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하몽’ 맛보실래요?

사랑의 기억과 하몽의 매력 - 테루엘 ‘이것이 음식의 마리아주, 환상의 궁합이로구나!’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한 입 베어 문다. 바사삭. 올리브유가 스며든 비스킷에서 고소함이 느껴지고, 토마토는 바삭한 비스킷 때문에 텁텁한 입 안을 촉촉이 적셔준다. 오늘의 주인공인 하몽은 처음엔 짭조름한 맛이 나다가 조금 지나면 고기 특유의 묵직하고 깊은 맛이 우러난다. 씹으면 씹을수록 고산지대 바람과 기온으로 숙성된 감칠맛이 침샘을 자극한다. 목으로 넘기기가 너무 아깝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일단 마을의 중심가인 토리코 광장Plaza del Torico으로 뛰었다. 광장을 둘러싼 한 건물 앞에서 비가 멈추길 기다리는데 어디선가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온다. 누군가의 결혼식이 있었나 보다. 남자들은 정장을, 여자들은 빛 고운 공단 드레스를 차려 입고 테이블에 앉아 술기운 오른 얼굴로 유쾌하게 떠든다. 술을 파는 바Bar인가 하고 가게 앞에 놓인 메뉴판을 들여다보니 식사 메뉴가 있다. 옳거니, 잘됐다. 비도 피할 겸 출출한 배도 채울 겸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01.jpg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자세히 살피니, 오, 이곳은 하몽Jamon 전문점이로구나. 스페인의 대표적인 음식을 꼽으라면 보통은 ‘파에야’를 떠올리지만, 파에야는 발렌시아 지방의 대표 음식이다. 스페인 여행을 제대로 했다면 누구나 주저 없이 하몽을 꼽는다. 하몽은 스페인 전통음식으로, 돼지 뒷다리를 천연소금에 절인 다음, 건조하여 만든 생햄이다. 이탈리아의 프로슈토Prosciutto와 비슷한 생햄이지만, 맛이나 색이 완전히 다르다. 프로슈토가 밝은 색상의 부드러운 맛이라면, 하몽은 육포처럼 진한 색상에 맛이 두드러진다.

하몽을 만드는 방법은 이렇다. 먼저 손질한 뒷다리를 2주간 천연소금에 덮어둔다. 이 과정에서 고기의 수분이 빠지고 염분이 고기 안으로 배어든다. 2주가 지나면 세척과정을 거쳐 6개월 동안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아 건조한다. 지역에 따라 6~18개월이 지나면 완성되는데, 하몽의 품질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바람과 온도다. 질 좋은 하몽은 주로 기온이 낮고 건조한 산악지역에서 생산된다. 해발 915m의 산에 있는 테루엘이 바로 그런 곳이다.

테루엘의 하몽은 해발 800m 이상의 산에서 방목해 키운 돼지로 만드는 하몽 세라노Jamon Serrano로, 최소 14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하몽 세라노는 ‘산에서 생산된 하몽’이란 뜻이다. 하몽 이베리코Jamon Iberico는 떡갈나무 숲에서 18개월 이상 도토리만 먹인 흑돼지로 만들어 가격이 훨씬 비싸다. 스페인 서쪽과 서남쪽의 카세레스Caceres, 바다호스Badajoz, 세비야Sevilla, 코르도바Cordoba, 우엘바Huelva가 주산지다. 그중에서 우엘바의 작은 마을, 하부고Jabugo의 하몽이 가장 유명하다.

02.jpg



하몽을 먹는 방법은 아주 다양하단다. 가장 간단하게는 식사용 빵에 얇게 저민 하몽을 넣고 샌드위치로 먹는다. 부드럽고 구수한 빵은 하몽의 깊은 맛을 음미하기에 제격이다. 또 다른 방법은 와인을 마실 때 타파스로 먹는다. 하몽은 와인과도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달콤한 멜론과 함께 먹을 때 최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하몽의 짭조름한 맛과 달콤한 멜론의 환상적인 조화는, 음,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른다. 테루엘의 하몽은 어떤 맛일까 궁금했다.

메뉴판을 보고 테루엘 특산 하몽을 주문했다. 가격도 7유로 정도로 비싸지 않았는데, 접시 한가득 하몽이 나온다. 역시 주산지라 뭐가 다르긴 다르다. 비스킷과 올리브유, 토마토가 함께 나왔는데 어떻게 먹는지 잘 모르겠다. 어쩌지?
입 안에 침은 고이고, 얼른 손을 들어 직원을 불렀다.

“어떻게 먹는 거죠?”

영어를 못하는 직원이 직접 시범을 보여준다. 먼저, 비스킷에 올리브유를 바르고, 그 위에 토마토 퓨레를 바른 하몽을 얹어 먹으란다. 유분이 있는 음식을 먼저 올리고 그다음에 수분이 있는 음식을 올리는 것이다. 토스트에 버터와 잼을 바르는 방식과 같다. 카나페처럼 비주얼도 훌륭하다. 으흠, 그럼 맛을 한번 볼까?

한 입 베어 문다. 바사삭. 올리브유가 스며든 비스킷에서 고소함이 느껴지고, 토마토는 바삭한 비스킷 때문에 텁텁한 입 안을 촉촉이 적셔준다. 오늘의 주인공인 하몽은 처음엔 짭조름한 맛이 나다가 조금 지나면 고기 특유의 묵직하고 깊은 맛이 우러난다. 씹으면 씹을수록 고산지대 바람과 기온으로 숙성된 감칠맛이 침샘을 자극한다. 목으로 넘기기가 너무 아깝다.

‘이것이 음식의 마리아주, 환상의 궁합이로구나!’

혼자서 맛난 음식을 먹으니 친구들이 생각난다. 테루엘에 친구들과 함께 왔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아쉽다. 왁자지껄 떠들며 함께 웃어주는 친구들이 그리운 밤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스페인의 진짜 매력, 더 알고 싶으세요?

댓글로 질문해주시면 작가님께서 직접 답변해드립니다.


 

img_book_bot.jpg

스페인 소도시 여행 박정은 저 | 시공사

중남미 여행 중 스페인어를 배우며 시작된 이 나라에 대한 관심은 저자를 마침내 순례자의 길로 이끌었다, 순례자의 길은 저자에게 큰 깨달음이자 행운의 길이었다. 이 길에서 저자는 스페인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에 감동하고, 감칠맛 나는 음식에 매혹당했다. 그리고 몇 년 후, 저자는 다시 스페인을 찾았다. 이번에는 스페인 소도시 이곳저곳을 걸어다녔다. 마치 둘시네아 공주를 찾아 걸었던 돈 키호테처럼. 흔히 정열, 사랑, 자유로 표현되는 스페인은 감히 한 단어로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스페인 소도시 여행

<박정은> 저13,050원(10% + 5%)

잘 알려지지 않은 소도시 스무 곳을 거닐며 찾은 스페인의 진짜 매력 중남미 여행 중 스페인어를 배우며 시작된 이 나라에 대한 관심은 저자를 마침내 순례자의 길로 이끌었다, 순례자의 길은 저자에게 큰 깨달음이자 행운의 길이었다. 이 길에서 저자는 스페인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에 감동하고, 감칠맛 나는 음식에 ..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수학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엄마표 유아수학 공부

국내 최대 유아수학 커뮤니티 '달콤수학 프로젝트'를 이끄는 꿀쌤의 첫 책! '보고 만지는 경험'과 '엄마의 발문'을 통해 체계적인 유아수학 로드맵을 제시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수학 활동을 따라하다보면 어느새 우리 아이도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것이다.

나를 바꾸는 사소함의 힘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열심히 살아도 제자리인 시대. 불안과 번아웃이 일상인 이들에게 사소한 습관으로 회복하는 21가지 방법을 담았다. 100미터 구간을 2-3분 이내로 걷는 마이크로 산책부터 하루 한 장 필사, 독서 등 간단한 습관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내 모습을 느끼시길.

지금이 바로, 경제 교육 골든타임

80만 독자들이 선택한 『돈의 속성』이 어린이들을 위한 경제 금융 동화로 돌아왔다. 돈의 기본적인 ‘쓰임’과 ‘역할’부터 책상 서랍 정리하기, 용돈 기입장 쓰기까지, 어린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로 자연스럽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키울 수 있다.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야

저마다 삶의 궤적이 조금씩 다르지만 인간은 비슷한 생애 주기를 거친다. 미숙한 유아동기와 질풍노동의 청년기를 거쳐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늙어간다. 이를 관장하는 건 호르몬. 이 책은 시기별 중요한 호르몬을 설명하고 비만과 우울, 노화에 맞서는 법도 함께 공개한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