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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 군부 정권에 쫓겨 망명길에 올랐던 브라질 음악의 전설 - 질베르투 질(Gilberto Gil)

“내 직분은 ‘다리’입니다. 이데올로기, 사람, 종교, 시대 흐름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게 바로 내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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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베르투 질은 1942년 6월 26일 바이아 주의 주도 살바도르에서 태어났다. 의사인 아버지와 학교 선생님이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남부럽지 않은 교육을 받았다. 어린 시절 드럼, 퍼커션, 아코디언 등을 연주하며 뮤지션의 꿈을 키워가던 그는 십대시절 보사노바의 레전드 조아웅 질베르토(Joao Gilbero)에 매료되어 기타를 들게 된다.

“당신이 만약 바이아출신의 흑인이며, 뮤지션이라면 질베르투 질은 당신의 아버지다."

브라질 바이아 출신의 실력파 싱어송라이터 까를리뇨스 브라운(Carlinhos Brown)이 < 뉴욕 타임스 >와의 인터뷰에서 질베르투 질에 대해 한 언급이다. 이 말에 질베르투 질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통 음악과 아프로 브라질리언 음악의 보고라 할 수 있는 바이아,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끌려온 흑인들의 후손,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세례 받은 음악인.

질베르투 질은 브라질 대중음악의 역사를 관통했고, 여전히 그 치열한 밀림을 헤치고 있다. 그는 음악적 동지 까에따누 벨로주(Caetano Veloso)와 함께 1960년대 중반 새로운 음악 운동인 ‘트로피칼리아(Tropicalia)’를 주도하며 군부 독재에 저항했고, 나아가 현대적 브라질 음악인 ‘MPB(Musica Popular Brasileira)’의 기초를 다지는데 큰 공헌을 했다.

‘열대주의’로 해석되는 트로피칼리아는 음악으로 독재 정권에 저항한 무브먼트. 시적인 은유와 상징으로 국민들을 억압하는 군부를 비판했고, 보사노바, 삼바 같은 브라질 음악에 로큰롤, 사이키델릭, 포크 록 등 서구의 록 음악 형식을 접목시켜 청년들과 연대했다. 1968년에 발표한 걸작 < Tropicalia: ou Panis et Circencis (트로피칼리아 : 빵과 서커스) >는 트로피칼리아를 상징하는 작품이다.

질베르투 질은 로큰롤에서 새로운 언어를 보았다. 그것은 바로 ‘청춘의 언어’였다. 그는 지난 2008년 미국 뉴욕의 미디어 포럼인 ‘개인 민주주의 포럼(Personal Democracy Forum)’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우리는 로큰롤을 가져왔고, 전기 기타를 가져왔다. 또한 밥 딜런, 롤링 스톤즈, 비틀즈와 같은 뉴 제너레이션의 언어를 가져왔다.”며 록 음악을 받아들인 당시 상황을 밝혔다. 2004년에 발표한 앨범 < Eletracustico >에서 「Chuck Berry fields forever」를 부른 것은 로큰롤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록 음악에 대한 애정만 있는 게 아니었다. 1972년 앨범 < Expresso 2222 > 북부의 전통 음악인 포로(Forro) 음악을 전면에 내세우며 민속 음악에 대한 탐구를 했고, 3부작 시리즈 < Refazenda >(1975), < Refavela >(1977), < Realce >(1979)를 통해서는 아프리카 리듬과 펑크(Funk), 레게 등 다양한 음악을 찾아 나섰다. 이런 끊임없는 시도는 MPB가 광대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가지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사회 참여적 태도는 자연스레 정치에 발을 들여놓게 만들었다. 질베르투 질은 1987년 고향 살바도르에서 시의회 의원을 시작으로, 시 환경 보호 관리자를 거쳐, 1990년 녹색당에 입당하며 환경문제와 흑인 인권 신장을 위해 앞장섰다. 2003년 룰라 좌파 정권의 탄생과 함께 문화부 장관에 임명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5년간의 문화부 장관 시절 그는 저작권의 부분적 공유를 목적으로 세워진 비영리 기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reative Commons)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인터넷을 통한 브라질 음악의 무료 다운로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로 그의 홈페이지(www.gilbertogil.com.br)에서는 전 앨범의 수록곡들을 (음반사와의 문제 때문에) 다운로드는 아니지만 스트리밍으로 무료 감상할 수 있다.

질베르투 질은 1942년 6월 26일 바이아 주의 주도 살바도르에서 태어났다. 의사인 아버지와 학교 선생님이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남부럽지 않은 교육을 받았다. 어린 시절 드럼, 퍼커션, 아코디언 등을 연주하며 뮤지션의 꿈을 키워가던 그는 십대시절 보사노바의 레전드 조아웅 질베르토(Joao Gilbero)에 매료되어 기타를 들게 된다.

1963년 바이아 연방 대학교(The Universidade Federal da Bahia)에 입학한 그는 필생의 동반자 까에따누 벨로주를 만났다. 곧바로 의기투합한 둘은 벨로주의 여동생이기도 한 마리아 베따니아(Maria Bethania), 가우 꼬스따(Gal Costa), 톰 제(Tom Ze) 같은 젊은 뮤지션들과 교류를 하며 당시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보사노바를 넘어서는 새로운 음악 문법을 창조해냈다. 바로 ‘트로피칼리아’였다.

1964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부가 이런 젊은이들의 난장을 두고 볼 리 만무했다. 독재 정권은 1968년 12월 유신시대의 ‘긴급조치’와 비슷한 ‘Act No.5’를 발동하고, 이듬해 질베르투 질과 까에따누 벨로주를 비롯한 많은 음악인들을 체포했다. 6개월간 감옥에 투옥된 후 질베르투 질은 벨로주와 함께 영국 런던으로 망명길에 올랐다. 그는 “군부 세력들은 내게 ‘여기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만약 음악을 하고 싶으면 외국으로 나가서 하라.’고 강요했다.”고 ‘개인 민주주의 포럼’과의 회견에서 말한바 있다.

1972년 바이아로 돌아온 질베르투 질은 칸돔블레 종교 의식을 음악으로 표현해내는 살바도르의 아포셰(Afoxe) 그룹 ‘필류 지 간디(Filhos De Gandhi)’에 참여해 민속 음악의 재건에 노력했다. 또한 1970년대 후반 세네갈, 코트디부아르,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지역을 방문, 아프로 비트의 제왕이라 불리는 펠라 쿠티(Fela Kuti) 등과 만나기도 했다.

1963년 < Salvador, 1962-1963 >을 시작으로 질베르투 질은 지금까지 52장의 앨범을 내놓았다. 이 중 열 두 장의 골드 레코드와 5장의 플래티넘 앨범을 브라질 내에서 획득했다. 또 1998년 음반 < Quanta >와 2005년 작 < Eletracustico >로 각각 ‘베스트 월드 뮤직 앨범상’과 ‘베스트 컨템퍼러리 월드뮤직 앨범상’을 수상하는 등 일곱 차례 그래미에서 트로피를 수상했다.

그는 말한다. “내 직분은 ‘다리’입니다. 이데올로기, 사람, 종교, 시대 흐름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게 바로 내 인생입니다.” 동행하기 힘든 음악과 정치를 조화롭게 연결해나가는 모습만으로도 질베르투 질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괜히 레전드가 아니다.

글 / 안재필(rocksacrific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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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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