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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대에 아버지는 가장 혐오스러운 단어” - 마지막 장편 소설을 완성하다!

“우리는 반드시 부활할 거야. 반드시 만나서 지난날의 일들을 기쁘고 즐겁게 얘기하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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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또예프스끼는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에서 ‘죽은 아버지들’이라는 상징을 ‘부친 살해’라는 주제로 구체화했다. 아버지를 증오하는 세 자식, 드미뜨리, 이반, 스메르쟈꼬프는 부자간의 비극적 갈등을 상징한다. 이에 반해 조시마 장로와 알료샤는 영혼으로 맺어진 관계로 새로운 부자관계의 부활을 암시하고 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의 탄생

마지막 장편소설을 쓰면서 도스또예프스끼는 러시아 사상가 N. 표도로프(1829~1903)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표도로프는 지상의 모든 죽은 생명이 다시 내적인 부활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분열된 채 살고 있으며, 정신 또한 반목과 갈등으로 마비되어 있다. 그는 이런 상황을 ‘죽은 아버지들’이라는 상징으로 설명했다. 가족 안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반목하는 경우처럼 현 세상은 극도의 비극적 상황에 놓여 있다. “현시대에 아버지는 가장 혐오스러운 단어이며, 아들은 가장 모욕적인 단어이다.” 부활은 인류가 다시 하나의 가족으로 변해서 형제애와 사랑을 실천할 때 가능하다.

표도로프의 사상은 도스또예프스끼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특히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현시대에 아버지는 가장 혐오스러운 단어”라는 구절이었다. 도스또예프스끼는『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에서 ‘죽은 아버지들’이라는 상징을 ‘부친 살해’라는 주제로 구체화했다. 아버지를 증오하는 세 자식, 드미뜨리, 이반, 스메르쟈꼬프는 부자간의 비극적 갈등을 상징한다. 이에 반해 조시마 장로와 알료샤는 영혼으로 맺어진 관계로 새로운 부자관계의 부활을 암시하고 있다. 전자는 증오와 살인의 모티브로 구성된 반면 후자는 사랑과 부활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부활에 대한 확고한 믿음

그 당시 도스또예프스끼는 개체와 육체의 부활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지 않았다. 그가 생각한 부활은 영혼의 부활이었다. 그런데 표도로프는 실제로 개체로서 육체의 부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도스또예프스끼는 표도로프의 이런 생각에 전적으로 찬동했다. 도스또예프스끼와 표도로프는 살아 있는 유기체의 분자와 원자가 죽음 이후에도 보존되며, 그것이 다시 죽은 사람의 실제 모습으로 부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었다.『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의 마지막 장면은 이런 사상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까라마조프 씨!” 꼴랴가 소리쳤다. “우리 모두는 죽고 나서도 부활해서 서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일류샤까지도 볼 수 있다고 정교에서 가르치고 있는데, 정말입니까?”
“우리는 반드시 부활할 거야. 반드시 만나서 지난날의 일들을 기쁘고 즐겁게 얘기하게 될 거야.” 알료샤는 희열에 가득 차 웃음을 머금고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꼴랴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의 서두에는 제사題詞가 실려 있다. 「요한복음」 12장 24절이다. “진정으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으리라.” 이 말씀은『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의 주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주인공들의 삶은 이 말을 기준으로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표도르 까라마조프와 그의 아들 드미뜨리, 이반 등의 삶이다. 그들은 땅에 떨어져 죽지 않는 밀알들이다. 그들은 이기적인 인간으로 결코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욕망을 불태운다. 이에 반해 조시마 장로와 까라마조프 씨네 막내아들 알료샤의 삶은 다른 궤적을 그린다. 그들은 기꺼이 땅에 떨어져 자신을 희생하는 밀알이 된다. 그리고 그들은 형용할 수 없는 많은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이다.


막내아들의 죽음

도스또예프스끼가『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의 제1부 1, 2권을 완성한 것은 1878년 10월 말이다. 같은 해 5월에 막내아들 알료샤가 죽자 작가는 비탄에 빠져 작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도스또예프스끼는 6월 말 옵찌나 수도원에 들러 조시마 장로의 모델이 된 암브로시 수도사를 만나 대화를 하고 나서 정신적 위안을 다시 찾게 된다. 암브로시 수도사가 그때 작가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소설 2권 ‘어울리지 않는 회합’에 잘 나타나 있다. 도스또예프스끼는 이 말을 듣고 고무되어 다시 소설 집필에 몰두할 수 있었다. 아들을 잃은 아낙네가 조시마 장로를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자 장로는 다음과 같이 위로한다.

“이것이 당신들에게 부과된 지상의 시련이라오. 그러니 위안을 구하려 하지 마시오. 위안을 구할 필요도 없어요. 위안을 받으려 하지 말고 울도록 하시오. 그저 눈물을 흘릴 때마다 당신 아들이 하느님의 천사가 되어 천국에서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고, 당신의 모습과 눈물을 보고 기쁘게 생각하며 그것을 하느님께 알리고 있다고 항상 생각하시오. 당신은 앞으로도 어머니로서 이 큰 비애를 겪어야 하겠지만 나중에 그것이 고요한 기쁨으로 변하게 될 것이고, 당신의 괴로운 눈물은 사람을 죄악에서 구하는 연민과 정화의 눈물이 될 것이오. 자, 그럼 당신 아들의 안식을 위해 기도를 드리겠소. 아이의 이름이 뭐라고 했지요?”
“알렉세이입니다, 장로님.”


여기서 아들을 잃은 아낙네는 도스또예프스끼 자신이다. 아낙네의 아들 이름인 알렉세이는 도스또예프스끼의 아들 이름과 같다. 알료샤는 알렉세이의 애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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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이병훈 저 | 문학동네

저자가 모스끄바 국립대학 재학 시절 도스또예프스끼 세미나에 참여하면서부터 모아온 방대한 자료와 더불어, 2009년과 2010년 여름, 도스또예프스끼가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낸 모스끄바, 대부분의 작품활동을 전개한 뻬쩨르부르그, 10년간의 시베리아 유형 중 4년간 감옥살이를 한 옴스끄, 말년에 가족과 전원생활을 즐긴 스따라야 루사 등 직접 취재한 기록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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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병훈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모스끄바 국립대학에서 러시아 문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기초교육대학 강의교수로 재직중이며, 같은 대학 의대에서 '문학과 의학'을 강의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모스끄바가 사랑한 예술가들』『백야의 뻬쩨르부르그에서』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미하일 부가꼬프의 『젊은 의사의 수기.모르핀』, 벨린스끼 문학비평선 『전형성, 파토스, 현실성』(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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