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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탐방] 미국에선 10만 부 팔린 책이 한국에선 100만 부 팔려 – 김영사

언제부터 우리가 ‘정의’를 얘기했지? 시대를 이끄는 담론을 ‘먼저’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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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서를 독자들에게 전달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점은, 책의 내용을 가장 정직하게 전달하는 것. “독자들에게 정확하게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어주려고 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원제는 ‘Justice’였고, 『생각에 관한 생각』도 원제는 ‘thinking fast and slow’였어요. 어떤 흐름이나 트렌드를 염두에 두기보다 이 책이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게 뭔가 고민하죠.”

5월, 채널예스가 방문한 출판사는 김영사다. 1983년 설립된 김영사는 1983년에 설립되어, 30년간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펴냈다. 세뮤얼 헌팅턴 『문명의 충돌』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 마이클 센델 『정의란 무엇인가』 등 굵직한 인문사회 과학서적들로 사회의 중요한 담론을 일으켰다. 『먼나라 이웃나라』 『식객』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 등의 교양만화, 청소년 교양학습서 『앗!』 시리즈 등을 출간해 폭넓은 독자층에게 사랑받았다. 순수문학부터 장르 문학까지 다루고 있는 소설 브랜드 ‘비채’ 기독교 독립 임프린트 ‘포이에마’ 및 ‘school 김영사’ ‘주니어 김영사’로도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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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등 베스트셀러 1000종 보유한 김영사 출판사

2010년 출간되어 국내 ‘정의’ 열풍을 일으킨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인문서로서는 이례적으로 1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베스트셀러 열풍은 잦아들었지만, 정의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중요한 화두다. 이 책은 어떻게 24주간이나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켰을까.

일단, 이 책이 한국사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져 줄 수 있을 거라는 김영사 대표의 촉이 있었다. 원제 ‘정의’보다는 ‘정의란 무엇인가’라고 정확히 질문을 던져줘야 한다는 편집부의 감이 있었다. 마이클 센델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저자지만, 하버드 교수의 강의라는 점을 부각해 하버드 최고의 강의실을 개방하는 느낌의 표지 디자인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유발하겠다는 확실한 컨셉이 있었다. 영미권에서 10만 부에 그친 이 책이 한국에서는 이만큼의 열풍을 일으킨 데에는 김영사 출판부의 이런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베스트셀러 열풍을 일으킨 게 김영사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설립되고 30년 간 3,000여 종의 책을 냈고, 1,000여 종의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어낸 김영사는 타율 3할의 놀라운 성적을 자랑한다.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자서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출간 6개월 만에 100만 부가 판매되며 최단기간 최다판매라는 기네스 기록을 세웠고,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1995),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1996), 『아웃라이어』(2009) 등 다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당신이 한 번쯤 제목을 들어봄 직한 초대형 베스트셀러를 펴냈다.


시대를 이끄는 담론을 ‘먼저’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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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영사 오순아 편집장, 최연순 편집주간

“트렌드를 분석하고 거기에 쫓아가기보다는 트렌드를 주도하는 역할을 해왔어요. 유익한 내용을 담은 책이라고 판단되면, 대중적이거나 잘 팔릴 만한 책보다는,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책인가, 하는 다른 기획 정신으로 만들어왔습니다.”

국내 시드니 셀던 열풍이 불 때도 김영사의 『시간의 모래밭』이 선두에 있었다. 그뿐이랴. 성공 습관의 본좌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1만 시간의 법칙’을 통용화시킨 『아웃 라이어』 ‘사용설명서’라는 네이밍을 유행시킨 『내 몸 사용설명서』 등 책이 시대의 키워드를 먼저 제시했고, 독자들은 이에 반응했다.

“회사의 인재상으로 ‘아웃라이어를 뽑으라’고 제시하고 ‘잡코리아’ 같은 취직사이트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이 시대의 키워드, 인재상으로 책 제목이 소개되고 칼럼이나 기사로 키워드가 언급되면서 책이 탄력을 받았습니다.”


책의 메시지를 정확하고 정직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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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도 그랬다. “그즈음 있는 보궐선거를 앞두고 책을 냈고, 아시안 게임이라는 행사 때문에 잠시 주춤했어요. 그때 세리 추천도서로 선정되었고, 그즈음 저자가 방한했고요. 정치인들이 이 책 제목을 트위터에 올리거나 난상 토론하면서, 이 책을 읽어야만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어요. 또 잦아들 무렵 EBS에서 마이클 센델의 강연을 방송하면서 꾸준히 베스트셀러 1위를 지켰습니다.” 24주 베스트셀러 1위는 이렇게 노력과 운이 함께 따랐다. 하지만 운도 여러 번이면 실력인 법. 인문학 쪽에서의 여러 번 홈런을 친 비결, 무엇일까.

“외서 쪽은 정보 서치 풀을 갖추고 정보를 빠르게 입수하고 있습니다. 패러다임을 바꾼 책을 내거나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기 위해서 많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어요. 세계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해외 학자들을 주시하면서, 책을 출간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발 빠르게 대응합니다. 원고검토나 의견을 교환하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잘 되어있는 것도 강점입니다.

『생각에 관한 생각』의 저자인 대니얼 카너먼 교수도 이미 5년 전에 출간 계약을 마쳤어요. 원고가 나오기도 전에, 캐너먼 교수가 이러한 내용으로 책을 쓴다고 해서 주목하고 있었죠. 세계적으로 담론을 이끌어가는 분들을 항상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번역서를 전달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점은, 책의 내용을 가장 정직하게 전달하는 것. “독자들에게 정확하게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어주려고 합니다. 『생각에 관한 생각』도 원제는 ‘thinking fast and slow’였어요. 어떤 흐름이나 트렌드를 염두에 두기보다 이 책이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게 뭔가 고민하죠.”


스크린에서 만나게 될 김영사의 소설들



담론에 앞장서 있으면, 후속 반응이 따라오기 마련. 인문서뿐만이 아니다. 소설 임프린트인 비채 이승희 팀장은 출간된 소설이 영화화 결정되었다는 소식이 가장 반갑다고 말했다. 이 역시 눈 좋은 편집자의 보람일 터.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이 영화화되면서 좋은 반응을 가져왔고, 올해 야심 차게 내놓은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아 영화화가 결정됐어요. 『스피벳』도 <아멜리에>를 만들었던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이 영화화하기로 했고요. 크랭크인을 하지 않아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하나씩 걸릴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스피벳』과 더불어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이 영화화하기로 한 『모든 것이 중요해지는 순간』은 비채 이승희 팀장에게는 특별히 더 애착이 가는 책이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며칠 간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좋았어요. 다만, 종말 키워드가 낡게 느껴져서 그런지 반응은 크게 없어서 아쉬운 책이었고요.”

『스피벳』은 처음 봤을 때 두껍고 비싸고 이상한 책이라고만 느꼈는데, 정말 특별한 감동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자폐 증상을 앓고 있는 어린 소년의 성장소설인데, 이야기만으로도 흥미롭지만, 다양한 각주, 도해 등 새로운 재미를 더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특히 저자가 계속 본문 디자인을 요구하고, 샘플을 요구하는 등 한국 독자들을 만날 자신의 책에 많은 관심을 쏟아 기억에 남아요. ”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이 나오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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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비채 이승희 책임팀장, 오순아 편집장, 최연순 편집주간

김영사의 주력 도서는 인물 에세이가 있다. 앞서 언급한 김우중 자서전 외에도 이명박 『신화는 없다』 장승수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김규환 『어머니, 저는 해냈어요』 『 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 등 시대를 앞서 가는 인물들을 일찌감치 저자로 모셨다. 정치계뿐만 아니라 출판계에서도 뜨거운 인물, 안철수는 김영사에서 두 권의 책을 냈고, 세 번째 책을 준비 중이라고.

투명한 인세관리, 세세한 데까지 마음을 쏟는 저자 관리 등으로 저자들과 맺은 인연을 잘 이어나가고 있다.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 이원복 교수는 “책 집필 외의 인세나 기타 문제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작품활동에 매진할 수 있어서” 김영사를 선택했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김영사의 소설 브랜드 비채에서 올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이 출간했다. 정호승, 마종기 등 좋은 에세이스트의 글을 펴내고 있던 김영사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만큼은 욕심이 났다. “오래 공을 들였어요. 하루키 선생님께 편지도 쓰고, 저희가 역량 있는 출판사라는 걸 보여 드리기 위해 그동안 광고, 실적, 마케팅 플랜, 기획안을 보내드리면서, 출판사를 각인시키고 호감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올해 비채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두 번째 에세이집이 나올 예정.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보다 조금 더 쉽게 읽을 수 있는 “『무라카미 라디오』 2편이라고 할만한 에세이가 나온다. 베스트셀러가 된 『다산 선생 지식 경영법』의 저자 정민에게도 담당 편집자가 오래도록 정성과 관심을 쏟아 인연을 맺게 된 저자다. 최근에는 고전 구절에서 빚은 생각을 담은 『일침: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끝』을 출간해 역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편집자가 당신에게 권하고 싶은, 이 책!

올해 김영사에서는 어떤 책을 만날 수 있을까? 위에서 언급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후속 에세이뿐 아니라 요네스 뵈의 『스노우맨』 후속작, 『불가능은 없다』의 저자 미치오 카쿠의 후속작 『불가능의 물리학』 등의 책이 김영사의 이름을 달고 독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편집자들에게 독자들이 한 번 더 권하고 싶은, 아끼는 책을 추천해달라고 물었다.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 | 허영만 글,그림/이호준 글/김장구 감수

“칭기스칸 리더쉽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주는 책이다 보니 CEO들이 특히 관심을 많이 가지는 책. 역사의 세밀한 고증이 요구되는 과정이라 만화가로서는 굉장히 힘든 작업이다. 이러한 복원 자체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출간을 결정했고, 허영만 저자의 중요한 커리어가 될 대작이라고 생각한다.” (최연순 주간)

『루시, 최초의 인류』 | 도널드 조핸슨 저/이충호 역/진주현 해제

“다른 출판사 판권을 사서 출간했는데, 워낙 오래전에 나온 책이고 고인류학에 관련된 내용이라 지금 보기에는 내용이 달라진 부분도 있었다. 수정할 내용을 고치고, 각주 처리하고 번역했던 분에게 검토를 부탁했는데, 즐겁게 봐주셨다. 맨 처음 그 책을 감수했던 분이 그 책을 보고 ‘고인류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인생이 바뀌었다고 했는데, 그분에게 최종 감수를 받고 책이 완성되었다. 독자들에게 반응도 좋았고, 여러 모로 의미 있던 작업이었다.” (오순아 편집장)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 박수용 저

“EBS에서 시베리아 호랑이를 오랫동안 추적한 박수용 피디의 책. 관련 다큐멘터리로 해외 수상도 해서 굉장히 독자들의 반응을 기대하면서 만든 책이었다. 내년쯤 후속책이 나올 예정인데, 좀 더 많은 독자를 만났으면 좋겠다.” (오순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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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중요한 거 하나만 생각하자,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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