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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하기 위한 영어에 점수로 목매단 한국, 이상하다! -『나의 토익만점수기』심재천

우리는 왜!! 영어 때문에 괴로워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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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영어에 목을 매는 사회다. 이유? 잘 모르겠다. 영어를 ‘왜’ 반드시 잘해야 하는지 그 이유가 불분명하다. 세계화니 뭐니, 토를 달지만, 석연치 않다. 그냥 우르르다. 어디에 써 먹는지 불분명한 것을 남들 한다고, 취직 하려고, 남들 이기려고 한다. 영어 사교육비만 해도 연간 7조원이란다.

한국은 영어에 목을 매는 사회다. 이유? 잘 모르겠다. 영어를 ‘왜’ 반드시 잘해야 하는지 그 이유가 불분명하다. 세계화니 뭐니, 토를 달지만, 석연치 않다. 그냥 우르르다. 어디에 써 먹는지 불분명한 것을 남들 한다고, 취직 하려고, 남들 이기려고 한다. 영어 사교육비만 해도 연간 7조원이란다. 그렇게 돈 처바른 영어, ‘국제용’ 아닌 ‘내수용’으로만 쓰인다. 영어 잘하면 국가경쟁력 높아지고 국민이 부자 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논리, 나는 아직 그 논리를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과문한 탓인가?

“우리의 영어 망국병은 병이 아니라 사기”라고 주장하는 『영어 계급사회』를 추천한 김규항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은 또 이렇게 전한다. “한국에서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강박은 실제 삶에서 영어가 얼마나 필요한가와는 무관하다. 유창하고 세련된 영어는 1%에겐 계급을 상징하는 수단이며, 99%에겐 1%의 세상에서 살아남는 수단이다. 이 책의 제목 그대로 영어 문제는 ‘영어 문제가 아니라 계급 문제’인 것이다.”

심재천의 소설 『나의 토익만점수기』는 이런 우리의 영어 맹신을 아프게 찌른다. 저 멀리 호주까지 어학연수까지 간 청춘을 통해 풍자한다. 우리의 영어는 안녕한 걸까? 그렇게 정곡을 찌른 덕분에 이 책은 제3회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했고, 독자들과 만났다. 지난달 28일, 서울 명동, 『나의 토익만점수기』 출간기념 작가와의 공감 낭독회. 봄내음이 살짝 섞인 늦겨울밤, 노란바나나와 커피향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토익만점수기’가 울려 퍼졌다.

참고로, 이날의 사회는 『미실』『채홍』의 김별아 작가가 맡았다. 두 사람, 인연 있다. 심 작가는 세계일보 기자 출신이다. 김별아 작가는 세계일보가 주최한 세계문학상 수상자. 『미실』로 별아 작가가 상을 탔을 때, 재천 작가는 담당 기자였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뒤, 별아 작가는 중앙장편문학상 심사위원을 맡았고, 재천 기자는 소설가로 등단했다.


““한국이란 나라가 정말 궁금하군.” 스티브는 말했다. “도대체 영어를 얼마나 잘해야 그 나라 국민이 되는 거야?”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꾸할 말이 없었다.”(p.208)



『나의 토익만점수기』, 영어에 목매단 사회를 풍자하다. “이 소설은 토익으로 대표되는 영어평가에 목을 매단 지금의 행태를 풍자하고, 어륀지로 대변되는 영어 광풍을 꾸짖는다. 그렇다고 무겁지 않다. 가볍고 경쾌한 터치로 그린 인상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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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장편문학상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별아 작가, 『나의 토익만점수기』를 이렇게 평가했다. 낭독회라는 콘셉트에 맞춰 심 작가의 첫 낭독. 호주에 간 주인공이 호스텔 룸메이트 부탁으로 버스를 타고 마리화나를 운반하면서 경찰의 검문을 받는 장면(pp.23~28)이다.

질문

바나나농장은 실제로 겪은 일인가?

답변

바나나농장에서 일한 것 말고 다른 내용은 거의 허구다.

질문

영어 광풍, 토익이라는 소재, 우리 문단에선 처음인 것 같다. 도전적인 소재, 왜 선택했나?

답변

사실 계속 등단하기 위해 문을 두들겼다. 단편을 1년 동안 썼는데, 계속 안 됐다. 정말 길이 안 보이더라. 그래서 장편을 썼다. 남은 길이 없었다. 詩를 쓸 수도 없고. 단편은 자기 느낌,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쓰면 되는데, 장편은 그게 안 되더라. 제목을 아예 정해놓고 썼다. 토익만점수기. 20대 때 한이 많았다. (웃음) 쌓인 게 많아서 그런지 술술 풀리더라. 중반까지 정말 재밌게 술술 썼다. 뜻이 있어 그런 게 아니고, 토익으로 장편을 쓸 수밖에 없었다.

별아 작가의 낭독이 따랐다. 바나나농장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다. 창의적인 표현을 구사하고 그는 영어를 위해 더욱 열심히 농장 일을 한다. (pp.145~147)

질문

소재가 특이하기도 하지만, 사이사이 요코와 같이 낯선 캐릭터가 나온다. 요코는 특수한 종교를 가진 사람인데, 실제로 있나? 남들과 소통되지 않은 캐릭터 같다.

답변

토익도 그렇지만, 한 꺼풀 뒤집으면 다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점수를 따기 위해서 문제를 풀고 CD를 반복해서 듣고. 그런 게 너무 싫었다. 언어는 대화하려고 하는 건데, 이상하지 않나? 종교도 그렇다. 이상하다. 믿는 사람도 그렇고. 예수의 부활도 그렇고. 그러면 무엇이 정상인가, 하는 것이 20대부터 화두였다. 내가 기준을 정하면 되는 것 아닌가. 자기가 기준이 정하면 된다고 직접적으로 말하면, 소설이 안 되잖나. 은유적으로 말하기 위해 종교 에피소드를 끌고 왔다. 담배나 마리화나도 뭐가 그렇게 차이 나는지 모르겠다. 그런 의문점을 가졌다. 독자들도 책을 통해 그런 의문점을 발견해주면 좋고.

“왜 손가락은 다섯 개일까, 어째서 물고기는 물에서 숨을 쉴 수 있는 걸까, 하는 의문도 갖지 못한다. 당연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술, 담배는 나쁘다고 하는데 왜 편의점에서 팔지? 은행과 사채업자는 비슷한 일을 하지 않는가? 그런 것도 의심하지 못한다. 세상일이 너무도 익숙해서 모든 걸 흘려 넘기고 만다.”(p.109)


별아 작가는 캐나다에 가서 산 적이 있다. 서바이벌 영어를 하면서 생활했는데, 때론 영어 때문에 고통스러웠다. 그러다 어느 날, 영어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된 일을 만났다. 시각장애인들이 건물을 못 찾고 그녀에게 물었다. 띄엄띄엄 설명하던 그녀, 안 되겠다 싶었는지 손을 잡고 그 건물로 직접 안내했다. 그 순간, 느꼈다. ‘언어는 소통의 도구이지, 목적이 될 순 없구나.’ 그때부터 그녀는 영어가 편안해졌다. 그러나 『나의 토익만점수기』의 ‘나’는 영어를 잘 하게 되면서도 점수에 매이면서 늘 괴로워한다. 언어가 소통의 도구 아닌 목적이 됐기 때문이다. 우리가 영어 때문에 괴로워하는 이유를 여기서 읽을 수 있다.

질문

책을 내고 독자 서평도 보게 될 텐데, 어떤가?

답변

진짜 안 본다. 집에 인터넷이 없다. 스마트폰, TV도 없다. 가끔 근처 도서관에서 인터넷을 보는데, 일주일에 한두 번? 그리고 서평이 많이 올라오는 것 같진 않던데. (웃음)

질문

결혼하고 싶은 작가라는 서평이 있더라. 독자가 소설 속 주인공에게 매력을 느낀 것 같다.

답변

중앙일보에 실린 사진이 잘 나왔다. 그건, 내가 아니다. (웃음) 사진기자가 처음엔 사진발 안 나온다고 속상해했다. 그러다 작가가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그 모자를 내가 쓰고 ‘뽀샵’을 해서 나온 사진이다. 그 사진을 보고 사람들이 많이 놀란다. 언론이 원래 그렇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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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세 명을 뽑았다. 독자들의 낭독이 필요한 시간. 주인공이 옆 바나나농장의 부부이자 토익 성우 AㆍB의 집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pp.167~170)이다. 세 명의 독자가 지문, A, B를 맡아 그 역할을 해냈다.

질문

신문사 그만두고 백수로 지냈다. 고생해서 딴 점수로 들어간 직장을 걷어차고 나온 건데...

답변

신문사에 취직을 했는데, 글을 쓰겠다고 한 게 아니고 불가항력으로 했다. 그런데 도저히 조직생활을 못하겠더라.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도 싫고. 박고 싶은데, 박지도 못하고. 혼자 할 수 있는 게 뭘까. 없더라. 등단이 어렵다는 것도 알았다. 시골 같은데서 살까도 했는데, 아들이 잘못되면 아버지한테 어머니가 욕먹는다. (웃음) 외갓집이 반골 기질이 좀 있다. 외삼촌이 백수인데, 아버지가 외삼촌에게 책만 본다고 타박했다.

대학도 철학과를 가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반대해서 경제학과로 갔다. 얼마나 구박이 심했겠나. 돈은 안 벌고 책만 보고. 글 쓴다는 얘기도 안 했다. 안 되면 창피하잖나. 타이틀을 따고 시골로 가자는 계획이었다. 어머니 체면도 살려주면서. 이 정도하면 내려가서 살아도 되겠지, 하고 장편을 썼다. 상을 타니까, 그전까지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 아버지가 날 어루만져주셨다. 지금은 집에서 서열 1위다. (웃음)

질문

5년 만에 봤는데, 예전보다 얼굴이 완전 좋아졌다. (웃음) 먹고산다는 것이 꿈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 젊은이들, 취업 때문에 고민이 많다. 여러 직업을 거치다가 지금 다소 편해진 선배 입장에서 조언을 해준다면?

답변

사실 직장이 있어야 결혼도 할 수 있고 애도 낳고 그런다. 직장에서 승진하는 재미 같은 것도 있을 테고, 큰물에서 놀고 싶다거나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도 좋다고 본다. 그런데 그게 내 기질과는 맞지 않더라. 나는 신문사에서 편집국장 등이 돼도 좋을 것 같지 않더라. 돈을 추구하는 인생을 나는 감내할 수가 없더라. 이건희 아들 이재용. 아무리 죽도록 노력해도 나는 그게 안 되잖나. 어떤 사람은 그냥 테마파크를 물려받는데, 나는 아무리 죽을 똥 살 똥 해도 안 되잖나. 언젠가 한번은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묘하게 맞아 떨어져 소설을 썼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이런 식의 데뷔는 바라지 않았지만.

“사람의 앞일은 알 수 없는 것이다.”(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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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심 작가의 낭독이 있었다. 주인공이 한국에 돌아와 면접을 보는, 하이라이트이자 진한 여운을 남기는 부분(pp.275~277)이다.

질문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다. 이번에는 심사 위원에게 아양을 떨고 교태를 부렸다고 했다. 다음에는 싸움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답변

미스코리아처럼 감사합니다, 하는 건 기질에 안 맞다. 작가의 말이 좀 되바라진 느낌이 들지? (웃음) 비장하게 쓸 필요는 없다고 봤다. 내 글을 갖고, 왜 남들에게 인정받아야 하나 생각도 했다. 문학을 굉장히 좋아한다. 문학에 대한 애정은 나만 알고 있음 되고, 공모전이니까 심사 위원에게 어떻게든 잘 보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순수한 사람이 아닌 거지.

속물적인 것을 쓰고 싶다. 사람들은 그런 걸 말하고 싶지 않아 하는데, 나는 그런 걸 쓰고 싶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또 멍청한 것을 쓰고 싶다.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경박, 천박, 멍청한 것투성이다. 사람들은 깔끔하고 세련되게 살아가는데, 그래도 내가 옳다고 본다. 다른 사람들은 창피하니까, 얘길 안 하겠지. 그런 걸 쓰고 싶은데 안 팔릴 거다.


독자들 묻고, 심재천 답하다

질문

바나나가 나무가 아닌 풀이라고 해서 놀랐다.

답변

나도 검색해 보고 나서 알았다. 바나나가 풀이라고 하더라. 그것으로 끝낼 수 없어서 바나나 농장 이야기가 들어갈 것을 대비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다.

질문

책이 잘 읽히더라. 잘 읽히는 소설을 쓰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답변

그런 질문이라면 나한테 빼 갈 게 많다. 공모전 준비를 많이 해서. (웃음) 내 소설을 보면 가볍게 읽혀지는데, 묘사를 빼서 그렇다. 일부러 뺐다. 심사위원들이 많은 장편을 보는데, 처음에 지루하면 끝까지 안 본다. 볼 수가 없지. 그래서 에피소드 위주로 쓰고 묘사를 뺐다. 그러면 책이 속도감 있게 읽히는데, 가볍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어깨 힘을 빼려면 한자는 넣지 말고 한글로 풀어써라. 작가가 되고 싶으니까, 어려운 단어를 쓰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래야 작가적 소양을 인정받을 것 같은데, 그러면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문장은 짧게 쓰면 좋다. 그리고 자기와 상관없는 걸로 써 봐라. 대개 주변의 것을 많이 쓰라고 하는데, 그러면 넋두리만 나온다. 내가 얼마나 불행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걸 몰라준다는 한풀이로 채운다. (웃음) 난 처음 단편을 쓸 때는 맹인 이야기를 썼다. 어쨌든, 내 이야기가 아니었고. 『눈 먼 자들의 도시』와 비슷하게.

(김별아) 나는 다르게 생각하지만, 작가마다 각자의 세계가 있으니까. (웃음) 소설 아닌 다른 장르의 것을 쓸 때는 책을 많이 읽으라고 말한다. 칼럼이나 에세이는 내 생각이 잘 정돈돼야 잘 쓸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안 써진다. 소설 아닌 칼럼이나 에세이를 쓸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생각의 정리다.

질문

기자생활이 소설을 쓰면서 도움이 됐나?

답변

띄어쓰기, 맞춤법에 도움이 된다. (웃음) 나는 스릴러를 싫어한다. 특히 눈에 보이는 반전, 더 싫다. 기사는 제목과 첫 문장만 보면 다 알 수 있다. 기사는 두괄식이거든. 첫 문장을 아끼지 않고 쓴다. 기자 생활이 도움이 된 부분도 있지만, 기사체는 문장이 너무 단문이고 딱딱 끊어져서 소설로서는 결격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잘 안 고쳐진다. 문장이 에둘러 가기도 하고 품위 있게 써야 하는데, 나는 그게 잘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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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책을 통해 바나나, 마리화나 등에 대한 오해를 풀었다. 최근 오해를 풀거나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게 있다면?

답변

음, 요즘 딸바보. 내가 초등학교 때만 해도, 딸보다 아들을 바랐다. 성비를 따지면서 남자가 훨씬 많아지는 현상이 올 거라고 그랬다. 그런데 지금 그런 풍토가 왜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딸을 바라기도 하고, 딸을 더 귀여워하는 사람도 많고. 딸이 다이아를 물고 태어난 것도 아닌데. (웃음) 분위기를 그렇게 몰아가니까, 여자의 지위가 올라가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딸을 바라보는 감정이, 사회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 기준이 뭔가, 이런 생각도 하고.

그리고 영화. 요즘 영화를 잘 못 본다. 영화가 예전보다 너무 빤하게 보인다. 도저히 못 보겠다. 어쨌든 지금, 수동적으로 콘텐츠를 담당하는 게 아니고 직접 쓰는 콘텐츠 생산자가 되면서 드라마 같은 걸 볼 수가 없다. 그래서 뭐라도 긁적거리게 된다.

“그는 스티브 탓에 우연히 흡입하게 된 마리화나의 환각 속에서 비로소 그가 이해하지 못한 세계를,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을, 돌아가야 할 세상을 긍정하게 된다. ‘이상한 것’은 없다는 것을, 조금 독특할 뿐인 사람들을 ‘이상하다’고 낙인을 찍어 감금하고 배제하는 ‘우리들의 시선’이 있을 뿐이라는 것을, 그는 온몸으로 이해한다.”(작품해설, p.291)


질문

삼십대 중반인데, 지금 영어 공부를 해도 될까?

답변

미국 영화를 좋아한다. 특히 짐 자무시의 영화. 자막이 없다. 그래서 영어공부를 하면서 봐야 한다. 짐 자무시 인터뷰를 인터넷으로 찾아보는 것을 좋아한다. 영어 공부를 못하면 그런 인터뷰도 못 보는 거다. 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점수와는 멀어지고 있지만, 행복하다. 그러니, 충분히 공부해도 된다. (웃음)

질문

누구를 위해 글을 쓰나?

답변

우선, 나를 위해 쓰지. 직장을 나왔으니 뭐든 해야지. 글은 나 혼자 쓰면 된다. 그런데 소설가가 되려면 인정을 받아야겠더라. 우선 내 자신이 만족해야 하고. 나는 중학교 때부터 일기를 계속 써왔다. 공개하는 건 일기가 아니라고 본다. 진짜 이상한 생각들만 (일기장에) 쓰는데, 나를 위해 글을 쓴다. 그리고 어머니도 고생을 너무 하셨다. 그러니 내가 써야 한다. 타이틀을 따야 했다. 나와 어머니를 위해서 쓰는 거다.

“그래서 그럴듯한 타이틀을 얻기로 결심했다. 문학상에 도전하기로 했다. 기왕이면 신문에 이름이 실리는 큰 상에 당선하길 바랐다. 그래야 그들이 내 처지에서 위안을 찾는 짓을 그만둘 것 아닌가, 생각했다.”(작가의 말, pp.301~302)


질문

소설을 보면 행간을 읽게 되는데, 솔직하고 정직한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라디오에 출연해서 젊을 때는 실패하고 실수도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

답변

20대 때는 시행착오밖에 없다. 실수해도 사람들이 귀엽게 봐준다. 술 먹고 실수해도 20대와 30대가 한 것이 다르다. 20대 때 나도 시행착오를 많이 했다. 요즘 멘토가 유행인데, 나는 누가 충고해서 따른 적은 없다. 자신의 인생은 매우 특별한데, 일반적인 멘토링을 따르는 건 아니라고 본다. 자기 인생은 자기가 잘 안다.

20대 때는 개망신을 많이 당해야 한다. 나도 그랬다. 인간이 인간에게 충고할 수 없다. 지위가 높다고 충고하는 건 아니다. 나이 먹는다고, 꼭 현명해지는 건 아니다. 문제는 이 사회가 사람을 너무 작게 만든다. 기성세대는 젊은이를 압박해서 말을 잘 듣게 하려고만 한다. 너무 겁먹지 말고 그냥 깨라. 뭐라고 하는 사람, 없다.

“영어울렁증에 시달리는 한 청년이 죽을 힘을 다해 토익 만점을 맞아도 취직할 곳이 없는 사회. 바로 이런 사회를 향해 질문을 던지지 않는 한 우리는 이 지긋지긋한 ‘토익 매트릭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작품해설,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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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토익만점 수기 심재천 저 | 웅진지식하우스

너도나도 토익 점수에 목숨 거는 이 땅의 딱한 현실을 시종일관 좌충우돌 코믹한 모험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제하, 이순원, 김인숙, 김별아, 손정수, 정이현, 조연정 등 7명의 심사위원들이 “너무 잘 읽히는 거 아니냐”고 걱정했을 정도로 무엇보다 재미에 방점을 찍었다.
토익 590점을 맞은 ‘나’는 이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겠다는 위기감 속에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난다. 그곳에서 오직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 위험하고 엉뚱한 거래를 받아들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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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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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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