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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오늘 밤 우리가 방화하고 약탈하는 이유야” - 레게의 대명사, 밥 말리

전설은 잠들지 않는다 영면에 들었으나, 그 울림은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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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게(Reggae)음악이라고 하면 보통의 사람들은 한 때의 흥겨운 여름음악으로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명백히 틀린 접근입니다. 실상 레게는 그저 즐거움을 위해 듣는 한철 음악이 ‘절대로’ 아니니까요. 이것은 레게의 대명사이며, 평화의 아이콘이기도 한 밥 말리의 음악을 들으면 단번에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레게(Reggae)음악이라고 하면 보통의 사람들은 한 때의 흥겨운 여름음악으로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명백히 틀린 접근입니다. 실상 레게는 그저 즐거움을 위해 듣는 한철 음악이 ‘절대로’ 아니니까요. 이것은 레게의 대명사이며, 평화의 아이콘이기도 한 밥 말리의 음악을 들으면 단번에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번에는 21년 전 오늘(5월 11일) 타계한 밥 말리를 기억하는 의미에서, 그리고 코앞에 다가온 여름을 대비하되 기본은 숙지 후 대비하자는 의미에서 밥 말리의 음악을 소개해 드립니다. 비록 영면에 들었지만, 그의 울림은 영원할 것입니다.


자메이카 갱스타들의 억압에 대한 통렬한 고발

밥 말리(Bob Marley)는 70년대 초반 자메이카의 토속 음악인 레게를 영미 팝 음악계에 전파한 인물이다. 레게가 그에 의해 서구 시장에 유입되면서 ‘레게 = 밥 말리’라는 등식이 전 세계 음악계에 확립되었다.

당시 서구 록 음악인들이 레게에 품은 호기심은 대단했다. ‘새로운 리듬’에 굶주린 그들은 워낙 록이나 팝이 갖고 있는 리듬의 패턴과 다르며 동시에 단순한 형식의 레게에 빠져들어 너도나도 자신의 음악과 혼합하기 시작했다. 에릭 클랩튼, 폴 사이먼, 10CC, 보니 엠, KC 앤드 더 선샤인 밴드 그리고 펑크 그룹인 클래시가 레게의 인력(引力)에 포섭된 뮤지션들이었다. 심지어 음악적으로 무관한 듯한 헤비 메탈의 거목 레드 제플린마저 전염되어 레게 리듬의 곡을 발표했다.

이와 같은 레게의 대중화화 ‘세계화’의 주역이 밥 말리였다. 그는 순식간에 레게를 영미 팝 음악계에 유일하게 자리 잡은 제3세계 음악으로 끌어올렸다.

그는 레게의 리듬만 수출한 것이 아니라 자메이카 흑인들의 궁핍한 생활상을 묘사하고 그것을 낳은 원흉인 영미 자본주의의 억압적 통치를 고발하는 내용의 ‘무서운 노랫말’을 함께 실어 날랐다. 이 음반에 수록된 노래 전부가 이런 메시지로부터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오늘 아침 깨어보니 통행 금지였고 나는 죄수가 되어 있었지. 내 위로 서 있는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어. 그들은 야수 같은 정복을 입었지. 우린 정말 쓰디쓴 대가를 치러야 했어. 이것이 오늘 밤 우리가 방화하고 약탈해야 하는 이유야.’ (「Burnin' and lootin」)

‘존 브라운 보안관은 늘 날 증오했어.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 내가 씨앗을 뿌릴 때마다 그는 그것이 자라기 전에 죽여야 한다고 말했지. 난 보안관을 쐈어. 하지만 맹세하건대 그건 정당방위였어.’ (「I shot the sheriff」)



사람들이 레게 리듬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은 뒷곡을 ‘기타의 신’ 에릭 클랩튼이 새롭게 연주해 전미 차트 1위에 올려놓고 나서였다. 그러나 그 곡에는 밥 말리의 오리지널에 덮여 있는 가연(可燃)의 저항 메시지는 희석되어 있다. 서구의 음악 수요자들은 레게의 내피를 벗겨내지 못한 채 겉으로 나타난 신기한 리듬에만 매몰되었다.

밥 말리와 그의 그룹 웨일러스의 두 번째 앨범 < Burnin' >은 레게가 갖는 진정한 가치가 ‘저항적 측면’에 있다는 사실을 웅변하는 문제작이다. 전곡이 압제자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 있다. 메시지의 순결함은 물론이요, 음악의 구성에 있어서도 베이스와 드럼이 지휘해가는 레게 특유의 최면적이고 불규칙한 리듬이 전편을 수놓고 있다.

90년대 들어서 팝의 상업성에 전염되어 재미만이 강조돼버린 레게의 원형과 오리지널리티를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앨범이다. 여기서 들리는 레게는 리듬은 박진감이 있되 결코 흥겨운 댄스 음악 또는 흥얼거리는 오락 음악은 아니다. 선언적 엄숙함이 있고 조금은 불길하기까지 하다.

앨범의 모든 공이 밥 말리에게 돌아가고 있지만 이때까지는 말리와 위세의 평행선을 달리고 있던 피터 토시와 버니 리빙스턴이 그룹에 몸담고 있었다. 앨범의 주요 곡 중 하나이며 훗날 전세계 프리덤 파이터의 찬가가 된 「Get up, stand up」는 말리와 피터 토시가 함께 쓴 곡이며 「One foundation」의 경우는 토시의 단독 작품이다. 그러나 이 앨범을 끝으로 말리의 카리스마에 반발한 두 사람은 웨일러스의 테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레게의 선구자 셋이 함께 호흡한 마지막 앨범이라는 바로 그 표면적인 이유만으로 이 앨범을 이후 말리 혼자서 주조해낸 74년의 걸작 < Natty Dread >나 75년의 < Live! >보다 더 좋은 앨범으로 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다음 작품들이 놓치고 있는 ‘그룹의 형식미’가 보존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앨범은 < Live! > 앨범에 「Burnin' and lootin」, 「Get up, stand up」 그리고 「I shot the sheriff」 등 3곡이 실황 공연의 흥취를 더하여 다시 수록되는데 힘입어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증폭되었다. 80년대 이후 힙합의 시대를 맞아 레게가 힙합의 원조로 인식되면서 힙합 가수들도 부지런히 이 앨범과 < Live! > 음반을 듣고 그 메시지를 공부했다.

「I shot the sheriff」에 나타나는 섬뜩한 총기 언급은 나중 90년대 초반을 강타한 MWA의 「Fuck tha' police」나 아이스 T의 「Cop killer」와 같은 초강경 갱스타 랩의 출현을 예고했다. 90년대 말 힙합 그룹 퓨지스의 와이클레프 진이나 데이브 퍼너도 밥 말리의 길을 밟은, 공포 이데올로기의 계승자라고 할 수 있다.

밥 딜런의 < Freewheelin' >이 거대한 딜런 지구촌을 만들어냈듯 밥 말리의 < Burnin' > 역시 거대한 말리의 지구촌을 만들어냈다. 포크가 딜런이라는 혁명아가 있었던 것처럼 레게도 말리라는 ‘레게의 명예로운 시인’이 있었기에 세계적 확산이 가능했다. 이 앨범이 그 작업을 빠르게 진척시켰다.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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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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