는 잘 살기 때문에 내 재산을 줄 필요가 없다’, ‘결혼을 하면 유산 상속을 바꾸겠다’ 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짜죠. 또 한 가지 한국과 미국의 큰 차이라면 미국 내에서도 한인들은 자식이 아무리 망나니고 못돼 먹었어도 유산 상속을 반드시 자식들에게 해요. 1년 안에 도박으로 탕진할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걱정하고 한탄하면서 물려주죠. 한마디로 혈연관계에 따라 상속하는 경향을 벗어나는 경우가 드물어요.”

그러나 한편으로 그녀가 경험한 미국 상류층의 상속문화 역시도 상당히 특이한 케이스가 많다. 자신이 죽기 전까지 돌봐줬던 집사나 심지어 자신이 기르던 애완견이나 고양이에게 전 재산을 물려주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분쟁은 이런 경우 발생하게 마련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이에요. 이 경우 자녀들은 부모가 재산을 잘 분배할 수 있는 정신 상태였는지를 분쟁거리로 삼죠.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수준과는 틀려요. 상속의 효력을 결정짓는 판단력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최소한으로 낮춰서 잡고 있어요. 자신의 혈연관계를 인식할 수 있는지와 어느 정도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지만 대략적으로 설명할 수 있으면 되죠. 사람이 자신의 재산을 나누는 기본권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9ㆍ11 사태 이후 바뀐 것들

죽음과 질 높은 삶에 대해 박 변호사가 남다른 고민과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1년에 미국에서 발생한 9ㆍ11 사태와 연관이 깊다. 당시 그녀는 비행기가 빌딩에 충돌하는 현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던 목격자였다. 삼십대 초반, 의기양양하게 뉴욕의 성공한 변호사로 자리매김하던 당시에 겪은 참상은 이후 그녀의 생각을 많이 바꿔놓았다.




“젊기도 했고 굴지의 회사에 다니며 금전적으로도 부족함이 없었어요. 어쩜 인생에 모든 것을 다 가진 느낌이었죠. 그런 시기에 9ㆍ11 사태가 닥치면서 저는 죽임이 진정 삶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9ㆍ 11 사태 당시 끔찍한 상황이 참 많았어요. 100층이 넘는 빌딩에서 불에 타 죽고 싶지 않아 추락사를 택하는 이들이 많았죠. 그 중에는 제 친구들도 있었어요. 매캐한 연기 속에 ‘이게 죽음의 냄새’라는 것을 직감했죠. 그러면서 ‘내게 삶은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했던 것 같아요.”

‘죽음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자문 속에서 그녀는 스스로를 ‘사람들이 죽음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규정했다. 죽음은 항상 그녀 주변에 존재했던 것이다. 이후 남다른 눈으로 죽음을 바라보며 그녀는 자신의 삶의 태도를 바꾸기에 이른다.

“제게 유언장을 쓰러 오신 고객 중 한분이 실제로 3주 만에 돌아가셨어요. 당시에 ‘사인을 하셨으니 이제 바로 나가시다 교통사고로 돌아가셔도 유언장은 유효하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된 것이죠. 부부셨는데, 그분들은 사실 유언장을 쓴 이유가 은퇴를 위해서였어요. 아프리카에서 선교활동을 하겠다는 계획이었죠. 그 말을 듣고 너무 멋지고 부럽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장례식장에서 누워 있는 모습을 뵈니, ‘나는 왜 매일같이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은퇴 이후로 미루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면서 ‘나에게 중요한 일을 더 이상 미루지 말자’고 결심했어요. 그 이후 정말 중요하고 원하는 일은 지금 당장 생각났을 때 할 수 있는 만큼 하게 됐죠.”


재산은 독립성을 유지하는 수단이다

평균 수명이 연장됨에 따라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기보다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한국의 경우도 베이비부머 세대의 경우 ‘늙어서 자식에게 의존하고 싶지 않고 차라리 요양원 같은 공공기관에 들어가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자녀에게 모든 것을 일찌감치 줘버리고 힘겨운 노년을 보내는 사람들 역시 존재한다. 미국에서는 죽지 전까지 자녀에게 재산을 주는 일은 거의 없다. 돈이 있어야 독립성이 유지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재산은 죽을 때까지 갖고 쓰고, 남는 것은 주겠다는 생각이 보편적이에요. 한국은 아직도 자녀들을 도와주고 집 살 때 돈을 대주는 것이 부모의 의무처럼 인식되잖아요. 하지만 앞으로 5년 후, 10년 후가 되면 한국 사회도 이러한 상속 문화를 수용할 것이라 생각해요. 노년층이 점차 늘어나면서 어떻게 노후를 독립적으로 잘 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커지거든요. 물론 가급적 분쟁은 피하는 것이 좋죠. 소송을 하게 되면 돈 버는 것은 변호사 밖에 없거든요(웃음).”

그녀는 자녀에게 일찌감치 재산을 물려주는 한국인의 특성 덕분에 일어난 웃지 못 할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실제 그녀의 고객의 이야기다. 평생 열심히 부를 일궜고 편안한 은퇴를 선택한 것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은퇴를 하면서 아들에게 일찌감치 빌딩을 물려줬다는 것이었다. 얼마 뒤 그들 부부는 아들 내외에게 황당한 전화를 받아야 했다.




“아들 내외는 부모 몰래 빌딩을 팔고 다른 주로 이사를 가서야 그 사실을 알렸어요. 비록 아들에게 물려주긴 했지만 아직 감정적으로 그 빌딩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았던 고객은 너무 분개했죠. 미국 사회에서 젊은 세대에게 ‘부모에게 어떤 것을 물려받고 싶나’는 설문을 한 적이 있어요. 43%가 ‘돈만 받고 싶다’고 답했다더군요. 그만큼 유산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죠. 문화자체가 돈을 중시한다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과연 우리 사회의 현실은 어떨까. 그들과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과도기적 상황을 지나가고 있다. 자녀에게 헌신적인 부모와 돈을 바라는 자녀들……. 그 상황에서 부모의 생각과 자녀의 생각은 전혀 다를 수가 있다. 분쟁의 소지가 된다는 말이다. 어쩌면 박 변호사의 예상보다 우리나라에 유산상속을 법적으로 처리하는 문화가 더욱 빨리 적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한편으로 우리사회가 ‘유산’의 정의를 돈으로 한정짓지 않기를 바랐다. 사실 그녀가 책을 쓰게 된 진짜 이유 역시 이런 바람 때문이다.

“책을 쓰면서 한국사회가 유언장에 친숙한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비전 유언장’이라는 것을 만들어 넣었어요. 유산이 반드시 돈만은 아니거든요. 돈과 함께 가치를 남겨야 해요. 과연 ‘내가 남기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를 생각해봐야죠. 상속 문화뿐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는 점차 개인 사이에 관계가 서구화 되고 메말라가는 경향이 있어요. 그렇게 되면 재산권에 대한 문제도 점차 부각되겠죠. 하지만 소송이 좋은 것은 아니에요.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죠. 재산에 대해 제가 하고 싶은 메시지는 ‘못 받아도 후회하지 말라’는 거예요. 재산을 물려받지 못해도 너무나 성공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요. 재산을 받아도 이내 탕진해버리는 사람도 많고요. 재산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나, 또 어떻게 무엇을 물려줘야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봤으면 해요.”

그녀는 이 책을 통해 ‘비전’을 나누기를 바랐다. 성공의 이유는 ‘나만 잘 살기 위함’이 아니라 ‘함께 나누기 위함’이라는 뜻이다. 실제 한인 사회에서 그녀는 이 같은 새바람을 유도하며 ‘비전 나누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기도 하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을 위해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어린 자녀에게 물려주길 원하는 유산이 무엇인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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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아라 박영선 저 | 위즈덤하우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유산상속법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상속법으로 명망 있는 로펌에서 일했다. 그리고 현재 자신의 이름을 건 법률회사를 통해 사람들의 소중한 유산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일을 도와주고 있다. 그는 직업의 특성상 죽음을 준비하는 많은 이들을 지켜보게 되었다.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여러 방면으로 자신의 죽음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유독 한국인들이 상속 문제에 대해 미리 준비하지 못해 사후에 갈등을 겪거나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되는 상황을 맞게되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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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황정호

최선을 다해서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합니다. 언제나 꿈꾸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아라

<박영선> 저11,700원(10% + 5%)

유산상속 전문 변호사로써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죽음을 준비하는 많은 이들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저자는 '죽음을 잘 준비해야 잘 살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의 전문분야인 유산상속은 물론 나아가 삶과 죽음에 대해서, 후회 않지 않는 삶에 대해서 법조인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변호사로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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