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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이 많은 십대들… 그들은 여전히 아프고 힘들다.

“이렇게 고통스러운 거라면 딱 이 시기만큼만 도려내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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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십대라는 시기를 통해 많은 것들을 경험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 이외에도 많은 것들을. 그 배움 속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만 담겨 있지 않다. 아픔과 사랑, 고통과 상처, 모든 것이 다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배워야만 하나의 건강한 인격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그 시기는 우리에게 가장 소중하고도 조심스럽다.

십대에게 ‘공부’와 관계되지 않은 건 모두 비밀이다


“선생님한테만 말해봐.”

간혹 나이가 조금 어린 아이들이 말은 못하고 얼굴에 근심의 빛만 가득할 때, 살살 꼬듯 이야기하면 털어놓는 많은 이야기들을 종합해보면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에), 한마디로 공부에 관계되지 않은 웬만한 것들을 죄다 비밀이라고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십대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어쩌면 공부에 관한 것조차 비밀이 될 수 있다(오래 전 수기로 성적표를 적을 때, 위조 성적표도 참 많이 만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비밀’이 아닌 것은 아니다. 문제는 항상 아이들이 비밀이라고 여기는 것과 어른이 비밀이라고 여기는 것 사이의 간극이 굉장히 크다는 데서 생겨난다. “그게 뭐가 그렇게 큰 비밀이야.”라고 말할 때의 그 허탈감. 아이들은 그것과 맞닥뜨리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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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마음은 이미 자유로운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세상이 정해준 수많은 잣대 때문에), 사회가 자신이 갖고 있는 비밀들을 용인하지 못할 것이라는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자위행위, 일탈, 친구 사이에서의 거짓말, 이성 친구와의 관계 등 공부와 관계되지 않은 모든 것들에 대해서 자신이 하는 행동이 마치 모두 잘못된 것이고, 숨겨야 할 것이며, 절대 받아들여질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비밀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막상 드러내놓았을 때 그것은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십대에게는 그 모든 것이 감추어야 할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특히 ‘공부’라는 것이 가져다준 마음의 압박감은 그들에게 더 많은 비밀들을 만들어준다. 학교는 배우는 곳이고, 우리나라는 이 배움을 ‘학교 공부’로 픽스시킨다. 사실, 십대는 세상을 알아가야 할 시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인생에 대한 공부를 막 시작해야 할 때가 아닌가. 그래서 선생님이 있고, 학생들이 있고, 선배가 있고, 후배가 있는 것인데, 교과서를 통해 배우는 공부만이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된 학교라는 배움터 때문에 아이들의 수많은 욕망들이 억압을 받는다. 공부에 모든 것이 저당 잡힌 셈이다. 그리고 그것들이 모두 안으로 들어가서 ‘비밀’이 된 것 같다. 눌린 욕망, 결국은 그것이 아이들을 들끓게 한다.

나의 십대를 떠올리고, 지금의 십대를 고민하며, 나는 그들이 가능한 한 건전한 비밀을 가지고 누구에게든 그것을 하나씩 끌러놓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물론 그 전에 나는 그들의 고민이 어떤 것이든 존중하고, 나에게 그것을 털어놓을 경우 깜짝 놀라며 함께 심각해질 준비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본능과 그로 인한 행동, 공부가 아닌 다른 것들에 대해 가진 고민과 일탈적인 행동, 크기나 횟수와 상관없이 그 모든 것이 비밀이 될 수 있다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할 것이다. 나의 편지를 훔쳐보고 킥킥대었던 부모에게서 받은 상처를, 고스란히 되돌려주고 싶지는 않으니까.


아픈 십대가 나쁜 엄마에게


너무 아프고 힘들기만 한 십대들은 “이렇게 고통스러운 거라면 딱 이 시기만큼만 도려내버리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훌쩍 어른이 되 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위의 이야기처럼 과정이 생략 된 결과가 결코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소중한 것을 얻기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하는 대가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인간에게는 이 십대라는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청소년의 시기 가 가장 아픈 것이라고, 아침, 저녁으로 뉴스를 도배하는 수많은 사건들이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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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십대라는 시기를 통해 많은 것들을 경험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 이외에도 많은 것들을. 그 배움 속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만 담겨 있지 않다. 아픔과 사랑, 고통과 상처, 모든 것이 다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배워야만 하나의 건강한 인격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그 시기는 우리에게 가장 소중하고도 조심스럽다.

십대는 부모에게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부모는 십대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올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어떻겠는가. 거절 불안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예상과는 다른 긍정적인 대답으로 반전의 감동을 주고, 그러한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아이가 마음 편히 부모에게 다가올 수 있도록 만들어주어라. 그리고 십대는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결국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툰 부모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심정으로 용기 있게 다가가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품에서 너무 안고 키우던 자녀가 결혼을 하고 나면, 세상 모든 것을 잃어버린 듯한 마음으로 빈둥지증후군을 앓는 부모가 수두룩하다. 같이 행복을 찾아가는 동반자가 아닌, 내 인생의 모든 것으로 자녀에게 걸었기 때문에 오는 깊은 허전함이다.

아픈 십대는 나쁜 엄마에게, 그래도 당신이 그립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이 잘못인지도 모른 채 끝도 없이 밀어붙이기만 했던 나쁜 엄마를 용서하고, 이제는 동반자가 된 나의 사랑하는 딸. 그 아이가 그랬던 것처럼 아직도 십대의 마음 깊이 남아 있는 부모에 대한 그리움이, 우리를 용서하고 다시 온전히 사랑할 수 있도록 힘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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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라는 이름의 외계인 김영아 저 | 라이스메이커

이 책은 이미 너무 많이 가버린 그들과의 화해가 도저히 힘들 거라고 이야기하는 부모들에게, 이 책은 화해의 열쇠를 알려준다. 현장에서 경험한 수많은 상담사례는 일탈을 일삼는 아이들뿐 아니라 멀쩡한 모범생들까지 그 속에 가지고 있는 상처들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어디에서도 풀어놓은 적 없는 감동적 실화들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들려줌으로써, 그동안 잘못된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해왔던 모습들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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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영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석사 과정으로 상담심리학을 공부했다. 지금 서울기독대학교에서 기독교 상담학 박사 과정에 있다. 마음이 상한 영혼들과 만나 책을 통해 공감하고 아픔을 나누면서 심리상담의 한 영역으로 독서치료를 자리매김할 필요를 절실히 느꼈다.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독서로 치유하는 내 안의 그림자' 인문학 강의 등 수십 개의 특별 강좌 및 초청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화여대 평생교육원 독서치료 지도교수, 영남 사이버대학교 논술지도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십대라는 이름의 외계인

<김영아> 저 11,7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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