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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도 명품이 있다면? -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 In Square Circle > (1985)

“거장의 천재적 리듬이 빛나는 1980년대의 명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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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명확하다. 20년도 더 지난 지금도 이렇듯 창조적인 그루브를 엮어낼 뮤지션은 없으며, 신세대들은 이것을 들으면서 1985년의 작품이라면 대부분 믿기지 않는다며 의아해 할 것이라는 사실. 스티비 원더의 개인적 개가이기도 하지만 전체 1980년대 리듬 음악의 찬란한 성과라 할 만한 앨범이다. 이런 것이 바로 명품이다.

‘일요일 밤마다 방영되는 모 개그 프로그램에서 엔딩 곡으로 쓰이는, 들을 때마다 월요일의 압박을 생각하게 하는 섬뜩한(?) 곡’이라는 장황한 설명을 붙인다면, 대부분은 어떤 구체적인 멜로디를 떠올리실 수 있을 겁니다. 바로 스티비 원더의 「Part Time Lover」이지요. 국내에서는 그래서, 입지에 비해 조금은 억울한 감이 있는 앨범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스티비 원더의 예순 두 번째 생일을 맞는 의미를 더해, 그의 1980년대 명반인 < In Square Circle >을 복기해 보겠습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리듬감각과 선율제조 능력을 뽐내며 스티비 원더는 1973년 앨범 < Innervisions >와 이듬해 < Fulfillingness' First Finale > 그리고 다시 1976년 2장짜리 대작 < Songs in the Key of Life >로 음악가 모두가 선망하는 그래미상의 ‘올해의 앨범’을 거푸 세 차례나 수상하면서 ‘1970년대의 아티스트’로서 금자탑을 쌓아올렸다. 누구나 그의 이름을 천재로 등식화했으며 다투어 그의 무한한 재능에 찬사를 보냈다.

1980년 하반기에도 그는 레게리듬이 덧입혀진 「Master blaster(Jammin')」이 수록된 또 하나의 걸작앨범 < Hotter Than July >를 내놓으며 변함없는 ‘명반퍼레이드’를 계속한다. 적어도 1971년 자신이 소속된 모타운 레코드사와 거액의 개런티 그리고 (회사의 간섭 없이) 자신의 마음대로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자주권 계약을 체결한 후에 발표한 앨범들은 평단으로부터 단 한번도 걸작의 찬사에서 비껴난 적이 없을 만큼 모조리 수작의 영예를 누렸다. 시사주간지 「타임」이든, 록 전문지 「롤링 스톤」이든 모든 음악언론은 그의 신보가 나올 때마다 마치 의무처럼 걸작이란 명예를 하사해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운다고, < Hotter Than July > 이후 그의 행보는 이전의 가열 찬 앨범생산성과는 뚜렷이 대비될 정도로 지지부진했다. 물론 폴 매카트니와의 흑백화합 찬가 「Ebony & ivory」, < Original Musiquarium 1 >이란 제목의 베스트앨범 그리고 거기서 싱글로 나온 「That girl」, 그리고 영화 < The Woman In Red >에서의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와 같은 도드라진 대중적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무엇보다 근 5년간 신작 앨범을 내지 않았다. 스티비 원더는 작업 중이라는 새 앨범의 발표 시점을 수차례 연기했다. ‘명반후유증’을 앓고 있었던 걸까.

답답함과 학수고대가 이어지던 1985년 하반기에 5년 신작의 공백을 끝내고 마침내 경이의 천재는 새 앨범을 가지고 돌아왔다. < In Square Circle >이란 타이틀이 이 앨범은 오랜 기다림에 대한 확실한 보상이었다. 첫 싱글 「Part-time lover」는 단숨에 빌보드 차트의 꼭짓점으로 부상하면서 예의 파괴력을 재현했다. 이어서 「Go home」(10위), 「Overjoyed」(24위) 그리고 「Land of La La」(86위) 등 무려 4장의 싱글이 차트를 누볐다.

상기한 싱글의 분전으로 < In Square Circle >는 스티비 원더의 앨범 가운데에서는 가장 많은 200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러한 실적은 앨범이 얼마만큼의 대중적 사랑을 받았는지를 가리킨다. 사실 이전의 1970년대 명반들은 싱글들이 발군의 성적을 거두긴 했지만 플래티넘(100만장)을 기록한 사례가 없는 것이 말해주듯 판매량은 시원치 않았다.

중요한 것은 앨범 판매수치가 아니라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이다. 신시사이저의 달인으로서 사실상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엮어낸 이 앨범은 다시금 스티비 원더가 리듬과 멜로디의 천재임을 증명하고 있다. 차트 1위 「Part-time lover」를 비롯해 그 이상 매력적인 명작 「I love you too much」와 「Never in your sun」, 「Spiritual walker」, 「Land of La La」, 「Go home」 등은 그가 아니면 도저히 구사할 수 없는 독창적 그루브의 대향연을 펼친다.

당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잔혹한 흑인 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정면으로 비판한 「It's wrong(apartheid)」는 아프리카의 타악을 내세워 ‘펑크(Funk) 리듬’에 대한 원초적 본능이라 할 그의 음악 정체성을 못 박는다. 1990년대에 힙합 가수들이 그의 노래를 수도 없이 샘플링한 것은 힙합이 펑크를 바탕으로 한 장르임을 전제할 때,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가 멜로디를 홀대한 것은 아니다. 「Overjoyed」는 아름다운 발라드 선율이 제목대로 과잉 환희를 부른다. 「Whereabouts」도 마찬가지. 멜로디 곡이 비록 2곡에 그치지만 감동의 여운은 강하다.

스티비 원더는 이 앨범을 끝으로 사실상 전성기로부터 퇴각한다. 이후에 공개된 노래들은 그의 본령인 싱글 차트에서도 힘을 쓰지 못했다. 결국 스티비 원더 전성기 최후의 명작이 되는 셈이다. 여기서 확인해야 할 것은 상기한대로 대중음악의 골간이라 할 리듬의 빼어난 창조력이다. 물론 평단은 “이러한 리듬워크를 < Songs in the Key of Life >와 같은 이전의 명반들에서 충분히 경험해 특화된 그 무엇이 없다”는 이유로 결코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명확하다. 20년도 더 지난 지금도 이렇듯 창조적인 그루브를 엮어낼 뮤지션은 없으며, 신세대들은 이것을 들으면서 1985년의 작품이라면 대부분 믿기지 않는다며 의아해 할 것이라는 사실. 스티비 원더의 개인적 개가이기도 하지만 전체 1980년대 리듬 음악의 찬란한 성과라 할 만한 앨범이다. 이런 것이 바로 명품이다.




[ Innervisions ]
[ Fulfillingness' First Finale ]
[ Songs in the Key of Life ]
[ Hotter Than July ]
[ Original Musiquarium 1 ]
[ The Definitive Collection ]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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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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