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위안부 할머니들 찾아간 일본인, 그가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 히데토 오가와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고, 일본 대사관 앞에서 함께 구호를 외쳤던 일본인… 그런데 한국인인 나는?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일본인으로서 사죄하는 마음으로 용기 내어 <나눔의 집>을 찾아간 오가와 씨를 할머니들께선 반갑게 맞아주셨다고 했다. 죄송하다고 거듭된 사과를 할머니들은 유창한 일본어로 받아주셨다고. 유관순부터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기까지, 보통의 일본인이 하기 힘든 경험을 한 오가와 씨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뜨거웠던 피스보트에서의 120분 토론회

한국 드라마는 잘 보지 않는다는 오가와 씨는 유난히 한국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았다. 심지어 몇 년 전에 방문한 전태일 기념관에서는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를 만난 적도 있다고. 역사를 공부하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도 당연히 알게 된 그는 <수요 집회>뿐만 아니라 할머니들이 살고 있는 <나눔의 집>까지 방문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며 베트남에서 내가 느꼈던 두려움이 떠올랐다. 끔찍한 학살에서 살아남은 베트남 생존자를 만났을 때, 한국인으로서 느끼는 죄책감과 의무감보다는 알 수 없는 두려움과 공포가 더 컸었다. 절규하듯 토해내던 울음소리에 숨죽여 눈물 흘릴 수밖에 없었던 순간들. <나눔의 집>을 찾아갔던 오가와 씨도 어쩌면 나와 비슷한 심정이 아니었을까.

일본인으로서 사죄하는 마음으로 용기 내어 <나눔의 집>을 찾아간 오가와 씨를 할머니들께선 반갑게 맞아주셨다고 했다. 죄송하다고 거듭된 사과를 할머니들은 유창한 일본어로 받아주셨다고. 유관순부터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기까지, 보통의 일본인이 하기 힘든 경험을 한 오가와 씨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고, 일본 대사관 앞에서 함께 구호를 외쳤던 귀한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씀해주실 것을 정중하게 부탁드렸다. 흔쾌히 그러겠다고 약속해주시던 오가와 씨!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나는 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토론회 개최 준비를 시작했다.

드디어 기다렸던 토론회 날이 밝았다. 서명운동을 준비하던 그날처럼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사람들이 너무 없으면 어떡하지? 혹시 누가 와서 할머니들을 비난하는 이야기라도 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그래도 피스보트니까 관심 갖고 토론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겠지.

20분짜리 할머니들에 관한 영상으로 막을 올린 토론회. 영상이 끝나고 오가와 씨가 자신의 경험담을 공유하는 것을 시작으로 뜨거운 토론이 시작되었다. 치열함, 그 자체였다.





100분으로 예정했던 토론회는 20분을 더 채우고서야 잦아들었다. 그 토론의 뜨거운 열기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나는 마지막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을 수 있었다. 맨 먼저 할머니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주신 것에 감사하다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그리고 할머니들의 아픔은 역사 속에 화석으로 남은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달라고 부탁드렸다. 이것을 다른 누구의 잘못이나 책임으로 미룰 것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아울러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건립이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며, 항해가 끝나고도 꼭 우리 할머니들을 위해 잊지 말고 노력해달라는 당부로 뜨거운 토론의 막을 내렸다.





그는 달랐다. 그런데 나는…?

역사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일본인 학자나 활동가는 만나본 적이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일본인을 만난 경우는 처음이었다. 물론 전날 토론을 진행하며. 언론이라는 ‘창’에 비치지 않은 수많은 ‘오가와 씨’가 일본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한국 사람으로 태어나서 한국말을 쓰는 나는 과연 그처럼 열정을 갖고 행동하고 있는 걸까? 다른 한국인들은 이 문제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을까? 현대를 사는 우리는 문제 해결을 위해 당연히 행동으로 나서야 하는 게 아닌가.




 

img_book_bot.jpg

조금 다른 지구마을 여행 이동원 저 | 예담

대학생이 되면 누구나 공식처럼 떠나는 배낭여행이 아닌 자신만의 세계 일주를 기획하던 스물다섯 살 청년, 이동원은 단순히 관광만 하는 여행이 아닌 지구마을 사람들 사이에 스미고 싶은 여행을 위해 전 세계의 NGO 단체에 무차별로 메일을 보낸다. 그리고 수많은 NGO 단체에서 자신을 애타게 기다린다는 사실에 즐거운 마음으로 배낭을 멘다. 그렇게 남들과는 ‘조금 다른’ 7개월간의 전 세계를 향한 청춘 여행이 시작되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8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동원

조금 다른 지구마을 여행

<이동원> 저12,420원(10% + 5%)

여기 조금 특별한 스물다섯, 한 청년이 있다. 남들이 학교 도서관에서 토익 공부할 때 고등학생들을 위한 교육 봉사 활동을 떠나고, 남들 스펙 준비할 때 전 세계 NGO 단체로 여행을 떠난 열정과 패기가 가득한 보기 드문 청년이다. 책과 영화로 만났던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싶어서, 지구마을의 다양한 모습을 직접 느..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수많은 사랑의 사건들에 관하여

청춘이란 단어와 가장 가까운 시인 이병률의 일곱번째 시집. 이번 신작은 ‘생의 암호’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사랑에 관한 단상이다. 언어화되기 전, 시제조차 결정할 수 없는 사랑의 사건을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아름답고 처연한 봄, 시인의 고백에 기대어 소란한 나의 마음을 살펴보시기를.

청춘의 거울, 정영욱의 단단한 위로

70만 독자의 마음을 해석해준 에세이스트 정영욱의 신작. 관계와 자존감에 대한 불안을 짚어내며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결국 현명한 선택임을 일깨운다. 청춘앓이를 겪고 있는 모든 이에게, 결국 해내면 그만이라는 마음을 전하는 작가의 문장들을 마주해보자.

내 마음을 좀먹는 질투를 날려 버려!

어린이가 지닌 마음의 힘을 믿는 유설화 작가의 <장갑 초등학교> 시리즈 신작! 장갑 초등학교에 새로 전학 온 발가락 양말! 야구 장갑은 운동을 좋아하는 발가락 양말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호감은 곧 질투로 바뀌게 된다. 과연 야구 장갑은 질투심을 떨쳐 버리고, 발가락 양말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위기는 최고의 기회다!

『내일의 부』, 『부의 체인저』로 남다른 통찰과 새로운 투자 매뉴얼을 전한 조던 김장섭의 신간이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며 찾아오는 위기와 기회를 중심으로 저자만의 새로운 투자 해법을 담았다.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 삼아 부의 길로 들어서는 조던식 매뉴얼을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