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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여름, 그것은 히피의 여름 - 제퍼슨 에어플레인(Jefferson Airplane) < Surrealistic Pillow > (1967)

당신은 사랑할 사람을 원치 않나요. 사랑할 사람이 필요치 않나요. 누군가 사랑하고 싶지 않으세요. 사랑할 사람을 찾는 게 좋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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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퍼슨 에어플레인(Jefferson Airplane)이 67년 히트시킨 「Somebody to love」가 의도하고 있는 바는 통속적인 연애가 아니라 ‘사랑이 충만한 사회’ 그것이었다. 노랫말이 어떤 의도에서 쓰여졌든 무관하게, 이 노래는 그 무렵 샌프란시스코의 헤이트 애시베리 구역에서 가장 열렬히 애청되고 불려진 히피의 찬가였다.

만약 제퍼슨 에어플레인이라는 이름이 낯설게 와 닿는다면, 음원 사이트를 통해서든 유튜브를 통해서든 「Somebody to love」를 검색해 후렴구를 들어보세요. ‘아~ 이 노래!’하고 단박에 무릎을 탁 치게 될 테니까요.

국내에서는 이 한 곡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이 음반의 의미는 다른 데에 있습니다. 바로 1960년대 중후반 절정에 달했던 히피 무브먼트를 상징하는 앨범이라는 점인데요. 당시 시대상은 어땠고 왜 이 앨범이 아직까지 1960년대를 이야기할 때 거론될 수밖에 없는지 이번 기회를 통해 짚어보려 합니다. 사랑과 평화의 가치를 아는 당신이라면, 부디 손 꼭 잡고 놓치지 않기를!


당신은 사랑할 사람을 원치 않나요. 사랑할 사람이 필요치 않나요. 누군가 사랑하고 싶지 않으세요. 사랑할 사람을 찾는 게 좋을 거예요.



제퍼슨 에어플레인(Jefferson Airplane)이 67년 히트시킨 「Somebody to love」가 의도하고 있는 바는 통속적인 연애가 아니라 ‘사랑이 충만한 사회’ 그것이었다. 노랫말이 어떤 의도에서 쓰여졌든 무관하게, 이 노래는 그 무렵 샌프란시스코의 헤이트 애시베리 구역에서 가장 열렬히 애청되고 불려진 히피의 찬가였다.

히피의 거점이었던 헤이트 애시베리 지역의 젊은이들은 제도권과 기성세대를 향해 의도적으로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부르짖었다. 그들은 부의 축적이 최고목표였던 기존사회의 가치는 철저히 해체되어야 한다고 주창했다.

부와 개인주의가 아닌 공동체, 경쟁이 아닌 화함, 전쟁이 아닌 평화, 그리고 사랑이 기존을 대체하는 새로운 사회의 가치들이었다. 제퍼슨 에어플레인은 퀵 실버 메신저 서비스, 그레이트풀 데드 그리고 모비 그레이프와 함께 히피의 가치를 가장 적극적으로 대변한 대표적인 샌프란시스코 록 밴드였다.

이 앨범은 그야말로 히피가 대표하는 새로운 세대의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농축하고 있는 작품이다. 차트에서 이례적 성공을 거둔 두 기념비적 싱글 「Somebody to love」와 「White rabbit」을 수록하고 있으며, 67년 사랑의 여름을 완벽하게 수놓았다.

1965년 결성된 이후 그들은 레코드 회사의 잇단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하고 무료공연에 충실했다. 반(反)제도권이라는 이념 때문이었다.
< Surrealistic Pillow >은 그러한 제도권진입 사절의 그룹이념을 깨고 RCA레코드사와 66년 계약 후 두 번째 선보인 앨범으로 제퍼슨 에어 플레인이 공연을 통해 갈고 닦은 실력이 고스란히 발휘되었다. 머리 곡 「She has funny car」와 「3/5 of a mile in 10 seconds」 등은 이미 공연에서 자주 연주한 레퍼토리였기 때문에 단번에 녹음되었다. 녹음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실황을 전달하려는 것 또한 자연적 상태를 동경한 히피들의 전형적 마음가짐이었다.

샌프란시스코 록을 가리켜 흔히 사이키델릭 록 혹은 애시드 록으로 부른다. 그 지역 록그룹들이 모두 환각제 특히 LSD와 깊숙이 관련을 맺은 데 기인한다. 그들이 마약을 가까이 한 것은 그냥 좋아서가 아니라 ‘의식을 해방시켜주는 수단’으로도 여겼기 때문이었다. 히피와 샌프란시스코 록 밴드들은 환각제를 복용하여 깨달음을 얻게 되면 ‘새로운 세상’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굳게 믿었다.

제퍼슨 에어플레인의 「White rabbit」은, 바로 LSD의 예찬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란 동화의 세계에 비유되어 펼쳐진 노래였다. ‘네 머리를 채워라(Feed your head)’하는 클라이막스 부분의 노랫말은 대놓고 환각상태의 체험으로 팬들을 안내하고 있다. 록 평론가들은 이 노래를 ‘최우수 LSD 록’ 작품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 앨범 수록곡 중 「D.C.B.A. 25」나 연주곡 「Embryonic Journey」 등도 의문의 여지없는 LSD관련 노래들이다. 「D.C.B.A. 25」의 영자는 코드를 가리키며 뒤의 25라는 숫자는 ‘LSD 25번’에서 따온 것이었다.

이 밴드가 몸소 실천한 공동체정신은 ‘노래 부르기’에서 나타난다. 여걸 그레이스 슬릭, 마티 볼란, 폴 켄트너가 한 노래에서 함께 리드 솔로를 맡아 마치 합창을 하듯 듣기 좋은 보컬 하모니를 구사하고 있다. 그들은 명성을 배격하여, 밴드 멤버들 가운데 누구도 튀지 않도록 ‘공동 노력’을 중시했다(하지만 그룹의 히트작인 「Somebody to love」과 「White rabbit」만은 그레이스 슬릭의 단독 보컬이었다).

함께 기식하며 우정을 과시했던 애시드 록 동지인 그레이트풀 데드의 리더 제리 가르시아(Jerry Garcia)가 음반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도 공동체 구현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할 수 있다. 제리 가르시아는 이 앨범을 제작할 당시 「Plastic fantastic lover」과 「Comin' back to me」에서 통기타를 쳤을 뿐 아니라 대부분 곡의 음악 고문역할을 맡은 사실상의 프로듀서였다.

1960년대 말 이 앨범만큼 샌프란시스코 록의 미학과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함께 소화시킨 작품은 없다. 이 음반이 지금도 명반 대열에서 한 둥지를 트는 것은 이처럼 1967년 록의 상황과 사회상을 응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음악의 시대성이다.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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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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