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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고 달리면서도 할 건 한다! - 리쌍, 울랄라세션, 브로큰 발렌타인

복고를 주무기로 내세운 리쌍의 8집 슈퍼스타K 시즌3 우승, 울랄라 세션의 미니앨범 TOP밴드 출연으로 익숙한 마초밴드 브로큰 발렌타인의 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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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달리고 구르는 모습이 더 익숙해진 감도 있지만, 리쌍의 진가가 빛을 발하는 것은 역시 예능 프로그램보다는 무대 위입니다. 오랜만에 선보인 이번 앨범에서는 복고를 주무기로 내세운 모습이 눈에 띄는데요. 대중적으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들의 신보, < Unplugged >를 소개합니다.

어느새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달리고 구르는 모습이 더 익숙해진 감도 있지만, 리쌍의 진가가 빛을 발하는 것은 역시 예능 프로그램보다는 무대 위입니다. 오랜만에 선보인 이번 앨범에서는 복고를 주무기로 내세운 모습이 눈에 띄는데요. 대중적으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들의 신보, < Unplugged >를 소개합니다. < 슈퍼스타K 시즌 3 > 우승을 통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울랄라 세션의 앨범과 < TOP밴드 > 출연으로 익숙한 마초밴드 브로큰 발렌타인의 신보도 함께 소개해드립니다.


리쌍(Leessang) < Unplugged >

슬쩍 간보기만 해온 복고 코드를 작정하고 총정리했다. 예상치 못한 수확을 거둬들인 「우리 지금 만나」의 신선한 촌스러움을 더욱 견고하게 가다듬기로 한 모양이다. 조영남의 1991년작 「겸손은 힘들어」의 21년 후 버전은 아이러니하게도 40년 전으로 시계바늘을 되돌려버렸다. 「풍문으로 들었소」와 연장선상에 있는 장기하의 쾨쾨한 코러스, 1960~1970년대의 고유명사라고 할 수 있는 해먼드 오르간이 작렬하는 마당인지라 이들은 안면몰수하고 촌스러움의 끝을 달리고자 매진한다.

반면 이남이의 「울고 싶어라」, 봄여름가을겨울의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를 리메이크한 경우에도 빛바랜 미장센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보컬 길을 보좌하는 정인, 바비 킴, 사이먼 디(Simon D) 등이 ‘기교=모던’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담백한 창법을 들려주기 때문이다. 동시대성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은 개리의 랩뿐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히 복고 일색으로 앨범의 콘셉트가 한정됐다면 그야말로 ‘추억 따먹기’ 이상의 의미를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앨범이 정체되지 않은 생물임을 증명하는 대목은 자유롭게 구역을 침범하는 개방성에 있다. 「Hola」에서는 보사노바를 시도하고 있으며 「Someday」에서는 가스펠 성향이 묻어 있는 브릿팝 성향이 감지된다. 최후의 방점을 찍는 「Bururi」에서 제 3의 멤버 정인은 사이키델릭 보컬로 잠재력을 폭발시킨다. 앨범명의 취지에 맞게 리얼밴드로 구현된 풍성한 사운드도 생기를 불어넣는다.

또한 길의 보컬도 대폭적으로 늘어났다. 그동안 8마디 안팎에서 노는 수준이었던 아쉬움을 털어내려는 듯 온전히 한 곡을 리드하기도 한다. 「Someday」에서 나름 윤도현과 호흡을 맞추기도 하며 「울고 싶어라」에서는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자신의 보컬을 계산된 분위기 속에 녹여내기도 한다.

돌려 생각하면 이번 앨범에서는 랩이 가려있다. 물론 보컬과 연주의 기를 살리려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기회비용일 수도 있지만 최근 들어 리쌍은 힙합 그룹이라는 이미지가 희석된 측면이 있다. 당사자들이 이 점을 노려 광범위한 대중을 포섭하려 했다면 이를 성공한 작전이었다고 봐야할까.

지난 앨범 < Asura Balbalta >가 인디밴드와의 연결지점을 찾으려는 시도였다면 이번 결과물의 방향설정은 복고 코드에 있다. 언제부턴가 복고 코드가 대세로 굳혀지는 분위기다.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 등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뭉뚱그려 ‘명곡’이란 이름하에 잊힌 노래들이 소환되고 있고, 티아라는 「롤리폴리」에서 나팔바지에 허슬 댄스로 1980년대를 재현했다. 리쌍의 경우는 힙합에서의 복고가 기껏해야 레트로 소울일 것이라는 전제를 넘어서려는 타개책이다. 겉으로만 보이기에는 우습게 보여도 힙합계의 두 맏형은 적어도 할 것은 하더라.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울랄라세션(Ulalasession) < Ulala Sensation Part 1,2 >

오디션 프로그램의 우승은 크게 두 가지 공식에 의해 결정된다. ‘어떻게 곡을 바꿀 것인가?(편곡)’하는 X와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표현력)’하는 Y가 그것이다. 음악을 만드는 방법은 ‘ABCD……’로 무한하지만 울랄라세션의 미니앨범은 이런 ‘X’와 ‘Y’만 집결되어있다.

이들의 데뷔앨범은 실력자들이 끌고 거대 프로모션이 미는, 소위 웰메이드 음반이다. 먼저 눈에 띄는 곡은 타이틀 「다 쓰고 없다」. 진한 발라드 곡으로 퍼포먼스 그룹이라는 편견을 걷어내도 남아있는 탄탄한 보컬능력을 입증한다. 더구나 디스코 「다이너마이트(Dynamite)」와 일렉트로닉을 덧입힌 「울랄라」는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한껏 발현해낸다. 두 곡 모두 이현도의 작곡으로, 거물은 신인의 ‘펑키한 리듬감’을 최대한 살려냈다. 싸이 스타일의 유쾌한 「아름다운 밤」도 매끄럽게 체득해내며, 역시 ‘1등’이라는 존재감을 증명해낸다.

‘슈퍼스타K 3’때부터 작업했던 김지수의 능란한 손질도 돋보인다. 아카펠라곡 「Urbanic」의 작사, 작곡은 물론, 퀸시 존스(Quincy Jones)의 「Sanford And Son」을 레게로 바꿔 경쾌함과 재치를 부여한다. 게다가 「난 행복해」는 이소라의 중성적인 보컬을 승계하면서도 울랄라세션의 보컬색을 살리는 윈윈(win-win)의 편곡을 내놓았다.

잠시 한 발 떨어져 직언하자면, 오디션 프로그램의 우승자에게는 ‘내일’이 없다. 오늘은 ‘최대의 무대’와 ‘최선의 스타일’, ‘최고의 트레이닝’으로 단장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오늘만’의 일이다. 울랄라세션이 ‘참가자’가 아닌 ‘가수’의 길에 진입했다면, 가장 중요한 오디션은 지금부터 일게다. 방송처럼 너무 많은 것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 자신에게 걸맞는 기획력과 자생력으로, 일단 일어서서 박차고 나가는 게 더 급하다. 8월이면 슈퍼스타K ‘4’가 방송된다.

글 / 김반야 (10_ban@naver.com)


브로큰 발렌타인(Broken Valentine) < Shade >

가장 먼저 발걸음을 때었다. < 톱밴드 시즌 1 > 속 등수는 프로그램의 기승전결을 위한 불가피한 줄 세우기였을 뿐. 현재 상향평준화된 프로의 위치에서 벌이고 있는 선발대에 대한 팽팽한 눈치 전쟁을 과감히 끊어 버렸다.

방송 출연 전부터 준(準)프로였다. 아시아 최대 규모 밴드 경연대회인 < 야마하 아시안비트 그랜드파이널 >의 대상 수상과 EP < Calling You > 발매 경력이 이를 설명.(이는 당시 아마추어 밴드라는 참가 기준의 모호함을 제기하기까지 이르렀었다) 또한 이들의 16강 탈락을 안긴 이들은 최종 우승 밴드인 ‘밴드톡식(Bandtoxic)’이었음을 보자. 오히려 이른 하산은 내공 있는 이들에게 충분한 자기 성찰과 발전의 시간을 제공하였고 이들은 이를 제대로 활용하였다.

그 공백의 시간 속에서 내린 결과이자 이번 작품의 주재료가 된 생각은 ‘더 보여주자’. TV 속 노골적인 자기 표출로 잔득 오른 기대감에 휘둘리지 않고 기존의 음악 색을 고수하였다. 특유의 메탈적인 사운드와 팝적인 멜로디가 조화가 바로 그것. 투박함과 섬세함으로 대변되는 이 두 가지의 이질적인 성질은 소리의 치고 빠짐을 통해 간극을 줄이고 있다.

흐름엔 대중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보컬은 전형적인 주류에서 인기를 받는 록 밴드의 프론트 맨 형. 여기에 더해진 매끄러운 멜로디라인까지. 허나 밴드의 사운드, 그 본체는 거칠기 그지없다. 트윈기타를 통해 뿜어지는 입체적인 공습과 이를 투박하게 지탱하는 베이스와 드럼은 마초이즘에 빠져 있다. 결국 아무리 목소리에 힘을 주려 한들 무겁게 휘몰아치는 사운드는 버겁기만 하다. 이에 기타는 살며시 빠져주며 이를 공존할 수 있도록 만든다. 때로는 완전한 자리를 내주고 때로는 리드미컬한 연주를 통해 작은 자리를 내주기도 한다. 이들의 생존방식이자 스타일이다.

트윈기타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곡이 많다. 「Shade」의 기타 솔로에서 보이는 두 기타의 호흡은 가장 압도적인 부분. 이 외에도 「M.K Dance」, 「Answer me」, 「Down」등을 통해 효과적인 메탈사운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What U need」에서는 어두움을 제거한 하드록의 시원한 촉감까지 선사한다. 대중성을 음악적 자양분으로 삼은 이 팀은 잦은 발라드 채용을 통해 또 다른 풀잇법을 보여주기도 한다. 「You never mind」, 「L I F E」에선 고조의 장르 변화 속 잔잔함을 나타내고 있으며 「Noname」에서는 보컬의 강조를 돕고 있다.

흔들리는 외부환경 속에서도 균형감각을 잃지 않았다. 더욱이 의식과 변절에 유독 예민한 ‘밴드’가 아니던가. 음악적인 완성도나 창조적인 면은 부족할지 모르겠으나 반드시 혁신적인 것만이 칭송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있을 자리에 있는 본 작은 적어도 앞으로 앨범을 낼 < 톱밴드 시즌 1 > 출연 팀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혹은 압박감이 될지도. 무엇보다도 스스로에게 의미가 더욱 크다. 공식적인 첫 데뷔작, 준수한 출발이다.

글 / 김근호 (ghook040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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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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